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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이해인 수녀는 시로 먼저 만난 기억이 있다. 한창 시에 심취해 필사를 하던 시절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가슴에 콕 박혔던 기억도 난다.
샘터 잡지, 흰구름레터로 매달 만났던 이해인 수녀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담긴 컬럼들을 다시 한권의 책으로 만나니 더 반갑다. 게다가 수녀의 1968년 첫 서원 이후 일년간의 일기도 만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이해인 시인 수녀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것 같은 삽화, 해그린달의 그림도 넘 이쁘다.
기차를 종합선물세트로 표현하다니 딱 맞는 표현인듯하다. 기차에 대한 첫 기억은 부모님이 시골살이를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탄 기차에 대한 기억이다. 그 당시는 그저 낯선 서울이라는 대도시로 간다는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의 마음이라 기차밖 풍경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차에서 먹었던 삶은 계란에 대한 추억은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는 고등학교 졸업한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다녀왔던 춘천행 기차는 같은 노래 제목의 노래가 나올때마다 추억하게 되고 대학시절 엠티라는 걸 가면서 탔던 기차에 대한 추억은 사뭇 남다르다. 바깥 풍경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설레어하고 친구들과 게임을 라며 터널이 나올때마다 환호성을 질러대던 그 순간의 기억들! 정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기차!
고운말 쓰기 차림표, 표현이 참 기발하다. 나이들수록 말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데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차림표다.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때 그저 진심을 담은사과를, 상심하고슬퍼하는 사람을 만났을때는 함께 걱정한다는 표현으로, 좋은 일엔 아낌없은 축복을, 누군가 뒷담화를 하고 있다면 이제 그만하자고, 술 게임 도박같은 중독에 빠져 고민하는 이가 도움을 청할때 조언보다는 이해하는 쪽으로 말하는게 좋다는 사실들, 수녀의 조언을 통해 다시금 새긴다.
2018년 수도서원 50주년이 되는 이해인 수녀! 종교인이 된다면 수녀가 되고 싶은 부끄러운 소망이 있는 내게 넘볼 수 없는 숫자다. 먼 발치에서 낭만적으로만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수녀가 되는게 어떤건지를 수도서원후의 일기를 통해 깨닫게 한다. 민낯을 드러내는 거 같은 수녀의 일기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데도 숙연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리고 그녀의 습작이나 자작시들! 어쩌면 수녀의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위로가 되어줄 일기다. 물론 나와 같은 어리석은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에게도 삶의 조언같은 글과 아름다운 시와 문장에 잠시 행복해지는 시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