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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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 무지막지한 두께에 놀랐다. 이 많은 양의 소설을 언제 다 읽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일단 책을 펼쳐들고 나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 부분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아 들어있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든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굉장히 멋진 캐릭터가 주인공인지라,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어떻게보면 우리 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의 지성은 다른 사람보다는 날카롭고 뛰어나서 주변 사람들이 조언을 구한다. 물론 그도 사람이기 때문에 때때로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주변에 있는 그의 착한 친구들은 항상 그를 도와주려고 한다. 잔잔하면서도 주인공들이 너무 예뻐서 끝까지 안 볼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나스타샤'이다. 모두 그 나름대로의 힘든 사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그것이 아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서두는 웅장한 캐나다의 자연과 함께하는 플라이 피싱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의 직업이 교수라고는 하지만, 가르치는 일 못지 않게 이 사람이 좋아하는 취미가 바로 낚시이다. 나는 낚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일단 쭉 읽어나갔는데, 그의 낚시 철학을 읽고 있자면 낚시라는 취미가 상당히 재미있게 보인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낚시는 낚시대를 드라워내리고 같은 자리에 앉아서 무작정 물고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플라이 피싱이라는 것은 얕은 강에서 하는 낚시로 물론 물고기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손 감각이 무척이나 중요한 기술을 요하는 낚시이다. 먹기 위해서 하는 낚시가 아니라, 단순히 물고기와의 대결을 통해 낚시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물고기가 상처입지 않도록 끌어올리는 것도 낚시꾼의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이다. 거대한 자연 안에서 낚시를 즐기는 일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해 보인다. 필자의 묘사가 너무나도 뛰어나서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마치 나도 그 자리에서 같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나는 몇년 전에 미국의 국립공원을 직접 다녀왔던 터라, 북미 대륙에 있는 자연의 위대함은 어느정도 실감을 하고 있기에 더더욱 이들이 있는 그 장소가 너무나도 멋있게 느껴졌다. 보다 생생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간단하게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커티지도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살짝 같이 있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낚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다가, 소설의 초중반이 되면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주인공, 나스타샤가 등장한다. 실제 그녀의 이름은 나스타샤가 아니지만, 부르기 좋고 어감이 좋은 느낌의 이름이라 이 소설의 끝까지 그녀는 주인공에게 나스타샤로 불린다. 이름이야 뭐가 되었든 어떠랴. 그저 두 사람의 진심이 통하고 행복하게 지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나도 외로운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사실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이 바로 이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보통 사람이 본다면 처음 본 사람을 덥썩 집으로 들이기에는 조금 망설여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사랑에 눈이 먼 조지는 그냥 나스타샤를 그렇게 자신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나스타샤도 낯설은 타향에서 친절을 베푸는 조지가 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진이나 삽화가 없어서 나스타샤의 실제 모습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의 묘사를 보았을 때 보통 슬라브 여인들이 그러하듯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사람이었을 듯 하다. 아무튼 이들의 어려운 사랑 이야기가 수백 페이지에 걸쳐서 서술된다.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결코 지겹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그리 늦지 않다. 주인공들은 그 뒤로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두리뭉실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결말 또한 깔끔한 느낌이라 이 책을 덮고나서 왠지모를 그리움과 여운이 아주 길게 남았다.

 

두툼한 하드커버 장정이 튼실하게 되어 있어서 침대 머리맡에 두고 읽느라 조금 팔이 아팠던 것을 빼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슬픔이 가득 어린 듯한 느낌의 표지가 조금 우울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다보면 그리 우울한 느낌은 별로 없다. 주인공들이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그들 나름대로 슬기롭게 해결책을 찾아간다. 그래서 독자들은 거기에서 삶의 희망을 찾아볼 수 있다.

 

어릴때는 무작정 외국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랜 시간동안 타지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스레 깨닫는다. 꼼꼼한 준비도 필요하겠지만, 주변에 있어 줄 친구들과 가족들이 없다면 참으로 외로운 생활이 외국 생활이다.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들이 그대로 글에 옮겨져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긴 수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실제 작가의 경험에 조금의 상상력을 덧붙인 것이 아닐까, 지레짐작해 본다.

 

오랜만에 길지만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평소에 소설을 그리 즐겨읽지 않는 독자라도 이 책이라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류의 결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중의 하나인,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고 싶은 독자나 캐나다의 대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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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임플로이
후루카와 히로노리 지음, 김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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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기계발서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식으로 직접 명령형으로 서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필자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확실하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덕분에 이런 류의 책들은 굉장히 딱딱한 문체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뭐, 이 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번역서이기는 하지만 역시나 명령형 어투의 글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이유는 책 앞에 쓰여져있는 한가지 문구 때문이었다. " 회사가 탐내는 스카우트 1순위 사원, 우리는 그들을 골든 임플로이라고 부른다!" 요즘같이 평생 직장이 불확실한 시대에 누구나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싶을 것이다. 스카우트 1순위라고 한다면 누구나 되고 싶은 희망사항이 아닐까. 덕분에 이 책을 읽어볼 동기가 부여되었다.

