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사 선배들을 만나 맥주 한잔을 했다. 정년이 되어 나가신 분들인데, 상사였기도 하고 계시는 동안 내게 친절하게 해주시기도 해서 가끔 만나뵙고 있다. 나이 차이도 한참 나고 해서... 게다가 술 드시면 얘기가 삼천포로도 잘 빠져서 재미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은 내가 술을 안 먹으니, 정말.. 가끔... 힘들다 ㅎㅎ;;;;) 그냥 얼굴 뵙고 안부 드리는 차원이다.

 

간만에 뵈는 거라, 좀 비싼 집에 가서 따로 방 빌려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내가 회사 생활 힘들다고 얘길 했다. 아 실수였다. 그러니 왜 그러냐? 그렇게 된 거고.. 그래서 내가 이 얘기 저 얘기... 그 이후로는 "잔소리말고 잘 다녀" 류의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졌다. 알았습니다... 하고 중간에 끊으려고 몇 차례 시도하였으나, 흠... 실패. 결국 10시까지 훈계를..ㅜ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도 고맙다 싶기도 하고. 내가 요즘 힘들다고 너무 보는 사람마다 습관처럼 투덜대는구나, 보기 좋은 일은 아니다, 싶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최근에 계속 그랬던 것 같다. 아무나 붙잡고 짜증내고 투덜대고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실제로 그런 건 맞는데, 이 나이에, 이 회사경력에 그래서는 안되는 거 아닌가 라는 깨달음이 문득.

 

누구나 살면서 힘든 건데 말이다. 위기가 있고 또 그걸 어떻게든 이겨내고들 있는데, 나 혼자 힘든 것처럼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절대 좋아보이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문득, 많이 부끄러웠다. 그냥 그만 두면 쿨하게 그만 두면 되지, 이렇게 구질하게 굴지 말자. 라는 결심 아닌 결심도 하게 되고.

 

투덜거리는 것, 스탑. 이다.

 

*

 

이 책을 읽고 있다. 소스타인 베블런에 대한 관심은, 예전 경제사 책을 읽을 때부터 있어왔고 이 책도 한번 꼭 읽어야지 벼르던 거였다. 내용도 관심있는 내용이고 해서. 근데 번역이 좀 이상한 건지, 내 지식이 짧은 건지, 매끄럽게 쭉쭉 나가지질 않네..ㅎㅎㅎ;;;

 

처음 열 페이지 정도 읽었고 이번 주는 이 책에 빠져 보련다. 아. 물론 그 와중에 야구는 계속 봐줘야 하고. 나야 두산만 보면 되지만, 4-5위전부터 봐나가는 재미도 놓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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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10-1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 때 그랬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힘들다고 징지대는 거요.

머리로는 알고 있죠. 나만 힘든게 아니라 누구나 다 삶이 힘들다고. 하지만 저는 찌질하게 징징대는 걸 멈추지 못했어요.

나중에 후배 하나가 담담하게 자기 어려운 상황 말할때 부끄럽더라구요. 난 그 친구에게 막 징징댔는데, 그 녀석은 그토록 담담하게 말하다니.

가을 야구가 시작되었나봐요? 야구 안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예전에 열심히 야구 봤던 사람이 내가 맞았나 싶네요.

비연 2016-10-11 18:18   좋아요 0 | URL
어려울 때 어렵다고 말할 수 있어야 속에 병이 생기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길게 하면 그건 아니구나 했어요. 다들 그런 시기가 있는 거겠죠..? ... 가을 야구 시작했고 어제 오늘 4, 5위전인데 엘쥐 대 기아라 쫄깃한 즐거움이 있어요~^^

cyrus 2016-10-11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위 팀의 팬들이 가을 야구 즐기는 방법은 와카전부터 챙겨 보는 일입니다. 4년 동안 그렇게 보느라 즐거웠습니다. (아련~)

비연 2016-10-11 22:54   좋아요 0 | URL
이런... 삼숭팬이시군요..^^;;;; 저도 올해 내내 시즌중의 기쁨을 누렸고 이제 포스트시즌을 즐기니... 이게 꿈인가 싶슴다~ 그나저나 오늘 엘쥐와 기아 전은 정말 쫄깃한 경기였어요! 기아 넘 아쉬울 듯..

