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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솔직히...장모씨 책인줄 알고 샀다. 장모씨의 바퀴벌레와 동거하는 얘기랑 습지생태의 분위기랑 웬지 비슷한거 같아서.....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지금 느낌은 앗! 잘못샀다!! 이것이 아니라 또 한명의 약간 매캐하고(먼지가 많이 느껴지는 그런 매캐함) 구질구질한 인생을 알게되어서 마냥 기쁘기만 하다. 그리고 최작가와 그의 친구들의 청춘이 가득 담겨있는 책이어서 읽다보니 어느새 내 청춘이 머물렀던 그곳이 살포시 생각나기까지 했다
습지생태보고서는 한 작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출연진으로는 이 책의 저자인 최작가와 그들의 친구 세명 그리고 사슴 한마리가 나온다. 마치 무한도전처럼 각자 캐릭터가 확고 하다. 쪼잔최군, 미소재호, 빤쮸정군, 아사몽찬, 시련녹용(이건 순전히 내가 재미로 붙힌 캐릭터이다) 녹용이를 시련녹용으로 붙이 이유는 처음 녹용이가 이 아파트로 오던 날 이곳은 너무 좁으니 광활한 자취방에서 홀로이 사는 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하자 녹용이가 하는 말이 "시련은 부자에게 가지 않아" 였다. 작가 최씨를 비롯하여 모든 등장인물이 실제 인물인데 반하여 녹용이만 가상의 인물로 만들어 넣은 것으로 보아 녹용이는 어쩌면 그들에게 시련이었을수도 있고, 또 어느때는 행복이었을수도 있고, 어느땐 인생의 선배, 어느땐 삶의 낙 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99년부터 2001년 8월까지 장막이라는 곳에서 생활을 하였다. 교회 공동체에서 마련해준 집이었는데 9명의 여학생이 방 두개에서 생활하였다. 큰방에서는 5명 작은 방에서는 4명이 생활했는데 아침 저녁 식사당번이 있었고 청소는 내키는 사람이... 목재로 된 오래된 집인지라 바퀴벌레가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았던지라 명절을 맞아 집을 깡그리 비우는 날엔 폭탄 투하를 하곤하였다. 다녀와서 널부러져 있는 바퀴벌레들을 보면 음.... 이 집에서 계속 살아야하나 회의가 느껴지기도 했다(그러나 이만큼 편한곳도 싼곳도 없으니...계속 있을 수 밖에) 9명의 여학생이 쉴새없이 빨래를 해대니 중고로 세탁기는 잘도 고장이 났고, 하나밖에 없는 컴퓨터는 내것임에도 거의 공동 컴퓨터가 되었다. 늦잠을 자서 아침밥을 못하는 날엔 식빵과 잼과 달걀을 사다 놓았는데 식사비용의 곱절이 들어갔다. 아파도 피곤해도 밥은 해놓고 수업을 빠졌다....^^;;;
습지 생태 보고서의 후기가 그 후로 모두들 잘먹고 잘살고 행복했다더라~ 인지 또는 최작가의 바람대로 지평선이 생성되는 방에서 매일매일 천바퀴씩 굴러다니며 사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들의 청춘에서 열정이 보였고 그 작은 아파트가 아주 후끈 거렸으므로 멋진 삶을 살고 있을꺼라는 생각이 든다. 그 멋진 삶이라는 것이 꼭 사회적 명성과 경제적인 부 만을 말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냥...어쨋든....좌우지간 멋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