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송도를 출퇴근하게 되었다. 송도. 라고 하면 뭔가 삐까뻔쩍한 것이 연상될 지 모르겠지만, 프로젝트 하는 곳은 공장이 딸린 사업장으로 아주 깊수우우우욱히 자리잡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서울에 사는 나로서 송도까지 왔다리갔다리 하는 건 거의 금요일쯤 되면 초죽음이 된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새벽 5시에 기상하고 6시반에 통근버스 타고 7시반에 출근해서 커피 한잔 먹으면서 일할 준비하고 하루종일 격무에 시달리다가 (정말 격무다! 회의 기본 하루 4시간 이상에...ㅜ) 7시반 퇴근버스 겨우 타고 나오면 (퇴근버스가 2시간마다 하나씩 있다는 거. 이게 말이 되냐고요..) 강남역 내리면 8시 반이 넘고.. 집에 가면 거의 9시반... 씻고 책 좀 읽으려고 앉으면 꾸벅꾸벅... 그리고 수면..

 

이런 일상이 반복되니, 책도 못 읽고 문화생활도 못 하고 사람들도 못 만나고.. 매일 피곤에 쩔어 지낸다는 거다. 이게 열흘이 넘었고... 이제 적응이 좀 되려나 하지만 역시나 금요일 되니 아무 생각이 없다. 책을 좀 진지하게 읽은 게 며칠이나 되었나.. 생각하니 슬퍼진다. 버스는 책을 읽기가 좋지 않은게 흔들리지, 게다가 자라고 불을 확. 꺼버리니 말이다. 앉아마자 분홍색 목베게를 하고 (다들 웃는.. ;;;;) 그저 자버리는 비연이다..

 

 

 

이거 읽고 있다. 반 정도 보았나. 지난 번에도 말했는데.. 아직도 읽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들고만 다닌다. 크억. 언제 다 읽지?

 

 

 

 

 

 

 

 

 

 

 

 

 

 

이건 자기 전에 읽고 있는데.. 데니스 루헤인이라더니 왜 이리 재미가 없어? 그러고 있다. 2/3 정도 읽은 시점에서 (매우 얇다) 끝까지 볼까 말까 망설이게까지 되는, 데니스 루헤인으로서는 자존심 상할 책이다.  (심지어 개인적으로 데니스 루헤인을 많이 좋아하는 비연이 이런 반응을 보이니 말이다)  

 

 

 

 

 

 

 

 

 

 

 

이번 주말엔 좀 차분히 책이나... 라고는 하지만, 할 일들이 또 있어서 장담이 안된다. 일단 건강을 챙겨야 할 거 같고... 얼굴은 꺼칠, 머리는 산발인지라..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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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피어의 미미여사 에도시리즈는 내게 항상 큰 기쁨을 주는 시리즈다.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처음에 <외딴집>을 냈을 때 하도 안 팔려서 이 시리즈를 지속해야 하나 큰 고민이었다고 한다. 암튼, 북스피어의 사장 이름은 김홍민. 이 분 상당히 독특한 분인 듯 한데, 원하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서비스(?)를 한다. 지령**호 이런 식의 제목을 붙여서 말이다. 나도 받고 있는데, 며칠 전 이런 메일이 왔다.

 

 

존경하는 형제자매님들께.

 

마포 김 사장입니다.


창밖으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좋은 소식 한 가지와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어서,

밥 대신 맥주를 홀짝이며

몇 자 적습니다.

 

먼저 좋은 소식.

 

미미 여사님의 에도시대물 최신작이 

계약되었다고 말씀드렸던가요.

그 책의 번역이

마침내 드디어비로소 끝났습니다.

조만간 선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맥주 홀짝이라는 말에 홀리듯 쳐다보다가 미미여사의 에도물 최신작이 곧 나온다는 말에 속으로 "꺅"을 외쳤다. 간만에 듣는 좋은 소식이지 뭔가.

 

 

이번에는 마쓰모토 세이초 아저씨의 에도시대물을 펴냅니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세이초의 역사소설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살펴볼짝시면-,

 

 

흠? 마츠모토 세이초가 에도물을 썼나? 방금 그의 작품인 <나쁜 놈들>을 매우 찝찝하게 읽은 나로서는 이 얘기에 상당히 구미가 당겼다. 마츠모토  세이초는, 자꾸 읽게는 되는데 아뭏든 그 악인시리즈는 여간 마음에 남는 게 아니라서 말이다. 좋게가 아니라... 뭔가, 암튼 뭔가 불편하게 남는다.

