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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ㅣ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를 지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누구든 하나쯤 그 시기를 되뇌이면 가슴 시린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친구이건 부모이건 또 다른 무엇이건 그렇게 우린 성장해왔다.
아빠를 잃고 할머니로부터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만큼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란 소희!
그러나 언제까지고 함께 할 거 같던 할머니도 그만 소희만 남겨두고 이 세상을 떠나버린다.
혼자 남은 소희는 서울 작은 집으로 더부살이를 들어가면서 달밭마을 친구들을 모두 추억속에 묻어 버린다.
문득 소희의 나이 쯤 나 혼자 시골에 남겨졌던 일이 떠올랐다.
전학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이사 날짜와 엇갈리는 바람에 다른 식구들은 모두 서울로 이사를 가고
나만 혼자 덩그마니 친척집에 남겨져 더부살이를 했던 그때,
왠지 외톨이가 되어 버린것 같고 내가 우리가족중에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거 같아
한달 후 서울로 전학와 가족들과 합류한 이후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창 사춘기로 접어들어 불안한 그 시기에 타인의 눈치를 봐야했고
왜 나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을까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부추겼던듯 하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엄마에게 버림받고 작은집에 얹혀 살게 된 소희만 했을까?
어릴적부터 어른스럽단 소리를 들을 만큼 스스로를 단돌이 했던 소희가,
작은집에 얹혀 살면서도 자신이 해야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짬짬이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작은 엄마의 일을 도와주기까지 했던 소희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친엄마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혼자 너무 애쓰며 살았던 소희의 아픈 과거를 보상받는 거란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왠지 가까워지지 않는 친엄마와의 서먹한 관계는 소희를, 그리고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동안은 나몰라라 했던 소희를 데려갔을땐 분명 엄마 노릇을 하려는 마음이었을텐데
비싸고 좋은 옷이나 학용품등 물질적인것은 부족함 없이 채워주지만 소희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급기야 소희가 선물받아 한창 취미를 붙이던 디카가 없어진 사건으로 인해
소희를 자신의 가족이 아닌것처럼 이야기하는 대목에선 소희만큼 나 또한 화가 났다.
오히려 아저씨가 친딸도 아닌 소희를 더 친근하게 대하는 대목에선 왠지 불안하기까지 했는데
남자친구와 놀이공원을 다녀와 엄마와 다투고 소희는 집을 나가 이야기는 극에 달한다.
소희는 자신에게 주어진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에 자신이 할 수 있는한 열심으로 적응하려 했으며
자신의 과거가 밝혀질까 두려워 스스로를 엄마가 만들어준 갑옷으로 철저히 무장했다.
전학을 오면서 너무도 솔직한 채경이란 친구를 사귀면서 대리만족을 했고
자신을 당당히 여자친구라고 밝히는 남친 지훈이가 부럽기만 했다.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선 날, 처음부터 왠지 모르게 자꾸 신경이 쓰였던
재서가 그동안 자신이 마음을 터놓았던 채팅 친구라는 사실이 밝혀 지면서
이야기는 점 점 긴박한 상황으로 전개가 되어 더욱 책읽기에 박차를 가한다.
갑자기 부유해진 소희는 자신이 얼마나 부유한지를 몰라 그것을 누릴줄 몰랐지만
친구들의 부러움을 독차지 하고 더우기 단짝 친구 채경이의 관심을 받고 부터는
더욱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가져다 주는 행복감으로 빠져드는데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엄마의 자리를 대신 채우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진짜가 아닌것은 결국 아무리 많아도 진짜를 대신할 수 없다.
자신을 데려가려 찾아온 엄마로부터 아가적 소희를 데려가지 못했던 이유를 듣고
그동안도 소희가 족쇄가 되어 하루도 편할날이 없었으며
이제 자신이 엄마 노릇을 하려 데려온 지금도 새아빠의 눈치를 보는 엄마,
그동안의 모든일들이 소희 때문이란 사실에 소희도 나도 목이 메인다.
그리고 자신은 혼자 따로 살겠다는 소희에게 함께 살자고 하는 엄마의 말은
그동안의 쌓였던 감정들을 한꺼번에 다 무너져 내리게 해 울컥해진다.
'널 보내고 다시 그 지옥 속으로 돌아갈 수 없어, 이젠 못해,함께 살자, 소희야, 부탁이야,' --p239
성탄절에 맞춰 갑자기 방문한 자기 또래의 새아빠의 진짜 딸 리나의 등장은
소희와 독자들의 걱정에 반하는 반전과도 같은 결과를 소희에게 안겨준다.
성장기의 소희와 함께 불안해하고 화도 내고 걱정스러워하던 나는
어느새 그때를 거쳐 이만큼이나 어른이 되었을까 새삼 신기하기까지 하다.
소희가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 만나는 엄마와 새로운 식구와 친구들과의 성장 과정을
불안 불안하지만 멋지고 아름답게 잘 거쳐가는것만 같은 이야기에 가슴 뭉클해진다.
'산다는것의 진정한 의미는 여름날의 무성함과 찬란함이 아니라 겨울날의 초라함과 힘겨움에 담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달밭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밧줄에 가지를 의지한 채 눈바람을 맞는일이, 그것을 견디는 일이 인생일 거이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도 삶은 그럴것이다.' ---p296
정말이지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성장이야기가 또 있을까?
소희가 모진 인생의 찬바람을 견디고 일어서 진정 행복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