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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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에도 가물거리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여덟명의 인디언 섬으로 초대되어진 사람들의 섬으로 가게 되는 이야기 전개는

그들이 가진 각자의 성격과 알 수 없는 어떤것들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섬에 도착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초대한 오언이란 인물을 만나지 못한다.

물론 그전에도 그들은 그저 막연히 생각만했을뿐 그를 실제로 아는 인물은 하나도 없다.

벌써 먼저 섬에 도착해 자신들의 일을 착실히 하던 로저스 하인 부부마저도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 섬에 초대되어진 사람도 책을 읽는 독자도 그가 누군지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한명의 인디언 소년이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

한명이 목이 막혀 죽어서 아홉 명이 되었다.

아홉명의 인디언 소년이 밤늦게까지 자지 않았다.

한명이 늦잠을 자서 여덟명이 되었다.

여덟명의 인디언 소년이 데번을 여행했다.

한명이 거기에 남앗 일곱명이 되었다.

일곱명의 인디언 소년이 장작을 패고 있었다.

한명이 자기를 둘로 가라 여섯 명이 되었다.

여섯명의 인디언 소년이 벌집을 가지고 놀았다.

한명이 벌에 쏘여서 다섯명이 되었다.

다섯명의 인디언 소년이 법률을 공부했다.

한명이 대법원으로 들어가서 네명이 되었다.

네명의 인디언 소년이 바달 나갔다.

한명이 훈제된 청어에 먹혀서 세명이 되었다.

세명의 인디언 소년이 동물원을 걷고 있었다.

한명이 큰곰에게 잡혀서 두명이 되었다.

두명의 인디언 소년이 햇빛을 쬐고 있었다.

한명이 햇빛에 타서 한명이 되었다.

한명의 인디언 소년이 혼자 남았다.

그가 목을 매어 죽어서 아무도 없게 되었다.

 

섬에 초대되어진 사람들의 각자의 방에 붙여져 있던 인디언 동요!

그 내용이 동요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섬뜩한데 동요 내용에 따라

한사람씩 한사람씩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이 동요를 떠올리는것처럼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이 동요를 다시 찾아보게 된다.

다음은 또 어떤 죽음이 닥쳐올지 예상하고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한사람씩 죽음을 맞이할때마다 사라지는 인디언 인형은

그들의 심리 상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더욱 스릴있게 하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책의 전반부엔 이들이 각자 한가지씩 살인이나 살인에 관한 죄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그들의 죄책감을 끌어내고 부추기는 동기가 되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만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신들과 연관지어진 사람들의 죽음을

누구든 그것으로부터 죄의식을 가지지 않으려 피하고 싶어하는건 사실이다.

자신들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큰소리 치면서 뒤에서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들의 모습들을 보며 인간들이 얼마나 사악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사람 한사람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도 서로가 뭉치려 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점 점 더 의심하기에 이르고 급기야는 자신들중에 살인자가 있다고 믿는다.

누워서 침뱉기다. 그렇다면 어쨌거나 그들은 모두 살인자가 되는것인데 말이다.

각자 죽음의 순간을 피하기 위해 몸수색을 하고 무기가 될만한것들은 숨기고

서로가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지만 그 와중에도 또 사람은 죽는다.

거기에 폭풍우 치는 밤까지,,,

 

모두가 함께 행동하고 모두가 무엇이든 함께 하려 하지만 꼭 한번씩은

혼자 행동해야하는 때가 있으니 누군들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의 불안에 떨며 급기야 살인마로 오해해 죽이기까지 하는

그들의 심리변화를 참으로 극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다.

