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사 IN이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다. 이런 전화, 한두번이 아니긴 했다. 어디에서 전화번호를 알아내었는 지 두세달에 한번씩 전화가 온다. 정기구독 하라고.

나는 잡지를 정기구독 하지 않는다. 읽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서점 가서 제 돈 내고 산다. 왜냐하면 정기구독을 하면 그 이후에 끊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잡지를 받을 때는 기분 좋게 (내가 선택해서 구독했을 테니까) 읽다가 정기구독이 끝나갈 때쯤에 다시 정기구독하라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그래서 그 이전에 즐거웠던 기분마저 잡치는 경우가 있어서 말이다.

 

가끔 시사 IN을 사서 보고 있고 나도 이 잡지가 계속 나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조금 호의적으로 대답을 했나보다. 그 끈을 놓치지 않고 전화 건 사람은 계속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구저쩌구..그래서 내가 메일로 자세한 내용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지금 설명할테니까 구독신청을 하란다. 기분이 슬슬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분이 결정적인 한 마디를 했다. "주진우 기자도 지금 여기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주진우 기자를 팔다니. 난 좀 화가 났다. 다시, 메일로 보내시라고 하고.. 그랬더니 메세지로 보내겠단다. 그래서 그러라고. 끊었다. 메세지는 바로 왔고.. 얼마 후 전화가 울린다. 안 받아버렸다. 기실은 이렇게 전화를 하고 힘들다고 하는데, 그냥 정기구독을 할까 라는 마음이 있었다. 어차피 내 정보는 샜고.. 이 전화 계속 올 거 아닌가. 그리고 시사IN도 가끔이지만 보고 있고... 그런데 그 마음이 가셔져 버렸다... ㅠ

 

물론 잡지사가 어렵고 특히나 시사IN 같은 잡지는 더 어렵다는 거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런 건 아니지 않나 싶어서... 계속 찝찝했다. 이런 전화는 말이다. 계속 뭔가가 남는다. 내가 이런 것도 하나 구독 안 해주고.. 나쁜 사람 아니야? 라는 자책감이 남는다는 말이다... 제발 그냥 정기구독할테니 이런 전화는 안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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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9-09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에서 살면, 신문도 잡지도 구독하라는 전화는 안 오더라고요. 제 개인정보도 여러모로 많이 퍼졌을 테지만, 개인정보가 '학실히' 퍼져서,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한테는 아예 전화도 안 하는 듯해요. 처음 시골로 왔을 때까지만 해도 '땅 사라'는 전화가 곧잘 왔는데, 이제는 이런 전화조차 안 와서 아주 조용하답니다.

비연 2012-09-09 23:51   좋아요 0 | URL
된장님.. 정말 그런 전화는 안 왔으면 싶어요..ㅜ
개인정보가 다 샜다는 거, 인지하는 것도 그렇고, 구독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심란해지거든요...

2012-09-1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1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직이란 걸 서고 있다. 예전처럼 당직실이 있어서 공용전화기 하나 부여잡고 쭈그리고 앉아 신문이랑 TV랑 뒤적뒤적.. 그러다 이불에 들어가 잠자는 그런 당직은 아니다. 그냥 늦게까지 남아 있는 당직. 이건 뭐 감시도 아니고 불침번도 아니고 좀 애매한 것이긴 한데. 어쨌거나 순번을 정해서 매주 한두번 씩 당직이란 걸 서고 있다, 우린.

가끔, 내가 처음 회사 들어왔던 때랑 지금이랑은 참 많이 달라졌다 라는 생각을 한다. 생각하지 않아도 그것은 사실이고, 이럴 때 격세지감이란 걸 느끼게 되는 거지. 예를 들어서, 예전에 내가 회사 처음 들어올 때는 여자가 회사에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난 전체 입사자 중 한명의 여자였다. 그리고 배치가 되어서 갔더니 다 남자. 솔직히 나 스스로는 그다지 그때까지의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거기 부장은 틀렸다.

