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365] 탈20세기 대화록
입력: 2007년 01월 02일 18:17:18
 
떠나보낸 시간은 늘 격동의 시기로 기억되는 법이지만, 20세기는 특별히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진 세기였던 것 같다. ‘탈20세기 대화록’(아카넷)은 조인원 경희대 교수 등 국내 학자들이 9명의 세계적인 석학들과 가진 대담을 통해 21세기를 위한 대안적 패러다임을 모색한 책이다. 석학들의 깊은 성찰이 대담자들의 입을 통해 훨씬 소화하기 쉬운 내용으로 전달된다.

20세기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21세기에도 여전히 인류 최대의 관심사인 환경위기를 진단하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에코과학을 제시하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와 시작한 대화는 인간들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넘어 지구윤리를 정립하자는 한스 큉의 통찰에 이른다.

지구화 시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존 던의 전망과 ‘21세기 제국’의 흥망에 대한 안토니오 네그리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뤽 페리는 여전히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고 글렌 페이지는 비폭력 리더십을 역설한다.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과 이노구치 다카시의 동북아 공동체에 대한 분석과 함께 로베르토 웅거는 또 다른 미래를 위한 혁명정치를 꿈꾼다. 이 모든 석학들을 만나고 나면 당신은 어느새 그들의 어깨 위에서 21세기를 내다보고 있을 것이다.

‘이념 이후의 시대를 말한다’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모든 이슈마다 극과 극으로 찢어지는 전근대적인 우리 사회에 특별히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사 청산에서 기인한 좌우 이념 갈등, 성장과 분배의 논쟁에 휘말려 갈피를 못 잡는 철부지 우리 경제, 중국의 때아닌 동북공정 반격에 무참히 꺾여버린 동북아 중심국가론…. 암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공영의 21세기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당신에게 자신있게 이 책을 권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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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님 페이퍼에도 한번 언급되었다.경향신문의 2007 새로운 시도.매일 한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읽기365'.첫번째 책은 최정호 교수의 <한국의 문화유산>이다.추천 글을 쓴 사람은 김지하시인이다.

신문 책소개가 뭐 신기하냐고 할 이도 있을 것이다.^^  '책읽기 365'가 어디 실리는지 보면 조금 달라질 것이다.1면 제호 아래 실린다. 신문에서 가장 눈에 잘띄는 부분이다..물론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신문사의 자구책이긴 하다.LG와 KB가 스폰서를 하고 있다.그럼에도 책을 좋아하는 알라딘 독자들에게는 경향신문의 실험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신문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어났다.하여간 요즘 경향신문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신년 기획시리즈도 '차이와 공존'이라는 주제로 소외,소수자,한국사회의 편협함이 만든 갈등,집단주의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1/3의 책은 최재쳔교수가 추천한 <탈20세기 대화록>이다.(아침이어서 인터넷에는 안올라온듯 하다)

[책읽기 365] 한국의 문화유산-아리송한…불확실성의 美

입력: 2007년 01월 01일 18:12:39
 
한국 매스컴학의 대가인 최정호 교수는 극히 세련된 유럽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분이 한국 전통문화의 알짬들을, 그것도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이 세계화시대의 날카로운 요구에 대응하여 심오하면서도 간결하게 해석,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유산’이 그 책이다.

경제에 있어서의 산업화, 정치에 있어서의 민주화 이후, 문화에 있어서의 선진화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유익한, 이른바 ‘한류’에는 안성맞춤인 책이 될 것이다.

포스트 한류의 과제이기도 한 콘텐츠와 미학의 문제가 15세기 세종대와 18세기 영·정조대, 그리고 이어서 21세기 한국 르네상스의 내용과 방향으로 뚜렷이 부각돼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문화철학의 핵심개념을 ‘생명성’으로 파악한 점 또한 예사롭지 않다. 19세기 생명예술의 시작인 ‘아르·누보’이후 현대유럽의 녹색예술이 그 깊은 아키타입을 제시하지 못함에 비추어 한국의 예술문화가 세계차원에서 오히려 그 계승자로 등장할 가능성에 대한 암시가 그것이다.

