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사람, 잘 키울 사람
지대표 지음 / 럭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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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이 많아지고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업체, 외주자, 저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나에게  할당된 프로젝트가 많고, 어느 하나 빠짐없이 온전히 잘 완수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야 한다.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과 나의 관계,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그러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그들이 가진 재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하고, 그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보람을 느끼는 것도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잘될 사람이어야 하면서, 잘될 사람을 잘 키우는 사람이어야 하기도 하다. 


편안하게 서술한 짧은 문장들에, 저자가 업에 몸 담으면서 느끼고 고민해온 부분이 많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노하우를 담담하게 서술했다고 볼 수 있다. 읽으면서 밑줄긋고, 메모장에 내 생각을 써 내려가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 오래 일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정리해 본다. 동료가 나와 함께 일하면서 행복하면 좋겠고, 하는 일에서 성취를 느끼면 좋겠고,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느끼면 좋겠고, 내가 그와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닿으면 좋겠다. 


두고, 꺼내 고민이 있을 때 다시 꺼내보고픈 책이다. 




잘된다는 것은 타인이 정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상태에 도달해야 잘되는 것인지는 당신만이 정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달성해야 하는 것은 당신의 목표여야 합니다. 타인은 당신이 얼마나 잘해냈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 P55

복잡하고 다양한 행동은 모두 다음의 세 가지를 결정한 이후에 시작됩니다. 첫째는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둘째, 가지고 갈 것을 정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비게이션을 켠다.
- P107

가져갈 것을 정한다는 것은 두고 갈 것을 정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잘되는 길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것은 당신의 가장 빛나는 부분을 선택하고 당신의 단점을 두고 떠나는 일입니다. 당신이 자신 있게 해낼 수 있고 당신이 그 일을 통해 세상과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는 뜻입니다. - P108

어제를 기억하지만 어제의 당신은 없습니다. 지금 현재의 당신만이 바로 이 시간에 존재합니다. 당신이 어제 무엇을 하지 못했고 무엇에 실망했든 그것은 지나갔습니다. 지금의 당신은 무엇도 가능하고 무엇도 될 수 있습니다. 잘될 사람은 사실에 집중합니다. 걱정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 P121

당신이 잘되기로 결심했다면 그 시작을 기록하길 권합니다. 종이는 기억력이 좋습니다. 그리고 입이 무겁습니다. 기록은 당신에게 많은 것을 줍니다.
- P153

두렵지만 해결해야 할 일들에 익숙해지려고 애쓰기. 내가 잘될 것임을 진심으로 믿어주기. 그리고, 믿는 것이 실제가 되도록 지금 해야 하는 것을 실행하기. 그렇게 탄탄히 쌓아 올린 시간이 당신을 이끌어줄 것입니다.

당신이 결국 잘될 그곳으로 말입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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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찰하는 마음 - 우리 사회에 여경이 꼭 필요하냐고 묻는 당신을 위한 여성 경찰 안내서
여성 경찰 23인 지음, 주명희 엮음, 경찰 젠더연구회 기획 / 생각정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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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펀딩에 참여하여 구매한 책이다. "우리 사회에 여경이 꼭 필요하냐고 묻는 당신을 위한 여성 경찰 안내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생물학적 여성의 성별을 지닌 경찰이 경찰 내에서, 범죄자들, 주취자들을 마주하며 겪은 일들을 담았다. 여러 경찰이 썼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기술했다. 글은 짧지만 이들이 경찰이 된 이유, 경찰로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담은, 삶의 이야기다. 


여성 경찰이 힘이 있냐, 조사를 하겠냐, 범죄자들을 잡을 수 있느냐, 리더가 될 수 있느냐는 시각은 매우 잘못되었다. 경찰 내부에서 남성 경찰들이 여성 경찰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경찰 밖에서 경찰 아닌 시민들이 여성 경찰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다르지 않다. 여성 경찰은 사회에서 작은 권력을 지닌 공무원이면서, 경찰 내부에서 소수이자 약자이다. 성희롱, 성폭행 등의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경찰 조직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고, 남성 권력이 주가 된 하나의 직장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견뎌야 하는 여성의 위치에 있을 뿐이다.