 

열명의 사람들이 모두 죽는 동안 세상은 어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결국 마지막엔 영원히 아무도 풀지 못할 의문의 살인사건이 될 이 숙제를 풀어주는

그 방법 또한 놀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서로 믿고 의지했더라면 결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또 다른 책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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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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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방범의 의미는 분명 이미 일어난 어떤 사건을 모방한다거나 소설속 살인사건등을 모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1권에서 살인자들의 범행이 어떤것을 모방한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었는데 그런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아 왜 책의 제목이 모방범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2권에서는 범인들의 범죄행위를 하나 하나 풀어가며 모든 살인 사건의 주범인 살인자의 행위가 그 어떤것을 모방한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무대를 만들고 여자들을 데려다가 무대위에 배우로 세우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주목받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3권에서의 결말을 보게 되면 왜 작가가 이 제목을 선택했는지를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2권의 마지막 오빠는 절대 살인을 저지를 수 없다며 강력히 항의하던 가즈하키의 여동생 유미코앞에 등장하는 살인자 피스로 인해 온몸에 소름이 돋았었다. 마침 르포기자 시게코를 만나는 시점에서 우연을 가장하고 유미코의 곁으로 다가온 피스의 속셈이 점 점 드러나는 이야기전개는 그야말로 긴박감의 절정에 달하게 되는데 살인자이지만 모든 여자들이 선호하는 외모와 다정함을 지닌 피스가 너무도 뻔뻔하게 대중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범행을 이야기하는데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미 피스가 극악무도한 살인자라는 사실을 아는 독자로 하여금 더욱 조바심을 치게 만든다.

 

그 어느것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들에 희열을 느끼는 살인자는 시게코의 아무것도 모르면서 진짜 범인도 아닌 이미 죽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늘어 놓고 인기를 얻고 있는 르포에 대해 반감이 들어 드디어 자신이 제 3의 범인이 살아 있다는 글을 써서 많은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기까지 한다. 하지만 분명 시게코나 신이치, 그리고 요시오 할아버지는 남들과는 다르게 피스를 만날때마다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히지만 유미코가 갑자기 등장한 오빠의 옛친구이면서 너무도 다정하게 대해주는 피스에게 푹 빠져버려 그에 대한 마음을 다잡기만 하는 부분에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오빠를 죽인 살인자를 사랑하게 만들어버리다니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있을까?

 

대중들이 피스의 외모와 직업과 경력등으로 전혀 의심없이 그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는 겉모습만 보는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에 혀를 차게도 하며 르포기자 시게코와 남편 쇼지와의 갈등은 여자의 입장에서 무척 안쓰럽기만 하고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모두 피스에게 의지해버리고 마는 유미코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눈이 참으로 답답하기만 했다. 무언가 눈치를 채는것만 같은데도 피스를 전혀 의심해보지 않는 시게코와 신이치와 요시오 할아버지에게 조금만 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똑바로 보라고 알려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지기도 한다.

 

데스크경감 다츠가와의 사진의 그림자와 기둥과 벽등의 몇가지 단서만으로도 어떤 건축물인지를 추측해낼 수 있다는 전직 경찰이었던 친구의 등장을 은근 기대했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밝은 창이 있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에서 주변에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는 것과 3층짜리 건물이며 천장이 높은 것으로 보아 별장일것이라고 추측해내는 과정이 흥미롭긴 했다. 그리고 르포기자 시게코가 한순간 의구심이 든 피스를 추적하면서 피스의 정체를 밝혀 내는 부분에서는 역시 여자만의 예리한 직감은 놀라운 것이란 사실을 확인하게 되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피스와의 대담에서 그에게 범행을 털어놓게 만드는 수법이 바로 이 책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을듯 하다.

 

1권부터 3권까지의 책이 그 두께가 장난아니게 두꺼우며 글 또한 단순하고 쉽게 읽혀지는 책이 아닌데도 어찌나 이야기가 긴박하게 돌아가는지 어느새 책 세권을 감쪽같이 읽어버리게 만드는 미야베미유키의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는 추리소설이다. 또한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반전에 반전을 주는 기법으로 마지막에 범인을 등장시키곤 하는데 이미 범인을 밝히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긴박하고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 되고 있으며 사람이 나고 자란 배경과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또한 소설이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을 잡아 그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인간이 있다는 사실은 폄범한 일상에 살짝 두려움을 던지기도 하지만 진실과 정의는 분명 그들의 사악한 얼굴을 드러내게 만든다는 사실이 위안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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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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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편의 마지막즈음 음성변조기를 이용한 범인의 목소리의 성문 조사로 인해

범인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며 히로미와 가즈아키가 공범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어째서 갑자기 가즈아키가 공범으로 등장했는지 무척이나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2편에선 가즈아키가 히로미의 범죄 행각을 눈치 채고 히로미와 함께 사고가 나기까지의 과정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범인들의 등장과 사건의 경위가 속속들이 파헤쳐지는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 하다.