보빠 2016-10-1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블린이 지은 책 자체가 좀 매끄럽게 적지 않고 논리성이 약하죠.다만 제도 경제학 개념을 서양에서 처음으로 주장하다보니 중요한 책이 되었지요.

비연 2016-10-16 17:54   좋아요 0 | URL
아.. 계속 읽으니 좀 그런 것 같아요. 이 개념 자체가 새롭게 느껴졌을 거란 생각도 들고. 제가 완전 이해를 못한 건 아닌 것 같아 좀 안심인데... 암튼 술술 넘어가진 않아서 시간이 걸리는...ㅠ
 

 

지난 금요일날 회의를 갔는데, 아 올해 정말 될 일도 안 되고 안 될 일도 안 되고. 완전 失氣하여 집으로 와서는 (비까지 오더라) 바로 뻗어 잤다. 내리... 5시간을. 그리고는 자정 다 되어 일어나서는, 그래도 씻어야지 라는 양심의 호소에 힘입어 겨우 씻고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잠. 심지어 토요일 10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도대체 몇 시간을 잔 것이냐.

 

중국어 학원을 갈까 말까 하다가 아 그래도 그거라도 해야지 하고는 억지로 옷 끼워 입고 힘없이 나왔다. 몸도 사실 안 좋았고, 마음은 더더욱 안 좋아서 기운이 나야 말이지. 그런데 학원 갔더니, 세상에. 내가 주말마다 듣던 이 과목이 다음달부터 폐강을 한단다. 헉. 그다지 열심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폐강이라니. 이런 일은 처음이지 뭔가... 될 일도 안 되는 올해..라는 생각이 다시. 학원 끝나고는 만사 다 귀찮아져서 에라. 집으로. 하고는 집에 틀어박혔다. 맥주도 먹기 싫은 상태라, 야구 넋놓고 보고. 그래도 야구를 크게 이겨서 (시즌 마지막 경기!) 그나마 나쁘지 않네 하고 방으로 기어 들어와.. 뭐 하지? 하다가.. 영화나.

 

 

2012년 영화를 이제야 보는. 왜 이걸 안 봤지? 사실 이게 생각난 건, <질투의 화신> 조정석이 이름을 알리게 된 영화라고 들어서였다. 납뜩이 납뜩이 하는데 도대체 어떻길래? 하는 마음으로 본 것이지. 요즘 불미스러운 일로 이름 오르내리는 엄태웅이 나와서 좀 그렇긴 했지만, 이제훈도 나오고 해서 그래 유명한 덴 다 이유가 있는 거야 하고 봤다. 맨 처음 크레딧 올라가는데 조정석 이름은 나오지도 않아서 깜놀. 요즘 대세인데 불과 4년 전에는 조연 중의 조연이었구나.

 

아. 심정이 별로여서 그런가. 이 영화 보고도 한참을 울었다. 뭐야..ㅜㅜ <나의 소녀시대>랑 비슷한 컨셉이지만 좀더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우리네 추억과도 많이 닿아 있는 영화라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삐삐... ㅎㅎㅎ 지금 같으면 카톡 날리면 될 일을 그 때는 삐삐... 삐삐 치고 연락 오기만을 한없이 기다렸던 시절. 1기가 짜리 하드를 크다고 놀라는 주인공 심정 이해되고. 그리고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이 명곡을 계속 듣는데... 저 앨범, 정말 닳도록 들었었지 라는 기억이 새록새록 났었다. 나에게도 지금 있는 그 쟈켓의 앨범.

