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꾸리찌바 - 개정 증보판
박용남 지음 / 녹색평론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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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 친구와 함께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교통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이 서울의 도시교통을 완전히 싹 바꾸어 놓은 사례가 있기에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었지요. 저는 자가 운전자이기에 도로도 좁은데 버스 전용차선이 만들어지는 바람에 더욱 불편하다고 했고, 노원 상계동 쪽에 사는 친구는 미아 쪽은 도로가 좁아 늘 차가 꽉꽉 막히던 곳이었는데 버스전용차선제 덕분에 아침 시간 막히지 않고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며 서민들에게는 아주 편리한 교통 체계라는 말을 했습니다. 또한 덧붙여 버스에 손님이 없어 다 죽어가고 있었는데 요즘 아침, 저녁의 풍경을 보면 버스에 사람들이 아주 꽉 들어차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너무 나 중심적으로만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에 숙연해지기까지 하더군요.
 

얼마 후 과제를 위해 이 책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샀습니다. 태어나 처음 듣는 도시 이름이었고 대체 어느 나라에 있는 도시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일본인가? 스페인인가? 1장을 읽고, 2장, 3장을 넘기면서 우리나라 서울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버스전용차선제 및 색으로 표시한 버스의 구분, 환승제도 등이 바로 이곳에서 온 것임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개발도상국쯤으로 알고 있던 브라질의 한 도시에서 이런 꿈의 도시를 만들고 있는 줄은 정말 까맣게 몰랐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만화에서 보았던 것 처럼 기계의 엄청난 발전과 환경의 무분별한 파괴로 인해 멸망한 지구에 유리돔같은 것으로 둘러싼 인공 도시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도시를 만드는데 있어서 중심 사상이 어디까지나 '인간과 환경'에게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돈이 많아서 시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도시 계획이라는 것이 감동스러웠습니다.

 

꾸리찌바의 도시계획은 네 가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는데, 즉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변화와 문화적 변화가 그것입니다. 1장에 이 네가지 혁명이 간단하게 요약되어 있고 3장부터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지은이 박용남은 끊임없이 [지속성]에 대해서 강조하는데 이 부분에서 참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처음 도시계획을 시작할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큰 줄기를 가지고 시장(mayor)들의 개인적 특성과 민족적 개성 등을 잘 살려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철만 되면 공약이 바뀌고 도시 계획이 바뀝니다. 4년의 임기안에 후딱 후딱 일을 처리해내지 않으면 그동안 해왔던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기 일쑤 입니다. 그런면에서 1970년대에 처음 시작한 혁명적 변화가 지금까지 그 맥락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사진과 글들을 보면서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혁명적 변화의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 시작이나 과정을 살펴보면 그다지 파격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특히나 [쓰레기 아닌 쓰레기] 프로그램의 경우는 큰 과학적 기술이나 거대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전시민을 환경지킴이로 만들었으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저소득층 사람들에게는 삶의 질 향상의 기회도 마련해주었습니다. 지은이 박용남은 에필로그를 통해 한없는 부러움과 자기성찰을 표현했고 우리들의(시민 뿐 아니라 도시 계획을 하는 정치가들) 각성을 요구 합니다. 또한 꾸리찌바를 넘어서는 것이 결코 어렵지도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책을 읽으면서 환경도시를 만드는 일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말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이네요.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한번 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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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4-1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티비에서도 꾸리찌바를 소개하더군요. 버스가 어찌나 편리하게 되어있고
교통망도 합리적으로 되어있던지 부럽더군요. 님의 리뷰만큼이나 멋진 도시에요^^

이쁜하루 2007-04-1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님 저도 다른 책을 먼저 선택했던지라 만일 그책이 품절이 아니었다면 이책을 못읽을 뻔했답니다. ^^ 기회되면 꼭 읽어보세요~~
혜경님 티비에서 꾸리찌바가 나왔군요. 전 이 책을 읽기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했었답니다. 그 프로그램 한번 보고 싶네요 그러면 레포트를 더 잘 쓸 수 있을것 같아서 말이죠 ^^
 
언니가 가출했다 힘찬문고 41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한기상 옮김, 최정인 그림 / 우리교육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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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가출했다]는 우리나라 동화가 아니다.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오스트리아 사람이니까 유럽 동화라고 해야겠지. 그런데 이 동화의 주인공들의 이름을 살짝 은지, 영순 등의 이름으로  바꾸면 우리나라 동화라고 여겨질 만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많이 비슷하다.

