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2


 

하나의 책장, 독서(讀書)

 

나의 독서는 양보다는 질이다.

한 달에 스무 권 이상은 족히 읽는 것을 보면 질보다는 양 아닌가 싶을텐데 내 기준에서는 더 읽을 수 있다.

평소 책을 읽을 때 설렁설렁 읽지 않고 꼼꼼하게 읽는 타입인지라 조절해가며 읽기에 나의 독서는 양보다 질이다.

 

꼼꼼히 읽는 탓일까 아님 느낀 바가 많은 탓일까.

어린 시절부터 나의 독서감상문은 길어도 너무 길었다.

-

내 다이어리에는 조그마한 색지 몇 장이 껴있다.

A5 사이즈의 조그마한 색지 몇 장은 바로 이번 달에 읽을 책 목록과 다음에 읽을 책 목록이다.

(……)

-

흘려듣는 글귀부터 책 속 구절과 명언까지 고스란히 담겨져있는 글쓰기 노트는 보물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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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1

 

 

 

전체를 꺼내 보이지 않고

일부분만 꺼내 보이는 저의를 모르겠다

 

말은 곧 검과 같아서

지킬수도 혹은 해칠수도 있는 법인데 말이다

 

'T가 이기적이니 네가 참아라'라는 말도

이제는 내게 버겁기만 하다

 

너무 참아서일까

계속 참아서일까

 

그런 상황에 부딪히면 화내야 하는데

이제는 화내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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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워 보이지만 차분한 인상을 가진 그는 말쑥한 양복만큼이나 굉장한 외모를 소유한 남자였다.

그런데 남자의 새하얀 셔츠와 블루빛의 넥타이가 커피로 물든 모습을 보니…….

 

-

처음 마주하여 받는 느낌 중 하나는 '차가움'이었다.

허나 처음 마주한 사람도 몇 초간은 빤히 쳐다볼 정도로 인상깊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또렷한 그리고 깊은 눈을 가졌으나 그의 눈에는 슬픔이 서려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누구인지 마음 한 켠에 궁금증이 생겼다가 이내 사라졌다.

하지만 그 때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훗날 마주칠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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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한 통, 소포 하나

 

 

 

어쩌다보니 군대라는 곳에 두번째 소포를 보낸다. 정성들여 쓴 손편지와 함께.

대학교 때는 제대한 오빠만 만났었기에 나에게는 군인남친이 존재하지 않아 군대라는 곳에 편지 한 통을 써본 적이 없다.

지금은 매일매일 인편을 쓰고, 벌써 훈련소에 손편지만 세번을 보냈고, 소포를 두번이나 보냈다.

(누가 보면 군대에 남친 혹은 아들 보냈다고 생각할 듯%EA%BF%88%EB%BB%91%EA%BF%88%EB%BB%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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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피아노 앞에서

 

그는 이내 건반 하나를 눌렀다.

'미'가 청아하게 울리며 진동한다.

그리고선 잡고 있던 내 손을 이끌어 건반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피아노 칠 줄 안다고 했지? 들려줘."

어린 시절, 피아노를 곧잘 쳐 체르니 50까지 진도를 나갔고 그렇게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그러나 중학교 때 학원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고 그렇게 내 손은 굳어만 갔다.

막상 그의 앞에서 치려니 어떤 곡을 선정할지, 치다가 실수하면 어쩌지 하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고민만 하는 내 두 손은 갈 길을 잃었고 그는 내 손을 감싸며 귓가에 속삭였다.

"나중에 들려줘. 나한테만."

……

그의 생일 선물을 고민하다 퍼뜩 지난번 피아노가 갑자기 떠올랐다.

집에 있는 피아노는 낡고 오래되어 제 기능을 못했지만 소리는 묵직했다.

……

저녁을 함께 하기 위해 그가 우리집앞으로 찾아왔다.

밖에 나가기 전 보여줄 게 있다며 말없이 그를 거실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에게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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