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읽는 스릴러. 이러면서 집어든 책이 넘 두꺼워 그만 주말을 넘겨 오늘까지 읽고 있다. 하긴 존 카첸바크의 책을 스릴러라고 한다면 좀 섭섭한 일일 수 있겠다. 스릴러의 재미는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내밀한 본성을 아주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묘사하는 작가니까. 나는 아마도 스릴러라고 집어들었다기보다는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책은 전쟁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이다. 일종의 법정 드라마. 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서 공군항법사였던 토미가 연합군 수용소에 들어가 체류하게 되고 거기에서 어떤 백인의 죽음을 만나게 된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그 전부터 그 백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흑인' 군인 링컨 스콧. 하버드에서 법을 전공한 토미에게 이 흑인의 '형식적인' 변호사 역할이 주어지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게 되었다. 흑인에 대한 여전한 편견이 여과없이 나타나고 토미는 그의 무죄를 믿고 변호를 준비하는 장면...까지를 읽어내었다. 아마도 이 뒤에는 뭔가 무서운 음모 같은 것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아 흥미진진해. 뒤 내용이 궁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존 카첸바크의 번역된 책은 다 가지고 있다. 다 재미있게 읽었고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이나 <애널리스트>는 소장하고 싶은 책이기도 해서 절대 중고샵에는 내놓지 않을 작정이다.

 

 

 

 

 

 

 

 

 

 

 

스콧이 눈을 가늘게 뜨고 늙은 영국군 조종사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다른 미국인 동료들이 날 죽이려고 하는 동안 말입니까?" 그가 눈에 띄게 신랄하게 말했다. "내가 알기로 믿음이란 신뢰를 얻은 사람에게 남아 있는 최고의 선물이지 요구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믿음이란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겨나는 겁니다. 상공에서 나란히 비행하는 중에 심한 옆바람에 흔들리면서, 메서슈미트와의 싸움에 함께 뛰어들며 생기는 거죠. 믿음은 가지기 힘들지만 한번 가지면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겁니다."
- 존 카첸바크, <하트의 전쟁 (Hart's War)> 중에서.

믿음에 대해 참 공감가게 쓴 글이라 옮겨 놓는다. 믿음은 가지기 힘들어서 한번 가지면 좀처럼 없어지지 않지만, 그 믿음이 배신으로 다가올 때는 정말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정도의 냉정함으로 바뀌기도 한다. 여러번 경험했고 그게 믿음으로 다시 돌아서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이 책, <하트의 전쟁>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브루스 윌리스와 콜린 파렐이 주연으로 나오는. 역시나 책보다는 한참 못했고. 책보다 나은 영화가 어디 흔하던가. 그 때 포스터를 보니, 브루스 윌리스가 10년 전만 해도 참 젊었었구나 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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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도 어디 1박이라도 하는 일이 있으면 짐 싸면서 무슨 책을 가져갈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게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내일부터 2박 3일간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합숙교육을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 짐을 싼 후 읽고 싶은 책을 뭘 가져갈까 고심 고심하다가 한 권 집어 넣었다..ㅎㅎ 두세 권 가져가고 싶으나 (다른 데 여행가는 거였으면 그랬을터) 교육이 대부분 8시에 시작해서 9시쯤 끝나도록 스케줄링이 되어 있어서 괜히 무게만 나갈 것 같아 과감히 포기.


 

 

요 책을 넣었다. 시인이자 비평가, 그리고 독서광이라는 장석주.  도대체 직업과 병렬로 이어진 이 '독서광' 이라는 명칭이 주는 무게감이란. 그가 서른 명의 철학자들과 서른 개의 사물을 절묘하게 연결하여 쓴 에세이이다. 이미 읽기 시작했는데 오. 재미있구나. 라는 생각이 몽실몽실. 보나마나 지루할 교육 일정에 한 줄기 빛을 더해줄 책이라는 확신이 든다.