 

이 책은 비단 사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회사에 막 들어온 신입사원에서부터, 다른 사원들을 밑에 많이 거느리고 있는 간부급까지 모두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조언들을 가득 담고 있다. 무조건 막연하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필자의 경험에서부터 우러나온 행동 수칙들을 적어놓았기 때문에 즉시 회사생활에서 응용할만하다. 정말 이대로만 실천한다면 회사내에게 우수한 사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는 무수한 지침들이 가득하지만, 그 중에서도 너무 내가 공감이 갔던 문구를 한 두가지 언급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1) 일도 놀이도 시간 엄수 : 사실 부서 회의 시간 지키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는 직업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이야기이지만, 현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직업이다보니 회의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고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는 회의시간에 가능하면 늦지않도록 보다 타이트하게 관리해야겠다.

 

2) 구두로 한 약속을 중요시해라 : 사람들과 만나면서 모든 약속을 서면으로 받을 수는 없다. 사소한 것들은 구두로 하기 마련인데, 바쁘다보면 깜박할 때도 종종 있다. 이런 것들을 잊어버리지 말고 간단하게나마 수첩에 메모해서 나중에 되새긴다면 사람들로부터 신용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3) 가능한 한 빨리 결정하라 :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빠른 의사결정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 듯 하다. 특히나 내가 근무하는 환경에서는 그 자리에서 곧장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평소에 많이 배워두고 응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결정하는 능력은 어느 직장에서나 필요한 것 같다.

 

4) 변명잘하고 도망 잘치는 사람은 곤란하다 : 사실 업무 영역이 애매하게 분리되어 있는 경우,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그냥 내 영역이 아니라고 팽개칠 때가 있다. 그런데 알고보면 내가 조금만 평소에 신경을 썼더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 모르니까, 신입사원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은근히 다른 사람에게 미룰 것이 아니라 무조건 '내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스케줄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라 : 오늘의 할 일을 여기 저기에 적어둘 것이 아니라, 딱 한 곳에 집중해서 적어둔다면 나중에 필요한 것을 찾을 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메모지가 아닌, 여러장의 용지가 철해져있는 노트를 활용하는 것. 당장 올해부터 활용해보아야 겠다.

 

 

이 외에도 이 책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말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마다 자신이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아무튼 얇지만 굉장히 일상생활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침들이 가득하다. 도대체 회사생활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신입사원이나 간부급 사원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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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상속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 이레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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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읽었다. 책 두 권 분량은 너끈히 되고도 남을 두툼한 책 두께는 일단 책을 접하는 사람을 다소 위축되게 만든다. 하지만 두꺼운 책 두께에 비해 가벼운 장정은 침대 머리맡에서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무게이다. 따로 책 읽을 시간을 내지 않고 매일 밤 자기 전에 침대 머리맡에서 조금씩 읽다보니 이 책을 다 읽는데 10일 정도 걸린 것 같다. 아무튼 가볍게 보이면서도 그 내막은 절대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난 굳이 따지자면 '사이'와 같은 세대이다. 서구문화를 어렸을 때부터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으며, 생활하는 모든 양식은 서구식이다. 막연히 동경한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그냥 문화적인 배경이 그렇다는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어떤 이들은 그것을 비난하기도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구식이든 전통식이든 자신이 편한대로 행동하면 되지 않을까. 여기 나오는 불평등의 원인은 결국 서구사회의 자본주의에 있다. 가진자들은 무한한 힘을 가지고 권력을 행사하고, 가지지 못한 자들은 끊임없이 가난에 시달려야 하고. 아무리 자신이 정직하게 일하려고 해도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고 착취하려는 행위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각자 어떤 세대를 대표하고 있다. 현재 인도의 모습은 옛날 우리나라의 5,60년대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 하다. 물론 불행중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한민족 국가라 민족 문제까지는 불거지지 않았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미국을 가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비자를 신청하는 것이나, 막연한 동경 같은 것들은 우리나라의 옛 모습이 아닐까 한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문화의 잔재들이 남아서 일부 사람들의 생활속에는 남아있지만 말이다.

 

작가는 어떠한 시사적 문제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독자들은 현실을 정확하게 느끼면 된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현실을 표현하고 있는 방법이다.

