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별로 부자도 아니엇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았다. 보통의 지방 도시에 보통의 단독주택을 소유했고 중상급의 국산차가 한 대 있었고, 나를 도쿄의 사립대학에 보내줄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이 나이까지 한 번도 굶주린 적이 없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도 세 벌 정도는 장만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슈퍼마켓의 광고지를 열심히 점검해가며 조금이라도 싼 값에 화장지를 사고, 갖고 싶은 책이나 CD도 되도록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애써온 것을 가난이라고 한다면 나는 줄곧 가난하게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결코 모를 것이다. 절약하며 생활한다는 것을.-1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