 

 

 

 

 

 

 

 

 


 

 

<마흔의 서재> 정도 알고 있었는데 장석주씨가 쓴 책이 꽤 많았다. '독서광'임과 동시에 '다작가'라는 생각을 문득 한다. 하긴, 많이 읽으면 쓰고 싶어진다. 하물며 시인인데.

 

주말의 장르소설 한편으로는 (불행히도) 두껍기 그지없는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를 골라버렸다. 물론 고르고 나서 후회했다. 75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인데 읽으니까 너무 재미있다. 이거 밤 홀랑 새가며 읽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이다.

 

 

해리 홀레 반장의 이야기를 근래 <레드브레스트>를 통해 읽고 나니 내용 까먹기 전에 바로 남은 책도 읽어야지 싶었다... 고 변명해 본다. <스노우맨>은 읽은 지가 너무 오래 되어 내용이 가물가물. 이제 <레오파드>를 읽다보니 (이 책은 <스노우맨> 후속작이다) 라켈이나 올레그 모자에게 있었던 일들, 그래서 해리 반장과 헤어진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레드브레스트>에서 처음 만났던 라켈이 여기까지 나온다니, 꽤 감동이다. 요 네스뵈라는 작가가 해리 반장의 세계를 하나 창조해내고 있다는 감동. 근데 우리 해리 반장... 갈수록 피폐해진다. <레오파드>에서는 오른쪽 턱뼈가 튀어나왔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마음이 아파질 정도. 암튼 내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나는 얼른 이걸 읽을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우짭니까....

 

 



 

요 네스뵈로 검색해보니 해리 홀레 시리즈 외에도 <헤드헌터>라는 책이 검색된다. 워낙 해리 홀레 반장에게 반해 있다보니 이 책을 읽을 생각은 별로 나지 않지만, 또 문장력이 워낙 좋은 작가이다 보니 이 책도 살까? 라는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다만, 표지가 마음에 안 든다. 굉장히 수준이 낮은 책으로 보이는 표지 디자인이랄까. 비채의 해리 홀레 반장 시리즈 표지를 보렴. 뭔가 우아하지 않나? 흠. 표지 디자인도 책 고를 때 꽤 영향을 받는 나로서는 문득, 망설여지게 되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이 책, <오늘날의 토테미즘>은 요즘 출퇴근 길에 읽는 책이다. 출퇴근 길에 읽기에는 좀 난해하지 않나요? 라고 묻는다면...끄덕끄덕이다. 이 저자. 천재니까. 그리고 내가 토템이라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미약하니까... 아주 근본부터 흔들리는 책이다. 그래도 놓지 않는 이유는 150페이지의 짧은 글 탓에 매우 가볍다는 것, 그리고 출퇴근 길에 두뇌 훈련을 좀 하고 싶다는 것. 그런 매우 단순하고 턱도 없는 이유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저자는, 토템이라는 것을 결국 부정할 모양이다. 토템은 어디 멀리에 원주민들에게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터부시할 게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계속적으로 존재하고 작용하는 진행형의 개념이다. 이런 얘길 하고 싶은 느낌이 든다. 더 읽어봐야겠지만서도. 

 

 

 

 

 

일단 여기까지. 교육 들어가면 한동안 여기 못 들어올려나. 암튼. 잘 다녀오겠습니다요. 고작 3일 다녀오면서 온갖 폼은 다 잡네 그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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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1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합숙이자 쉬는 때로 여겨
마음껏 누리시기를 빌어요.