서구예술에 결여돼있는 역동적 혼돈성으로서의 한국적 생명의 멋에 대한 지적은 참으로 웅숭깊다. 일본 나라의 법륭사에 있는 ‘백제관음’을 ‘아리송한 불확실성(표渺)의 아름다움’ 또는 ‘꿈결같은 분위기’로 규정하거나 백제금동화로를 ‘혼돈적인 것’으로, 그리고 고구려 고분벽화에 관통하는 미학을 ‘약동하는 청춘의 혼란한 아름다움’으로 인식하는 과정은 야나기 무네요시와 고유섭 이후 한국미의 숨은 중심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저자의 고향이기도 한 전북의 ‘판소리’ 이야기는 그 기이한 민중적 예술성이 전편을 압도하면서 일본이나 중국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새로운 아시아적 콘텐츠를 한류의 앞날에 크게 열어놓고 있다.

〈김지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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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랑 아기가 처가에  올라간지 어느덧 열흘.원래 지난 주 토요일에 내려올 계획이었다.토요일에 아이를 데리러 올라갔다.그런데 다음날 눈이 많이 왔다.처갓집 뒤란의 장독대에 함박눈이 쌓였다.디지털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했다.그러나 아이 뒤치닥 거리 하느라 그 예쁜 장면을 찍지는 못했다.첫눈이 함박 내려버려서 아이와 함께 내려오지 못하고 그냥 혼자 기차를 탔다.텅빈 기차역에서 넓은 하늘가를 뒤덮고 있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눈 내리는 건 역시 넓은 하늘을 배경으로하고 봐야된다.앞이 탁트인 산중에서 바라보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하늘이 넓은 기차역이나 공항에서 바라보는 것도 과히 나쁘진 않다.내리는 눈처럼 가볍게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기 때문이다.강 위로 뛰어드는 눈송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묘한 슬픔을 안겨준다.사라진다는 것이 저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우리들의 인생이라는 것도 슬며시 자유낙하하여 차가운 강물 위로 종적을 감추는 눈송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때쯤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부여앉고 싶은 마음이 절절해진다.

열흘째 돌아온 총각으로 지내고 있지만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퇴근 후 매일 하던 청소를 조금 뜸하게 한다는 것과 결혼후 꼬박 꼬박 챙겨먹던 아침을 자주 거른다는 것의 차이뿐이다.와이프가 있을 때는 매일 청소를 했다.하루는 청소기만 돌리고 다음날은 청소기 돌리고 한경희 스팀 청소기로 바닥을 한번 닦아준다.중간 중간 아기 목욕시키는 것 도와주고 설겆이도 하고 뭐 이러다 보면 대략 10시를 넘긴다.나는 투덜거리는 페미니스트인가 보다.어차피 하게 될 걸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 해서 본전도 못찾았다.그래도 힘든 건 사실이다.가끔은 내가 축구선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회사에서의 하루는 전반전에 지나지 않는다.퇴근길 운전하면서 대략 20분이 유일한 휴식 시간이다.음악을 들으며 하프타임의 달콤함을 누린다.집에 들어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다시 후반전이 시작된다.10시가 넘어서면 힘이 빠지고 좀 과장하면 정신이 몽롱하다.그냥 번잡스러운 마음에 몽롱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다행히 아이가 잠들어주면 와이프랑 10시 이후에 차라도 한잔 할 수 있다.그러나 어떨 때는 11시가 다 돼어서야 아이가 잠든다.와이프가 아기 재우고 씻는 동안 잠깐 책을 본다.그리고 아기 깨기전에 와이프도 눈을 부쳐야 하니까 불을 꺼줘야된다.몇 마디 말을 나누다 보면 둘 다 스르르 잠이 든다.

