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가노그래피 - 숨겨진 메시지 김주원의 사이버 보안 시리즈 1
김주원 지음 / 글과생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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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가노그래피


Steganography 파일안에 다른 파일을 보이지 않게 숨기는 것.


예전 어느 영화에서 일반적인 사진안에 암호를 숨겨놓은 것이나 TV에서 방영된 사이버 테러에 관한 드라마를 보며 이제껏 알지 못했던 사이버상의 신세계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올해 선거와 맞물려 일반인 사찰과 개인정보 유출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내던져진 개인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스테가노그래피'는 이런 사이버 테러와 백범 김구의 태극기, 일제 시대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남과 북의 대치로 인한 간첩, 반공, 안보등의 첨예한 갈등과 문제들을 스테가노그래피 라는 소재와 연결시켜 흥미진진하게 그려놓은 소설이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 북의 간첩과 남한의 사이버 테러 대책반, 미국과 한국을 번갈아 가며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대한제국 황제에게 황실의 비밀 자금을 사수하라는 밀명을 받고 한 평생을 바쳐 그 명을 지킨 '홍수환'. 그는 결국 황실의 비밀 자금을 백범 김구 선생에게 전하게 되고, 백범 김구는 그 자금이 해방 조국의 재건에 쓰여질 수 있도록 암호를 남긴채 살해 당하고 만다. 세월이 흘러 미국에 살던 홍수환의 손녀 한나가 그 숨겨진 자금을 찾아가는 과정과 북한이 간첩을 통해 기획한 사이버 테러, 그들의 숨겨진 또 다른 목적, 그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사이버 테러를 방지하고 간첩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버테러 대책반의 이야기들이 맞물려지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사이버 테러를 안보와 연결시켜 그렸다는 것, 대한민국 정부의 문지기라도 하고 싶어했던 백범 김구가 남긴 암호, 해방조국을 위해 함께 연대하기보다 이념과 사상의 문제를 앞세워 대립했던 그 시대의 지식인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만약에' 라는 가정과 상상을 하게 하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다는 것에 이 소설의 의미를 두고 싶다.


아쉬운 점은 치밀하지 못한 구성과 안보에 대한 문제를 남과 북의 문제로 국한 시켰다는 점, 자칫 잘못하면 친일파가 애국자로 변신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권력자로 군림하며 국민에게 세뇌시킨 '반공'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킬수 있다는 점, 바로 그것이 개인의 인권 보호를 등한시 할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등을 들고 싶다. 안보는 비단 북한과의 관계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간첩과 전쟁등의 민감한 용어 뒤에 도사리고 있는 사찰과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를 등한시 한다면 정말로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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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구본형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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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읽는 시간

 

 

신화는 현대인에게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모든 것이 과학으로 설명되고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 눈부신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인간에게 유일하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신'이라는 영역이다.

 


누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신과 종교를 만들어 냈다고도 하고, 누구는 대중들을 좀더 쉽게 통제하기 위해 신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냈다고도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들과 그들을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섬기고 있는 종교와 신앙이 과연 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하는 만물의 영장 인간, 첨단 과학으로 설명되는 시대에 갖는 어떨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는 신화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비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그 가치가 무의미하다고 하고, 누구는 신화에 역사까지도 맞추려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진실 여부를 떠나 어찌 보고 어찌 해석하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 하겠다.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은 그런 의문에 이런 답을 준다. 신화는 직설이나 산문이 아니라 은유이므로 글자 그 너머를 보아야 하며, 신화는 선과 악, 도덕과 비도덕 너머에 있는 자연과 우주를 반영하므로 인간의 인식기준에 따라 판단 해서는 안되며, 신화는 원시적 사고가 지어낸 미신이 아니라 인류 원형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고 무의식의 세계를 반영하는 인류 전체가 꾸는 공통의 꿈이다. 또한 신화는 새롭게 태어나는 변화의 정수요, 모험을 통한 변화의 이야기이니, 이런 신화를 읽는데는 이렇게 신화를 읽는 '독법'을 알아야 하고, 저자는 이런 신화의 해석을 통해 '자기경영'의 정수를 뽑아내는 '모험'을 강행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신화 읽는 시간' 이 되겠다.

 


이 책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추상적인 개념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신' 으로 의인화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아름다움, 아테나는 지혜, 니케는 승리, 헤라는 가정과 결혼, 네메시스는 지나침과 과도함을 각각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니 신화속에 보이는 신들은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비논리적이고, 모순덩어리인데다 때로는 과격하거나 잔인하기까지도 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일들 자체가 모순적이고 과격하고 때로는 잔인하지 않은가.