출근길에 머리를 밝히면
(그와 같은 책을 골라서 읽으면)
하루가 환하게 열릴 듯하네요~

비연 2013-06-17 09:24   좋아요 0 | URL
네...ㅎㅎ 그냥 넋놓고 교육받고 있습니다...ㅎㅎ;;;
 


쉬는 날들 동안 책을 읽었다. 말러의 음악을 방안 가득 틀어놓고 침대에 대자로 뻗어 누워 책을 읽는 맛은 그 무엇에도 비길 바 없는 행복의 한 장면이다. 나이가 들면 좋은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은 것이 명확해진다는 것. 누구의 눈치도 살필 필요가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 내가 좋아하는 거구나" 라며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시간이 남을 때 뭔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들을 하지 않고 '나' 위주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그 시작이다. (아 근데, 말러의 음악들, 요즘 마음에 팍팍 꽂힌다.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이 목구멍까지 밀려올라온다)


 

 

 

 

 

 

 

 

 

 

 

 

 

 

 


 

다 합하면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이 장대한 에도시대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밥먹는 것도 귀챦고 TV 보는 것도 귀챦고 노트북에 전원을 넣는 것도 귀챦았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면서 따뜻한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소설이 내게 쥐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시간들이었다. 원제는 <おまえさん (그대? 당신?)> 이지만 우리나라 제목은 진상. 어머 진상이야의 진상이 아니라 (어감은 썩 좋지 않다..;;;) 사람의 진짜 모습? 뭐 이 정도로 생각한 것 같다.

 

<얼간이>나 <하루살이>에 나왔던 그 주인공들의 재등장. 그리고 미미여사의 한 마디.

이번에는 농도 짙은 연애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헤이시로와 부인도 결혼하고 세월이 꽤 오래 지났지만 사이가 무척 좋습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부부입니다.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마루스케와 오만도 무척 행복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토쿠는 비록 남편이 죽었지만 계속 소중하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여러 사람의 슬픈 사랑도 있습니다. 사랑이란 매우 잔혹한 것입니다. 터무니없는 정열이 결실을 맺어 결혼을 하더라도 그 감정이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은 언젠가 식는 것이니까 그 잔혹함과 허무함도 써보고 싶었습니다.

 

남녀의 사랑과, 외모의 미추와 에도시대 장남이 아닌 아들들의 운명과, 등등등의 이야기들이 날실과 씨실이 짜맞추어지듯 잘 엮어진 이야기이다. 마지막까지도 참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고. 미미여사는 어떤 사람일까. 다시한번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이야기들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렇게 정감있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적어갈 수 있는 것일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줄리언 반스. <예감은...>을 읽으면서 줄리언 반스의 책들을 좀더 봐야겠다 했었고 그 중 처음으로 구매한 게 이 책 <플로베르의 앵무새>이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작품과 인생을, 비평과 환상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풀어낸 이 책. 기법도 상당히 다양하여 현대의 소설에서 실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잘 도입한, 역작이다. 읽는 내내, 이렇게 재미없을 수 있는 소재를 이리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써내려간 작가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플로베르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마담 보바리> 이 책이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일텐데 (D.H. 로렌스가 <채털리부인의 사랑>으로 유명한 것처럼, 정비석이 <자유부인>으로 유명한 것처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필시, 너무 유명한 책은 오히려 다 읽어내지 않고도 다 읽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하는데, 이 책도 그 부류 중의 하나이다.


 

 

 

 

 

 

 

 

 

 

 

 



 

 

요 책은.... 아...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보고 있다. 도쿄라는 곳은 매우 화려한 도시이기는 하지만 구석구석 이런 공간들이 있어 매번 가도 질리지 않는 곳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동네서점이라는 것이 얼마 못 버티고 턱턱 나가떨어지고 있는 요즘에, 이런 다양한 서점들이 곳곳에 자리매김하고 책을 찾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전 사고 나고서는 도쿄에 가는 게 좀 망설여지곤 해서 가지 못했는데, 다음에 갈 때는 서점 위주로 한번 여행을 해봐야지 싶다. 책도 좀 사오고.... 같은 현광사MOOK에서 나온 <도쿄의 북카페>도 참고로 하고.ㅎ

 

 

 

 

 

 

 

 

 

 

 

 

 

 

 

 

 

 