주인공 에리카는 재혼 가정에서 살고 있다. 원래 아빠와의 사이에서 언니 일제와 에리카가있고 재혼한 아빠에게서는 동생 둘이 있다. 예쁘고 세상물정에 훤한 언니,  삐걱거리는 분위기가 싫어 숨죽이며 사는 에리카, 아이들을 잘 키워보겠다고 하지만 부모로써의 자격증 시험이 필요할 만큼 무지한 엄마, 그리고 사람좋은 아저씨, 말썽꾸러기 두 동생이 함께 살고 있다. 이야기는 언니가 가출한 시점에서 시작해  돌아온 날로 끝이 난다.  언니가 없는 날동안에 아니 없는 시간 동안에 에리카가 회상을 하며 가출할 때까지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는 식이다.

동화를 읽으면서 난 내 안의 상처들을 끄집어 냈다가 다시 집어 넣기도 하고, 딱지 앉은 상처를 쓰다듬기도 하고, 아직 덜 나은 곪은 부분에선 살짝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론적으로는 에리카나 일제에게 나를 투영하기보다 엄마에게 나를 투영하고 있었다. 언젠가 나는 부모가 될 것이다. 안될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 부모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보고 배운것 없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윽박지르고 때리기나 하는건 아닐까. 아이의 말이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는 있을까.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감싸줄 수는 있을까...

에리카의 엄마는 두번째 결혼이기에 이번엔 실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제대로 아이들을 교육시켜 재혼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잘 크는구나 증명해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에리카의 엄마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잘 몰랐다. 모를 때 묻고 공부하기보다 자신의 방법으로 아이를 다그쳤다. 때리고 윽박지르고 집안에 갇워놓고... 오히려 그것은 더 역효과를 가져와 일제가 가출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부모들은 착각을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여기서 부모란 내 엄마, 아버지가 아닌 자녀를 가진 모든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내 친구도 될 수 있고, 언니, 동생이 될 수 있다. 부모가 되면 지금까지 알지 못하던 것을 마치 다 알게 되는 양 군다는 것이다.  뱃속에 열달동안 아기를 갖고 있었을 뿐,  출산으로 인한 극도의 고통을 겪었을 뿐 그 전과 달라진 건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그러므로 부모가 되기 위해선 부모자격증 시험이라도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부모로써 갖추어야 할 소양, 지혜 이런 것들은 배우고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절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인생은 단 한번이기에 키우면서 시행착오를 겪기에는 아이에게 주는 상처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먼저 인생을 살아온 선배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시간과 노력, 모든 학문을 동원해 일궈놓은 연구의 성과물. 책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것들을 통해서 부모가 되어가야 한다. 진정한 부모말이다.

우리아버지, 어머니 또한 많이 부족한 분들이셨다. 사랑은 했지만 도시를 지향하는 어머니와 안정적인 생활을 지향한 아버지는 많이 달랐고 자식들은 어떻게 되든 말든 우리앞에서 무식하리만치  과격하게 싸워댔고 이혼을 하셨고 우리는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나 5학년, 언니 중학교 2학년, 오빠 고1때의 일이었다. 우리는 모두 사춘기를 겪고 있을 때였고 아직 어렸던 나였지만 그때의 기억들로 인해 지금도 나에게 큰 소리를 치거나 이유도 묻지 않고 싫은 소리를 할때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물부터 나곤 한다.

