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 성취상’ 받은 英장애인 예술가 앨리슨 래퍼씨

 

 



 지난달 29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위민스 월드 어워즈’ 시상식에서 영국의 장애인 예술가 앨리슨 래퍼 씨(왼쪽)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에게서 ‘세계 여성 성취상’ 트로피를 받고 있다. 라이프치히=AP 연합뉴스

 두 팔은 아예 없고 다리는 자라다 말았다. 그래도 발과 입으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영국의 장애인 예술가 앨리슨 래퍼(40) 씨가 ‘세계 여성 성취상’을 수상했다.

모성(母性) 및 장애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는 예술작품으로 사회에 기여했다는 점이 수상 이유. 지난달 29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제2회 ‘위민스 월드 어워즈(Women’s World Awards)’ 시상식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래퍼 씨에게 트로피를 수여했다.

래퍼 씨는 임신부가 수면제·신경안정제를 복용했을 경우에 나타나는 해표지증(海豹肢症·팔 다리가 물개처럼 짧아지는 증세)을 안고 태어났다. 생후 6주 만에 거리에 버려져 복지시설에서 자랐다. 21세 때 결혼했지만 남편이 폭력을 휘둘러 9개월 만에 헤어졌다.

누구라도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있던 미술공부를 뒤늦게 시작했다.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 겸 사진작가가 된 것이다. 래퍼 씨는 자신을 팔이 없는 조각 작품 ‘밀로의 비너스’에 빗대 ‘현대의 비너스’라고 부른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작품의 소재로 삼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콤플렉스를 이겨냈다.

최근 그는 모델로 더 유명해졌다. 영국 조각가 마크 퀸 씨가 임신 9개월의 그를 모델로 해 만든 ‘임신한 앨리슨 래퍼’라는 5m 높이의 작품이 런던시의 공모전에서 뽑혀 9월부터 트래펄가 광장에 세워진 것. ‘볼썽사납다’ ‘아름답다’는 등 논란이 분분했다.

당시 래퍼 씨는 “사람들은 불편한 것을 피하려 하지만 내가 저 위에 세워져 있는 한 더는 나를 피할 수 없다”며 “장애가 있는 사람이 천박하지도 못생기지도 우스꽝스럽지도 않다는 점을 사람들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섯 살 난 아들 패리스 군을 키우고 있는 그는 보통 엄마들이 하는 일을 입과 발로 거뜬히 해낸다. 어려서 의수를 잠깐 착용하기도 했지만 장애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벗어 던져버렸다.

래퍼 씨는 작은 스펀지를 입에 물고 아들의 머리를 감겨 주고 특수 제작된 유모차를 어깨로 밀며 아이와 공원을 산책한다. 그는 현재 서식스에 거주하면서 육아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저서 ‘내 손 안의 인생’과 자신의 웹 사이트(www.alisonlapper.com) 등을 통해 장애인 문제를 부각시켰으며, 가정 내 폭력 등 여성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도 앞장섰다.

‘위민스 월드 어워즈’는 오스트리아 작가 게오르크 킨델 씨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2000년 창설했다. 세계 여성 성취상을 비롯해 10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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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트라팔거 광장에 설치된
Marc Qinn의 작품.
선천적 기형으로 태어난 동료사진작가Alison Laper를
대리석으로 조각했다. 임신 8개월때. 사내아이를 순산했단다.

3미터30센티미터의 이 조각을 런던 한 복판에
2007년까지 설치하게 한 런던 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성적 기념비가 즐비한 광장에,
모성, 여성, 장애를 담은 여성적 기념비가
설치된 것을 목격한 것은 대단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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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미술> 12월호에 기고한 배종헌 개인전 리뷰 

-  목인갤러리(11.2~11.15), 인사미술공간(11.2~11.20)

반이정  미술평론가 dogstylist.com

 

 

배종헌_금관(국보87호)의 스펙트럼 부분_발견된 오브제와 그 기록물들, 고안된 진열장_2005

 

