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고전강독 1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게 최고의 인생을 묻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1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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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강독-최고의 인생을 묻다
<강독: 글을 읽고 그 뜻을 밝혀 풀이함, 읽고 그 뜻을 밝혀 풀이하다>
 
 
대학교때 호기롭게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읽어보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땐 진정한 지식에 대한 탐구랄까 그런거였기 보다 아마도 지적인 허영심
때문이었을 거다.두꺼운 책을 팔장에 끼고 걷는 것은 비싼 가방을 끼고

걷는거 보다 더 있어 보이는 일이라고 그땐 생각했었다.
물론 그땐 여자에게 가방이 대체 무엇인지도 몰랐을 때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저자 공병호의 말에 무한히 공감한다.
어렸을때 멋모르고 읽었던 소위 청소년 필독도서니 하는 책들이
지금에 와선 내 인생을 밝혀주는 등불처럼 느껴진다는 것.
 
오늘 내 페친 한분이 페북에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가' 의

마지막 한 구절을 올린 것을 보고 잠시 충격에 빠졌다.
그 소설 속에 그 구절이 있었단 것을 문득 떠올리며 어렸을때는

느끼지 못한 전율을 느꼈다.
 
그래서 고전이라는가보다.
언제 어디서 혹은 어떤 상황, 인생의 어떤 시기에서 읽느냐에 
따라 무한한 변신을 거듭하며 많은 것을 던져주는.
 
그냥 틈틈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어느 한부분을 통째로

내어고전을 읽는 다는 것, 난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잠시 접어두는 것도, 가던 길을 멈추고 나 자신을 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일단 먹고 사는 문제 때문인 것이 가장 크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게 하던 일을 멈추고 한 2년간

그런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안했고, 그 다음은 멍했고, 그 다음은 내가 생전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며 여러번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겪었다.


1년이 한참이 넘어서야 나는 책을 생각했다.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책 생각이 나서 한권한권 그냥 특별한

기준없이 마구잡이로 읽었다.그러면서 난 그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나오게 되었다.
 
저자 공병호도 아마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같다.
그런 일이 있어서 고전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책 사이사이 들어있는

그의 인생이야기는 형태가 다르기는 해도 역시 사람 사는 것은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 책은 책의 서론에 밝혀 놓았듯이 전문적인 해설서는 아니다.
내가 책을 읽고 느낀점은 저자가 책을 읽고 쓴 서평이나, 독서노트를

읽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쉬웠고 읽기 편했다.

만일 좀더 자세한 설명이나 이론을 알고 싶다면 조금은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러나 나에게 고전은 고전이었다.
첨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기엔 약간 부담이 되기도 하고 살짝 지루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것은 원문자체가 읽기 어려워서도 그럴 것이고 저자가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라 사회과학을 전공한 과학도 이기 때문에 읽었을때

착 붙는 문장력은 아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첨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어가는 그런 읽기 방법보다는 여유를 두고

다른 책들도 읽으면서 한번에 한 챕터씩 읽어나가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저자의 경험들이 이해를 더 쉽게 해주고, 소크라테스같은

위인뿐 아니라 플라톤을 비롯한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들, 곁들여 저자 공

병호의 충고도 함께 들을수 있는 것이 좋았다.
 
어렸을때 내가 읽기에 실패했던 책이라 더 관심이 있었지만, 내가 나중에

다시 원서 읽기에도전할 수 있는 다리역할을 확실하게 해준 듯 하다.
 
이 책은 플라톤의 저작들중에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메논, 파이돈,향연,

알키비아데스1을 읽고 그 저작들이 나타내는 주제나 사상을 제시한 후 그것을

해석하고, 저자가 느낀 점들이나 현대인 에게 주는 의미, 교훈등을 이야기

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크게 여섯 주제로 나누고 그 안에 그 주제를 나타내는 작은 소챕터가

나열된 식이다.그 주제로는 지혜와, 정의, 탁월함, 생사관의 정립, 사랑과

자기자신을 아는 것이다.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갔던 문제들이 실제로는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도 좋지 않은 상사와의 대립도 결국은 '나에게 정의란, 정의로운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였으며, 며칠 전에 있었던 총선도 결국은

'지혜로운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 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였던 것이다.
 
