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는 길, '둘째 애가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갔다. 작년까지는 전시회를 반쯤 지나서부터는 지루해했으니까. 그런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재잘재잘 이야기가 많다.
"이 언니는 ... 하다가 이제 무얼 할까 생각 중인가봐."
"이 사람은 바닷가에서 이렇게 누워서 쉬고 있는거야."
"이건 뭐지? ... 아하, 이건 말이야 ... "
일곱 살이 되는 아이의 해석은 그림의 제목과 맞는 것도 있고, 때론 너무 엉뚱하여 나를 웃기는 것도 있고 ... 어찌되었거나 아이가 즐겁게 그림을 본다는 것에 기뻤다.
혹시, 그림책을 보며 나름대로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까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 '')
미술관과 박물관에 친해질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고 (나 혼자) 믿는 책들.
그림 속의 소재를 쪼개어 보는 그림책 <<MUSEUM ABC>>.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그림을 가지고 ABC 공부를 한다. A~Apple~에서는 사과가 들어있는 그림들이 나오고, C~Cat~에서는 고양이가 들어있는그림들이 나오고.
처음에는 그림의 전체를 보여주지 않아 아쉬워했다가, 아이가 그림에 빠지는 것을 보고는 '아, 부분을 보든 전체를 보든 그림을 쉽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 마음을 전환~. 아이가 놀이처럼 명화에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좋은 그림책!
그림 속의 인물들과 대화를 하며, 그림에서 빠져나와 길을 잃은 아기 천사 찾기 모험을 벌이는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엘루아와 함께 천사를 찾다보면, 그림 속의 인물과 이야기를 나누며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것임을 알게된다. '이 그림의 제목은, 작가는, 시대는, 사조는, 재료는 ...'이라고 외우지 않고, 그림을 학습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말이다.
'여섯 살 아이에게 조금 어려운 그림책이 아닐까?'라는 내 걱정과는 달리, 아이가 잠자리에서 여러 번 읽어달라고 했던 책. 아이는 역시 '학습도서'가 아니라 '그림책'으로 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학습'으로 분류한 것은 불만!)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그림 속의 개들을 위한 밤'에서 개들이 바뀌어 서로 다른 그림 속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그림의 등장인물이 빠져나오는 것도 신기한데, 잔치를 벌이고!
거기에 집(^^)을 잘못 찾아들어가다니!! 온갖 종류의 강아지를 보는 것도, 유명한 그림 속에 숨은 강아지를 찾는 것도, 바뀐 그림 대소동을 보는 것도 즐겁다.
강아지가 바뀐 것을 알아챈 것이 어른이 아니라 아이라는 것은, 그림을 휘리릭~ 보고 지나가는 어른(바로 나 같은 ^^;)이 반성할 대목?!
탐정을 꿈꾸는 꼬마와 그림에서 빠져나온 천사 가브리엘이 함께 하는 그림 탐험기, <<그림 읽는 꼬마 탐정 단이>>.
그림의 제목을 보고 그림을 휘릭~ 한 번 보고 넘어가기 쉬운 아이들에게(나 같은 어른에게도!) 다양한 그림 보는 법을 알려준다. 엄마나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신, 그림 속의 천사가 상냥하게 말을 건네니 얼마나 좋아!
이 책을 읽을 때 우리 아이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아직 재미를 못 느끼나?'라고 생각했는데, 미술관에서의 태도는 딱 이 책의 분위기였다. ^^
경비로 취직하기 위해 박물관에 간 에르네스트 아저씨와 셀레스틴느 이야기 <<박물관에서>>. 아이와 함께 출근해도 괜찮느냐고 묻는 아저씨도, 그 사이 서로를 잃어버려 찾는 모습도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그림책.
표 나지 않게, 방점 없이 배경으로 깔리는 박물관 풍경과 그림들 ... 박물관을 낯설거나 어려운 곳이 아니라, 그림책에 나오는 동네 풍경처럼 느끼게 해준다. 이번 미술관 나들이 때 전시실 한 쪽에 있는 의자를 보며 "저 의자는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그림책에서 본 것처럼 경비 아저씨가 앉기도 하고, 안내해주는 선생님이 앉기도 하는 의자"라고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의 풍경 덕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