오호라! 돈과 방이라.

버지니아 울프의 이 책 앞 몇 장을 읽고 바로 끌려 전집을 몽땅 사리라 마음 먹어버린 이 새벽.

(근데, 이 책을 왜 지금에서야 읽는 것이냐, 비연? 알 수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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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1-23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알아요... 비연님은 하려면 하시는 분이라는 걸. 사려는 책은 사는 분이라는 걸.
어쩌죠... 이 시리즈 품절이에요ㅠㅠ 지금은 낱권으로 구입하셔야 할것입니다...

비연 2020-11-23 13:2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그래서 낱권으로 푱푱 보관함에 담고 있나이다 ㅜ 품절이 왠말이냐고요.. 흠냐

수이 2020-11-23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그럼 울프 읽는 건가요?! 얏호 신난다

비연 2020-11-23 21:27   좋아요 0 | URL
ㅋㅋ
 

 

 

 

 

 

 

 

 

 

 

 

 

 

 

 

 

"... 그러나 이 말 한마디만 마음에 새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 단순한 말, 우리 아버지께서 사람의 허물을 크게 보지 말라면서 늘 하시던 말씀이지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보시거든 축복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p161)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그리고 다 읽고 난 느낌은, 이 책이 좋다, 라는 것이다. 구구절절 대목을 따서 말하지 않아도 그냥 이 책이 마음에 든다, 제목만큼이나. 그런데 이 제목이 성경에 있는 구절이었던가? 잠시 갸우뚱. 모태신앙으로서 신약과 구약 주요 내용들은 통독한 전적(?)이 있는 나이지만, 이 문장은 낯설다. 하긴, 이제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쓰기도 멋적을만치 교회와 거리를 두며 살고 있는 내가, 그저 옛 기억에 기대어 성경에 있었던가 하고 의문을 가지는 자체가 넌센스이긴 하다.

 

주인공인 폴의 평범하지 않은 인생 굴곡은 세상의 모든 우연과 필연에 합쳐져 참 어찌 할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사실 그의 인생은 20세기와 21세기에 끼인 자의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고 그렇게 돌고 돌아 그가 당도한 곳은 그의 뿌리였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이 왜 교도소에 들어와 있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뭔가 대단한 사건이 있었나. 교도소에 영혼을 다가오는 가족들이 해를 입었나... 그런 의문들이 하나씩 둘씩 해소되어 가는 과정에서, 묘하게도 사는 건 뭔지, 늙어가는 건 뭔지, 내가 사는 방법은 맞는지 이런 생각들이 슬며시 스며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이 책이 좋다 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망치는 방법은 무한하다. 나의 외조부는 DS19 시트로앵을 택했다. 내 아버지는 성직자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살아갈 날들을 촘촘한 시간 배정으로 지배해버린 그 속세의 수도원에 들어가는 편을 택했다. 예상치 못한 고장과 긴급 상황이 아니면 나의 일과는 항상 동일했다. (p177-178)

 

무한한 인생 망치기를 선택하기 전에 알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운명처럼 무언가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버티던가 나가떨어지던가 둘 중의 하나로 남게 된다. 폴이 렉셀시오르라는 예순여덟집이 있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직업을 택하게 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불행했고, 그 불행의 회오리를 지나치고 나니 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착한 폴은 열심히 일했고, 충직했고,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는 그 입주자들에게 다 환영받는 관리인이었다. 자부심이 있었고 또 아내 위노나가 있었고 또 사랑하는 개 누크도 있었다.

 

... 나는 누구에게는 장을 봐주고 또다른 누구에게는 약국 심부름을 해주는 등, 내게 남은 마지막 과부들을 보살폈다. 그 할머니들은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 끝으로 간신히 생에 매달려 있었다. 언젠가 전부 무너져내릴 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개수대에 물이 샌다, 가스레인지 후드 필터를 갈아야 한다, 하는 소리를 들으면 허겁지겁 올라가서 손을 봐줬고 내가 여기 있다는 말로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 거대한 집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이 나에게 각별했다는 것을, 어떤 면에서 내 딴에는 그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p215)

 

세상이 바뀌고 그 곳에도 변화가 일었다. 가까왔던 사람들은 떠나고 죽었고 새로운 세입자와 새로운 입주자 대표를 맞았다. 정성과 신뢰로 일하는 분위기는 정확한 업무범위와 갑질에 가까운 지시와 동전 한닢까지 세어대는 간섭으로 인해 점점 경색되어져 가고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시대의 변화에 어울리게끔 사람들도 그 기조를 따라간다. 어이없으리만치 일제히.