막연하기만 하던 내 인생의 질문들과 의문점들이 내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남을 느꼈다.내가 왜 늘 비슷한 장면에서 고민하고 때론 무너지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
 
이 책은 이 책 한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책을 필두로 앞으로 더 많은 고전을 읽고 강독을 펴 낼 것이라고

하니 그 뒷권들도 기대가 된다.
 
만일 나처럼 고전에 관심은 있으나 막상 읽기를 주저하는 분들이나,

굳이 고전을 읽지 않더라도 인생에 있어 답답한 것이나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

보고자 하는 분들이 이책을 읽는다면, 지식의 취득이나 인생의 교훈을 얻는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얻는 좋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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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 멋대로 듣고 대책 없이 끌리는 추천 음악 에세이
권오섭 지음 / 시공아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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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나도 음악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 많이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그 중에서
손에 꼽는 컬렉션은 있다.

 

그 중 고 김현식의 전 앨범, 들국화 2집, 고 김광석의 다시부르기 2집
고 유재하의 유작앨범, 블랙홀, 블랙신드롬, 시나위, 아프리카의 락 앨범들
그리고 외국의 레드제플린, 딥퍼플, 제니스조플린, 닐영의 음반들 베스트로
꼽는다. 거의 다가 청소년기때 라디오에서 많이 들었고 용돈을 아껴 모은
앨범이라 애착도 남다르고 아직도 가끔 손이가는 음악들이다.

 

슬프게도 현재 유행하는 음악들은 대부분 앨범으로 소장하기보단
파일의 형태로 스마트폰에 저장되어있다.
그마저도 한동안 잘 듣다 실증날때쯤이면 삭제당하는 동시에 다른 파일로
교체되는 이중의 비극을 겪으며 기억속에서 멀어진다.

 

이 책은 작가의 컬렉션중 무인도에 가더라도 꼭 가지고 갈 만큼 소중한 앨범을
소개한 책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소개한 것이 아닌, 앨범을 소개했다는데
굉장히 고무됨을 느꼈는데, 요즘은 그런 완성도 높은 앨범들을 만나기가 어려운
이유 때문이다. 음악이 음악이고 낭만이던 시절에서 이젠 음악이 상품이고 이미
지를 파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런 상황에서 과감하게앨범을 이야기소재로 삼았다는 데 대해서 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게다가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느낀다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다.

 

책을 펼치면 크게 '가족이 그리울때', '친구가 생각날때', '연인의 손을 잡고 싶을
때', '고독을 즐기고 싶을때' 이렇게 큰 주제 안에서 각 챕터별로 10장의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각 챕터안에는 그 앨범이 발매되었을때 사회적 상황, 그리고 그 아티스트의 역사
안에서 그 앨범이 가지는 의미, 작가자신에게 이 앨범이 소중하게 된 에피소드나
이유등이 가볍고 따뜻하게 적혀있다.

 

나 또한 음악을 좋아하지만 내가 몰랐던 아티스트의 많은 모습들과 그 앨범이
발매 되었을때 상황도 많이 알게 되어 참 유익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느낀 점은 책의 첫 장부터 끝까지 정주행 하는 것보다
늘 곁에 두고 있다가 문득 생각날 때 아무곳이나 펼쳐서 읽는 것이 참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 챕터에서 소개하고 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읽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고 말이다.

 

참 친절하다고 느낀점은 책의 맨 뒤에는 책을 읽으며 함께 들으면 좋을 곡을 담은
CD까지 챙겨주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작권의 문제로 많은 곡을 싣지는 못했겠지만 나도 평소에 좋아하던
아주 신나고 따뜻한 곡들이 들어있어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음악을 좋하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컬렉션이 있으니 이 작가의 4개의 큰
주제안에 담겨진 40장의 앨범들은 작가가 생각하는 최고의 앨범이기 보단
자신이 짜놓은 큰 틀안에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같은 앨범속의 음악이라도 나는 이런데, 작가는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하고
비교도 되고, 작가와 같은 시기에 들었던 음악이지만 작가가 당시 느꼈던 느낌이나
감정들과 내가 느꼈던 것을 오버랩시켜 보는 것도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다.