에리카의 모습은 나의 모습을 닮았다. 밖으로 뛰쳐 나간 일제보다도 그 모든걸 감내하고 있는 쪽의 에리카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성경에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가 살아계심에도 불구하고 유산을 달라하여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다 탕진하고 거지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잔치를 베풀어 받아준 이야기이다. 난 이 이야기에서 동생이 나가있는 동안 불만없이 집안일을 모두 건사했던 큰 형에게 더 마음이 쏠렸다. 큰 형에게는 잔치 한번 베풀어 준적 없으면서... 내게도 불만이 쌓였다. 나는 항상 그래왔다. 참고 견뎠는데 결과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것이었고 파격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내비쳤던 언니 오빠에게는 경계도 관심도 쏠렸다.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내게 너무도 잘해주는 태양님께 그동안 쌓여왔던 화나 악을 막 쏟아붓는다.  무서울정도로 쏟아 붓는다. 그래서 부모가 된다는 것이 겁이 난다. 내 아이에게 쏟아 부을까봐 말이다.

[언니가 가출했다]는 분명 동화다.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동화이고,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그린 동화이다. 그래서 더더욱 부모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할 동화이다. 내 어린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고, 부모된 지금의 나를 바라볼 수도 있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건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건지 고민 할 여지와 시간을 마련해주는 책이다. 내 안의 상처는 이 세상의 이혼한 부모들에게 외친다 "못키울 것 같으면 낳지를 마라!!!"  기대와 행복감 속에서 부모가 되고 싶다. 지금처럼 불안과 두려움속에서가 아닌... 언제쯤 내안의 상처들이 나을까... 이런 책을 읽을때마다 사실 두려움이 더 커진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기도가 되고 준비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진정한 부모되기... 어렵겠지만 허락한다면 열심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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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쁜하루 2007-04-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려 감사드려요! ^^
 
만국기 소년 창비아동문고 232
유은실 지음, 정성화 그림 / 창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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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인 신현림씨가 "어떻게 시를 읽지 않고 인생의 의미를 알수있을까? 과연 시를 안읽는 사람과 연애 할수 있을까" 라는 말을 했었다. 시는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똑같은 시가 어느날은 내게 위로가 되고 어느날은 슬픔을 가득 안겨준다. 그래서 나는 시를 좋아한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라고 이해할 수 없는 시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시를 사랑한다.

만국기 소년에 실린 이야기 중에 [내 이름은 백석] 이라는 동화가 있다. 일단 첫 장을 넘기면서 내가 백석 시인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우쭐했고,  한줄 한줄 읽어가면서는 이건 동화가 아니라 한편의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작가가 시를 참 사랑하는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올해 4학년이 된 백석은 [대거리 닭집]의 아들이다.  백석의 아버지는 간판 덕분에 [닭대가리] 라는 별명으로 불리운다. 백석의 이름이 외자인 까닭은 [백]이라는 한자가 너무 복잡해서 고생할 생각을 하니까 이름을 두글자로 지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던 백석의 이름이 4학년 담임 선생님으로 인해 특별한 이름이 된다. 선생님은 자신이 시인 백석의 시를 좋아한다며 시인 백석이 천재 시인 이라를 말을 해준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의 꽃 중에서...   역사적인 날이다. 새로운 의미가 붙는 날. 아버지와 아들은 백석 시인의 시집을 한권 사서 시 연구에 들어간다.

사온 책은 아마 이 책인듯 싶다. 시를 읽는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라는 시를 읽어 내려간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탸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燒酒를 마신다
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알응알 울을 것이다

시를 읽는데 자꾸 [나린다] 가 걸린다. 나린다가 아니라 내린다가 아니냐고 묻고  무슨 시인이 내린다도 모르냐며 [나린다]가 나오는 부분마다 [내린다]로 고쳐 읽는다. 나타샤.... 이 여자는 미국여자인지 소련여자인지 러시아 여자인지... 대체 이 시는 뭐 어쩌자고 지은 시인지.... 이러는 사이 건어물 아저씨의 비웃음 섞인 말이 들려오고 아버지는 화가 난다. 그리고 백석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준다.