첫 입사날, 날 부르더니 첨 한다는 소리가, "여기 일이 힘들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내가 옮겨줄테니." 였다. 그리고는 한 달을, 책 한권 던져주고 아무 일도 안 시켰다. 난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집에 갔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송구한 마음이 앞섰었다. (그 때 한번만 그랬다. 그 이후로는 월급이 내가 하는 일보다 많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이 그렇듯이)

 

참다참다 못해 내가, 출장을 나가겠다고 했더니 (그 직장은 출장이 잦은 직장이었다) 흘깃 보면서 어떻게 네가 출장을 나가? 뭐 이런 표정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봤었다. 그 눈길, 그 표정이 지금도 하나 퇴색되지 않고 남은 걸 보면, 내가 그 때 꽤나 분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우겨서 나간 첫 출장은 험했지만, 다 하고 들어왔고, 그 이후로 나도 출장이란 걸 나갈 수 있는 직원으로 인정받아 엄청난 물량이 쏟아지곤 했었다. 그렇지만, 여자에 대한 인식 자체를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어제 후배를 만났는데, (물론 여자후배) 내가 예전에 다녔던 직장에 이번에 신입으로 들어간 후배다. 그 동안 참 많이 바뀌어서 여자들 수가 상당히 늘었고, 여자들이라고 깔보는 것도 많이 없어졌고... 여러가지 여건들이 참 많이 좋아져있었다. 난 잘되었다고 축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참 내가 어려운 시기에 직장생활을 시작했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었다. 내 윗선배들은 더했겠지....


내가 이런 생각을 왜 당직을 서면서 하느냐. 지금 사이트에 여자들이 좀 있는데, 당직을 서자고 우리가 먼저 건의를 했었다. PM(프로젝트 매니저)은, 상당히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어떻게 연약한 여자들을 당직을 세우냐. 내가 다 할께.." 라고 하셨었다. 그 얘길 듣는데, 참... 여전한 사람도 있구나. 어딜 봐서 내가 연약하냐... 무슨 삽질 하러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우겨서 당직을 서게 된 것. 그 분은 딸이 둘인데, "여자라서 공부 넘 안 시키겠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이니까...

그냥 든 생각이다.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예전의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어쨌거나 조금씩 나아지는 것에 위안을 삼고 살기에는 참 인생이 짧구나 싶기도 하고. 좀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게 된 후배들을 보면, 그래도 많이 변했지 그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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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9-0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신입사원 시절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가래침 범벅인 재떨이 닦던 기억을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에요. OTL

비연 2012-09-05 09:12   좋아요 0 | URL
으으으윽. 정말... 저희 신입 땐 어떻게 지낼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뜩. 조선인님도 그런 기억이..ㅜ

카스피 2012-09-1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조선인님과 비연같은신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도 회사에선 전 여자니 힘든것은 빼주세요 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더군요ㅡ.ㅡ

비연 2012-09-11 10:28   좋아요 0 | URL
그런 분들도 계시죠.. 요즘 사람들은 좀 더 한 듯.
일례로 저희 회사에 25살짜리 유부녀가 있는데 아이를 가졌습니다. 모성보호 차원에서 정시출근 정시퇴근이 원칙이죠. 그런데 회사가 멀어서 힘들다고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할 프로젝트 사이트에 보내달라고 징징..그래서 보냈더니 그냥 노는 겁니다...그런 분들 보면 정말, 예전에 제가 참고 살았던 게 다 허무해요.
 

 

낼부터 4일간 일본 北海道로 여행을 떠난다. 정말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유난히 설레네. 가까운 곳에 가서 짧은 기간 있는 거지만, 그래도 어딘가로 훌쩍 떠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라고 재삼 확인. 짐을 다 꾸리고, 이것저것 챙기고... 여자들은 어딜 가나 짐이 참 많아서 사일을 가나 사십일을 가나 그게 그거라고 한숨 푹...ㅜ 그래도 여름이라 짐이 좀 덜하다.