 

 

또한 내가 못들어본 음악들은 인터넷으로 찾아들어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가 있는
일이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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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 - 행복을 일구는
조우상 지음 / 치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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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


처음 이책의 이름을 접했을 때는 '도시생활을 잘 영위하다 귀농해서 성공한 도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일 거라는 예상을 했다. 요즘 티비에서 가끔 나오는, 도시에서도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시행착오 끝에 귀농에도 성공한 '부농' 젊은이 말이다.  때로는 연 매출 몇억

이라는 선정적인 꼬리표까지 단 주인공들.


지금 생각하면 아무래도 그 궁금증과, 그 궁금증사에서 슬금 슬금 올라오는 부러움의 감정이

섞여서 읽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나 또한 언젠가는 이쁜 전원주택에 살며 농사를 지으러

시골로 가고싶다는 말간 꿈이 있었기에.

 

그러나 이 책을 한장한장 읽어가며 나의 기대는 산산히 부서졌다. 아주 기분좋게.
나도 어느 사이 그런 선정적인 얘기 거리에만 귀를 쫑긋세운 그저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나 보다.

 

작가는 스스로를 초보농군이라 칭하며, 농사 그 자체보단 농사를 매개로하여 자연의 일부로써

모든 생명체가 함께, 아름답게 공존하는 그런 '살이' 를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저 편리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있음에도 만드는 법까지 잊어버리고, 우리의 이기심으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빈곤에 허덕이며, 자연은 파괴가 되는 이 비정상적인 삶에 경적을 울려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있는 세상을 말이다.


도시인이 귀농을 하여 자리잡기까지의 과정과, 농부가 되어 살아가는 에피소드들이 전체의

내용 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아주 많이 달랐던 것이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습니다,~ 합니다. ~어요.' 겸손하고, 친숙하게 때론  친절하게 대화

하듯이 표현되어 오히려 더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문장, 적절히 삽입된 친숙하고 따뜻한 그림들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쉽게 씌여진 도식들, 마음까지 시원하게 하는 몇장의 사진들, 그리고

활자의 굵기나 색깔까지 달리하여 막힘없이 읽히게 하는 편집까지 나무랄대가 없는 것 같다.

 

책은 크게 '종자' , 종자를 품어 키워내는 '흙'과 흙이 유실되는 것의 위험성,  우리가 잡초라

부르는 '자생초', 태평농등의 '환경농법'의 소개, 로컬푸드, 도시농부로 살아갈수 있는 작은

실천의  방법들, 그리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었고, 나처럼 농부를 꿈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책을 소개하는 단락으로 나눌 수가 있다.

 

이 책은 첫 도입부 부터 나를 매료 시켰는데, 사회적으로 요즘 한창 얘기되고 있는 FTA와도

관련이 있는 주제인 식량주권에 관한 문제 제기였다.
물론 작가는 드러내 놓고 그런 걸  말하지는 않았지만 읽다보면 식량 주권의 문제와, 멀리서

수입되어 오는 먹을거리의 안정성 문제, 좀더 쉽게, 좀더 많은 수확물을 얻기위해 만들어낸

유전자 변형 종자와 그와 세트로 팔리고 있는 화학비료와 농약들, 그리고 농업뿐만아닌 다양한

곳에서 나오고 있는 플랜테이션농업으로 대표되는다국적기업의 횡포, 거기다 정부의 안일한

대책 등이 아주 쉬운 문장과 도식들로  앞으로 자신이 이야기 할 거리들과 고민거리들을 말하고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먹거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비만과 페스트푸드, 광우병, 중국산

수입품의 안정성문제, 현재진행형인 일본의 방사능 오염 생선 수입문제등 연일 하루가 멀다하고

방송되는 것들을 보면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 그런 문제의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모든 문제는 '인간의 이기심' 으로 모아진다.


좀더 쉽게 많은 작물을 생산하고, 좀더 싼가격에 좋은 품질의 식품을 원하고, 그 것을 위해서

유전자를 변형하고, 가난한 나라에 진출한 서양의 자본은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돈이 되는 단일작물을 거대규모로 경작하고, 소자본농을 자본으로 장악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대규모로 사육하는 동물들을 우리는 수입하고 있는 일련의 모든 현상들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 아닌가.