투덜이 페미니스트라 늘 투덜거리지만 와이프가 나보다 100배쯤 힘이 든다는 것은 알고 있다.새벽에 틈틈이 깨는 아이를 돌보는 일은 아내의 몫이다.아기는 아토피 때문에 자다가도 자주 얼굴을 긁어댄다.그걸 내버려 둘 수는 없기때문에 그 때마다 아이를 안고 있거나 팔을 잡아 주어야한다.와이프는 그래서 자주 깨어날 수 밖에 없다.거기까진 도와주지 못한다.출근한다는 핑계로 그걸 면해보는 것이다.

위의 사진은 아기 백일 축하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다.한참 오래된 듯 하다.그 이후의 사진은 아직 컴퓨터로 옮겨 놓질 않았다.지금의 예찬이에 비하면 저때는 더 아기같다.그사이 많이 컸다.지난 주 토요일에 올라갔더니 더 큰것 같다.대가족인 외갓집 식구들 사이에서 아이가 훌쩍 커버렸다.낯을 가리기 시작했다는 아내의 말에 행여 아빠 얼굴을 일주일 사이에 잊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했다.하지만 기우였다.우리 아들은 아빠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일주일 만에 만나서 번쩍 안았더니 아이가 까르르 하고 웃는다.아이와 함께 하는 '아빠볼 깐따삐아'놀이를 했다.(별거 아니다.아이의 양손을 잡고 내 볼을 톡톡 치며 입으로 '깐따비아'하고 노는 거다.내가 만든 건데 우리 아기를 웃기는데 잘 통한다.) 일주일 만인데도 우리 아기는 잊지 않고 천사 같이 '까르르'해주었다.옆에서 보시던 장인 어른이 '역시 니네 아빠 밖에 없구만..허허' 하면서 질투어린 웃음을 띄셨다.장인 어른의 질투어린 웃음에 더욱 기분이 좋았다.더 큰 목소리로 '깐따비아 ..예찬아..아빠 볼,아빠 볼'하며 놀았다.

일요일에 혼자 내려온 후 아기가 감기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닌 듯 하다.아기가 첫 눈을 본 날 첫 감기에 든 셈이다.육아 일기에 그 내용을 썻다.첫 감기를 이기고 나면 더 튼튼해질 거라고 생각한다.열도 나고 코도 막혀서 힘들어 한단다.그러나 우리 아기 예찬이가 잘 견뎌내리라고 믿는다.(화이팅!!)

밤이 깊었다.아내와 아기가 무척 보고 싶은 밤이다.옷장에 걸려 있는 아기의 옷에서 '까르르'하는 아기의 웃음 소리가 쏟아진다.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와이프가 무척 그립다.사진에서 처럼 와이프는 참 예쁘다.내가 가끔 아내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하는 말이 '중부권 최고 미인'이다.여러모로 참 훌륭한 사람이다.이번 주 금요일은 아내의 생일이다.아무래도 함께 하진 못할 것 같다.다음 날이나 되어야 올라갈 수 있을테니까..어떻게 축하해주어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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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0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20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6-12-2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정말 고운 분이시네요. ... 저희 예찬이도 낯가림을 시작했는데, 아빠가 그렇게 잘 놀아줬는데도 아빠가 안고 돌아다니지 않는 이상 아빠 품에서는 칭얼칭얼 거려서 제가 좀 민망해요... 아가들은 감기가 빗겨가지 않나봐요.. 전, 열도 안나고 해서 감기 걸린지도 모르다가, 너무 밤에 잠을 못자서 병원에 혹시나 하고 데려가봤다니까요.. 하여간 육아란, 엄마아빠 모두 화이팅해야 되는 일인가봐요..