 

 

그래서 한국어판의 제목을 <범죄자의 탄생>으로

바꾸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그랬듯,

마쓰모토 세이초도 현대물보다는 시대물 쪽이

훨씬 더 제 취향에 맞더군요.

앞으로는 세이초의 시대물을 계속 펴낼 생각입니다.

 

 

아하. 시대물이 훨씬 더 취향에 맞다니. 대관절, 어떤 책이길래? 라는 생각에 불현듯 지금 찾아보았다. 나왔나 안 나왔나... 아. 나왔다!

 

 

 

알라딘의 책소개는 대충 이렇다.

 

낭만 픽션 제3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세이초의 시대소설이며 원제는 '무숙인별장(無宿人別帳)'이다. '인별장'이란 에도 시대 때의 호적 장부로, 농촌을 도망 나온 탓에 인별장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자들을 일러 '무숙'이라 했다. 작가는 '무숙인별장'이라는 가공의 장부를 만들어 정권의 그물이 쳐진 신분제도 밑에서 신음하던 무숙자들을 그리고 있다.

연이은 기근과 재해, 물가의 폭등으로 거주지와 직업이 잃은 대량의 무숙자들이 각 지방에서 생겨나 에도로 흘러들자, 막부의 관리들은 그 근원을 외면한 채 무턱대고 단속을 지시한다. 각자가 생업을 소홀히 하고 품행이 방탕했기 때문이라며 오로지 개인의 이유로만 치부했던 것이다. 그러고는 이들을 예비 범죄자로 간주했다.

법에 따라 취직이 불가능해진 무숙자들은 금품을 도둑질하는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어서 이중삼중으로 관리들에게 쫓겨 다닌 끝에 감옥에 처넣어진다.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범죄의 진정한 원인은 권력기구의 부조리함이라는 사실을 얘기하려 했다. 이 작품이 '범죄에 관련될 수밖에 없었던 밑바닥 인생들의 모습을 그린 시대소설의 효시'라 불리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표지는 진정 별로다. 무슨 쌍팔년도 만화가게에서 뒤지면 나오는 무협지 표지 같다. 그러고보니 이 낭만픽션 대부분이 이랬던 것 같은데?..

 

 

 

 

 

 

 

 

 

 

 

 

 

 

 

 

 

.... 이렇다. 내가 심지어 <어느 포수이야기>는 샀으나 <천지명찰> 만큼은 도저히 손이 안 갔다. 내용 보면 괜찮을라나 싶다가도 표지 보면 무슨... 호랑말코교 교지같은 그런 느낌. 안 사. 그러고 있는데, 마츠모토 세이초의 이 책은, 표지가 진정 맘에 안 들지만 일단 사봐야 할 거 같다. 미미여사가 제대로 영향받은 마츠모토 세이초의 시대물이니까. 눈 질끈 감고 일단 사고 본 다음에 판단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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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 계속 바빴다... 다들 바쁜데 나만 바쁘다 바쁘다 하는 것 같아 좀 무안하네 다시금. 아뭏든, 바빠서 책 읽을 짬도 거의 못 내고 늦게 집에 오면 늘어져 일드 보다가 자기 일쑤였다. 

 

오늘은 토요일.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간만에 중국어 하러 학원에도 갔다. 이넘의 중국어. 근 한 달만에 갔더니 (그동안 휴일근무가...쭈욱... 아. 원주여행도 어렵게 한번 갔구나) 뭐가 뭔지. 도대체가 말로 안나오니 말이다. 3시간 내내 머리 속의 공허함을 절렬히 느끼며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기 힘들었다 이거지.

 

오는 길, 습관처럼 교보문고에 들렀고 또 습관처럼 책 한권을 사들고 나왔다. 꼭 한권씩만 산다. 왜. 무거우니까. 나머진 인터넷 주문한다고 정리해서 나온다.

 

 

 

이 책을 샀다. 마츠모토 세이초는... 좋았다 나빴다 하는 작가이다. 사실 좋은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면 되곘지만. 그래도 가끔 읽으면서 너무 묘사가 리얼해서, 혹은 남녀간의 끈적끈적한 관계들이 많이 나와서 좀 버겁다 느껴질 때도 없지 않다. 그래도, 오래전 작가인데 지금과 갭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글을 쓰니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지지부진하고 졸렬한 추리를 늘어놓은 작가들과는 비교가 안되게, 추리라기보다는 사회를, 사람을, 본성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읽다보면, 아. 아. 탄성 연발할 때가 있다.