 

저자는 그런 인간의 이기심을 말하며 조금 넓게보고, 조금 멀리 보자고 말한다.
그에 대한 장기적인 대안으로 대안농법,  친환경농법이라 부르는 '지속가능한 농법'에 대한

소개와 그런 농법에 성공한 선배 농부들의 이야기가 여러 책속의 예와 함께 소개되어 있어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농부가 된 동기와 이야기들도 곁들인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농부의 개념과 우리가 살고있는 곳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대안과 비젼을 제시하고 있으며, 부록으로 몇 장에 걸쳐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해 주며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나는 지금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어렸을때 시골에서 살았고, 농사짓는 부모님덕에 밭일도

많이 해 보아서 농사에 대해서 딴에는 좀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티비에서 고향에 대한 얘기가 나오거나 가뭄이나 비 소식등이 나오면 '지금쯤 그런 철인데

고생들 하시겠다.' 거나, 어느 작물의 가격이 떨어져 밭째 갈아없는다는 소식이라도 들리면 

마치 내 일인것 마냥 철렁 가슴이 내려앉고는 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내 스스로 할 수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었단 걸 알게

해 주었다.

농사는 넓은 땅이 있고, 돈이 많이 있어야만 할 수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베란다나 옥상, 자투리 좁은 땅, 화분에 상추나 토마토등의 작물을 심는 것부터 농사의

시작이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우리 모두가 그런 도시농부가 되는 것이라 했다.


우리가 대안농법이라 부르는, 실은 대규모 화학농업을 하기 이전의 자연의 힘으로 농사짓던

그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가서 재배한 건강한 식품을 먹고, 멀리서 화물이 되어 실어온 작물이

아닌, 내가 사는 도시 근처의 이동거리가 짧은 곳에서 생산된 식품을 소비하고,  그 농부들과의

직접 거래로 유통마진을 줄여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건강한 생활을 해야한다고 부드럽게

설득하고 있다.

 

만일 나처럼 귀농을 꿈꾼다면, 너무 막연하여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입문서로서

강력히 추천한다.

일단 어렵지 않고, 어떤 마음으로 농사에 임해야 할지 좋은 지표가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더 솔직히 말하면 그냥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삶은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

박노래 시인이 말했던 것 처럼  '그가 먹는것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나는 음식을 먹는것은, 막연히 '우리 것은 좋은 것이다' 라는 말보는 더

중요한 것을 내포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오롯한 주인이 되는 것은, 나 자신만이 만들어 갈 수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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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 금지구역 - 2012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해바라기상 수상
프란시스코 산체스 지음, 나타차 부스토스 그림, 김희진 옮김 / 현암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체르노빌


'체르노빌' 이라고 쓰고 한참동안이나 컴퓨터 앞에 그냥 앉아있었다.
이 책에 대해 무슨 말을 쓰려고 한다는 자체가, 뭔가 나름의 평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웠기 때문이다.

 

1942년 12월2일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최초 인공핵반응
1986년 4월26일 구소련(지금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2011년 3월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2012년 3월 26일 2012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솔직히 말하면 난 1년전 가까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되었다는 소식에도,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 오염된 생선들이 수입된다는 소식에도, 해류때문에 우리나라도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소식에도 난 내 일이 아니라서 특별한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먼 나라 일따위에 관심을 기울이기에 난 나자신의 일도 감당해내기

힘겨웠으니까.

 

그리고 지난달 26일 서울에선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미 핵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다른 나라에게 핵을 가지지 못하게 하려고,

바로 그런것이 국력이 되는 현실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분명 위험하단 것을

알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핵을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언제 우리도

체르노빌 대참사 같은 일을 겪을지 모르는 데도 우리는 그런 진실은

애써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을 '망각의 늪에서 구해내기 위해' 이책을 썼다고 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불편한 진실은 의도적으로

망각의 힘을 빌리려 하니까...


"...삶에서 최악의 재난은 침묵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조야 다닐로브나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자국민의 기억에서 조차 잊혀져버린

사람들, 그 곳 -누구에게는 꿈에서라도 다시 보고 싶은 고향- 을 잃어버린 사람들

이름 없이 죽어간 사람들, 병을 얻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그 곳'이 망각이라는 늪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것을 본 당사자들

그 사람들은 그런 사고를 겪었던 것 보다, 어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잊혀지는 것을 더 힘들어 하지 않았을까.

 

작가 또한 나처럼 체르노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나 큰 관심이 없다가 

그의 형으로 인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프리피야트' 라는 마을의 광경에 충격을 받아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정말로 알고 싶어졌다고 했다.