가즈아키의 여동생 유미코에게서 관찰되어지는 오빠의 독특한 행동들과

구리하시 히로미와 또 다른 제3자의 인물 피스가 만들어가는 여성만을 상대로한 연쇄살인사건,

사실 1편에서 히로미가 동경해 마지 않던 피스라는 인물이 가끔 등장해 의문스러웠었는데

역시 ...

 

희대의 살인마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각각의 피해 여성들에게 어떻게 접근했는지

또 피해자들의 자라온 환경과 가정배경과 문란한 사생활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한 두세명의 여자가 아닌 수도 없이 많은 여자들을 살해해 앞뜰에 묻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끔찍하다.

1편에서 마리코의 할아버지를 농락했던 사건에 연루된 치아키의 경우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채 범인들을 도와 편지를 호텔 카운터에 전달했을뿐이지만

너무도 쉽게 남자에 속아 넘어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살인자의 무대위에 세워진 배우가 된다.

물론 자신이 미끼가 될 수 밖에 없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인자들을 도모하는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무섭기까지 하다.

 

히로미와 피스의 범죄 행각을 들여다 보면

피스는 범죄의 악을 이야기하며 모든 행위들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모습에서

그저 자신의 공포심을 몰아내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히로미와는 달리

범죄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히로미 또한 그런 피스와의 빈번한 의견 차이로 인해 불안한 마음을 가질 즈음

뜻밖에 자신을 설득하려 하는 가즈아키와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고 범인으로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가즈아키의 여동생 유미코가 뭔가 이상한 오빠의 행적을 쫓다 1편의 신이치를 쫓던 메구미를 만나고

온가족 살인사건에서 혼자 살아 남은 신이치에 대한 사건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아마도 유미코 또한 이 두 사건에 어떤 소용돌이속에 빨려들게 되지 않을까 직감하게 된다. 

오빠가 살인사건의 공범자로 드러나고부터 유미코는 오빠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찰에 알리려 하지만 자신의 뜻이 전해지지 않자 이 사건에 대한 르포기사를 쓴 시게코를 찾게 된다.

사실 시게코는 자신이 쓴 르포가 화제가 되어 본격적인 사건에 대해 쓰려던 참에 걸려온 유미코의 전화로

우연히 신이치를 만나 함께 유미코를 만나러 가게 되는데 이 또한 작가의 어떤 의도가 숨은듯,

아버지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메구미를 외면하는 대신 만나게 될 유미코로 인해 심경의 변화를 보이는걸까?

 

이 소설에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의 현장의 이야기는 없지만

책상머리에 앉아 범인들의 행적을 쫓고 단서를 찾는 데스크 담당자 다케가미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 또한 어쩐지 개운치 않은 가즈아키의 등장을 의심해 보지만 너무도 확실한 범행을 보여주는

교통사고로 인해 의례 그러하듯 두사람이 공범이라는 확신으로 범인들의 행적을 쫓을뿐이다.

그런데 옛 동료였던 건축가 친구를 통해 사진의 조명이나 벽지 햇살과 기둥만으로도

건물의 구조를 파악하고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인지 혹은

언제적 건물인지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사실 1편에서의 사람의 목소리 또한 지문처럼 그사람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었는데

3편에서 그의 옛 동료였던 건축가가 어떤 추리를 해 낼지 무척 기대가 된다.

 

또한 가즈아키의 여동생 유미코가 오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르포기자 시게코를 만나기전 

피스의 등장은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게 했다.

피스는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결국 유미코 또한 희생양이란 말인가?

3편에서의 피스의 이야기와 유미코와 신이치 그리고 시게코가 또 어떻게 엮일지

그리고 데스크 담장자 다케가미는 또 어떻게 범인들을 추적해 나갈지 무척 궁금하다.

