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여행은... 생각보다 즐거웠고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냥 타이베이만 다녀왔으면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을텐데, 일주일의 시간동안 타이베이 있는 건 너무한 일이야 라는 생각에 타이난과 까오숑까지 내려갔던 게... 너무 더웠다. 정말 너무 덥더라. 나 혼자면 아무 데나 퍽 퍼질러 앉고 이렇게 할 수 있었을텐데, 연로하신 부모님과 함께 하다 보니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전 일정 마치면 호텔에 와서 몇 시간 쉬고 점심도 먹고 하다가 다시 오후 일정 하나 하고.. 이런 식으로 지내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 보니 부모님이 많이 늙으셨구나 라는 게 많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몇 년 전과는 또 다른 양상이라서, 걷는 것도 많이 느려지시고 깜빡 깜빡 하는 것도 늘어나시고, 무엇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셨더라. 못 알아듣고 못 따라오는 거에 꽥 꽥 짜증이나 내는 딸을, 그래도 같이 다녀준다며 좋아하시는 것에 마음이 더 아팠다. 자식은 정말 끝까지 웬수인 거지..ㅜ 가장 큰 효도는 시간을 함께 하는 거라는 말이 있듯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좀더 늘려야 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다녔다. 내가 짜증은 내지만, 그래도 부모님을 외롭게 해서는 안되겠다 그런 생각. 이눔의 짜증을 좀 줄여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우리 엄마 아빠는 여전히 몸도 마음도 정신도 건강하신 편이라 감사할 뿐이다. 부모님 주변을 보면 힘들게 늙어가시는 분들도 여럿이라 상대적으로 더 그런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적절한 돈과 구질하지 않을 품위를 유지하면서 건강해야 하는 거다. 몸이 아픈데 돈이 무슨 소용이고 명예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저 내몸 하나 건강하게 유지하면 어디를 가도 가고 누구를 만나도 만나는 것을. 그런 점에서 우리 엄마 아빠에게 다시한번 감사 감사.. 나와 함께 아직은 해외여행도 다니실 수 있는 상태이니. 잘 드시고 잘 다니시고 구경하면서 이것저것 함께 얘기도 하고. 돌아보니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 그렇게 여행을 다녀온 게 그제. 어제는 모두들 집에서 확 뻗어버렸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역시 우리나라 밥이 최고야 이러면서 밥만 새로 해서 김에 김치에 기본 반찬에 허겁지겁 맛나게 먹고 나서는 커피 한잔 하고 쭈욱 누워 자고...하하. 그랬더니 조금 피곤이 풀리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거뜬히(!) 일어나 나와서 스타벅스에서 일하겠다고 도닥거리고 있으니. 월요일에 출근도 해야 해서... 주말에는 밀린 일이나 좀 하며 쉬엄쉬엄 지내야겠다...

 

아 어제 쉬면서 조르주 심농의 책을 꺼내들어 읽었다.

 

심농 책의 매력이 담뿍 느껴지는 18번째 책이었다. 예전에 나왔던 걸 쭈욱 읽다가 잠시 멈췄었는데 요즘 20권부터 다시 나오길래 읽겠다 했는데... 다분히 감성적인 톤의 책이었다. 중년에 이른 사람들의 지친 모습들도 묘사가 잘 되어 있고. 다양한 인간군상간의 얽히고 섥힌 관계 또한 야단스럽지 않게 그려져 있고. 이제 메그레 경감이 자발적 은퇴를 앞둔 소회도 곁들여져 있고 말이다. 다들 연휴 끝날 즈음에 심농 책 한 권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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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7-10-07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비연님 좋은 책 추천 고맙습니다♡♡즐거운 여행기도 감사드려요♡♡♡

비연 2017-10-07 15:21   좋아요 1 | URL
clavis님~ 연휴 잘 보내고 계시죠?
아... 휴일은 왜이리 휭~ 지나가는지요ㅠ
그래도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힘내 보아요^^

clavis 2017-10-07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급한 불 끄고..마무리하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고요한 밤시간이 되었네요♥비연님 평화로운 밤 되시길요...

비연 2017-10-07 21:22   좋아요 0 | URL
님두요~ 평화로운 밤. 피이~쓰 ^___^
 

 

올해 추석연휴에는 부모님과 함께
타이완의 이곳저곳, 남부까지...
타이베이, 타이난, 까오숑, 지우펀, 스펀, 찐꽌시...를
일주일간 다녀왔습니다.

Very happy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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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하늘이 가을 하늘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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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17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찌찌뽕!! 저 오늘 하늘 너무 좋아서 사진 여러개 찍었어요!