 

이 책은 살까 말까 또 망설였었다. (이런 결정장애 비연 같으니..ㅜ) 내용을 잠시 보아하니 어두워서 안 그래도 마음 심란한 요즘, 이걸 읽으면 내 상태가 더 나빠지는 거 아니야? 라는 불안감 때문에 말이다. 그러다가 결국 오늘 오프라인에서 사고야 만 거다. 일단 상권만. 읽어보고 마음 어지러우면 하권은 스킵할 수도 있다.

 

비도 오고 토요일이고 간만에 여유한번 부리려고  스타벅스로 향했었다. 좀 조용하고 고즈넉한 카페를 찾고 싶은데, 찾기만 하면 단골 삼기도 전에 없어지니. 결국 별다방 콩다방 천지가 되고 말았다는 슬픔 극치의 현실. 어쨌든 스벅카드에 충전한 돈도 있고 해서 일단 갔고.. 시끄러웠고.. 그래도 오랜만의 여유라 좀 느긋하게 앉아서 관대한 마음으로 책 몇줄 읽을 정도는 되었다.

 

 

도야는 돈 없는 여자한테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경제력 없는 여자는 그에게 벌레처럼 여겨졌다. - p14

 

벌레라니. 벌레라 벌레라. 이런 남자들이 있겠지. 도처에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하긴 여자도 돈 없는 남자한테는 매력을 못 느끼는 부류가 있기도 하니까. 뭐라 할 건 못되는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도야는 여자가 생길 때마다 집에 데리고 가서 자랑스럽게 수집품을 보여주곤 했다. 그럴 때 펼치는 도야의 연출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차를 대접하고 나면 마치 박식한 박물관 직원처럼 진열대에 늘어서 있는 수집품에 대해 찬찬히 설명했다. 여자들은 누구나 도야의 고상한 취향과 깊은 지식에 현혹되었다. 진열된 도자기의 표찰에는 일부러 영문명까지 넣었다. - p40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쉽게 끌릴 때 특히 여자들이 남자를 대할 때 현혹되는 부분들을 정확히 짚어주는 단락 같다. 지적이고 고상하고... 게다가 영문! 피식. 웃음이 오고야 말았다.

 

다쓰코는 잠시라도 가만히 있는 게 힘든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가짜 독약의 효과를 믿고 있었다. 도야는 지금 그녀가 말한 증상들로 봐서는 임종이 가까워졌다고 판단했지만, 아직 그녀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평생 죄책감을 떠안기기 위해서는 끝까지 '독약'의 효과를 믿게 해야 했다. 그래야만 그녀를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고, 평생 도야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 p77

 

나쁜 놈이 계속 나쁜 놈일 수 있는 것은, 머리가 비상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도야라는 이놈. 사람을 자신의 발밑에 두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약점을 잡고 휘둘르는... 언제든지 빠질 구멍은 만들어 놓고 말이다. 뿌드득. 악인이 사람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때 정말 지독한 나쁜놈이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

 

... 내용 전개상으로 도야가 한방 얻어맞을 것 같기는 한데. 꽤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흠? 이럴 거 같으면 하권도 사오는 건데.. 라는 약간의 후회가 엄습. 내일 나가서 마저 집어올지도 모를 일이다. 아. 그래도 토요일에, 유유자적 책읽는 시간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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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11-0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단골삼고 싶은 카페가 문을 닫을때는 정말 마음 아파요..

비연 2015-11-08 01:03   좋아요 0 | URL
뭔가 머물만 하다 싶으면 문을 닫으니... 마음이 짠해요. 콩다방 별다방 등등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어딜 가나 정말 너무 다방스러워서 말이죠. 흑.
 

 

 

 

 

 

 

 

 

 

 

 

 

 

 

 

 

 

말했다시피, 서점이나 책에 대한 책은 무조건 사는 편이다. 그김에 산 이 책. <어느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빈에서 공부하고 아주 어린 나이에 아들 하나 덜렁 낳고 살던 여성(페트라부인)이 독일 남자랑 결혼해서 함부르크에서 딸 하나 더 낳고 잘 살고 있었다는 거다. 남편은 출판사에서 잘 나가고 있고 본인도 칼럼을 쓰며 여유롭게 안정적으로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빈에 갔다가 오래된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덜컥 입찰에 응모했다. 그리고 된 거지. 그 이후는 정말..