사회 정의에 민감해야 하고, 사회의 어느 사람들보다도 불편부당한 시선을 지녀야 하는 경찰은, 남성 경찰은, 그렇지 않다. 여성 경찰을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여성 경찰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거나. 물론 그와중에도 하나의 동료로서 바라봐주는 남성 경찰들의 모습도 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후자가 더 많을 테지만(그렇게 믿고 싶다), 그저 경찰이 아닌 하나의 남성인 남성 경찰들 사이에서 견뎌야 하는 여성 경찰이 있는 그곳은, 그저 사건 현장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 남성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말 잘못되었다. 페미니즘을 무슨 하나의 병인 것마냥 대하고, 페미니스트를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여성 경찰이 되고자 하는 지원자들, 또 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여성 경찰과 남성 경찰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금방 읽을 수 있다. 글은 쉽게 읽힌다. 그러나 글에 담긴 사연과 생각, 삶은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회식 자리는 빠지지 않았다. 술도 잘 마시고 일도 잘하는 경찰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어떤 팀장은 ‘내 딸과 같은 나이라 딸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반복하며 엄청나게 생각해 주는 척했다. 그 딸 같은 여경들을 바로 옆에 앉게 하고 ‘역시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맛있지’라며 술을 따르게 했다. 노래방까지 이어진 자리에서 도우미 여성을 찾는 동료들의 모습에는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그 뒤로 회식은 최대한 짧게, 1차 자리에서 반드시 일어나곤 했는데 어느새 나는 ‘업무의 연장선인 회식을 빠지는 여직원’으로 찍혀 있었다.(은봄) - P100

한국에서 경찰 제복은 오히려 나를 보호하는 갑옷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경찰 조직에서 나는 소수집단에 속한 약자였지만, 사회에서 나는 어떤 면에서 강자였을지 모른다. 짧은 유학 생활 동안 나는 동양인, 여성, 외국인으로서 온갖 차별을 경험하며 지난 시간을 복기했다. 특히 유흥업소 단속현장이나 가정 폭력 현장에서, 소년사건을 담당하며 만났던 피해자들을 떠올렸다. 혹 나도 모르게 경찰이라는 권위에 젖어, 누군가에게 차별의 말과 몸짓을 보여주지는 않았는지,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은 없었는지 진심으로 돌아보았다. (김세령)
- P114

아직도 간간이 다른 경찰서 또는 다른 부서에서 여경 추행 이야기가 들려온다. 피해여경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일부 직원들, 가해자가 평소에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는 두둔 발언, 그녀의 평소 옷차림과 행실을 지적하는 말들, 징계가 너무 과하다는 이야기들, 모두 1차 가해보다 무섭고 가혹한 2차 가해들이다. 만약 동일한 사안이 직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일어났다면 당연히 고소가 뒤따르겠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피해자는 그가 한때 동료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분을 원치 않는다. 피해자가 우너하는 것은 더이상 가해자를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소박한 바람과 진심 어린 사과가 전부다. 그런데 과연 지금껏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여 소청을 제기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사과한 가해자는 몇이나 될까?(김영인)
- P119

나는 그녀의 저주 덕분에 경찰관으로서, 그리고 사람은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명제를 알게 되었다. 범죄에 대한 기계적 처벌보다, 피해에 대한 인간적 공감이 먼저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경찰로 살아온 길에서 만난 빛나는 여성들 덕분에 나는 또 하루를 살아가고, 삶과 사람을 좀 더 사랑하게 된다.(이은애)
- P145

각 부서의 장들이 부서원들을 선발하고 배치하면서 꼭 고려하게 되는 것, 바로 ‘여경은 한 팀에 여러 명 있으면 안 된다’라는 것이다. 같은 계급이 두 명이면 서로 고과를 양보하면 괜찮고, 같은 출신이 여러 명이어도 서로 물어가며 배울 수 있어서 좋지만, 유독 여경이 두 명인 건 팀에 해로운(?) 일이 된다. 여경은 ‘여경 자리’에만 갈 수 있었다. 언론이나 논문에 언급되는 ‘유리천장’과 ‘유리벽’이라는 단어로는 이 감정들을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별하비)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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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최승범 지음 / 생각의힘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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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명륜고등학교의 국어 교사가 쓴 책인데, 읽는 족족 밑줄을 치게 된다. 모두 맞는 말이고, 모두 공감한다. 학교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젠더 감수성을 길러줘야 하고, 남학생들이 쓸데없이 '섹스' '쟤 따먹자' '따먹으면 맛있겠다' 류의 발언들을 함부로 내뱉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이 책의 독자는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이어야 하고, 페미니즘적 사고와 행동양식이 익숙치 않은 여성들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 행동인지 알아야 하고, 아는 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옳음을 알면 그다음은 옳음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딱지를 붙이거나 따질 것이 아니라, 내가 알게 된 옳은 지식과 나의 마음의 괴리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스스로 체크하고 그 괴리감을 옳음으로 수렴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시의 깜냥으로 남자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여자도 아닌데 웬 페미니즘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후배가 답했다. 
“남자니까 잘 모르잖아요. 배워야죠.”
각성이 일었다. 후배의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니까 배워야죠’ 그 말이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맞는 말이었다. 남의 일이라 무심할 수 있지만 남의 일이라 배울 수도 있었다."