비연 2017-09-18 00:22   좋아요 0 | URL
우히히. 다락방님과 찌찌뽕이라니 저절로 웃음이~ 그나저나 오늘 하늘 정말 끝내주었죠?^^
 

 

좀 서늘하더니만, 어제오늘은 날이 정말 눈부시다 라는 표현이 맞겠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요일의 투썸인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 들만치 좋다.

 

어젠 몸살 기운이 있어서 이 좋은 날에 집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잠만 잤다. 그 와중에 책은 읽겠다고 품에 안고 말이다. 무겁기까지 한 책을 가슴이 팍 안고 잤더니 어깨가 다 뻐근하다.. 쓸데없는 짓을... 쯧쯧.

 

 

그러나 그 와중에도 이 책을 다 읽었다는 것. 상.하권 중에 상권 하나 다 읽은 걸로 뭐 그리 감격을? 하겠지만 이넘의 책 두께가 500페이지다. 그러니 앞으로 500페이지를 더 읽어야 한다는 것이고. 고전소설의 특징인, 초반 도입부에서부터 아주 느릿느릿 진행되는 전개과정에 중간쯤 까지는 이거 읽어 말어? 하고 있었는데, 상권이 끝날 때쯤에는 매우 흥미진진해져 버렸다. 그래서 상권 덮고 두말 없이 하권을 꺼내들었다. 뭐 아직 시작은 하지 않았지만.

 

도스토예쁘스키의 소설들은 인간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는 것.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이고. 그래서 이 작가의 소설을 마치 경전인 듯 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이 작가를 매우 매우 좋아하고 읽을 때마다 감동하고 있는데, <백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악령>이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소설을 볼 때의 감동은 아직 솟아오르지 않고 있다. 아마도 초기작품이라 그런 지도 모르겠다. 다만, 전개가 되면 될수록, 아.. 사람의 이 복잡미묘한 심리를, 때로는 병적일만차 오락가락하는 그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은 여지없이 느끼고 있다. 집에 <악령>을 사두어서 이 다음에는 <악령>을 읽을 참이라 워밍업이 되는 느낌이다.

 

 

<백치>의 두꺼운 상권과 하권 사이에 끼워넣어 읽겠다고 꺼낸 건 정유정의 <종의 기원>이다. 작년에 정유정의 <7년의 밤>을 읽고 꽤나 감탄했던 터라 바로 <종의 기원>을 사두었더럤다. 이걸 읽지 않고 계속 미룬 까닭은, 알고보니 내용이 좀 섬찟해보여서 마음도 계속 울적한데 읽으면 그 울적을 더할까 두려워 다소곳이 책장에 그대로 두었다... 라는 거고.

 

 

이제야 읽을 마음이 든 건, 이젠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만치 읽고 싶다는 욕망이 커져서였다. 왠지는 설명이 안되고..허허. 어제 새벽에 잠시 읽었는데, 오. 이 작가. 정말 문제적인 작가구나 싶다. 인간 심정의 밑바닥을 그려내는 솜씨가 탁월하구나 라는 생각. 우리나라 현대 작가 중에 꽤 괜챦은 작가로 남을 수 있겠다 라는 느낌.

 

물론 약 100페이지가량 읽은 내용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한유진이라는 사람이 일인칭 시점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들은... 결말까지 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무섭다고나 할까... 누군가의 시커먼 구멍을 보는 것 같아서 두렵다고나 할까... 그래서 새벽녘에 읽다가 일단 덮었다. 더 읽으면 잠을 자기 힘들겠다... 내용의 흡인력도 대단해서 더 읽으면 정말 잠을 자기 힘들겠다... 일이 많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라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나오면서도 이 책을 꾸역꾸역 챙겨나온 건... 웅. 이래선 안되는데. 혹시 일하다가 피곤하면 잠깐 읽을까 라는 핑계를 대며 가방에 쓰윽 넣었다. 이거 읽기 시작하면 오늘 일은 끝.. 이라는 느낌도 있었으면서. 그래서 우선 일부터. 라며 자료들을 다 꺼내놓고 이 책은 저 멀리 두었다. 날 읽어 날 읽어.. 라고 쳐다보는 것 같아 애써 외면하며.

 

아 날도 좋은데... 놀러도 못가고. 라는 불평감은 버리기로 했다. 이 화창하고 평화로운 날이 일요일이라는 것, 그래서 내가 느즈막히 나와서 빛나는 햇살을 바라보며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렇게 깨끗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러기 위해 내가 세상에 이렇게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에 안도감과 기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런 날, 두산은 야구를 이겨야 한다. (이 왠 삼천포???) 그러면 나의 이 멋진 일요일의 결말이 더욱 멋져질거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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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9-17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치> 갈수록 재밌어질겁니다! 저도 <백치> 읽고 다음으로 <악령>을 읽으려고 했는데 텀이 많이 길어졌네요. <악령>도 보고 싶고 <7년의 밤>도 읽고 싶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비연 2017-09-17 13:55   좋아요 1 | URL
오 그렇게 말씀하시니 안 그래도 기대되는 하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네요~ 도스토예쁘스키 책들은 일단 길어서, 읽으려고 들면 작심을 해야 한다는 게 문제임다 ㅎㅎ 고양이라디오님도 좋은 하루요!^^
 
오랜만에 이벤트

 

다락방님이 오랜만에 마태우스님의 책을 5분에게 증정하는 이벤트를 한다고 하는 페이퍼를 읽고,

문득 나도... 이벤트를? 이라는 따라쟁이의 마음이 생겨버렸습니다. 으하하. 따라쟁이 비연...우힛.