 

 

이거. 대학 가요제 나와서 대상 탈 때부터 눈여겨 보던 이들은, 결국 김동률 한 명만 활동하게 되었는데, 그 목소리는 여전했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흐르면서 사람 감동시키는데...으으흑. 근데 그 때도 강남 강북 이런 게 있었나. 라는 갸우뚱도 있었고... 순진한 남자 주인공을 보면서, 예전에 나한테 고민상담하던 남자애들 몇몇 얼굴도 떠올랐다. ㅋㅋㅋㅋ 울고 불고... 말을 못 해서 고민하고 술 먹고... 내가 좋아하는데 다른 애랑 친하다고 눈 둥그래져서 나한테 진상파악 하러 오고. (난 이런 고민상담의 데스크 역할이었다...ㅜㅜ) 그런 애들 얼굴이랑 겹치면서 어찌나 짠하던지. 그리고 납뜩이. 푸하하. 조정석이 이 때만 해도 퉁퉁하게 살이 쪄서 지금의 모습과는 매치가 안될 정도였지만, 연기 하나는 정말 웃겼다. 허세스럽지만, 의리있는 친구. 전형적인 모습을 재미나게 묘사해서, 자칫 지루한 첫사랑 이야기에 액센트를 더해주고 있었다. 조연으로 나와도 괜찮겠는데, 조정석? 하면서 많이 웃었다. 수지는, 다른 데보다 여기에서 제일 예쁜 것 같다. 국민 첫사랑이라더니, 풋풋하고 퉁명스러우면서도 정깊고 외로운 아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어색하지 않았다. 이제훈도 어리버리 대학 신입생 남자아이 역할을 잘 소화해내주었고. <시그널>에서의 그 모습만 생각하다 이 영화에서 어리숙한 모습을 보니 재미있기도 했고.

 

결국 작은(?) 오해로,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물어보지 짜슥.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차마 정말 그러면 어쩌나 싶어 도저히 물어보지는 못하고 냉정하게 대하는 남자 주인공을 보면서... 이런 게 엇나감이구나 했다. 첫사랑의 애틋함, 엇나감. 그리고 재회. 건축학개론 수업이 시작하고 끝나는 동안 꽃피웠던 첫사랑의 흔적은 십수년이 흘러 집을 하나 짓기 시작하여 다 짓는 동안 약간의 혼란은 있었을 지언정 잘 마무리되고...  영화는, 이제 각자의 삶에 충실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성인으로서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군더더기없이 잘 그려내고 있었다. 첫사랑의 애틋함을 다 지워낼 순 없겠지만 말이다.

 

근데 난 왜 그렇게 운 거냐. 나 참. 오늘 아침 일어나니 눈이 퉁퉁. 얼굴이 보름달. 뭐 한 거야... 그러고는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 나가기도 귀찮고 심정도 그렇고... 변명을 마음에 한가득 하면서 말이다.

 

 

2014년인가에 샀던 옌롄커의 <풍아송>을 이제야 들었다. 600페이지 남짓한 책인데, 처음에 아내의 불륜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이게 어떻게 600페이지를 다 채울까 걱정되었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이 내용을 600페이지에 어찌 다 담았지 싶을 정도로 스케일이 컸다. 역시 중국인이 지은 작품답게 묘사도 걸죽하고 세밀하고 해학적이라고나 할까 자학적이라고나 할까... 그런 이야기들이 그냥 너무 일상적으로 묘사되어져 있다.

 

하지만, 매우 좋은 작품이다. 별 다섯.

 

지식인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거짓 앞에 무너지는 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 와중에 지식인의 허울을 어느 새 던져버리고 그냥 날 것의 모습으로 세상을 대하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 양커씨의 이야기는, 파란만장해서 눈물겹지만 결국 묘한 감동을 준다.