 

원전폭발, 사고 후 처음으로 달려온 소방관, 참사의 처리를 위해 급파된 인간적인

이름도 얻지 못한 살아있는 로봇-생체로봇-에 불과했던 처리반, 하루 아침에

정든 고향을 떠나 타지를 떠돌게 된 시민들, 가족의 죽음, 위험한 줄 알면서도

결국 고향으로 돌아 올 수밖에 없었던 귀환자들.

결국 작가는 오랫동안 이들의 자료를 찾고, 실존하는 최대 규모의 유령도시라

일컬어지는 '프리피야트' 를 직접 방문하면서 등장인물들과 그들이 겪었던

비극의  서사를 구상해냈다.

 

작품에는 레오니드와 갈리아 부부, 그들의 딸 안나와 블라디미르 부부 그리고

안나 부부의 자녀 유리, 타티아나가 등장하는데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은

시간 순으로 배열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단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그들이 겪었던 비극은 선정적이고 세세한 설명이 아닌  짧은 대사와  의도적으로

말끔하게 처리되지 않은 그림체로 나타난다.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에 그려진 황량한 땅에 벌거벗은 채 서있는 나무 한그루가

그런 작품전체의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대사가 없이 그림으로만 처리된 페이지는 묘한 긴장감과 우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아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프리피야트를 묘사한 장면들은

인터넷으로 찾아본 현재 그곳의 정경사진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지만 굉장히

절제했다는 느낌이 든다.
작품 처음과 끝에는 글쓴이와 그린이의 후기가 들어있고, 이 작품을 만들게된

동기와 의도 이 사건이 일어났던 경위와 설명이 도시사진들과 함께 설명되어있어,

실제 참사의 실상을 좀더 자세히 알수 있다.

 

프리피야트는 원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거주할 목적으로

만들어낸 계획도시였고,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기 전까지 그 도시는 그 어디 보다도

행복한 도시였다.


폭발 사고가 있은 후 그 도시에는 소개 명령이 내려지고 시민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게 된다. 3~4일만 떠나 있으면 된다던 정부관계자의 말은 거짓이었고,

그 곳에 투입된 처리반은 땅을 파고 건물을 무너뜨리고 남아있는동물들을 죽여

그 구덩이에 함께 묻었다.

그 근처의 도시들도 결국 차례대로 같은 일을 겪게된다.


자신에게 닥친 일이 어떤것인지도 모른체 달려온 소방관들과, 생체로봇이라 불린

처리반은 나중에 위대한 순교자의 명예를 얻었지만, 결국 그들은 고통속에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그들의 이름은 서서히 잊혀졌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넘어 너무 많은 것을 탐하고, 생존이 아닌

단지 편리함을 위해 많은 것들을 파괴하며 살고있다. 당장 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고 하여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인것처럼, 우리의 이런 이기심때문에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이런 현상을 모른 척하고 눈을 감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알아서 불편한 일련의 이야기들과 진실을, 굳이 알리려고하는

정부도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


현존하는 최대의 유령도시 프리피야트는 인간이 사라진 후 비로소

자연의 차지가 되었다.
지구상에서 우리 인간이 사라지면 바로 그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자연은 곧 자신의 힘으로 모든것을 돌려 놓을 것이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다른 책들이 그런것처럼, 등장인물이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아닐 것이다.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의도가 그러하다면 작가는 아주 훌륭하게 원하는 바를 이루어냈다.

이미 나는 이 비극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인터넷을 뒤져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을 검색하고,주변 사람들에게 '통제를 벗어난 핵 에너지'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죽어가는 이 자연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나의 이기심이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에게 읽혀지고 더 많은 고민거리들이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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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해킹
김규봉 지음 / 골든북미디어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브레인 해킹

이 소설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한편의 잘 만들어진 헐리웃 영화를 보는 기분
혹은 글로 읽는 영화 한편을 감상한 듯한 느낌의 소설 이라고 하겠다.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선거와 대선에 앞서 있을 법한 음모와 우려
-국내의 최첨단 산업의 원천기술 개발과 그 것을 빼돌리려는 산업스파이
-한 없이 빨리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병을 나타내는
신경정신과와 날로 늘어나는 자살
-그것을 찾아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과 활약
-사람의 뇌를 해킹하고 원하는 대로 조정한다는 기상천외한 상상력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들의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활약 등

 

 