 

남편은 직장 그만두고, 가족은 전부 빈으로 이사가야 하는데 크리스마스 대목 앞두고 서점을 오픈해야 해서 일단 딸이랑 페트라부인만 빈의 친구집에 얹혀 살게 된다. 남편은 주말마다 와서 서점 오픈을 돕고 아들은 함부르크를 떠나기 싫어해서 친구집에 남고 페트라부인은 완전 동분서주... 그렇게 해서 결국 서점을 짜잔... 열어 버렸다. 그간에 도움 받은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고.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업종을 바꿔 버린 페트라부인.

 

근데 놀라운 건, 이 서점이 잘 된다는 거다. 동네 사람들은 그곳에 와서 책을 사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생활이 될 정도로 모여든다. 페트라부인은 심지어 서점을 중간에 개보수도 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남편은 직장을 얻었다가 다시 서점으로 복귀... 매일매일 밤까지 일하고 매일매일 사건사고의 연속이지만, 지역에서 서점을 하며 사람들과의 교류를 하는 그 생활에 만족하는 그녀의 일상은 다이나믹하면서도 흥미진지나면서도... 부럽다.

 

첫째는, 동네 서점이 잘 될 수 있는 그 분위기가 부럽고, 둘째는, 그런 일을 함께 도모할 파트너가 있음이 부럽고, 셋째는, 도와줄 많은 지인들이 있음이 부럽고, .... 그렇게 책을 읽으며 계속 부러워만 했다. 이 정력적인 페트라부인은 심지어 한 출판인과 함께 범죄소설도 계속 내고 있다. 진정 열심히 사는 모습에, 다시 한번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행복한 날이 올까.. 라는 상상(혹은 망상..ㅜ)을 해본다. 이런 책은 내게 괜한 꿈을 주고, 그래서 며칠은 참 들뜨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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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갖은 스트레스로 마음이 강팍해지는 것 같아서 손에 든 책은 이거다.

 

 

 

 

 

 

 

 

 

 

 

 

 

 

 

 

 

 

 

문태준 시인의 詩를 진지하게 본 적이 있던가. 읽긴 읽었으되 시집을 사서 보거나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시인이 쓴 산문집이니 곱고 정갈한 글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아니나 다를까. 서문부터 청량감이 감도는 글귀가 나온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내가 사랑했던 시간은 누군가의 말을 가만히 들을 때였다. 뒤로 물러설 때였다. 작은 자연이 되어 자연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갈 때였다. 나뭇가지에 앉은 새처럼 혼자 오도카니 앉아 있는 떄였다. 잘못 살았다고 엎드려 눈물을 삼킬 때였다. 내가 나를 거울로 들여다볼 때였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노라고 용서를 빌 때였다. 그럴 때마다 이 세계가 한층 맑아지는 것 같았다. 이제 나는 더 청량한 곳으로 갈까 한다.

- p5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사랑했던 시간은 언제였는 지. 그 시간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긴 어려울 지 몰라도, 아마 남을 욕할 때 분노할 때 화를 낼 때... 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내가 사랑하지 않을만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성.

 

한장 한장 넘기며 본문을 보는 데... 마음에 고요함을 가져다는 글들이 가득이다.

 

 

휴식을 위해 꼭 어딘가를 찾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아침 저수지에 산오리들이 내려와 천천히 수면에 미끄러지는 풍경을 상상해 보라. 시원한 폭포 아래 앉아 있는 나를 상상해 보라. 제주도 오름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의 마음은 어디든 갈 수 있고, 그곳이 어디든 내가 원한다면 돌아오지 않고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이것이 마음의 놀라운 능력이다.

- p31

 

 

요즘 정말 떠나고 싶다. 어딘가로 가서 나를 숨기고 내 마음을 숨기고 그렇게 한동안 지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주위를 맴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거다. 휴식은, 내 마음 안에서도 누릴 수 있는데 자꾸만 몸을 옮기려고 하니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내 마음 속 여행을 한번 떠나볼까... 라는 마음이 먹어지는 글귀였다.

 

회사 오고가는 길, 한구절 한구절 읽어 내려가보려 한다. 마음에 강팍함을 덜도록, 분노와 화를 잠재우도록. 이 책이 만병통치약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되리라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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