 

짐을 다 싸고 나서 마지막으로 한 일은, 항상 그렇듯이 책 고르기. 이번 여행은 엄마와 함께인지라 책을 한 권만 가져가기로 한다. 저녁엔 책에 머리를 파묻은 채 글자를 보기보다 엄마와 맥주 한캔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할 셈이다. 엄마랑 단 둘이 여행가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 아빠와 함께 움직이거나 동생네랑 가족 총출동여행을 가게 되었었다. 엄마랑 나랑은 마음이 잘 맞아서 가면 재미나게 잘 지내곤 했는데.. 이번엔 특별히 아빠가 휴가를 준 것. (기실은 아빠는 어러 번 다녀오셨고 곧 다른 여행 일정이 있는 지라 패스한 듯..ㅎㅎㅎ)

한 권의 책이라. 참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가벼워야 하고 - 그래서 하드커버 패스, 재밌어야 하고 - 그래서 이런저런 사회학책들 패스, 두께도 적당해야 한다 - 그래서 두꺼운 책들 다 패스. 그리고 나서 결국 고른 책은 이것.



나는... 남의 나라에서 내 나라의 문자를 읽는 게 좋다. 며칠이 되었든 외국말만 듣다가 보다가 내 나라의 말을 보기만 해도 미소가 떠오른다. 모국어란 그런 거지. 아무리 샬라샬라 한다고 해도 (그러지 못하니 더 답답..ㅜ) 모국어를 말할 때처럼 내 심정을 잘 전달할 수는 없는 게지. 그래서 외국 나갈 때 우리나라 사람 책을 한 권씩은 들고 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처럼, 한 권의 책만... 이라고 한정지을 땐 더더욱. 이 책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기에 선택에 대한 불안은 없다. 여행길에 나에게 빛이 되어줄 거란 믿음이 크다.

 



 


 

우리 엄마는 이 책이다. <좀머씨 이야기>. 기실은 이 책을 여러번 읽으셨는데, 유독 좋아하신다. 이 책을 손에 쥐고는 나한테 물으신다. "이 책 어떨까?" .. 그 분위기는 읽은 책을 또 가져가는 것에 대한 면구스러움이 묻어나 있다. 전혀 문제없지. "엄마, 딱이야. 얇고 가볍고 재밌고." .. 엄마는 방긋 웃으시며, 안심한 듯, 가져갈 짐 위에 살포시 이 책을 놓으셨더랬다.

일본 홋카이도의 어느 호텔에서, 엄마와 나는 이 책들을 각기 부여잡고 읽다가 슬며시 잠드는 며칠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추억으로 아로새겨질 테고.

 

 

 


 

 

다녀와서 사진들 올리겠다. 여름날의 홋카이도, 北海道. 아마도 겨울 못지 않은 정취가 있지 않을까. (방사능 수치가 걱정되어 찾아보았는데, 원전사고 이전과 비교할 때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치.. 그래서 회를 실컷 먹기로 결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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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12-08-1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의 여행이라 좋은데요^^
남의나라가서 내나라문자 읽는다는 어감이 참 좋게 느껴지네요
여행도 즐겁게 다녀오셔요~
다녀오셔서 즐거운 이야기들 들려주세요^^

비연 2012-08-12 01:29   좋아요 0 | URL
실비님~ 감사요^^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어올께요~

프레이야 2012-08-1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엄마와여행이군요. 행복한 여행 즐기고 오시길요. 여름 북해도 풍경 사진 기대하고 있을래요.^^

비연 2012-08-12 01:3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ㅋㅋ 엄마와의 여행, 참 좋은 것 같아요~ 풍경사진 많이 담아올께요. 기대하삼~

2012-08-14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6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덥다.

낮에도 덥고 밤에도 덥고.

그래도 오늘은 좀 덜 더운 밤이다. 내성이 생겼나?