느티나무 2006-12-21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주 금요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ㅋㅋ 제 아내도 이번 주 금요일이 생일인데요...참, 신기한 일도 다 있네요 ^^

2007-01-15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느덧 올 한해도 보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시간이 날아가는 화살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지난 주 토요일 처갓집에 다녀왔다.아기 아토피 때문에 벽지 공사를 한번 해보기로 했다.한지로 만든 황토벽지가 괜찮다는 와이프 친구의 경험담을 믿고 시공키로 했다.큰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에 아기방과 거실만 도배하기로 했다.공사하는데 하루 온 종일 걸리기 때문에 겸사 겸사해서 일주일 외갓집 나들이를 결정했다.토요일에 아이와 바이바이 하고 그날 밤 내려와서 일요일 공사를 지켜봤다.도배사들이 도배지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도배를 끝내놓고 도배사들이 괜찮은 도배지같다고 칭찬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도배중 세심하게 처리하지 못한 부분 때문에 부분적 수정을 했다.다행히 도배사 부부가 '정 이상해지면 자신들이 한 롤을 구매해서 다시 부분 재시공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힐 정도로 책임감있는 분이었다.벽면이 조금 울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조금 나아져서 그냥 두기로 했다.

처음에는 일주일 간의 휴가같이 느껴졌다.그런데 돌아온 날 부터 아기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옷장에 넣어져 있는 아기 옷을 보면 그 옷을 입고 웃고 있던 녀석이 생각난다.유모차를 봐도 그 안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함께 있을 때는 늘 안고 있어야 했기에 힘들어했는데.....벌써 보고 싶어진다.

집에 가면 주로 청소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무척 소중하다.평소보다 훨씬 늦게 잠든다.<미국 민중사>를 보고 있는데 워낙 분량이 많아서 올해 다 볼 수 있을까 했다.그나마 최근에 시간이 좀 나서 어제 1권을 다 볼 수 있었다.다음 주에는 송년회등이 많아서 시간이 없을테니 남은 며칠동안 열심히 달려봐야겠다.

아기 생기면서 집에서 30분이상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올해 꼭 보려했으나 결국 내년으로 넘긴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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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13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조카들이 집에 오면 손이 많이 가고 망가지는 것 많고 내 시간 없고 힘든 것 많지만, 가고 나면 바로 너무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부모는 오죽할까 싶어요^^

드팀전 2006-12-15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내일 아기데리러 올라가야 해요.아기가 일주일 안봤다고 아빠얼굴 잃어버렸으면 어떡하나 걱정돼는군요.춥다는데 그것도 걱정이네요.
 

언젠가도 한번 말했는데...요즘 즐겨보는 신문은 '경향신문'이다.(로쟈님의 페이퍼에도 경향신문 스크랩이 꽤올라온다.^^)창간 60주년을 맞아서 '공격적'(?)인 기사들을 많이 올리고 있다.최근에는 과감하게 1면에 서민생활/노무현의 정치올인을 나누어 편집해서 청와대를 자극했다.청와대는 인터넷을 통해 '하이에나식 보도'라고 경향신문을비판했다.6가지의 질문을 던졌고 경향신문을 한 면을 내어서 청와대의 비판에 반비판을 했다.어쨋거나 경향신문은 각종 기획들을 통해 그만 그만한 신문기사들과 다른 읽을 거리들은 제공해주고 있다..

회사에 도착하면 주로 한겨레,경향을 먼저 들고 온다.그 다음에 조선일보의 타이틀을 한번 읽어본다.'자식들 또 오바하네.'라며 조선일보의 악의성에 대해 일상적으로 '쯧쯧'하며 마지막으로 부산 지역 신문인 국제신문을 한번 스윽 읽어본다.큰 이슈가 있을 때는 각 신문들의 1면 선정 주제와 타이틀만 비교해 봐도 재미있다.