현재 읽고 있는 것은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레드브레스트>. 이 아저씨 책은 재미는 있는데, 아 너무 두꺼워...;;;;; 도대체 700페이지 가까이 되니 선듯 들기가 무섭지 않냐 이말이다..;;; 지금도 책 보면서 깔릴까 두려운 나머지 엎드려 보거나 옆으로 보거나 암튼 머리 위로는 들고 보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근데 일단 재미있다. <스노우맨>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의해 영화화한다는데, 누가 나올까. 특히 해리 홀레 반장으로 말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얘기가 도는데, 오호. 그렇다면 반.드.시. 봐야 한다...(라고 하지만 아직 <위대한 개츠비>도 못 본 비연..ㅜ)


 

*************************

 

 

일요일이 가고 있다. 평온한 하루하루의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여전히 말러의 심포니 1번을 들으면서... 일요일을 마무리한다..

 

뱀꼬리) 그저 내 마음을 요즘 어지럽히는 게 하나 있다면... 두산의 5연패. 오늘 드디어 삼성한테 스윕을 당했다. 그래서 이제 6등이라는 것. 아 정말... 속상할 뿐이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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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10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새 하루 누리셔요.

저는 1982년 원년 삼미팬클럽 가운데 하나인데, 삼미도 청보도 태평양도 5연패뿐 아니라... 훨씬 기나긴 연패도 많았답니다. 그저 즐거이 믿고 기다리시면 앞으로 잘 할 테니, 좋은 마음으로 지켜보시면 되리라 생각해요.

비연 2013-06-10 12:40   좋아요 0 | URL
아... 삼미 팬이셨군요!
기대치만큼 안되면 참 경기 보는 것도 즐길 수 없고...그러면 안되는데.
즐기는 마음으로 봐야겠어요, 함께살기님.

Mephistopheles 2013-06-1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네스뵈의 소설은 일단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긴 하지만,

1권 2권으로 나눠버리는 출판사의 만행은 없어서 다행이지 뭡니까.

그리고 엄청 빨리 읽히다 보니까. 무겁다는 생각은 그닥 안들긴 하더라고요.

하긴 책이 왜이리 두껍냐고 투덜거리면 아마도 작가는

"세상이 다 그렇지 않나요?" (해리 홀레 왜이리 괴롭히냐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

란 시니컬한 답변을 내놓을지도....

비연 2013-06-10 12: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하긴. 두 권으로 분권하여 값을 1.5 배 이상 받는 것보단 낫겠네요..
가끔 책에 깔릴까 두려운 것만 빼곤.. 이 책도 엄청 재미나더라구요..ㅎㅎ
그나저나 해리 홀레의 대답. 정말 멋져요!
 

 

기한 지난 원고를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대충 준비하고 노트북이랑 바리바리 싸들고는 집 앞 투썸플레이스로 나왔다. 집 앞에는 카페가 한 두개가 아니지만, 인터넷이 자유로우면서 좀 조용하면서 앉는 자리가 널찍한 곳은 찾기가 힘들다. 별다방 콩다방은 이른 아침부터 수다하는 아줌마들과 뭔가 오타쿠같은 느낌을 팍팍 풍기는 아저씨들에게 점령 당해 들어가자마자 나와버렸고.. (무엇보다 전선 연결할 수 있는 자리를 다 점령당했다는 게 컸지ㅜㅜ) 결국 10여 분 걸어나와 이 곳으로 왔다. 여기는 좀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내가 바라는 요건들이 대체로 갖추어져 있다. 지금 이 카페에 나 혼자라는 거. 아. 이 카페 망하는 거 아냐. 이 비싼 땅에.

 

조금 전까지는 내 옆에 부녀가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더랬다. 아이는 중학생 정도. 아버지는 겉보기에도 문화예술인인 것처럼 보였는데 역시나 (들으려고 하지 않았으나 내 귀에 그냥 흘러들어오는) 대화로 미루어보건데, 뭔가 예술인이었다.

 

딸: 아빠. 이번에 예술제(?)에서 상 받아?