시는  [의미]를 알 때 그 맛이 더한다. 그저 보이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내용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낼 때 그 오묘하고 담백한 맛에 젖어든다. 첫번째 동화  [내 이름은 백석]은 그 의미를 찾는  작업처럼  보인다.  백석이라는 이름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새로운 의미를 정립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가고, 연구 과정중에 자기 돌아봄의 시간을 갖게 된다. 첫번째 동화가 시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동화라면 두번째 동화 [만국기 소년]은 시의 운율에 대한 동화처럼 느껴졌다. 한켠에서는 나라와 수도가 계속해서 읊여지고 다른 한켠에서는 그 소년에 대한 나의 생각과 일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 두가지는 병렬적으로 나열된다. 내가 말하고 네가 말하고 내가 말하고 네가 말하고... 노래하듯 펼쳐지는 [나라와  수도]는 노래가 되고 눈물이 된다.

유은실의 동화집은 책 뒷편에 써있는 말 그대로 [어른들이 말들어 놓은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슬프고도 환한 이야기] 이다. 슬프지만 환하다. 내이름은 백석의 그 꼬마 백석은 시를 아는 멋진 청년이 될것이고, 만국기 소년의 진수는 세계를 여행하는 멋진 여행가가 될것이고, 맘대로 천원의 나는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고, 선아의 쟁반에 선아는 고집쟁이나 편파적인 사람이 아닌 융통성 있는 아이로 자랄 것이고, 어떤 이모부의 명우는 남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이 되지 않을꺼라는...... 웬지 이런 저런 환함이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나는 실제로 이 동화에 나오는 아이들 만큼이나 슬픈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슬픈 일들 때문에 잘 못된 길을 선택하거나 마음을 나쁘게 먹었다면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슬픔이 환함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길을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자신의 삶에 늘 재미있고 즐거운 의미를 부여하며 행복하게 노래하며 사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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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경림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
신경림 엮음 / 다산책방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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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에게 참으로 고마웠다. 나의 시 읽는 방식, 나의 시 감상법이 틀린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짧디 짧은 신경림 시인의 감상문이 내게 희망을 주고 소망을 주었다. 너의 감상법이 틀린것이 아니다. 잘 하고 있다. 그저 그렇게 마음에서 드는 생각들이 제대로 감상하는 거란다... 라고 위로하는 것 같았다.

신경림 시인은 오로지 자신만의 기준으로 시를 선택했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시를 감상했으며 시인이 좋아하는 그림들을 집어 넣었다. (솔직히 그림은 시인이 좋아하는 화가들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웬지 시를 많이 닮은 그림들이기에 신경림 시인이 좋아할 것 같다. 맘에 들지 않는다면 함께 싣지도 않았겠지?) 매우 주관적인 선택과 선택된 시들의 향연이지만  정말 최고의 향연이며 풍성한 향연이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시를 어떻게 배웠던가, 한줄 한줄 밑줄 그어가며 이것은 무엇을 비유한 것이고 이 것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이다 등등 얼마나 분석하며 배웠던가. 그러다보니 시는 정말 재미도 없고 어렵기만 한 그런 분야가 되어버렸다. 언젠가 TV 문화프로그램에 나오신 김남조 시인이 하신 말씀 중에  어떤 수험생이 선생님의 이 시의 이 행의 뜻은 무엇입니까? 저는 이렇게 배웠는데 그게 맞나요? 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아무런 답도 해줄수가 없었다고 한다. 대체 감상에 정답이 어떻게 있을 수가 이겠는가!! 지금까지 살아오신 수많은 시인들은 자신들의 시가 그렇게 해부되고 분석되어 갈갈이 찢겨지고 문제로 만들어져 정답을 찾는 것으로 변질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그래서일까! 신경림 시인은 감상에서 말을 아끼고 분석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신경림 시인의 마음만을 살짝쿵 내려놓을 뿐이다. 어쩌면 신경림 시인의 그 짧은 감상평 마저도 군더더기 일지 모른다. 또 다른 정답이라고 여길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아~ 이시는 이렇게 느끼는 거구나..라고 말이다. 난 처음 꼭지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고 싶어 부분은 신경림 시인의 감상평도 같이 읽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시만 읽었다. 그리고 그림을 읽었다. 그리고 이동업 화백의 그림에 푹 빠져들었다. 다른 분들의 그림도 시처럼 간결하고 부연 설명이 없는 그림이였지만 이동업화백의 그림은 그야말로 시였다. 은은함이 출렁이고 파도가 되어 내 마음에 부딪혀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