 

이 책 처음 나왔을 때 북경대가 모델이냐며 (중국 최고의 대학이며 최고의 수재가 모인 대학이라고 계속 강조...) 비난과 질책이 쏟아졌다고 하지만, 옌롄커 본인이 밝혔듯이 무엇이 모델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자신의 내면 깊숙한 모순을, 비록 지식인이 아니라고 해도 해결하고자 하는 글이 아니었나 싶다. 읽으면서, 유쾌하지 않은 나의 깊숙한 마음을 들킨 느낌이 들어 흠칫스럽기도 했으니. 어차피 소설가는 사회 뿐 아니라 자아를 향해서도 말하는 존재니까. 그리고 설사 그것이 북경대 이야기라고 해도, 그게 진실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거겠지. (사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북경대 혹은 대표적인 지식인 집단이라는 교수 사회 얘기야) 심란한 마음에 읽었지만, 모처럼 집중해서 쭈욱 한 권을 내리 읽어내린 책이었다.

 

*

 

이렇게 주말이 갔다. 내일 회사 나가서 또 쪼일 생각하니... 아 배가 자꾸 아프다. 이거 무슨 학교 가기 싫어하는 초등학생도 아니고 큰일이지 뭔가. 게다가 의욕상실에 자신감까지 잃어가고 있어서 그게 더 큰일이다.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그나마 가뿐한 마음으로 나가야겠다. 쪼일 땐 쪼이더라도, 쪼그라들어서 출근하면 안되지...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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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10-0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일요일 밤이 되면 막 짜증이 나요. 내일 출근하기 너무 싫네요!

비연 2016-10-09 21:24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저만 그런 게 아니죠..?ㅜㅜ 게다가 금요일 회의 망가져서 내일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저로서는... 정말이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나 돼지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비유가 적절한지 잠시 생각..ㅜ)

감은빛 2016-10-0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정도의 차는 있어도 대부분 직장인들이 그럴걸요. 싫은 소리 들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시라면 더욱 힘드시겠어요.

저도 그런 경우 여러번 당해봐서 정말 공감합니다!

그래도 부디 힘내시고, 잠은 편하게 주무셨으면 좋겠네요.

비연 2016-10-09 21:55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감사해요...흑흑. 힘내야죠. 영차! 님도 굿나잇요~
 

오늘 <질투의 화신> 보다가 가슴이 콩닥콩닥콩닥닥해서 ..

대사며 화면이며 내용이며 사람 넘 설레게 하네요. 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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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6-10-07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쵸요.
하트뿅뿅 날리면서 봤어요. ㅎㅎ

비연 2016-10-07 07:55   좋아요 0 | URL
저도 하트뿅뿅~

단발머리 2016-10-07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햐아아~~~
이 글을 거미가 싫어합니다^^

비연 2016-10-07 09:53   좋아요 0 | URL
거미 ㅋㅋㅋㅋㅋㅋ

오거서 2016-10-07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클라이맥스! 좋아들 하는군요. ^^

비연 2016-10-07 09:54   좋아요 0 | URL
어제 노트북으로 보고 있는데 이 장면에서 서버 다운...;;;; 펄쩍 뛰어나가 텔레비젼을 켰다눙 ㅜ
 

 

네이버에서 영화를 다운로드 받아달라고 한 조카 덕분에 돈을 적립해두었더니만, 괜히 나도 보고 싶은 영화를 다운로드 받을까 키보드를 만지작거리게 되더라. 그래서 어제 밤에 <나의 소녀시대>라는 대만 영화를 다운로드 받았다.

 

사실 무지하게 유치하다. 고등학생들의 뻔한 첫사랑 이야기. 폭탄머리의 여자아이가 있고 인기절정의 새침떼기 이쁜 여자아이가 있다. 이들은 이웃. 그리고 학교에는 전교 1등의 엄친아가 있고 조폭 뺨치는 싸움짱인 남자아이가 있다. 당연히 폭탄머리女는 엄친아를 좋아하고 (눈에서 하트 뿅뿅), 싸움짱인 남자아이는 이쁜 여자아이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행운의 편지(아 이게 얼마만에 보는 것이냐. 대만에도 있었다니!)가 폭탄머리女에게 날아오고, 착해빠진 주인공은 고민하다가 써서는 고약한 담임과, 이쁜 여자아이와, 그리고 싸움짱에게 보낸다. 그런데 싸움짱이 그걸 보다가 차에 부딪혔다 이거지. 그렇게 해서 시작된 둘의 인연.