 

2편의 범인들의 이야기는 의외로 느릿 느릿 전개되는듯 보이지만

그들의 선한 얼굴과 멋진 외모로 여자들을 끌어들이는 수법은 치를 떨게 만들며

일본의 숨겨진 사회상을 들여다 보게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조바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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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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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이나 탐정등이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도 나름 사건을 추리하다가 작가가 숨겨놓은 반전에 뒤통수를 맞게 되는 이야기가 전개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의 남편이 실종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남편의 형님이 죽고

또 함께 사건을 파헤쳐 나가던 회사 동료가 죽고 급기야는 사건의 용의자로 생각했던 사람까지 죽는다.

그런 과정을 추리해 나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갓 결혼해서 실종되어 버린 남편의 아내 데이코다.

 

남편을 찾아 그의 행적을 추적하던 데이코는 형님의 죽음으로 등장한 어느 여인을 추적하며

남편이 일본 패전 당시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몸을 팔던 여인들을 단속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또 다른 이름으로 그 여인들 중 누군가와 동거하며 살다 데이코와의 새로운 삶을 기회로 삼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추리해 낸다.

물론 데이코는 신혼여행지에서의  남편의 행동에서부터 분명 다른 여자가 있음을 직감하기도 했지만

남편의 이중생활이라니 문득 어느 영화에서의 평범한 한남자의 이중생활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남편의 행적속에 등장하는 벽돌공장 사장 부부를 그저 그와 친했던 사람들이라 생각했던 데이코는

자신을 도와주던 남편의 직장 동료의 죽음과 그 죽음의 용의자였던 남편의 여자의 자살을 통해

자신의 비밀을 알아챈 사람을 죽이고 왜 다시 돌아와 자신마저 자살을 해야했는지 의문을 가진 데이코는

남편의 실종과 형님의 죽음등을 모두 원점으로 돌려 놓고 사건의 동기를 다시 추리하고 추리한다.

소설속에서는 데이코의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갖가지 추리 내용들을 반복해서 서술하고 있다.

왠지 독자들의 생각까지 정리해 주려는듯 한 이런 부분들은 독자 스스로 추리할 자리를 뺏는 느낌이다.

 

티비 좌담회를 통해 일본 패전당시의 매춘부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이야기를 보던 데이코는

문득 그런 삶을 숨긴채 티를 내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에

어떤 한 여인을 떠올리면서 데이코의 그동안 그렇게 찾으려 애쓰던 사건의 동기를 찾게 된다.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위치에서 살아가던 한 여인이 자신의 과거 행적을 숨기고 살고 싶었지만

그 과거를 아는 사람이 등장하자 불안해진 그녀는 그만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일 수밖에 없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만것이다.

 

사실 누구든 숨기고 싶은 과거를 아는 존재가 나타나면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

더우기 꽁꽁 숨겼던 몸을 팔며 살아야했던 시절의 자신을 아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말할것도 없다.

그처럼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했던 여인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받아들여 주지 않는 사회상이 그 시대의 여인들을 어떻게 몰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일본 패전 당시 몸을 팔던 여인들의 삶을 반추해 보게 하는 소설이랄까?

 

이 추리 소설은 여주인공의 추리과정을 통해 사건의 동기를 파헤쳐 나가는 소설로

본명 그 동기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 점 점 미궁속으로 빠지게 한다.

그리고 보통의 추리소설처럼 드문 드문 반전이 숨어 있어 읽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무언가 벌어질거 같고 누군가는 꼭 범행과 관련이 있을거 같으며 혹은 이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순간

작가는 의외의 인물을 범인으로 데려다 놓기도 하지만

과거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 여인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데이코의 삶이

시작도 하지 못한채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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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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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글쎄,,, 왜 책 제목이 모방범인지는 아직 1권만을 봐서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 그 두께에 허걱했더랬는데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겠다.

그렇다고 글이 성의없이 주절이 주절이 늘어 놓아 쉽게 읽히는 그런 글도 아니다.

뭔가 심오하고 철학적인데다 내가 가진 사고방식을 총동원해서 생각하게 하는 그런 글이다.

그런데도 눈이 빨리 빨리 돌아가고 손도 부지런을 떨어 책장이 그만큼 빨랑 빨랑 넘어 간다.