작품이 작가를 닮아있다는 해설, 즉 작품과 인품의 동일시는 하나의 은유 이상이 아닐 때가 많다. 그것은 다만 작가를 격찬하는데 사용되는 전형화 된 기술어일 뿐이다. 유비(類比)의 달인 배종헌은 기술어일 뿐인 해설을 충족시켜온, 작품을 닮은 작가다. 격오지 근무란 본디 세간의 관심 밖에 놓이는 걸 의미하므로 유유자적과 고립무원이 동반된 감정을 유발한다. 수도권에서 꽤 떨어진 지방대 교수로 부임 후 근 3년 만에 수도권 소재 전시장 두 곳에서 같은 날 개최된 두 겹짜리 개인전은 생의 치열함을 본업(미술인)의 견지에서 사유하고 배설하는 배종헌 고유의 창작 메커니즘이 그를 닮은 작품을 어떻게 토해내는지 확인시킨 자리다. 진입로 장식부터 내부 상설전의 색채 전체가 다분히 고색창연한 목인 갤러리를 ‘유물 프로젝트’의 실험실 삼은 건 작가와 전시장 모두에게 득이 된 결정이다. 유물 프로젝트는 지난 2003년 ‘청계천변 멸종위기 희귀생물 도감’의 연장선에 놓이며, 유비의 냉소적 알레고리는 자꾸 김학량을 연상시킨다. 김학량과 배종헌은 닮아있다. 비슷한 유비를 반복적으로 관람하는 건 긴장을 떨어뜨린다. 지난 청계천 프로젝트가 세간의 관심을 투영한 데 비해, 금번 전시가 작가 고유의 경험(작년부터 고적의 고향, 경주에 거주 중이란다)에 바탕 했기에 흡인력이 예전만 못한 것이다. 하지만 희소한 유물의 부가가치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목인 갤러리 안에, 대형 할인매장에서 발견한 소비재를 끌어와, 유물이 직면한 조건을 야유하는 배종헌 다운 기획력은 과연 통쾌하다. 한편 인미공 개인전에는 그와 닮은 잡초들이 들어찼다. 배종헌의 또 다른 기량은 뛰어난 관찰력을 토대로 무거운 현안을 미물에 빗대어 폭로하는 실행력이다. 그간 내력을 봐도 그렇다. 재학 중에는 대학교육과 졸업전의 허상을 작업으로 옮겼고, 졸업 후에는 동문전의 위선을 기획했으며, 지금은 지방대학과 자신의 처지를 지배질서에 저항하는 잡초에 비유한다. 작업은 예의 치밀한 다큐멘터리 적 관찰에 입각하지만 별로 지루하지 않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여느 다큐멘터리가 흔히 지상파 다큐멘터리의 방법론을 따와, 필요 이상의 많은 말을 쏟아내는데 반해 배종헌은 언어를 절약하고 볼거리로써 의도를 전한다. 잡초-대수롭지 않은 풀-지배질서에 저항-질긴 생명력-변방의 역설적 매력! 어? 이건 지방대랑 똑같잖아! 논지가 간결하다. 그렇지만 페이소스가 지탱해준다. 2년 전 한 원고에서 배종헌처럼 제도권 미술에 회의하는 동지로서, 이제 울타리를 벗어나야 하는 건 아닌지 자문하자고 서로에게 제안한 적이 있다. 그나 나나 이 바닥에 집요하게 머물고 있는 걸로 봐서, 어지간히 발목 잡힌 모양이다.



배종헌_잡초_영일고_함석에 아크릴릭_112.5×224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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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나의 현대미술경험기에서 가장 충격이자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이 바로 '청계천변 멸종위기 희귀생물 도감’ 이였다. 지금은 어떤 작업들을 하고 계신지 궁금했는데 지난 연말 전시회를 열었었네...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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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에 세워질 올덴버그의 스프링이라는 작품의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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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칼리 프라질리스틱~!” 바람을 타고 날아온 유모, 메리 포핀스의 주문에는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엄격한 교육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함께 놀아줄 사람이 필요했던 <메리 포핀스 Mary Poppins>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메리 포핀스는 최상의 유모였던 것이다. 1964년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메리 포핀스>는 당시의 기술이 총동원된, 기적 같은 영화였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이 유사 소재의 영화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 Nanny Mcphee>를 완성했다. 이 영화는 주인공 엠마 톰슨이 [간호사 마틸다 Nurse Matilda] 시리즈를 각색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는데, 딱히 새로운 구석은 없다. 오히려 마법사 유모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메리 포핀스>와 상당 부분 비슷하다.

<내니 맥피>는 유모 맥피(엠마 톰슨)와 일곱 아이들의 대결에서 시작된다. 일찍 홀아비가 된 세드릭 브라운(콜린 퍼스)은 한 달 안에 재혼하지 않으면, 아델라이드 백작부인으로부터 원조가 끊길 판국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반항할 생각만 한다. 이에 괴상한 생김새의 유모 맥피가 ‘말썽쟁이 길들이기’에 나서고, 대결 구도였던 영화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예의 바르고 온순해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의 결혼으로 온전한 가족을 이루는, 안정된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내니 맥피>의 주인공은 엄연히 유모 맥피인데, 이상하게도 맥피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아이들과 유쾌하게 ‘방 치우기 놀이’를 했던 메리 포핀스에 비하면, 맥피는 지나치게 신비로운 존재. 이따금 지팡이를 치면서 마법을 부리긴 하지만, 그 마법에는 유머 감각이 결여돼 있다. 때문에 맥피의 ‘말썽쟁이 길들이기’ 미션은 예정된 수순대로 흘러갈 뿐이다. 워킹 타이틀만의 환한 볼거리와 엠마 톰슨의 차분한 연기가 잠시 시선을 잡아두지만, 거기까지. 지나치게 반듯한 유모와 반듯한 아이들, 예측 가능한 상황들로 인해 심심한 가족영화에 머무르고 말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의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화사한 파스텔톤의 영상, 따뜻한 감수성, 엠마 톰슨이나 콜린 퍼스 같은 명배우의 열연이 눈길을 모은다. 어린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영화.




워킹 타이틀 특유의 화사함은 있는 반면, 워킹 타이틀의 영화 치고는 좀 실망스럽다. 무난한 소재와 무난한 결말, 무난한 교훈을 남긴 영화. 심장을 건드리는 그 무언가가 부족한 탓에, 보고 나서도 왠지 허한 느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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