오늘 신문들은 1면 타이틀에 각양각색이었던 듯 하다.화물연대 파업철회 이후 큰 건이 없었다는 뜻이다.경향신문 1면 기사는 신선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게 30판 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배포시간마다 1면이 다를 수도 있다.인터넷 경향에 들어갔더니 아랫쪽에 기사가 배치되어 있었다)

신문을 그대로 옮긴다.이 기사는 현지르포 형식으로 1면을 비롯해 같은 날 신문 4,5면에 걸쳐서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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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미얀마에 무기 수출 ‘야만의 커넥션’
입력: 2006년 12월 07일 18:27:07
 
지난 10월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됐을 때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도 같이 기뻐했다.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뤄낸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그같은 가치를 실현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부 독재정권인 미얀마와 한국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일들은 한국이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제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외환위기때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한 한국 기업이 군부의 총칼로 민중을 탄압하는 미얀마 군사정권에 불법으로 무기를 수출함으로써 반민주적인 독재정권의 폭압에 일조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이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음을 드러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6일 미얀마(버마)에 포탄 생산설비와 기술을 불법으로 수출한 협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44년째 군사독재를 하는 미얀마는 비민주적 통치체제와 극심한 인권탄압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다.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에 따르면 군사정권에 반대하거나 민주화 운동을 해 투옥된 정치범의 숫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1,300명을 넘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얀마 정부의 공공지출 중 국방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에 이미 45%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런 미얀마 군사정권에 위장계약서, 암호사용, 개인계좌 이용 등을 통해 무기공장을 통째로 팔아넘긴 것이다. 국제민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한국이 미얀마의 민주화를 돕기보다 경제 이익을 위해 군부를 돕는 비양심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군부정권의 탄압을 피해 태국으로 망명, 민주화운동을 하는 아라칸 민족협의회 공동설립자 니니르윈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사정권과 사업을 하려면 사업체결 때, 개발이익 발생 때, 계약연장 때 등 3번의 ‘공식적 뇌물’을 주어야 한다”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이 하는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대우인터내셔널의 위험한 불법행동은 미얀마 군사정권과 정부의 부적절한 관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 석유공사의 후원으로 미얀마 북서부 해안 A-1광구 사업권을 따내 상업성 있는 가스를 개발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중국·인도와 가스 판매협상을 하고 있다. 가스개발로 인한 막대한 이익이 군부정권에 넘어가게 되는 것은 물론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운반할 경우 미얀마 군부가 해당 거주자를 강제이주시킴으로써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월 핀란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미얀마 인권문제에 대해 간여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니니르윈은 “한국은 아시아의 기대에 걸맞게 아시아 인권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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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6-12-0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경향이 요즘 가장 다이나믹하고 사기충천입니다. 무슨 동기부여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글고, 기사는 저도 아침에 전철에서 읽었습니다.^^

마법천자문 2006-12-0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키스탄, 버마 인민들의 인권은 무시하고 북조선 동포들의 인권만 걱정하는 뉴라이터는 편협한 민족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라! 벗어나라! 뉴라이터 전사들은 당장 파키스탄, 버마 대사관 앞에서 분신으로 항의하라! 항의하라!

끼사스 2006-12-0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되읽고 있는 오에의 <우리들의 광기를 참고 견딜 길을 가르쳐 달라>에 실린 중편소설이 생각나는 상황이군요. 젠(善)이란 이름으로 자칭하는 열혈운동가는 어린이용 완구에 살상용 폭탄을 장착한 뒤 '환상(幻像? 環狀?)의 루트'-정부와 미군이 암묵적 비호하는-를 통해 한국전에 이어 월남전에도 수출하려는 순수악(惡) 사업가를 고발하고자 동분서주합니다…. 이미 인도차이나 반도 민중을 향한 정치군사적 폭력에 가담한 바 있는 한국이-비록 기업 차원이라곤 하지만 정치외교적 빌미를 제공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죠-이런 더럽고 야만적인 커넥션에 연루돼 있다니 참담한 심정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