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칼리 프라질리스틱~!” 바람을 타고 날아온 유모, 메리 포핀스의 주문에는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엄격한 교육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함께 놀아줄 사람이 필요했던 <메리 포핀스 Mary Poppins>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메리 포핀스는 최상의 유모였던 것이다. 1964년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메리 포핀스>는 당시의 기술이 총동원된, 기적 같은 영화였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이 유사 소재의 영화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 Nanny Mcphee>를 완성했다. 이 영화는 주인공 엠마 톰슨이 [간호사 마틸다 Nurse Matilda] 시리즈를 각색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는데, 딱히 새로운 구석은 없다. 오히려 마법사 유모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메리 포핀스>와 상당 부분 비슷하다.
<내니 맥피>는 유모 맥피(엠마 톰슨)와 일곱 아이들의 대결에서 시작된다. 일찍 홀아비가 된 세드릭 브라운(콜린 퍼스)은 한 달 안에 재혼하지 않으면, 아델라이드 백작부인으로부터 원조가 끊길 판국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반항할 생각만 한다. 이에 괴상한 생김새의 유모 맥피가 ‘말썽쟁이 길들이기’에 나서고, 대결 구도였던 영화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예의 바르고 온순해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의 결혼으로 온전한 가족을 이루는, 안정된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내니 맥피>의 주인공은 엄연히 유모 맥피인데, 이상하게도 맥피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아이들과 유쾌하게 ‘방 치우기 놀이’를 했던 메리 포핀스에 비하면, 맥피는 지나치게 신비로운 존재. 이따금 지팡이를 치면서 마법을 부리긴 하지만, 그 마법에는 유머 감각이 결여돼 있다. 때문에 맥피의 ‘말썽쟁이 길들이기’ 미션은 예정된 수순대로 흘러갈 뿐이다. 워킹 타이틀만의 환한 볼거리와 엠마 톰슨의 차분한 연기가 잠시 시선을 잡아두지만, 거기까지. 지나치게 반듯한 유모와 반듯한 아이들, 예측 가능한 상황들로 인해 심심한 가족영화에 머무르고 말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의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화사한 파스텔톤의 영상, 따뜻한 감수성, 엠마 톰슨이나 콜린 퍼스 같은 명배우의 열연이 눈길을 모은다. 어린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영화.
워킹 타이틀 특유의 화사함은 있는 반면, 워킹 타이틀의 영화 치고는 좀 실망스럽다. 무난한 소재와 무난한 결말, 무난한 교훈을 남긴 영화. 심장을 건드리는 그 무언가가 부족한 탓에, 보고 나서도 왠지 허한 느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