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아무리 '나쁜 일'도 지나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 모든 복잡한 세상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켜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중략)
'나쁜 일'이라는 것은 일어나기 직전이 가장 나쁜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막상 그것이 지나가고 나면, 시간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그 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긱기 시작하면, 정말 이상하게도, 우리는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어떤 위안을 받게 된다. 위대한 인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보다 더 나빠질 수 있었던 일을 마음껏 떠올려보면서, 아아, 그렇게까지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하고 안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