 

그렇게 이 사건 저 사건 얽히고 섥히면서 둘은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말은 못하고 둘다 다른 애를 좋아할 거라 생각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폭탄머리女는 사랑의 감정에 잘 보이려고 예쁜 머리모양으로 바꾸고... 그녀의 이름은 그러니까, 린전신(林眞心). 이름부터가...ㅎㅎㅎ 이 린전신은 유덕화팬. 아 나도 그런 배우 있었다. 장국영. 사진 모으고 영화 보고 ... 나의 학창시절이 떠오르는 그 지점. 만우절에 저세상으로 갈 줄은 그 땐 몰랐지. 으흑. <첨밀밀>이라는 영화에서 등려군의 노래가 이들을 잇는 오작교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유덕화가 이 영화에서 이 둘을 잇는다.

 

이 상투적인 영화가 왜 그렇게 마음에 콱 박히던지. 아 정말..ㅠ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봤다니까. 나 이거 왜 이러지. 이러면서 헉헉 울면서 봤다. 둘이 헤어지는데 마음이 막 미어지는... 주책 비연...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게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도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이었다는) 인기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다가 관객수가 많아서 한참이나 안 내려지고 걸려있었다. 그래서 뭔가 싶어서 봤던 거였는데 말이다, 말이다. 괜히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해서 그런가. 그 아이들의 그 순수함을 보면서 이젠 해져버린 나의 이 마음이 슬퍼서 그런가. 누굴 좋아했던, 아무 사심없이 좋아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가. 암튼... 울면서 보는데 참 한심스러웠다...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좋았고. 근데 남자아이의 성인 배우는... 이런. 환상 깨지게 무슨 강아지 같은 남자가 나타나서... 쩝.

 

암튼 뭐. 유치해도 옛날 생각도 많이 나게 하고, 나쁘지 않았다.. 고 슬며시 고백을 한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고!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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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6-10-0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상영하기 전부터 벼르고 있었어요. 보고싶어서요.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에서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죠.
유치하지만 추억 돋는 영화. ㅋㅋ

비연 2016-10-07 09:55   좋아요 0 | URL
추억돋다... 아 이말이 딱 들어맞는 영화 같아요~ ㅎㅎ
 

 

 

 

 

 

 

 

 

 

 

 

 

 

 

 

휴가였고, 조카와 엄마와 이 영화를 보러 갔었다. 그리고 보는 내내 울고 싶었다. 아 이게 실화라니. '남의' 나라 실화라니.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새떼가 덤볐고, 그래서 양쪽 엔진이 못 쓰게 되었고, 관제탑에서는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라고 했지만, 설리 기장은 경험상 다른 건물에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허드슨강에 착수(水)를 한다. 강에 착륙해서 비행기 탑승자가 온전한 적이 없었다며 절망하는 관제사. 하지만, 기장은 안전하게 착륙을 시켰고 매뉴얼에 따라 손님들을 대피시켰으며 끝까지 남아 비행기 내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 지 살폈고, 배에 가장 마지막으로 올라탔으며, 생존자가 자신을 포함한 155명인지를 확인했다. 구조시간 24분. 주변의 배들이 다 왔고 헬리콥터 떴고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155명이 살았다. 전부. 한명도 빠짐없이.

 

다 살았다고 영웅시하는 언론과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내부적으로 조사위원회가 열린다. 기장이 개인 판단으로 승객들을 위태롭게 한 것이 아니냐는 조사. 시뮬레이션과 각종데이터의 분석. 이것은 기장을 문책하려 하기보다는, 이후에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행동지침이 될 수도 있기에 관련 전문가가 다 모인다. 그런데, 시뮬레이션 결과 회항이 더 적절했다는 판단이 내려지고... 공청회 날, 설리 기장은 시뮬레이션을 다 보고 나서 얘기한다.