 

약속이 저녁 7시 30분이라 눈치 엄청 보면서 6시 땡 퇴근을 하고 쏜살같이 차로 날아들어 운전을 해 서울로 왔다. 대개 그 시간에 나오면 서울 도착 시간이 아무리 늦어도 7시 10분 정도. 안심하고 나왔는데 이게 왠걸. 양재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한 게 30분이 지나도 그 자리. 그 자리. 안 그래도 밤에 잠을 못 자서 졸음이 막 쌓여 있는데, 차가 막혀 정지해있으니 자꾸 꾸벅꾸벅. 에구. 사람들이 더우니까 다들 차를 끌고 나왔나. 어쨌거나 약속장소 도착하니 8시 10분. ㅠㅠ 암튼 미친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반가운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간단히 백반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에 수다를 떨다가 헤어진 게 11시 20분쯤? 다들 아쉬워하면서 집으로. 그렇게 집으로 와서 씻고 어쩌고 하니 이 시간이다. 방금 올림픽에선 유도와 권총사격에서  금 하나씩 추가했다 하고 이 제 곧 가봉과의 축구가 시작된다 한다.

피곤한데, 그냥 자기 아깝기도 하고 열대야에 잠 설칠 거 생각하니 막막해서 그냥 앉아 있다. 난 그래서 이렇게 더위에 시달려서 살이 좀 빠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제인가 백화점에 문득 들러서 원피스 하나를 걸쳐보았었다. 모양새가 좀 페미닌하고 허리 쪽에서 리본을 가볍게 묶는 모양이었는데.. 입고 나오니 거기 점원하는 아줌마가 (흥!) 날 지긋이 쳐다보고 한다는 말이 ...

"나도 배가 나와서 이런 옷 입으면 잘 안 어울려요. A라인으로 풍덩한 거 입어봐요."

 

나.도. 라는 말은 그러니까 니 배도 나왔으니 얼른 딴 거 입어봐요 이 뜻인 게지... 흑. 열폭하여 그 백화점 폭파시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가... 나의 배를 지긋이 보니 과연..하는 현실 절감에 고개를 숙이고 얌전히 권해준 풍덩 옷을 입어본 후 조용히 돈 치르고 나왔다. 그 이후 요즘 살 뺀다고 선식과 과일로 연명 중이다. 덕분에 기력이 없어서인지, 더 덥고 지치는 것 같다.

 

살이 많이 찌긴 했다. 우리나라 여자들의 대부분이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정신병적인 증세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내 작은 키에 비해 점점 똥똥한 체형이 되어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 가끔 바지 단추가 튕~ 날아가기도 하는 거 보면 (챙피해서..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인 게지. 암튼 하이드님 페이퍼 보고도 다시한번 결심해보지만 하반기에 5 kg은 뺄 거다. 불끈.

 

 

이 와중에도 여행갈 생각에 책을 골라 읽고 있다. 물론 이렇게 도보로 다닐 생각은 없지만 그냥 느낌이라도 가져보려구. 다들 겨울날의 홋카이도만 얘기해서 여름날의 홋카이도를 보러 가는 건 정신나간 짓인가.. 했었는데, 이 책에 여름날의 홋카이도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적어놓은 것을 발견하고 오호~ 하면서 첫 장부터 열심히 읽고 있다. 홋카이도는 처음인지라, 이제부터 열심히 읽고 계획을 짜야겠다 싶다. 작년 1~2월에 일본 간 이후로 좀 뜸하다가 가는 거라, 기대가 크다. 특히나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특이한 곳이라 하므로.

 

그나저나 김남희씨는 요즘은 어딜 걷고 있는지. 급궁금해지는군. 하면서 공식사이트를 뒤져보니, 1년간 남미를 다녀온 모양이다. 끊임없이 길을 걷는 그녀가 부럽다. 그 모험심이. 그 자유로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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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조카가 하나 있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자아이. 엄청난 개구쟁이라 맨날 혼나기 일쑤인 아이지만, 내게는 단 하나뿐인 조카이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이다. 결혼을 안한 나로서는 한 아이가 태어나서 기고 걷고 옹알이를 하고 말을 하고... 하는 과정을 조카를 통해 처음 보았다. 내게는 기쁨 그 자체이고 삶에 대한 자세를 바로 할 수 있게 하는 존재이다.. (이 쯤에서 사람들은 나 보고 조카바보라고 한다..ㅜㅜ)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많은 책을 사준 것 같다. 내가 워낙 책을 좋아하다보니까 (이는 모든 알라디너들의 공통점이지만..ㅎ) 아이가 읽는 책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늘 연령대에 맞는 책을 사주는 공급책이었다고나 할까.. 서점에 가면 내 책도 보지만, 우리 조카 책도 항상 챙겨오게 된다. 요즘엔 책들이 워낙 많아서... 뭘 골라야 하나 망설일 판.