 

'상실의 상속'이라는 제목에서도 언뜻 볼 수 있듯이 우리는 항상 앞 세대의 문화적인 유산을 이어받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아무리 자신의 부모나 뿌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신이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 문화적 배경은 끝까지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 그것은 바로 나의 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부정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그러한 부정을 계속 이어받는 후 세대의 모습을 이 책의 제목아래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조금은 우울한 느낌의 표지도 그 의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체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두툼한 책이기는 하지만, 절대 어렵지 않다. 쉬운 문체로 씌여져 있어서 오히려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현재 인도사회의 모습과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인종차별의 실태, 또는 우리나라 근대화가 되던 시절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시사적인 내용을 즐겨 읽는 분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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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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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단지 내가 이 책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란, 책표지의 뒷면에 쓰여진 문구가 전부. 뒷표지에는 이러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 현대 환상 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가 마법같은 유년의 숲에서 그러내는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 사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일종의 판타지인 줄 알았다. 아니면 굉장히 달콤한 동화느낌의 소설이든지.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고난 느낌은 극도로 사실적인 이탈리아의 레지스탕스 이야기이다. 아마도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도 들어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어린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소년의 눈으로 본 혁명이야기인데,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처음 시작은 지저분한 농담을 지껄이는 소년의 모습이 등장한다. 도대체 어린 녀석이 어쩌면 그렇게도 노골적인 말들을 하는 것인지, 만약에 실제로 이런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의 볼기짝을 후려쳐주고 싶을 정도로 장난이 심하다. 물론 핀이 이렇게 된 이유는 가정적인 환경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환경의 영향으로 돌리기에는 조금 억지스럽지 않을까. 아무튼 결코 사랑스러운 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유년기 소년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처음 표지에 등장하는 소년의 모습을 보았을 때 성질이 고약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더더욱 정이 가지 않는 타입이다. 그래도 일단 책을 펼쳐들었으니 끝까지 읽을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이야기가 점차 진행되면서 소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의 흐름에 빨려 들어가서 혁명단체에 가입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로 가입했다기 보다는, 그냥 살기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보다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다. 자신이 어떤 이념을 가지고 활동한다기 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과 동경하는 사람들이 그 활동을 하고 있으니 같이 있고 싶어서 활동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자신들도 그렇게 결정하는 일이 은근히 많다. 동호회 가입이라든지, 전공 학과의 선택 등. 하지만 심사숙고하게 생각하지 않은 행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핀도 결국에는 방황하다가 나오지 않았는가.

 

어린 아이의 시각으로 본 혁명은 도대체가 알아듣기 어려운 말 뿐이다. 이탈리아의 혁명에 대한 정보가 무척이나 부족한 독자인 나도 이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혁명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면서 그냥 따라갔다. 혁명이니, 이념이니 하는 것들은 다 필요없고, 독자인 내가 궁금한 것은 그저 사람들간의 관계, 주인공의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더욱 궁금하다. 물론 역사적인 지식을 알고 이 책을 읽는다면 더욱 재미있겠지만, 모른다고 해도 읽는데 큰 지장은 없다. 다만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서 다소 떨어지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패배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운동가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이 책은 극사실주의적인 이탈리아의 레지스탕스 이야기이다. 물론 아이의 시각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지만 마냥 가볍게 넘길만한 주제는 아니다. 아마 이 책을 읽고나서 이탈리아의 혁명과 관련된 자료를 더 찾아본다면 좋은 공부가 될 듯 하다. 오랜만에 조금 심각한 소설을 만났다. 마지막에 핀이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듯 하여 조금은 안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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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델피누스 - 아틀란티스의 돌고래 인간
마를리제 아롤드 지음, 김태성 옮김 / 지양어린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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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바다를 보고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끝도없이 펼쳐진 물이 가득 찬 그 곳. 왠지 바다를 보고 있으면 한 없이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깊은 물 속에는 과연 어떤 생물들이 숨겨져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물론 과학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바다의 신비를 모두 풀기에는 인간의 능력으로 모자라다. 이 책은 돌고래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환상 동화라고 할까.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지기는 했으나 어른들이 읽기에도 큰 무리는 없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들 것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아마 영화로 만들어도 구성상 흥미진진할 듯 하다. 굉장히 많은 CG가 들어가야 하겠지만!

 

'호모델피누스'란 돌고래인간을 의미한다. 이것은 이 책의 주인공들을 의미하는 단어이며,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뭔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단어이지만 알고보면 꽤 단순한 단어이다. 돌고래를 어릴때부터 좋아했던 터라, 이런 단어를 듣고 있으면 뭔가 몽환적인 느낌을 받는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선과 악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권선징악적인 이야기 구성과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정의를 추구하는 주인공들은 어릴때 한참 읽었던 안데르센의 동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배경이 중세에서 현대로 옮겨왔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른 점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첨단 장비들도 많이 등장하고, 요즘 지식수준이 한창 높아진 아이들의 눈높이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을 보여준다. 너무 유치해서 못 읽겠다,는 반응은 절대 보일 수 없는 작품이다. 물론 작품의 길이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크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작품의 진행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정도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아틀란티스에 대한 환상을 꿈꾸어왔다. 이 작품에서는 아틀란티스를 신비한 세계로 두리뭉실하게 그리고 있는데, 아틀란티스의 종족이 돌고래인간이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물론 가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상상은 자유이지만, 이런 모습으로도 아틀란티스가 묘사될 수 있다는 점도 한 번 눈여겨볼만 하겠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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