이 작가는 독자들의 추리와 판단을 허락하지 않으려는듯 생각지도 못한 장치를 달아 놓고

한걸음 옮길 적마다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으려는듯 그렇게 긴박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인걸까?

 

온가족이 살인사건에 휘말렸음에도 혼자 살아남은 십대 소년 신이치?

사라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려는 르포 기자 시게코?

아니면 범인과의 전화 통화를 담담하게 받아내며 죽은 손녀의 몫까지 살아 복수하겠다고 벼르는 요시오?

이 책에는 참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에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무게가 실리는 인물들은 대략 이정도랄까?

일본 이름들은 어째거리 비슷한지 너무 햇갈려서 글을 읽는데 쬐금 방해가 되기도 한다.

 

온가족이 죽임을 당하고 혼자 남은 십대의 소년 신이치는 어떤 불운의 고리에 닿아 있는건지

자신이 자주 산책삼아 다니는 공원의 쓰레기통에서 쏟아져 나온 여자의 한쪽 팔을 발견하게 된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데다 섬뜩하기까지 한 것이

이 소년을 내내 주눅들게 하는 죄책감의 한 부분을 가리키기라도 하는듯한 토막시체의 손가락이다.

여자의 한쪽 팔의 등장으로 그동안 실종되어 그 안부를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들중 마리코의 집이 등장한다.

마리코의 팔이 아니란 사실에 안도한듯한 순간 함께 발견된 딸의 핸드백으로 인해 심한 충격을 받고

차도로 뛰어 들어 그만 중상을 입고 만다.

그리고 그 토막난 팔은 마리코의 팔이 아니라고 밝히려 방송국으로 전화를 건 범인!

마리코의 할아버지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대담함을 보이는 범인은

마리코의 안부를 담보로 요시오를 농락하기까지 한다.

 

전단지 한장으로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여자들에 대한 르포를 쓰려던 시게코는

사랑하는 쇼지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잊고 있었던 르포를 마리코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다시 떠올리게 된다.

무언가 강한 연결고리에 이끌리듯 글을 쓰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발동이 걸려

막 누군가에게 쫓기듯 집으로 들어간 신이치를 도와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 주면서

이야기는 또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는듯이 보인다.

신이치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동갑내기 여자아이는 자신의 가족을 주인 범인의 딸,

그러니 어느누가 도망가고 싶지 않을까마는

딸은 또 살인자인 아버지를 살리겠다고 신이치를 쫓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진짜 무언가 억울한 사연이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2편에서나 나올 모양이다.

 

이작가는 정말 숨쉴 틈을 주지 않을듯 그렇게 사건을 빵빵 터트려 대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또 그렇게 범인들을 등장시켜 버린다.

정말 그들이 범인인걸까?

진짜 천벌을 받은것일까?

아무래도 의구심을 가지고 책을 쭉 볼수 밖에 없게 만드는건 작가의 작전?

 

그리고 잘못된 부모의 울타리안에서 자라난 히로미와

내내 모자란듯 어리숙했던 이유가 독특한 시각장애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된 가즈아키와

피시라는 닉네임으로 본색을 가리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의 환경이 어떻게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인듯 한데

아무래도 사이코 패스라는 현대 사회의 끔찍한 범죄자의 본색을 보여주는것만 같다.

하지만 왠지 그럴거 같지 않은 가트아키는 왜 히로미와 함께 있었는지가 정말 믿기지 않는데

그 또한 2권에서 들려줄 모양이다.

 

폐허가 되어버린 건물앞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악몽의 실체를 만나버린 히로미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죽음으로 몰고간 두 여자를 어떻게 초반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지

2권과 3권의 작가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기대된다고 해야겠다.

그리고 그들과 마리코는 도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는건지 정말 궁금하다.

 

이 세상에는 그런 희생자들만 가득하다. 신이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진짜로 싸워야 할 '적'은 누구인가? --- p317

 

방송국의 특종을 잡으려는 모습과 사람들의 범인을 대하는 태도와

경찰의 늦장대응등은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것만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서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닌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이야기라는 생각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고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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