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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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농성 소동은 틀립없이 큰 뉴스가 되었을 것이다. 미움까지는 사지 않겠지만 동정도 받지 못했을 것 같다. 경찰과 기업에 창끝을 들이댄 사람을 통쾌하다며 재미있어 하면서도, 그것을 막상 내 일처럼 생각해 줄 사람은 없다. 텔레비전을 지켜본 어른들은 단 한 번도 싸울 일이 없고 앞으로도 싸울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다.
대항하고 투쟁하는 사람을 안전한 장소에서 구경하고 그럴싸한 얼굴로 논평할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냉소를 던지리라. 그것이 바로 아버지를 제외한 대다수의 어른들이었다.-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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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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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바, 내일 죽을 거라는 말을 들으면 어쩔 거야?" 배우가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했다.
"다르지 않겠죠." 나에바 씨의 대답은 냉담했다.
"다르지 않다니, 어쩔 건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로킥과 레프트 훅밖에 없으니까요."
배우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고 한다.
"그건 연습 얘기잖아. 아니, 내일 죽는데 그런 걸 한다고?"
"내일 죽는다고 삶의 방식이 바뀝니까?"
글자들이라서 상상할 수밖에 없지만 나에바 씨의 말투는 정중했을 게 틀림없다.

"지금 당신 삶의 방식은 얼마나 살 생각으로 선택한 방식입니까?"-210쪽

"주뼛주뼛 인생의 산을 올라와서는, 힘들고 무섭고 피곤하니 처음 왔던 길로
슬슬 돌아가볼까, 할 수는 없는 거야. 오를 수밖에 없는 거야."-316쪽

<빛이 있는 동안 빛속을 걸어라>는 소설이 있잖나.
그걸 흉내 내자면 '살 길이 있는 한 살아라'고 할 수 있겠지.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건, 권리가 아니라 의무야. -317쪽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했어. 힘내서, 어쨌거나, 살아라. 이렇게."
- "어쨌거나 살아라?"
"어쨌거나." 그가 같은 말을 아까보다 야간 힘주어 반복했다.
"살아라."-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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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 하루키가 말하는 '내가 사랑한 음악'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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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사람의 흥망이라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월턴은 새로운 스타일을 내세우며 상업전선에 뛰어들지 않았으니만큼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대신 스타일이라는 덫에 걸리는 일 없이, 또한 안이한 습관에 길들여지는 일 없이, 자기 페이스로 성실하게 자신의 음악에 깊이를 더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음악의 품이 깊다고나 할까, 통풍이 잘 되어 언제 어디서든 신선한 공기가 스며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긴 시간 들어도 그다지 피곤한 줄 모른다. (시더 월턴 편)-31쪽

클래식 음악을 듣는 기쁨의 하나는 자기 나름대로의 몇 곡의 명곡을 가지고, 자기 나름대로의 몇 명의 명연주가를 가지는 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세상의 평가와는 합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자신만의 서랍장'을 가지는 것으로 인해 그 사람의 음악 세계는 독자적으로 펼쳐져 깊이를 더하게 될 것이다. (중략)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것은 다른 누구의 체험도 아니다. 나의 체험인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개인적인 체험은 나름대로 귀중하고 따뜻한 기억이 되어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우리는 결국 피와 살이 있는 개인적인 기억을 연료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만일 기억의 따스함이라는 것이 없었더라면 우리네 인생은 아마 견디기 힘들 만큼 차디찬 것이 되었을 것이다. (슈베르트 편)-88쪽

10대라는 이른 단계에서 이미 (헤로인)중독 상태였고, 그것은 말하자면 그 중독과 더불어 개인으로서의, 음악가로서의 자아가 형성된 것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그의 자아의 일부이기조차 했다. 그와 같은 이유로 그의 속에는 자신의 벌거벗은 감정과 똑바로 마주할 수 없는 체질이 이미 형성되었던 것이고, 무리하게 맨 정신으로 있으려 하면, 그러니까 살아 있는 자신의 감정과 직면하려 하면-격렬한 우울증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우울증은 그를 폭력적인, 혹은 자기파괴적인 행동으로 몰아세웠다. 그렇게 해서 스탠 게츠는 중증의 중독과 우울증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게 된다. (스탠 게츠 편)-108쪽

그가 제리 롤 모톤의 고전에 도전한 《스탠더드 타임 vol.6 Mr. 제리 롤》을 들어보았으면 한다. 이 앨범이야 말로 윈턴 마샬리스의 '공부' 증후군의 좋은 예다.
클래식의 영역이라면 모를까, 재즈라는 틀 속에 그림 그리듯이 이러한 '원전의 재정리 작업'을 득의양양하게 전개해 놓으면 듣는 이로서는 다소 염증이 나, '마음이야 알겠지만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는 말라고, 창피하지도 않냐?'하는 지겨운 기분이 들고 만다.
재즈라는 것은 그런 이치로 가득 찬 연구주의의 음악이 아니잖은가, 더 잡박하고 생생한 것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윈턴 마샬리스 편)-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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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5년 9월
절판


그는 노튼을 130세까지 산 우크라이나 농부에게 비유했다. 죽음의 순간이 오면 그들은 빨리 죽는다.우리는 죽음을 연장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우리는 우리 삶의 3분의 1을 단지 죽어가는 데 쓴다. 그 농부들은 건강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펑 하고 사라진다. 질 좋은 삶을 살면서 가능한한 오랫동안 건강히 지내고 그런 다음 빨리 죽는 것. 노튼 역시 그렇다고 그는 말했다. 노튼이 이런 식으로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것을 내가 감사히 여겨야 한다고도 했다.-257쪽

노튼은 살아있는 동안 내내 나에게 수많은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수많은 것을 가르쳤다. 사랑에 관해, 또 관계에 관해, 모험에 관해, 독립심에 관해,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노튼은 위엄과 기품을 가지고 죽을 수 있음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어느 정도 부풀려 생각하자면,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끝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궁극적으로 내 고양이는 두려움 없이 사랑만 간직한 채 죽을 수 있음을 나에게 보여주었다.그것은 아주 값진 교훈이다.

슬픔을 피할 수 없어도, 삶은 결코 나빠질 수 없다.-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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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이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
정현경 지음, 곽선영 그림, 제니퍼 베레잔 노래 / 열림원 / 2001년 12월
구판절판


너의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자기다운
삶을 갈망하는
삶의 아들 딸들이다.
Your children are not your children.
They are the sons and daughters of life,
Longing for their lives.

- 칼릴 지브란 《예언자》中-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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