아빠: 그건 말이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어.

딸: 그래? 쉽네. 낙타를 갈아. 그래서 바늘 구멍에 넣으면 되지.

 

참으로 훈훈한 대화가 아니냔 말이다..푸히힛. 암튼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아빠는 딸에게 절약해야 한다는 거, 친구들은 어떠냐는 거,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아이는 그냥 대충대충 대답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토요일 아침 부녀가 나와서 '대화'라는 걸 하는 걸 보니 저 집안은 소통은 되는 집안이군.. 이란 생각을 잠시 했다.

 

아. 원고는 한달이나 기한이 있었는데 그동안 뭐했을까. 요즘 여러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생활이 엉망인지라 이것도 저것도 못하는 몇 달이 이어지고 있고.. 그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나를 짓누르고 있다. 좀 편하게 편하게 지내야지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건, 역시나 성격 탓이다..


 

요 책을 집중해 읽어서 어제 다 읽어버렸다. 상당히 독특한 문체의 책이었고 내용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문학은 혁명이고 혁명은 텍스트에서 비롯되며 이건 세상이 망한다 망한다 해도 한참 멀은 종말론에 휩싸여 문학이 끝이라는 둥 하는 얘기로 좌절하는 건 말도 안된다는 얘기를 특유의 화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 루소가 나오고 도스토예프스키가 나오고 버지니아 울프가 나오고 중세 혁명 얘기가 나오고..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등장시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논지를 이어가고 있다. 오호. 보기드문 재미난 책이었다.

 

이제 막 시단에 새로이 등장한 폴 발레리가 스승으로 우러러보던 스테판 말라르메에게 詩作의 충고를 구하는 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다. 말라르메는 어떻게 답장을 썼을까요? "유일한 참된 충고자, 고독이 하는 말을 듣도록"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일화입니다. 자신이 하는 말도 듣지 말라는 얘깁니다. 누구의 '부하'도 되어서는 안 되고 누구의 '명령'도 들어서는 안 됩니다. 르네 샤르나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스가 시로 쓰고 있는 듯한, 일종의 거절이라는 것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책 중에서)

 

계속 흥미를 가지고 있을 만한 사상가이다. 사사키 아타루. 책을 자주 낼 것 같지는 않지만 나온 책이라도 번역되고, 앞으로 나올 책들도 계속 번역... 이 아니라 내가 원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일어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이번 주말의 쟝르소설은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짓는 사람>이다. 흠.. 그러고보니 계속 일본사람들 책만 읽는 주간이구만. 흠... 그래도 누쿠이 도쿠로의 이 책은 바로 읽고 싶다.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 사람인데다, 내가 좋아라 하는 기법으로 썼기 때문. 르포르타주 형식의.

 

 

 

 

 

 

 


 

아직 <~ 증후군> 시리즈는 읽지 않았다. 뭐랄까. <우행록>을 읽고 난 후였던가. 이 사람 책은 당분간 보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날 심리적으로 넘 괴롭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버거운 감정을 주었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꽤 오랜만에 읽게 되는 것 같네. 누쿠이 도쿠로 아저씨. 반갑슴다~

 

일하자. 원고기한도 넘겼는데 제대로 써주기나 해야지 않겠는가. 벌써 12시가 다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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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을 갈까... 하다가 에잇. 귀챦아 하면서 산발인 머리를 쓰다듬는다.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거야 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저녁이 되니, 흠... 이 머리 가지고 내일부터 출근하면 좀 그렇겠는걸 하는 후회가 슬며시 올라온다. 일요일이라고 집에서 데굴데굴 한 게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 이라는 단어를 마음 속에 새기며 그저 침대와 식탁만 오고가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은 편한 게 맞는데 마음은 가끔 불편해지곤 한다. 이것도 병인 게지. 어제까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나가서 온종일 뭘 하고 들어왔으면 일요일 하루 정도는 집에서 쉴 수도 있는 것이지. 쯧.