 


저자는 약 30가지의 신화들을 통해 '자기경영의 방법' 을 제시하고 있다. 몇가지 인상 깊었던 챕터를 꼽아본다면 먼저 오디세우스와 폴리페포스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의 진짜 이름' 즉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바로 삶이며, 그 모험이 자기 혁명이라 하는. 진정한 자신의 이름으로 살지 못하고 사회, 가족 혹은 그래야만 하는 어떠한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볼수 있게 하는 이야기였다.

 


또한 배고픔의 상징성을 표현한 '에리직톤' 신화에서는 다른 것을 먹을 수 없어 자신을 뜯어 먹어야 했고 스스로를 죽임으로써 자아라는 허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키르티무카'의 이야기와 '늘 배고파 하라' 고 말했던  '스티브 잡스'의 일화까지 연결시키며, 늘 혁신하는 삶, 세속의 성공보다는 죽는 날 까지 삶의 기쁨으로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채우고, 우리를 위해 죽어준 것들에게 잊지 않고 감사하는 삶을 제시한다.

 


또 인상깊었던 한가지는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제시하기 위해 예로든 '아킬레스' 의 이야기였다. 그건 아마도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서 분노와 원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한다. 노력해도 바뀌지 않고, 결국 똑 같은 이유로 내가 고통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잠도 잘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내게 특히 '분노를 다스리는 법' 중 제6계인 '시인 오마르 워싱턴 에게 배워온 것' 이 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화가 나면 화를 내라. 화 낼 권리가 있다. 그러니 참을 수 없으면 참지 마라. 그러나 분노가 다른 사람에게 잔인하게 대해도 좋다는 권리를 허락한 것은 아니다. 화를 내되 잔인해 지지 마라.' <P 99>

 


 또 한가지 이야기는 인간의 잔혹성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한 '팔라리스' 편의 '시칠리아의 암소' 이야기 였다. 얼마전 TV에서 그 고문도구에 관한 다큐를 보고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 저자는 시각을 살짝 비틀어 그 안에서 처형당하는 죄수의 입장에서 '시인의 비극'을 살펴 볼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기도 했다. 격렬한 고통을 가슴에 품고 있으나 탄식과 비명이 입술을 빠져나갈때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리는 불행한 사람, 세상의 슬픔을 제 슬픔으로 공명하는, 구원을 얘기하되 스스로 구원자가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자들이 바로 '시인'이 아닌가 하는.

 


이 책을 읽으며 그저 이런 신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앞서 말한데로 내 삶과 겹쳐지는 부분에서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했다. 꼭 순서에 구애되지 않고, 살아가면서 한번씩 꺼내 읽는다면 두고두고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책인 것 같다. 저자가 영향을 받은 신화 학자 '조셉 캠밸'의 저작들도 다시 꺼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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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랑다르의 두 왕국에서 키눅타 섬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4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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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랑다르의 두 왕국에서 키눅타 섬까지

 

 

 

프랑스와 플라스의 연작 '오르배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4권. 알파벳 순서대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판타지. 이 책에서는 N~Q까지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4권의 첫 이야기는 '날랑다르의 두 왕국' 이야기인데, 1권부터 4권까지 이야기 통털어서 가장 '서사'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다른 이야기들에서는 서사가 조금 부족한 듯한 생각이 들고 에피소드 중심의 이야기 였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두 왕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시기와 질투로 인한 인간의 약한 면을 보여 준다. 두 왕자와 두 공주가 결혼해 한 쪽만 아이가 생기자 처음에는 별 문제 없다가 결국 아이가 없는 쪽에서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 폭정을 일삼자 결국 그 아이는 도망을 가게 된다. 과연 그 아이는 고향으로 돌아 올 수 있을까?  

 


두번째 이야기에 드디어 이 소설책의 주인공인 오르배 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O. 오르배섬 이야기에서 이 책을 만든 주인공들인 '오르배섬'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용이 그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라서 조금 의외였다. 이 소설에서는 오르배섬은 바다위에 떠 있는 둥근 섬인데, 현재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그들이 만든 지도만이 전해진다' 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그 가정이라면 오르배 섬 사람들의 편협한 이야기가 납득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섬 중간에 그 누구도 가지 못하게 해 놓은 미지의 장소는 정치가들이 국민들을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가상의 장소가 아닌가 한다.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금해놓은 곳을 과감히 탐험하고자 한 '오르렐리우스'와 그의 행동을 재판하는 장면에서 나누는 대화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P.바위투성이 사막편에서는 최초로 '장기'를 만들어 즐겼다는 석질인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그 나라의 서른 두개의 큰 바위가 석질인들이 제국을 상대로 수천년정에 벌인 장기판이라는 가정은 참으로 신선하다. 마치 신선들이 바둑판에 놓는 바둑돌들이 인간세계를 조정한다는 동화처럼.

