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의 시간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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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는 시간!



제목부터 낭만적인 낮달의 시간, 공을 들인거 같기도 아닌거 같기도 하지만 예쁜 표지, 푸르스름한 하늘에 흐릿한 달. 환한 대낮에 하얗게 뜬 달을 생각하며 책장을 넘긴다. 아직 오지 않은 밤이지만 밤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낮달의 시간>

설익은 문장들, 흩날리는 종이들. 희미한 시간을 견디는 중이다. 눈에 띄지는 않아도 가슴속에 환한 빛을 머금고 있는 나는 지금 낮달의 시간을 건너가는 중이다. 충실히, 고요히. -p15


노안이 점점 심해져서 자잘한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요즘, 딱 읽기에 좋은 글씨체와 크기다. 게다가 아주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문장들, 아무때나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좋을 문장과 문장들, 그 첫번째 글에서부터 '가슴에 환한 빛을 머금'은 낮달이 되는 기분이다.




촌스러운사랑>

엉킨 이어폰 줄을 풀다가 닫지 못한 가방이 쏟아져서, 그러다 지하철을 놓쳐서. 텅 빈플랫폼 위에서 잠시 당신을 그리워했다. 촌스럽게도. 누구도 뒤돌아 보지 않는 월요일의이른 아침에. -p59


일상의 순간들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담아내는 문장들이 참 아름답게 여겨진다.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사랑의 안테나를 느끼고, 베란다의 시든 나뭇잎에서 새로 돋을 잎을 떠올리고,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누군가의 어루만짐을 느끼고, 생각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 순간에서 서글픔을 느끼고, 프라이팬 위에 달걀을 부치며 포옹을 배우는등 순간순간의 기억과 외로움과 그리움을 견뎌내는 시간들에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기꺼이, 사랑>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울게 하지만 그들이 없더라면 내 얼굴에 미소가 스칠 일도 없었을 거다. 사막에 사느니 이따금 덮쳐오는 파도에 휩쓸리며 살기로 작정하는 일, 어쩌면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른다. -P51


사랑에 관한 정의가 이토록 다양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나의 전부가 되는 것이며 사랑을 약속하는 것은 슬픔도 절망도 괴로움도 감당하겠다는 것이며 사랑은 오직 사랑만 필요하다는 것을, 사랑은 느리고 촌스러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은 구석구석 살피는 것이며, 사랑의 결말이 불행하더라도 그래서 또다시 꿈꿀 수 있는 것이 사랑임을 이야기한다. 때로 나를 슬프게 만들지만 나를 웃게 만들기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기로 하는 것이 바로 사랑임을 노래한다.



장면의 묘사가 영화같은 문장에 잠시 머물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에 모퉁이를 접게 되는 책, 자꾸만 포스트잇에 옮겨 적게 된다. 자꾸 틀리고 삐뚫어지고 삐어져 나오지만 한자 한자 적어내며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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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넘 사랑스럽고 이뻐요.
기발합니다.
상상 그 이상이에요.
안경닦이 굿즈 마저 넘 아름다워요.

근시 약시 원시등 시력과
안경에 대한 정보도 담았어요.
시력 검사표까지 있다니!
ㅋㅋ

빨간 모자가 우산을 쓰고
할머니댁으로 심부름 가는 그림에서부터
놀라게 됩니다.
안경을 걸친 할머니 모습이거든요.

그림속에서 숨은그림을 찾게 만듭니다.
꼬마늑대 빨간모자 토끼 토리등
눈에 보일까 말까한 캐릭터들이
넘나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한참을 그림속에 빠져 있게 됩니다.

안경을 맞추고 눈이 잘 보이자
토끼를 잘 잡을 생각에 신이 난 꼬마늑대,
꼬마늑대가 안경을 맞추고 제일 먼저 한 일은?
과연 토끼를 잡아 먹었을까요?
빨간모자는 심부름을 잘 마쳤을까요?

뭣보다 자연을 가득담은 그림책이라
그림만 봐도 힐링됩니다.
특히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사라진
너무도 자유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지막 그림은 벽에 걸고 싶을 정도!^^

#도서협찬
#꼬마늑대가처음안경을맞춘날
#그림책
#윤정미그림책
#사계절
#빨간안경쓴빨간모자
#눈이나쁜줄도모르는꼬마늑대
#안경의발명
#안경의역사
#근시
#원시
#약시
#토끼토리
#시력검사표
#아름다운그림책
#그림책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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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넘길 수 없는 페이지를 만날때마다
부지런히 모퉁이를 접었다.‘
-p22모퉁이를 접으며

모서리가 아닌 모퉁이
라는 표현이 참 좋은 글귀에
마음이 움직여 모퉁이를 접게 되는 책!



기꺼이, 사랑>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울게 하지만 그들이 없더라면 내 얼굴에 미소가 스칠 일도 없었을 거다. 사막에 사느니 이따금 덮쳐오는 파도에 휩쓸리며 살기로 작정하는 일, 어쩌면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른다.
- P51

뒷모습>
사랑은 두 눈을 마주하지 않는 순간까지오래도록 바라보는 것이다. 우두커니 서서 말없이 위로하고 손 없이 그의 등을 쓰다듬다가조용히 돌아서는 것이다. 알아차리지 않아도좋을 나의 다정을 기꺼이 두고 오는 것, 사랑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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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함께 육교를 건너갔다. 육교 위 커다란 전등들은 모두 꺼져 있었다. 그들은 육교 위에 있는 유일한행인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시커먼 밤의 흐름 속을 은빛으로 반짝이며 헤엄치는 밤의 물고기 떼가 순간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육교가 파도 위의 배처럼 너울거렸다. 


수많은 개들이 어둠 속에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무거운 쇠사슬이 보이지 않는 철장에 끌리면서 음산하게 절렁거렸다. 알려지지 않은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짐승의 밤이 일제히 동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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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해서 등장하는 장면과 문장들,
다른사람인가 했는데 같은 인물?
시공간이 오락가락?
어느 누군가의 꿈속을 헤메이는중?
‘꿈길 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네‘ 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르는건 왜일까?​

하룻밤 사이에 몇번이나 꿈을 꾸는듯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바뀌지만 알고보니 같은 사람의 이야기? 몽환적이면서 미로를 헤매이는것 같은 이야기가 끈적한 한 여름 밤, 깊이 잠못 들고 꿈속을 오락가락 헤메이는 듯한 소설이다.

오디오 극장(실제로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는)이 문을 닫는 마지막날 이야기에 빨려들어가 극장장과의 여니찾기를 하게 되는 아야미의 첫번째 이야기, 시인 여자를 흠모하면서 밤마다 여니라는 여자와 전화통화를 하는 부하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속에서 첫번째 이야기와의 접점에 이르게 되고 세번째로 여니의 부탁을 받아 시인인줄 알았던 독일인 소설가 볼피의 한국방문을 돕는 아야미의 이야기가 어지럽게 펼쳐지다가 마지막 장에 이르러 끝맺지 못한 첫번째 극장장과의 이야기로 돌아오게 된다. 추리소설도 미스터리소설도 아닌데 이야기를 읽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마치 빠져 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미로속을 걸으면 걸을수록 헤메이게 되고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닮아 있는 주인공을 만나 비슷한데 또다른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어느 지점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제자리 걸음을 하듯 빠져 나오지 못한다. 아무튼 참 기기묘묘하고 끝날거 같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도서협찬

#알려지지않은밤과하루

#배수아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소설

#미로를헤메이듯

#반복되는꿈을꾸며

#점점더깊이빠져들어

#헤어나오지못하는
#오락가락헷갈리는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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