 

"... 요컨대, 복지사 노릇은 그만하고 관리소장이면 관리소장답게 적잖이 받아가는 월급값을 하라, 이겁니다..."  (p235)

 

폴을 둘러싼 (살아남은) 사람들, 교도소에서 같은 방을 쓰는 패트릭 호턴이나 공동주택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키어런 리드나.. 그들의 인생 또한 할 말 많은 인생이었고.. 사람은 누구나 사연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그러다 죽는 것이겠지.. 그 속엔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 그렇게 한 세상 살아나가는 것이겠지.. 싶어 왠지 모든 이들의 인생에 짠한 마음이 들게 된다. 태어나서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는 참 무한한 사는 방법이 있는 것이구나. 이 작가에게 흥미와 애정이 생겨, 번역된 소설 하나가 더 있길래 보관함에 넣어본다.

 

 

 

 

 

 

 

 

 

 

 

 

 

 

 

 

 

내가 팔로우하는 Albert Camus(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3명 안에 든다)의 페이지에 이런 글이 올라 왔었다. "Camus says knowin' we're all gonna die makes life a joke." 이 말이 인상적이라 지인들에게 전달도 했었고. 삶의 부조리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도 살아가는 게 끝끝내 절망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Camus처럼(그가 살아서 <최초의 인간>을 완성했다면 좀더 여실해 보여줬을 그의 철학인데..), 장 폴 뒤부아라는 이 소설가도 이 고통스럽지만 해학적인 소설을 통해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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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형평성학회에서 '젠더관점의 건강돌봄체계'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한다고 해서 참여를 했다. 최근에 이 문제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된 터이기도 하고, 주제강연 1의 강연자가 최근 읽은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전희경 선생이기도 해서 일부러 시간 내서 들어보아야겠다 했다. 역시, 글도 중요하지만 말로 들을 때 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주제강연자들도 다 좋았지만 토론자들도 각기 자료를 준비해와서 주제강연만큼이나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이런 이야기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싶고, 이게 고무적인 일에 그치지 말고 앞으로 일보 이보 전진하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 든다.

 

 

 

 

 

 

 

 

이 중에서 김향수 선생의 질병서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통증은 말하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니 말을 하게끔 만들고 그것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같은 증언 혹은 서사에 방점을 둔 연구방법이었는데, 이런 영역에서의 연구들, 돌봄이나 통증이나 하는 것들의 연구에서는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방법론이 아닐까 싶었고. 수전 손탁의 <은유로서의 질병>에 나오는 낙인이라는 선명한 주제는 여기에서도 계속 환기되고 있어서 다시한번 그 놀라운 사람에 대한 경의를 품게 된다.

 

돌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것이 사람의 생애주기 전반을 지배하는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 중심축에 젠더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젠더 이슈가 해결되는 국면이 보여야 돌봄의 문제들도 많이 해결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있다. 물론 시민적 돌봄이라는 주제를 말한 전희경 선생의 의견에도 일견 동의하고. 돌봄이라는 문제를 보상이나 환경개선 등의 문제에 국한하면 여기저기 헛점을 메우기에 급급해져서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철학과 체계를 가지고 접근하는 이런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이다.

 

세상은 넓고 똑똑한 사람은 많고 알면 실천하는 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뜨고 계속해서 공부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겠지. 아. 체력을 키우자. (이 무슨 생뚱맞은 결론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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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11-20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뇨, 너무 맞는 결론! 와우! 비연님 멋져요! 멋지게 알아가고 공부하고 결론내고 실천하는 체력 녀성!!!

비연 2020-11-20 19:46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체력을 키워야겠어요. 좇아다니면서 알아가려면~^^

다락방 2020-11-20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비연님 너무 멋져요! 관심 있는 분야에 시간을 투자하고 더 알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라니 ㅜㅜ 멋져요 멋집니다!!

비연 2020-11-20 19:47   좋아요 0 | URL
우히힝. 좋은 시간이었어요. 비슷한 고민들 논의들 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있는 거죠. 외롭지 않아요~

단발머리 2020-11-20 2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심 주제의 학술대회까지 섭렵하는 부지런함과 실천성에 물개박수 보냅니다!