 

역시 일요일에는 쟝르소설. 주중에 보지 않고 그간 사두었던 미스터리물들을 하나씩 열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엔 많이 사두지도 않아서 고르려면 꽤 시간이 걸리곤 하지만.

 

 

 

작년에 나왔던 책인데 이제야 집어들었다. 열한살짜리 플라비아 들루스의 탐정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인데, 제목이 참 재미나다. 책에 보면 어느 다른 책에서 가져온 문구인데 왜 이 제목을 붙였는 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는... (갸우뚱)

 

암튼, 내용은 그냥 재미있다. 상당히 위트있는 문장들을 구사하고 어린 소녀의 심정이랄까 이런 것들이 잘 담겨있어서 좀 두껍긴 해도 술술 넘어간다. 잘 몰랐는데, 이게 플라비아 들루스 시리즈 3번째 거라고 하고 1, 2편도 번역되어 나와있었다. 가볍지만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시리즈라 다 사서 봐야겠다 싶어서 일단 보관함에 푱..

 


 

 

그나저나 이 책을 번역한 윤미나님은 <굴라쉬 브런치>의 작가였다! 너무나 재미나게 읽었던 <굴라쉬 브런치>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문득 즐거워졌더랬다. 여행을 가게 되면 글을 이렇게 써보고 싶다... 는 생각을 가지게 했었는데.

 

다시 플라비아 들루스 시리즈에 대해 코멘트 하면... 일단 표지가 예쁘다는 것도 덧붙이고 싶다. 상큼발랄한 느낌이고 책이 두께에 비해 가벼워서 암튼, 여러가지로 나쁘지 않다.

 

 

 

 

 

실제 법조인인 작가가 시릴 헤어라는 필명으로 낸 몇 권의 추리소설 중 하나이다. 영국식 건물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얘기인데, 영국이라는 나라의 특성들이 잘 녹아들어가 있는 소설이다. 그러니까, 영국이니까 발생 가능한 얘기라고나 할까. 결말까지 읽어가면서 영국이라는 나라가 재미나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나 의원세습이나 집사의 풍습이나.. 등등.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영국만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은 책이다.

 

사실, 아주 재미있다고 보기는 힘들고... 잘 짜여진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쓰는 문장이나 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약간은 진부할 수밖엔 없지만, 쉬리릭 읽을 만은 한 책이다.

 

 

 

 

그리고 이 밤, 추리소설을 2권 다 읽어내리고 이제 주중에 읽으려고 고른 책은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다. 이제 초반에 들어갔는데, 오오. 느낌이 좋다. 이 책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번 자세히 쓸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책을 일어로 읽어낼 수 있다면 좋겠으나.. 흠 아직까지는 소설이나 에세이 정도 수준인지라 안타까울 뿐이다. 일어는 한문이 있어서 읽기는 훨씬 쉬워서 소설이나 에세이는 원서로 읽어도 아주 큰 불편은 없는데... (그렇다고 자주 읽는 건 아니지만서도..ㅎ) 사상서를 읽기에는 아직 미흡하지 않나 싶다. 쩝쩝.

 

나는 이런 신진 사상가나 철학가, 평론가들의 책이 좋다. 우리나라 같으면 <피로사회>를 지은 한병철이나 <몰락의 에티카>를 지은 신형철이나... 현 세대를 반영하면서 나와 같은 고민의 바닥을 지닌 것 같아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책들은 많이, 많이 발굴되기를 희망. 읽고 쓰는 것이 혁명이며 문학이 혁명의 본질이라 말하는 사사키 아타루. 그의 데뷔작이자 히트작인 <야전과 영원 - 라캉, 르장드르, 푸코>도 곧 번역되어 나오길.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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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5-26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책과 보낸 일요일을 떠올리며
새로운 한 주도
씩씩하고 힘차게 누리셔요

비연 2013-05-27 12:24   좋아요 0 | URL
네, 함께살기님도 좋은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