 


 

 

 

 

 

 

 

 

 

 

 

 

 

 

어제 내가 사다 준 책이다. 요즘 아이들 책은 이런 류가 많은 것 같다. 만화책 비스므레한. <마법천자문>과 <why?> 시리즈는 내가 즐겨 사주는 책이기도 한데. 사실 첨엔 이렇게 만화로 된 걸 자꾸 읽어서 될려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좀 고르기가 그랬었는데, 조카가 이 시리즈들을 좋아해서 이젠 새 시리즈물이 나오면 얼른 사다놓게 된다. 보더니 "와~ 고마와요, 고모. 우리 엄마는 이런 책 안 사줘요.." 보니까 올케는 이런 만화책을 잘 안 사주는 모양이다. 그러니 고마울 밖에..ㅎ

 

나는 어렸을 때 무슨 책들을 읽었었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 어릴 땐 이런 아이들을 위한 책이 거의 없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었고. 그저 동네 다니는 출판사 아저씨 불러다가 전집으로 사다가 전부 읽어댄 기억이 전부다. 내가 생각나는 첫 전집은 <세계위인전집>과 <한국위인전집> 이다. 각각 15권씩 구성된 책들로 계몽사인가? 에서 나온 걸로 기억된다. 그 책들을 정말 거짓말 좀 보태서 다섯번씩은 읽었던 것 같다. 읽고 또 읽고. 달달달 외울 때까지 읽었던. 그리고 다음에 생각나는 건, 금성출판사인가에서 나온 <세계명작전집>이다. 60권이 좀 넘는 전집이었는데, 세계명작들을 애들이 읽을 수 있게 요약해서 출간한 전집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그걸 샀었고 정말 열심히 읽었었다. 이런 전집들,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생각나면 들춰보곤 했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니 내가 살 수 있는 한 권짜리 책들이 조금씩 나왔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요즘 애들은 참 부럽기 그지 없지 뭔가.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산처럼 나오고 엄마 아빠와 그걸 고르는 재미가 있고 학습관련 책들도 만화로 재미나게 구성되어 있고. 요즘 아이들이 부러울 때는 그런 걸 생각할 때다.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마음놓고 고르고 읽을 수 있어서.

 

다음주에도 서점에 가서 조카 책을 골라봐야겠다. 이제 우리 조카도 오륙년 지나면 자기가 서점에 직접 가서 직접 책을 고르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해나가겠지. 아 그 날이 오면 섭섭하기도 하겠지만, 대견하기도 할 것 같고. 마음이 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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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2-07-1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요즘 애들이 책많아서 부럽다고 하는 건 비연님이 책을 좋아하시기 때문이죠. 책을 싫어하는데 읽을 거 많으면 괴로울 수도 있겠더라구요. 전 어릴 때 책 좋아했는데 아버지가 책 못읽게 야단치고 그랬죠. 매우 이상한 situation인 것 같은데요, 그 생각하면 갑자기 화나고 그렇답니다. 암튼 제가 비연님 조카였다면 어린 시절이 그렇게 외롭지 않았을듯해요.

비연 2012-07-15 23:31   좋아요 0 | URL
아..책을 좋아하니까 부러워하는 거 맞는 것 같아요..ㅎ 책 읽기 싫어하면 고역일 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어릴 때 아버지가 왜 책을 못 읽게 하셨어요? 공부하라고요? 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읽고 좋은 글도 쓰고 계시니..^^ 제 조카도 외롭지 않다고 생각해야 할텐데..고모 등쌀에 못 살겠다고 생각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