비연 2020-11-21 16:30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건강형평성(Health Equity)에 관심이 많아서 이 학회 내용 늘 챙기는데(소소한 학회에요) 이번 주제가 이랬던 거죠. 참 놀라운^^
 


인생의 input과 output도 그렇고 일의 input과 output도 그렇고. output > input 이어야 가성비 높은 삶이 되는 걸텐데 말이다. 그 input이 무엇이고 output이 무엇이냐는 때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일의 input은 노력이 될테고 output은 ... 예전같으면 보람, 이라고 답했겠지만 이제는 돈.. 이라고 답해야겠지. 일했는데 돌아오는 금전의 양은 별로다 라고 한다면 그만큼이 보람이나 명예나 칭송이나로 채워지던가 하면 그나마 상쇄되겠지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 인생이 되는 것 아닐까. 나의 요즘은 몇 달전에 비해서 무지하게 가성비가 떨어지고 있는데, 그 나머지 부분이 뭔가로 채워지고 있는가, 문득 궁금해져서 도닥거린다. 


기본적으로 누가 나를 칭찬하거나 잘했다고 잘한다고 열심히 말해주는 것은 나의 기분을 낫게 하지 못한다. 그냥 그런가 보다.. 그보다는 내가 나한테 만족이 되어야 의미가 부여되는 게 나라는 사람인 것 같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지양하고 있는 일이, 그런 입으로 하는 부추김들인지라, 이런 것에 기분 좋아지는 스스로가 좀 더해지면 꼰대가 되기 딱 맞다 싶어서 말이다. 누구나, 그런 것에 약하고 그래서 어깨가 으쓱해질 수는 있지만 그런 것에 취하게 되면 나중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만 주위에 두게 된다. 쓴소리 하는 사람이 싫어지게 되는 순간, 소위 말하는 꼰대의 길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지. 그래서 항상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나이를 먹으니 그게 그렇게 쉽지 않고.. 나이먹을수록 귀만 얇아진다더니 달콤하고 띄우는 말들에 혹하는 게 사실인 듯 하다. 나이 많은 선배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고나 할까.. 아니다. 이게 꼰대의 첩경이지. 이해. 이거. 


가성비가 떨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능률의 문제인 것 같다. 예전에는 많은 일들이 주어지면 밤을 새서라도 하고 그렇게 몇날 며칠 쭉 달려도 괜찮았다. 그러니 시간을 좀더 폭넓게 쓸 수 있었던 게지. 지금은 일을 하려고 해도 피곤하고 힘들고 며칠 죽자고 하면 그 다음 며칠은 그로키 상태가 되니, 일의 양을 다 해치울 수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 나이를 먹은 거고.. 나이를 먹으면 이런 식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예전 생각하고 일을 하다간 너도 나도 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다. 술이랑 비슷한가. 예전처럼 술 먹었다가는.. 정말 아멘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걸 얼마 전부터 알게 되어서 가급적 많이 먹는 것은 자제하고 있는 중인데, 아마 이런 거랑 비슷한가 보다. 나이에 장사 있겠는가. 인정하고 내가 일을 조절해야 하는 때가, 내게도 드디어 온 것. 


















바빠도 책을 거를 순 없어서 <성의 역사 1>을 조금씩 꾸준하게 읽어나가면서 (이렇게 읽다간 내년에나 다 읽겠다 싶지만) 소설책 한 권도 집어들었다. 콩쿠르상에 빛나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제목이 정말 맘에 든다. 


요즘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에 대해서 말이 많은 모양이다. 사유리씨의 용기에 정말 경의를 표하는 바다. 아마도 이걸 계기로 사람들의 잠재된 욕망이 겉으로 표출되면서 결혼에 관계없이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로 출산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남자들은 대부분 , 아빠 없이 정상적인 가정도 아닌 데서 아이가 제대로 크겠는가, 아빠의 사랑을 안 받고 자라는 게 그 아이에게 행복한 일인가, 뭐 이따위 논리로 반대하는 것 같던데, 그렇게 생각하면 유복자나 한부모 가정이나 고아는 기본으로 불행을 깔고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아빠가 없다고 그 아이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누구도 남자가 아빠를 하고 여자가 엄마를 하는 가정을 정상적이라고 말한 적도 없다.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해서 그게 정상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예전에 보던 미드 내용 중에 그런 게 있었다. 어떤 상류층의 부자인 중년 남자가 있었다. 평소에는 아주 멋진 수트를 입고 많은 사람들의 리더를 하는 근엄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살해를 당했고 그래서 그의 주변을 파다 보니 그에게 비밀의 방이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거기서 그는 기저귀를 차고 아이 침대 위에 누워 손가락을 빨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 특히 엄마가 너무나 엄격하여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란 배경을 가져서 퇴화증상을 보이는 상태였다... 애정이란, 명칭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그 명칭만큼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엄마라는, 아빠라는 명칭 속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주는 사람도 있지만 안/못 주는 사람도 있고 어쩌면 더 심하게 아이를 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생물학적 아버지라야 그 아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아마도 남자들은 그런 대의명분보다는 자신들이 한낱 '정자기증자'로 전락할까봐 두려운 게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문제가 하나도 없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떤 결정이든 문제가 있다. 사유리씨의 아이가 크면서 아빠가 없어서 외로울 수도 있다. 아빠의 애정을 갈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황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지금부터 그럴 것이라고, 그런 일이 일어나서 그 아이 인생에 애초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이라고 단정지을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 라지 않는가. 


