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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 조선 팔도를 울리고 웃기다 ㅣ 전통문화 즐기기 14
김기형 지음, 강전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평점 :
판소리
2003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되며 예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판소리’ 우리는 과연 판소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혹 실제로 판소리 공연을 본 적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에 어렸을 때부터 많은 음악을 들었고, 우리가 즐기는 대중음악이 실은 서양의 음악이기에 그들의 음악을 따라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때로는 그들의 음악을 원단으로 뽑아내지 못하는 것에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고, 동료들 중 누구는 흑인들의 Feel을 흉내내기 위해 유학을 가야만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죠. 실제로 그렇게들 많이 했고, 우리만의 느낌은 좀 수준이 낮은 것으로 치부하고는 했었죠.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것이 소중한 것’,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 이라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서양음악을 좀 다르게 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아니, 많은 고민들이 있었기에 그런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네요. 문화와 예술은 상대적인 것이기에 민족, 국가, 지리적 위치 별로 각기 다른 분위기의 음악과 예술이 형성되어 왔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화와 예술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 또한 누구나 잘 아는 것이구요.
요즘은 예전에 서양을 동경하는 음악에서 벗어나 ‘한류’ 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음악이 전 세계로 역수출 되고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니 불과 십 수년 사이에 참 많은 것들이 달라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 동영상, SNS 등으로 실시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과학의 발달도 한몫 한 것이겠죠.
그러나 지구가 ‘촌’ 이라는 이름으로 가까워 질수록, 많은 문화와 예술을 공유하면 할수록, 우리의 것은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것은 우리만의 경우는 아니겠지요. 지구촌 각 민족과 나라별 그들의 것들 또한 그리해야겠지요. 각기 다른 것들이 공존할 때 더 아름다운 것들이 생겨나기 마련일 테니까요.
그럼 다시 ‘판소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책은 그림동화 이지만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참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큼직큼직한 글씨, 판소리에 대한 중요한 부분을 간략하게 간추린 군더더기 하나 없이 ‘딱 떨어지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책의 시작은 판소리가 무엇인지 설명하며 열립니다. 판소리는 판과 소리를 합친 말로써, 판은 ‘특정한 행위가 벌어지는 공간’을, 소리는 ‘사람의 음성으로 하는 음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P 13- 또한 판소리를 구성하는 요소인 소리꾼, 고수, 청중, 소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또한 판소리는 스승에게 구전으로 전승되어 왔다고 하네요. 그래서 많은 유파들이 생겨났나 봅니다. 또한 판소리는 연주하는 사람이 중심이 아닌 청중 또한 공연의 구성요서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면서도 훌륭한 면이 아닌가 합니다.
이어서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 5마당 <흥보가>,<춘향가>,<심청가>,<수중가>,<적벽가> 의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실제로 판소리를 본 적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을 텐데, 줄거리와 그에 담긴 의미를 간단하게 밝혔습니다. 또한 중간중간에 판소리의 음악성, 문학성, 명창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적어 놓아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였습니다.
마지막에는 판소리계의 전설적인 명창 권삼득, 송흥록, 모흥갑과 판소리를 기록으로 남긴 인물 신재효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 동편제, 서편제로 많이 들어보았을 판소리 유파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 놓았습니다. 역시 명창은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생을 바쳐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가는 그런 일 입니다.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본 받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판소리를 연주하는 사람, 판소리가 연주되는 곳, 판소리의 작품, 판소리를 듣는 사람, 명창의 의미, 구전의 형태, 판소리의 계보 등 판소리의 모든 것을 아주 간단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는 아주 훌륭한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통문화 즐기기14’ 인 것으로 보아 전통문화에 대한 다른 책들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전집을 다 구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아이가 있다면 꼭 선물하고 싶어질 만큼 깔끔하고, 유익하고 예쁘기까지 하네요.
자, 이제 판소리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얻었으니 실제로 공연을 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내것을 아껴야 더 발전하고 더 보호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요즘은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해 줍니다. ‘팝음악을 아무리 불러도 그들처럼 될 수 없는 것처럼 그들 또한 판소리를 배운다면 우리가 하는 것 보단 못 할 것’ 이라고. 음악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유의미 한 것이 아닐까요. 또한 중요한 것은 결국 ‘나만의 것’,’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것은 바로 내 것을 잘 알고 이해하는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