 

당신들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사고에, 대응지침도 없는 사고에, 인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 알아보고 판단하고 하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이것은 다양한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흡수하여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래서 비상착륙까지 든 시간 204초에서 35초를 판단 시간으로 넣어 다시 시뮬레이션. 놀랍게도 다 실패. 회항은 실패였다. 기장의 판단이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인적 요소. 이 말에 왜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는 지.

 

이 영화를 보면서, 세월호 생각을 안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도 저 담요에 싸여 구출되는 사람들을 보고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다면. 살았음에 감사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면. 책임자들을 영웅이라고 칭송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수많은 가정들을 했고... 감정을 이입시킬 수 밖에 없었다. 비행기가 강물에 충돌을 했는데도 다 살았는데, 배가 바다 위를 가다가 가라앉는 동안 대부분을 못 살렸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저게 '남의' 나라 실화라는 게 화가 날 정도였다.

 

기장은 영웅이다 대단하다 고 했을 때 설리 기장은 대답했다. 내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해낸 거다. 승무원, 승객, 구조자들... 모두가. 우리는 구조자들이 정신적 trauma 상태로 살아가다가 저 세상으로 가곤 하는데... 그들은 모두가 영웅이라고 말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선망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다 잘한다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사고에 대응하는 모습들, 그리고 그 사고 이후에 철저히 분석해서 대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실 부럽다!, 짜식들 부럽다! ... 했다. 이 영화를 가슴 벅차게 보는 게 아니라 코끝 찡해가며 눈물을 흘리며 봐야 하는 우리네 신세는 더 비참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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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04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마저 홀대하고, 외면합니다.

비연 2016-10-04 18:35   좋아요 1 | URL
그래서 희생하면 손해라고 생각하게 만들죠...ㅜㅜ
오늘 조카가 이렇게 묻더라구요. 저럴 땐 어떻게 해야 해? 나만 살면 돼?
아.. 할 말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얘도 세월호를 알아서. 그리고 저도 아니까... 침묵...이 흘렀습니다.

cyrus 2016-10-04 18:37   좋아요 0 | URL
이런 복잡한 상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막막합니다. ㅠㅠ

비연 2016-10-04 18:40   좋아요 0 | URL
할 말이 점점 없게 만드는 거죠... 이 모든 상황들이.

단발머리 2016-10-0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 행크스의 백발이 눈에 띄었는데, 이 영화였군요.
아.... 정말..... 이런 상황에서도 다 구조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세상에...
특조위 해체시키고 세월호 파손하고.... 정말 답이 안 나와요. ㅠㅠ

비연 2016-10-05 09:59   좋아요 0 | URL
ㅜㅜㅜ 단발머리님... 앞이 안 보입니다...;;;;

단발머리 2016-10-0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고편 보고 왔어요. ㅠㅠ

누구 아직 계세요? ......
진짜 눈물나네요.........

비연 2016-10-05 09:59   좋아요 0 | URL
영화를 전부 다 보고 나면 먹먹함과 분노가 범벅이 되어 버려요...ㅜㅜ

고양이라디오 2016-10-05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사고입니다... 구조시간 24분 155명 전원생존... 너무나 슬프고 비참하네요.

비연 2016-10-05 10:00   좋아요 1 | URL
이 영화는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정말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아요...
우리는 그 대척점에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겠죠 ㅜㅜ 말하고나서도 참 어이가 없네요.

낭만인생 2016-10-0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분은 이 영화보고 더 화가나서 죽을뻔 했다고 하네요.. 자꾸 세월호가 생각이 나서. 듣기만 해도 화가 납니다. 왜 우린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좋은 글 감사합니다.

비연 2016-10-05 23:05   좋아요 0 | URL
낭만인생님... 마치 세월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든 영화 같았어요.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