일하자.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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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1-19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장바구니에 퐁당 넣어놓았어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_ 제목 좋아요. 제가 꿈꾸는 세상 풍경 중 하나는 이런 게 있어요. 비연님은 저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주시고 저는 비연님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쳐드리는 거요. 책상에는 커피도 있고 마들렌도 있고 와인잔도 있고 와인도 있고 막 그래요. 그래서 공부는 조금 하고 나중에 놀아요 ㅋㅋㅋㅋ 오늘도 힘.

비연 2020-11-19 18:48   좋아요 0 | URL
수연님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을 상상해보니.. 입가에 미소가.. 우힛.

단발머리 2020-11-19 15: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꿈을 제가 응원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본적으로 누가 나를 칭찬하거나 잘했다고 잘한다고 열심히 말해주는 것은 나의 기분을 낫게 하지 못한다. 그냥 그런가 보다.

: 이건 말이지요. 득도한 분의 생활자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희일비하잖아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인데요. 그냥 누가 칭찬해주면 그 말을 3회는 반복한답니다. 진정한 득도인 비연님! 제가 심히 존경하옵니다!!!!

비연 2020-11-19 18:49   좋아요 1 | URL
흠흠.. 그것은 득도라기보다는... 흠흠.. 그냥 제가 좀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

라로 2020-11-20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풋과 아웃풋은 대부분 -가 아닐까요?? 그나저나 저도 단발머리 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비연 님은 득도하신 것 같아요!! 진정한 득도인은 알라딘의 비연 님!!!!! 멋지십니다!!^^

비연 2020-11-20 13:07   좋아요 1 | URL
(-)가 기본..그럴까요.. 흑. 단발머리님께도 답글 드렸지만.. 제가 남의 말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 듯 ㅠㅠㅠㅠㅠ 득도는 다혈질이라 안 되구요ㅠ

라로 2020-11-21 02:4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비연 님이 다혈질이라니 안 믿어져요!!ㅎㅎㅎㅎㅎㅎㅎ

비연 2020-11-21 07:26   좋아요 0 | URL
앗 ㅋㅋㅋㅋㅋ 글에선 안 보일 지 몰라도 ^^;;;
 

 

 

 

 

 

 

 

 

 

 

 

 

 

 

 

 

 

이 책이 괜찮다고 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냥 무작정 구매했는데, 사실 구매할 때부터 망설여지긴 했다. 표지가... 도대체 표지가 왜 이리 섬뜩하단 말이냐. 좀 예쁜, 아니면 좀 상징적인 그림으로 하면 안 될까 라는 마음이 생겨서, 이거 사서 침대맡에 두고 읽다가 잠결에 보면 뭔가 호러 찍는 느낌이겠다, 이러면서 망설이다가 결국 호기심을 못 이겨 구매했다.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애개? 싶은 거다. 책 판형도 작고 페이지수도 100페이지 조금 넘는 '작은' 책이었다. 시집같은? 근데 표지는 호러고?

 

그래서 그냥 놓아두고 안 읽다가 오늘 울산 출장을 가는 참에 짐은 많고 책 두꺼운 거 들고 갔다가는 허리 휘어질 것 같아서 이걸 불쑥 집어들어 갔다 이거다. <성의 역사>도 같이 가져가려 했으나, 어제 얼굴 밑에 두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 씻고 나오는 바람에 침대에 고스란히 남겨둔 채로 집을 나섰다는 건... 안 비밀. (얼굴엔 책 자국이 반나절은 갔는데..)