 


마지막 이야기는 'Q. 키눅타섬' 의 식인종에 대한 이야기다. 폭풍우에 길을 잃은 알바트로스호의 선장은 폭군이었다. 그 폭군에 대항한 선원들은 선장에게 대항하기 전에 어이없게도 식인종들에게 모두 목숨을 잃고, 그 선장은 화산의 분화구에 던져진다. 식인종들이 선장에게 외친 '키눅타' 라는 말은 '먹을 것을 가져오는 사람' 이라는 뜻이란다. 그들이 선장을 몰아내고 그 섬에서 탈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뻔한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많은 해석과 생각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5권에서는 어떤 이야기와 그림들이 눈 앞에  펼쳐질지 참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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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 나라에서 망드라고르 산맥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3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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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나라에서 망드라고 산맥까지

 

 


오르베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시리즈 제3권. 이 소설은 알파벳 순서대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설인데 그 순서 중  J~M인 이번 이야기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역시 1,2 권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그림들이 눈을 먼저 사로 잡았다. 전작들과 다른 점은 이번 3권에서는 동양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서 인지 수채화나 수묵화의 느낌이 많이 난다는 것이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부족들, 그들 문화들의 신화와 풍속들을 가져와 쓴 판타지라 동양문화와 비슷한 점도 있었고 '이 이야기는 어디의 신화를 가져와 쓴 것이구나' 하고 추측도 가능한데 오히려 그런것이 더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았나 한다.

 

 

먼저 이 책의 문을 여는 '비취나라'는 아마도 고대 중국을 모티프로 한 듯 하다. 수묵화의 느낌과 동양적인 신비로움이 가득찬 이야기라 더 정감이 간 것 같다. 비취나라의 변덕스러운 왕의 명을 받은 점성술사 '한타오' 가 전 점성술사가 날씨를 잘 못 맞춘 것에 대한 이유를 알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그리고 있다.

 

 

'코라카르 나라' 에서는 음악과 춤, 악기를 연주하는 장님 소년이 백마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할머니와 함께 길을 떠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과연 백마축제에서 푸른 종마에 올라탈 영광은 누가 가지게 될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연꽃나라' 에서는 전작에서 보았던 '캉다아'의 상선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다. 거센폭풍우가 있던날 상선 하나가 길을 잃게 되고 그 상선의 선장 제논이 세가지 향수 석호를 지나 연꽃나라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지막 '망드라고 산맥' 에서는 당대 최고의 지도제작자인 니르당 파샤의 이야기를 통해 지도가 지닌 엄청난 위력을 이야기 한다. 지도를 이용하는 자는 시간, 공간을 제어하는 힘을 갖기 때문에, 술탄은 자기권력의 소중한 보조물로 지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의 풍속, 신기한 동물들, 신비한 장소등이 상상력과 만나는 순간 참으로 큰 파장을 만들어 내는 듯하다. 한번 보다 두번 세번 읽을 때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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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코리아 - 우리들이 꿈꾸는 나라 넥스트 시리즈 1
김택환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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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코리아


얼마 전 TV에서 독일의 마이스터에 대한 다큐를 보고 참으로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학력지상주의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너무도 차이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파이프 오르간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에는 어떤 숭고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또한 더 큰 관심이 생겼던 이유는 <남자의 물건>의 저자 김정운 교수의 독일 유학기와 조금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실제로 그가 겪었던 독일 통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였다. 이 2가지 사건이 별 관심 없었던 독일이란 나라에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


그래서 이 책을 망설임 없이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독일이 어떻게 학력과 직업에 차별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었는지, 어떻게 통일 독일이 오늘날 이렇게 안정되고 관심 받는 나라가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복지 등에서 정말 눈이 커질 만큼, 부러움에 시샘이 날만큼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왜 독일을 우리가 닮아가야 하는 나라의 1순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자료들과 통계자료, 인터뷰자료등으로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많이 닮은 나라이다. 나라가 동서로 나뉘어 있다가 통일이 된것, 우리에게 한강의 기적이 있던것 처럼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어 낸것, 단일민족으로 자긍심이 높다는 것등이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회양극화,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부정적인 부분, 교육, 복지, 정치, 통일까지 많은 문제들에서 놀랄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다.