 

다만, 같은 책으로 이벤트를 하면 재미가 반감될 우려도 있고,

마태우스님의 책은 워낙 많은 분들이 아시니 많이들 사실 것 같기도 하고,

또 내가 꼭 추천하고 싶은 저자의 책이 나와서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소방공무원, 쌍용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생존 학생, 동성애자…
현장에서 이루어진 연구들, 함께 생존하고 함께 건강해지는 법을 말하다
“사회적 원인을 가진 질병은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 알라딘 책 소개 중에서

 

저자인 김승섭교수는 사회적 약자, 소외된 자, 그늘에서 외롭게 일하고 있는 자... 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젊은 학자입니다. 페북으로도 많이 알려진 분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자신의 신념을 올곧게 쭈욱 밀어붙이며 그 깊이를 더하는 사람에게 큰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320페이지라는 짧지 않은 책이지만, 한번쯤, 사회적인 질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일 거라고 생각되구요.

 

 

 

 

그래서, 이 책으로 이벤트를 하고자 합니다.

 

댓글 선착순으로 3명 까지 책을 보내드릴게요.

이름, 전화번호, 주소 3종세트를 댓글로 달아주세요~

 

이 가을, 좋은 책으로 마음이 흥하는 날들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뱀꼬리) 이벤트 했는데.. 아무도 대꾸가 없으면 어쩌나 문득 불안감 엄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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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7-09-17 00:06   좋아요 1 | URL
제가 감사하죠~
좋은 책, 잘 읽으시고 감상평도 올려주세요~^^
지금 바로 주문했어요! 곧 받으실거에요~

2017-09-16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7-09-17 00:06   좋아요 1 | URL
읽어보고 싶은 책을 선물할 수 있다니 정말 좋습니다~^^
지금 바로 주문했어요! 곧 받으실거에요~

쎄인트saint 2017-09-18 13:13   좋아요 1 | URL
평안하시지요? 보내주신 귀한 책 ..잘 받았습니다.
차분한 머그컵도 함께 왔네요..잘 읽고..잘 쓰겠습니다.
몸과 마음 평안하신 날 되십시요~

비연 2017-09-18 13:14   좋아요 1 | URL
아 잘 도착했다니 다행임다~
즐독하시길요^^

북프리쿠키 2017-09-17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의 나눔에 박수를 ~ 짝짝짝!!^^

비연 2017-09-17 00:19   좋아요 1 | URL
우히히~^^;;
책나눔은 기쁨인지라~

2017-09-17 0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7-09-17 11:09   좋아요 0 | URL
제가 추천해서 읽어보고 싶으시다니..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는..^^;;
그래도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거에요~ 지금 바로 주문 들어갑니다~

다락방 2017-09-17 0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너무나 참여하고 싶지만 다른 분께 양보하겠습니다.
라고 썼는데 이미 마감된 것 같네요. 하핫.
응원합니다!!

비연 2017-09-17 11:10   좋아요 0 | URL
우히힛. 감사합니다~ 담엔 참여해주세요!^^

비연 2017-09-17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 분이 바로 신청해주셔서 정말 감격입니다~^^
이벤트할 때 불안불안했는데 말이죠. 다음엔 돈 많이 모아두었다가 더 큰 이벤트로..ㅎㅎㅎ
우선, 이번 이벤트는 세 분이 채워져서 마감.입니다~

단발머리 2017-09-17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이벤트도 너무 너무 좋은대요.
걱정도 잠시~ 금방 마감된거 축하드려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알라딘 이벤트^^

비연 2017-09-18 09:09   좋아요 0 | URL
다음에 또 이벤트 할게요~
책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했는데 금새 댓글이 달리는 걸 보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에요^^

사랑은 야야야 2017-09-19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잘 받았습니다! 상자가 꽤 무겁다 했더니 예쁜 머그컵도 있네요! 책도 양장본에 묵직한 느낌이라 아껴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비연님 넘 감사드려요! 잘 읽을게요~

비연 2017-09-19 23:05   좋아요 0 | URL
잘 도착했다니 다행입니다^^
머그컵은 기념으로다가 ~ㅎ 재미나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