시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 오랜 동안 곱씹을 수 있어야 하고, 오랜 동안 생각 할 수 있어야하고, 남는 것이 없어도 기뻐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바빠 마음이 메마른 사람들에게 이 책 처음처럼의 시와 그림들이 싱그러운 물줄기를 선사해줄 것이다. 얼마전 읽은 내려놓음도 좋았지만 내려놓아라 내려놓아라 라고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내려놓게 만드는 짧은 싯구절과 그림들이 참 편안한 마음을 준다. 시는 그림으로 따지자면 풍경화나 인물화, 고전주의 낭만주의 뭐 이런 그림보다는 따뜻한 추상....에 비유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한눈에 봐서는 그 의미를 알기가 힘들고 이거 뭐야~ 라며 지나치기 쉬우나 곰곰히 가만가만히 살펴보면 그 안의 열정과 사랑과 에너지가 팍팍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시낭송을 하며 내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가져봤다. 그리고 어떤것에도 얽메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상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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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치는 밤에
스기이 기사브로 감독 / 대원DVD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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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16일까지 상영이었고 내가 보러 간 날은 13일쯤! 곧 막을 내리기 일보 직전에 보고 왔었더랬죠. 깜찍한 메이와 끔찍한 가브 알콩달콩 우정이야기 일꺼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영화를 보면서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목이 뻗뻗해져 아파올지경에 이르도록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리고 사랑보다 진한 우정이라는 것이 저런거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려 DVD를 구입했습니다. 일본으로 여행을 간 언니에게 부탁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오기전에 후딱 구입을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극장에서 보면서 그렇게 울어댔던 고 장면만 나오면 또 그렇게 마구 울어버립니다.  눈보라속에 갖혀서 먹을 것은 없고 메이의 나를 먹으라는 말에 잠시 먹을 것으로 메이를 봤던 가브가 자신을 쥐어박으며 안된다고 말하고 끝내 나갔다가 산사태를 맞게 되는 그 장면... 그 장면에서 두 사랑스런 친구들 때문에 내 가슴은 찢어집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눈물이 많은가봅니다. 아니면 심하게 감수성이 발달, 예민하던가... 저는 TV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집안의 반대, 한 사람의 외도 뭐 이런것 때문에 헤어지는 것에는 사실 그다지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하나가 죽거나 아프거나 그러면 아주 쥐약입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웁니다. (음....국제 경기대회에서 금메달 따서 애국가가 나올때나 시상식에서 상받는 사람이 울면 자동적으로 눈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런데 메이와 가브 이야기는 이런 저런 것을 떠나서 그 둘의 끈끈한 우정에 감동하여 눈물이 납니다.

아버지가 얼마전 돌아가신 친구와 함께 봤는데 그래서 인지 그 친구도 저도 목놓아 울었습니다. 영화가 다 끝나고 나와 퉁퉁 부운 서로를 보면 씨익 웃어보이며 영원한 우정을 다짐했습니다. 뭐 영원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친구가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지요.

조카와 함께 본 만화영화가 토토로인데 참 즐겁게 보더군요. 아마 이것도 참 즐겁게 볼 것 같습니다. 언제 집에 초대해서 함께 봐야겠습니다.  조카 앞에서 울면 요것이 많이 놀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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