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해 2 - 신혼,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김영사 / 2006년 5월
평점 :
아가씨때 읽었던 [사랑해]는 그냥 기분 좋은 이야기로 그쳤지만 아줌마가 되어 읽는 사랑해는 어느새 [교과서]가 되었다. 싸우지 않고 사는 법, 지혜롭게 사는 법, 육아 법,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법 등등.. 모든것이 이안에 들어있다. 내가 말하면 잔소리만 될 것 같아 태양님께 할말이 있을 때는 조용히 가만히 사랑해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읽도록 한다.
야근이 잦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밤마다 라면을 야식으로 먹는 태양님에게 127P를 조용히 펼쳐 보여주었다. 그곳엔 [상대방의 건강을 체크해주는 것!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것 그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의무입니다] 라고 적혀있다. 태양님을 알았어요~ 라고 대답한 뒤 어떻게 이 부분에 이게 있는지 알아? 신기하다! 라고 말했다. 난 책을 덮고 난 뒤 그안에 뭐가 있었는지 당췌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태양님이 더 신기할 뿐인데...^^;; 불을 끄고 누우면 솔직히 태양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안날때가 많다. 그래서 태양님보고 태양님은 내 얼굴 잘 기억해? 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또 조용히 190P를 펼쳤다. 그 안에는 앙드레 브르통의 자유로운 결합이라는 시가 적혀져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불타오르는 수풀의 머리칼이, 백열하는 번개의 생각이, 모래시계의 허리가 있다....- 이하 생략] 그리곤 태양님에게 나를 이렇게 묘사해봐~ 라고 했다. 태양님은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내 구석 구석을 훑어보더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내 아내에게는 물결치는 파도 같은 머릿칼이 있고. 익어가는 벼처럼 구부러진 짙은 눈썹이 있다. 내 아내에게는 별이 반짝이는 눈이 있고, 딸기처럼 빠알간 코가 있고, 보드라운 속살같은 입술이 있다. 내 아내에게는 둥근 달과 같은 얼굴이 있고, 전구가 켜지는 것 같은 번뜩이는 생각이 있고, 술술 풀리는 실타래 같은 글재주가 있고, 넓은 바다 같은 사랑이 있다.] 즉석에서 생각하느라 태양님 고생 많았다. 이 말도 말이지만 이 말을 지어내기 위해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 10여분의 순간, 빛나던 태양님 눈빛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랑해]는 한번 읽고 책꽂이에 꼽아두는 책이 아니라 계속해서 읽고 또 읽어서 이 안에 있는 수많은 사랑의 밀어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참말 좋은 그런 책이다. 뜨거운 물로 젖몸살 앓을 때 풀어준다는 것도 여기서 배웠다. 육아 상식을 비롯해, 아름다운 글귀들이 가득한 사랑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가정의 우리 신혼 생활의 교과서가 될 것이다. (결혼 4년차인데 신혼이라고 하기엔...좀 심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