내가 특히 놀라웠고, 관심이 있었던 것을 몇가지 꼽아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한창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복지문제와 교육, 학교폭력문제, 올해 있을 대선과도 관련이 있는 정치문제, 대선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나 FTA로 대두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문제, 대기업과 지역상권문제 등이 되겠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일단 정치를 살펴보면 그들 정치권 역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반목을 하고 있지만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정당의 이익보다 크게 생각한다는 것이 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닌가 한다. 그들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보수와 진보가 손을 잡기까지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 연방제로서 지역분권이 확실히 자리잡아 권력이 어느 한 곳으로 집중되거나 우리가 선거 때마다 홍역을 겪는 지역주의는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또한 그들은 헌법으로 ‘독일 전역의 생활 수준이 비슷한 수준으로 보여야 한다’ 고 명시하고 있어 기업과 주요 관공서들이 수도에 밀집해 있지 않고 여러 지역에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지역 균형발전을 강력하게 제도화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정치를 ‘봉사’ 한다는 개념으로 보고 있어 2세가 다시 정치를 하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독제자의 2세가 버젓이 나와 대통령을 하려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우리네 정치현실과는 참으로 대비되는 지점이 아닌가 한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 즉 라인모델의 경제 모델은 전후 영미식 자유주의나 러시아 사회주의도 아닌 제 3의 길을 걷고 있다. 순수 자유시장경제 모델과 사회주의 모델의 중도적인 개념인 것이다. 기본전제가 이렇기 때문에 독일의 안정된 복지 정책과 사적 부를 축적하기 위한 자유 경쟁체제가 아주 조화를 이룰 수 있지 않았나 한다. 그들은 경기부양을 통한 고용확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성장 지상주의를 탈피하여 반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안정’을 최고의 덕목으로 하는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하면서도 경쟁질서는 바로 세우고 있다. 어설픈 시장개입은 지양하면서 대기업의 담합이나 불공정 거래 등은 엄격하게 규제를 한다. 그들은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소상공과 민생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대기업 체인에 제재를 가하며 주말이나 휴일에는 대기업의 체인은 일찍 문을 닫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또한 현재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오버랩 된다.


미국식 신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 빈곤은 어떤 의미일까? 며칠 전에도 사회 빈곤층과 약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연달아 9건의 자살사건이 일어난 일을 고발하는 TV프로 그램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빈곤은 대물림 된다. 돈이 없으면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생계 또한 막막해 진다. 죽도록 일해봐야 비정규직이다. 사회는 투명한 유리로 계층이 나눠져 있다고 한다. 도처에 가득 찬 성공신화들은 누구든지 노력만하면 잘 살수 있고, 하루 아침에 벼락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환상을 끊임없이 부추긴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지 않다. 학교 공교육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했고 주입식 교육, 사교육의 천국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학벌 지상주의는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몰고, 학교폭력을 양상하며,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들을 내몬다. 그렇게 대학에 가면 또 어떤가? 1천 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은 또 어떻게 마련하는가? 정부에서는 그 또한 대출로 연결시킨다. 대학교를 마치면 빚더미에 올라 앉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어떨까? 그곳에서는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일은 없다. 실직을 해도 생계는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입시지옥도 없고, 주입식 교육도 없으며, 사교육도 없다. 학교의 서열보다는 원하는 분야별로 경쟁이 이루어 진다. 그들 사회는 학벌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과 ‘자격’이 중요한 것이다. 학생들은 우리 나이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결정한다. 공부를 해 대학에 갈지 기술을 배워 마이스터가 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노력하고 그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천직과 소명의식이 있고, 모든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지 않고 사회 안전 망을 구축해 두었기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물론 국민과 기업들이 세금을 잘 내기 때문이다. 대 기업들은 스스로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하며, 사회에 공헌 할 수 있는 기업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사회적 연대 즉 공동의 가치를 지켜가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한 놀라웠던 것은 아직도 나치 전범을 찾아 스스로 그 잔재를 척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90세도 넘은 전범을 찾아내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한 예를 보면, 자신들의 부끄러웠던 과거를 인정하고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 노력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자신들이 저질렀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과의 모습과도 겹쳐지며,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과도 대비를 이룬다.


마이스터, 천직과 소명의식, 읽기문화,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모습은 정말로 내가 원하는 나라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빈곤이 대물림 되고,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원치 않는 일을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해야 하고, 평생 비정규직의 신분으로 언제 해고될 지 몰라 안절부절 하는 우리네 모습,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녹생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파괴하는 정부, 선별적 복지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시대적 과제를 눈 속임하려는 정부, 늘 반복되는 일이지만 아직도 지역주의라는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 통일은 커녕 아직도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분단된 국토, 그리고 우리의 모습.


독일의 모습을 보며 참으로 느끼는 것이 많았다. 물론 독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진통을 겪었겠지만 우리와 닮은 점이 많은 나라이기에 아주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독일 뿐만 아니라 스위스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나라라는 말을 들었다. 독일이든 스위스이든 우리가 모범으로 삼을 만한 나라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많은 담론들이 쏳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있을 대선이 더욱 중요한 점은 말 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대선에 앞서 우리가 가져야 할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향해 달려가야 할 지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많은 대화들이 오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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