현재 우리가 갖고있는 많은 관심과 귀가 솔깃할 요소들을 적절히 이용하여 배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들의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활약으로
작가는 한편의 멋진 범죄, 첩보 영화를 만들어 낸 듯하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때 느낌은 뭐랄까, 촌스러운 표지에 당황했다고 하여야 할까?
마치 엉성하게 엮어놓고 오탈자가 가득 할 것만 같은, 앞뒤 내용도 잘 맞지 않고
유치한 내용만 가득 할 것 같은 3류 음모소설일 것만 느낌 말이다.
길거리에 내 놓고 싼값에 팔거나, 오래전 버스 대합실에서 본적있던 연예인들의
가쉽이나 스캔들이 선정적인 색채와 문장으로 나열되어 말초신경을 자극하던
그런 류의 책을 보는 듯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첫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첫 인상에서 가졌던 그런 황당한 느낌은 바로 잊을 수가 있었다. 

우려와는 달리 구성은 치밀하고 탄탄했으며,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 소재와 상상력,
그 상상력을 구체화시킨 과학, 첩보의 해박한 지식, 빠른 속도와 박진감있는 스토리 전개
마치 영화를 보듯 시각화시킨 생생하고 술술 읽히는 문장들이
책을 한번 손에 든 이후 단숨에 끝까지 읽게 했다.

 

 

소설은 반도체회사 연구개발이사겸 반도체설계팀의 수석 연구원인

임준기가 자살하고
그의 딸인 기자 현정이 아버지의 자살을 부정하면서 시작된다.

 

10층 높이의 집에서 투신한 아버지.
'베란다도 난간도 없는 창문에서 뛰어내려 사망했으나 그가 투신했던 창문을 닫겨있다' 는
의문점이 있음에도 집안에는 외부인이 출입한 흔적은 없고,

그가 죽기 전 산업스파이라는 의심으로
조사를 받던 차라 경찰은 쉽게 자살로 결론을 내렸지만,
현정은 창문이 닫겨 있었던 점과 투신 전 살려달라는 아버지의 외침에 의문을 가지고
아버지의 자살을 강하게 부정한다.
그리고 현정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기자의 기질로 이 의문투성이 문제를 캐기 시작한다.

그 이후 반도체 계열회사의 연구원들의 의심스러운 자살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사건은 전개가 되고, 사망자 모두 편두통, 실사같은 꿈, 기억력의 비약적 향상과
다우리신경정신과와 오성기업이라는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그러면서 등장하는 또 한명의 주인공인 박정호
증거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진실에 다가갈 수록 더 큰 의심스러운 일들이 일어난다.
때론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등골이 서늘하게도, 뒤통수를 치기도 하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이 소설의 백미는 단연 기대를 깨버린 결말이었다.
이런 소설에선 역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던가, 반전이 숨어있다고 기대한다.

 앞서 말한 범죄, 첩보 스릴러류의 통속적인 결말을 보란듯이 걷어차버려다는 느낌이랄까.

전속력으로 미친듯이 달리다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버린 듯한 아주 불친절한 결말이었다.

평소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많이 보았기에 긴가민가 하며, 남은 페이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야기는 정리가 되지 않은 것이 나를 계속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국 한, 두장이 남았을 무렵에서야 작가의 의도를 인정했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아, 이럴수가' 하는 탄식을 뱉어내야 했다.
너무나 불친절하다. 이 불편하고 불안정한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주지도 않다니 말이다.

 

소설이나 음악 영화등 예술작품은 대부분 기승전결 혹은
도입, 전개,위기,절정,결말로 이루어 지는 것이 통설이지만
이미 그 틀을 깨는 많은 작품을 보아왔다.
어쩜 이 소설이 그런 구조로 이루어졌다면 오히려 식상한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는 보기좋게 그 틀을 깼고 그것이 오히려 더 신선함을 주었던 것 같다.

 

그것을 우리는 '반전' 이라고 하고 말이다.

 

볼거리 가득하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음모나, 첩보, 추리 등의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해본다.
난해한 표지 디자인에 현혹되지 말고 말이다.

곧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 한미, 한중 FTA, 하루가 달리 급속하게 발전하는 산업,
살아남기 위한 과도한 경쟁, 그 속에 도사리른 거대한 음모,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 소름끼치는
거대한 상상력의 세상을 만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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