 

가는 기차에서 다 읽었다, 이 책. 근데 오. 재밌다. 내용은 어찌보면 평범하다.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던 아이가 FBI 요원이 되었고 잘 하다가 어느날 중국 여자아이들 서른 명이 냉동 육탑차에서 죽어 있는 걸 본 이후 킬러로 전환하게 된다. 이름은 조. 청부를 소개하는 매클리어리에게 의뢰를 받아 성매매업소에 잡혀 있다는 제보를 받은 보토 의원의 딸 리사를 구하러 간다. 구했다. 구했는데 그 이후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얘기다. 사실 이런 내용은 다른 스릴러 소설에서도 많이 쓰이는 내용임에도 이 책이 뭔가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건, 그 전개가 굉장히 담담하고 간결하다는 거다. 군더더기 기술이 없고, 조의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춰 쭉 진행되는 형식이다. 대사도 별로 없고 - 하긴, 이 짧은 책에 긴 대사 넣으면 끝나겠나 - 대단히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상당히 긴장하며 보게 하는 구석이 있다.

 

보통의 이런 류의 소설 같으면 이제 초반 들어갔구나 할 때 이 책은 끝난다. 이 작가가 아주 나를 조바심나게 하려고 작정한 것처럼. 실상이 드러나니 정말 구역질나고 피가 꺼꾸로 솟아서 얼른 영웅처럼 날아가 그 나쁜 저질 (육두문자 생략)들을 망치든 총이든으로 일망타진하길 바라는 나의 간절한 마음을 저 높이까지 올려놓고는, 불쑥 끝난다. 그러니까 어떻게 했다는 것이냐. 가서 원수를 갚았다는 것이냐. 무엇이냐. 가타부타 설명도 없다. 원본 책 간행연도가 2013년도인 것을 보면 이 작가는 이 뒤의 얘길 글로 알려줄 생각은 일도 없어 보인다... 흑.

 

 

 

 

 

 

 

 

 

 

 

 

 

 

 

영화로 나왔다고 해서 얼른 찾아보니, 있었다! 심지어 호아킨 피닉스가 나온다. 칸느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탔다는 얘기만 들어도 이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할 만 하다. 그닥 대사 없이 난해하게 풀어나갈 것이 분명. 그런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왓챠를 뒤지니, 오, 있다. 바로 '보고싶어요'를 누르고 어느날 와인 한잔에 이 1시간 40분짜리 영화를 보리라 마음 먹어본다.

 

이 책에서도 여전히 여성들은 피해자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조의 어머니. 말도 안되는 상황에 빠진 보토의원의 아내. 그리고 성매매업소에 납치되어 팔려간 열세살 소녀 리사. 모두... 대사도 별로 없이, 그냥 그렇게 희생되어 간다. 어쩌면 현실이 그런 지도 모른다. 소리쳐 얘기하는 사람은 빙산의 일각일 뿐, 어딘가 어두운 곳에서 더 많은, 더더 많은 여성들이 조용히 원치않게 죽어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무섭구나. 요즘은 세상이 무섭다.

 

*

 

오늘 회의는 울산에서 있었다. 가이드라인 심의하는 회의였는데, 음식서비스업 종사자(홀서빙 업무를 말한다)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대부분이 여성 근로자로,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일단, 이런 얘길 이런 식으로 일반론으로 펼친 자체에 부아가 치밀었다. 아울러 음식서비스업 종사자의 대부분을 '여성'으로 몬 것도 그렇고,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는 스트레스는 여성만 있다는 듯이 쓴 문구가 걸렸다. 이의 제기. 이 내용은 삭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약간의 반발이 있었으나 다시 얘기했다.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는 건 남성들도 마찬가지고 음식서비스업 종사자의 성별을 여성으로만 국한시킨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삭제가 맞다.. 다른 위원들의 지지를 받아 삭제 결정. 멋진 위원장님이 내 의견을 지지해주셨다.

 

뭐 이 문구 하나 가지고 그러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이 가이드라인을 만든 사람의 인식도 새롭게 해야 하고, 이 가이드라인을 읽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이런 류의 생각에 젖어드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글이 무서운 것은, 그냥 이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어서다... 다른 많은 제언들을 했지만, 난 오늘 이 작은 문구를 과감히 삭제하게 한 내게 (혼자서) 박수를 보냈다. 잘 했다, 비연.

 

*

 

이제 다시 <성의 역사>로 가자. 아직 1권이네? 우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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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17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권의 책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벽을 넘어야 하는가....저도 비연님 리뷰 없었으면 저 책 절대 안 읽었을 것 같아요 ㅋㅋ

비연 2020-11-17 01:13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게 말이에요~

블랙겟타 2020-11-17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삭제를 요구하시고 관철시킨 비연님께 저도 박수 보내드립니다👏🏼👏🏼

비연 2020-11-17 09:17   좋아요 1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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