"머리로 안다고 해서 손발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관건은 도덕관념을 행동으로 발현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선의와 양심에만 의존하는 것은 불안하다. 그렇다고 강제력이 투입되면 왜곡된 진심과 얄팍한 가식이 번창한다. 규약의 내용은 새롭거나 특별하지 않았다. 성장 과정에서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말들, 머릿속에 규범으로는 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만한 것들이었다. 그런 내용들이 활자가 되고 반복되자 심리적 구속력을 발휘했다."
 
성적으로 남성편향적이고 보수적인 수많은 남성들과 여성이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대하는 문화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여성들, 잘못된 문화는 알지만 그것을 내가 체험하지 않거나 내 문제라 아니라고 생각하여 한 발 물러나 있는 여성들이 읽어야 한다.

머리와 마음에 잔진동이 일어나는 것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나은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증거이다.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고, 그 가능성을 밀고 나아가야 한다. 애초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읽을 생각도, 배울 생각도 없고, 머리와 마음에 잔진동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은 답이 없는 사람일 뿐이다.

소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 광장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며 청년들의 머릿속에 잔진동을 일으키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른 가치관을 갖고 그것을 확고히 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았지만, 소크라테스는 타인의 머리와 마음을 흔드는 그러한 문답법으로 인정받는다. 그는 스스로 '등애'와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등애는 소의 피를 빨아먹는 벌레인데, 잠자는 소를 깨우곤 했다. 잠자는 아테네 시민들의 머릿속을 깨우는 자이고자 했던 것이다. 저자 최승범은 그런 의미에서 소크라테스이다. 이런 사람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그 불편은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고, 타인을 더 나은 타인이 되도록 돕는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이슈가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게 옳은 소리라는 것도 대체로 알고 있다. 다만 불편한 사람들과 옳은 소리 사이에서 계속해서 잔진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잔진동과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없었다면, 여전히 여성들은 성차별, 성희롱, 성추행을 받으면서 참아내며 살고 있을 것이다. 남성들을 불편하게 해서 스스로 언행에 조심하도록 해야 하고, 남성화된 여성들에게도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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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없는 페미니즘 - 메갈리아부터 워마드까지
김익명 외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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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한국의 다수의 남성들에 비해 많이 덜 가부장적이고, 더 성평등적 시선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여겼다. 그러나 근 6개월 정도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요 며칠 "근본없는 페미니즘"을 읽으면서는 부끄럽기까지 했다. 

메갈리안의 미러링 기법으로 남성 혐오적 단어들이 언론에 오르내릴 때, 나는 메갈리안을 일베와 동일하게 바라봤고, 혐오에 대해 혐오로 맞서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안 내부에서도 미러링 기법을 전략적으로 펼치자 했을 때 이러한 관점에서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러링 전략은 일부 성공했다. 왜냐하면, 남성 혐오적 단어와 발언에 대해 한국 사회가 심각성을 느꼈고, 그동안 십수년간 방치되었던 여성 혐오적 발언들에 대해서도 같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러링 전략의 목표는 바로 이것이었다. 남성 혐오적 발언을 하면서 스스로 욕을 자처해서 먹으면서 여성 혐오적 발언과 단어들의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느끼도록 하는 것. 

전략의 취지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안 했고, 혐오에 대해 혐오로 맞서는 메갈리안을 일베와 동일하게 취급한 것을 사과한다. 내 생각이 틀렸다. 혐오 발언은 문제가 있지만, 그들은 여성 혐오적 언어들이 그동안 방치되고 아무렇지 않게 사용된 것과는 달리 혐오에 맞서는 강력한 방법으로 혐오 언어를 사용한 것이고, 이것은 그 여성 혐오적 언어가 나온 배경과는 분명히 다르다. 

우리 사회는 혐오 언어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고, 언론이나 출판에서 혐오 언어의 심각성과 개선하기 위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평범한 남성들이 여성 혐오적 언어, 여성 차별적 언어를 사용한다. 술자리에서 재미있자고 내뱉어지는 발언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야한 건배사, 자신의 성경험 발언 등이 모두 그렇다. 넌 밝히겠어, 넌 얼굴이 아주 야하다 등의 발언들은 해당 발언을 듣는 여성에게는 매우 모욕적이고 불쾌한 발언이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웃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절대, 결코 웃어 넘길 수 없는 발언이다. 

남성이 여성을 향해 "넌 술집 나가는 줄 알았어"라고 말했을 때 느낀 불쾌함을 여성이 미러링하여 남성에게 돌려주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난 당신이 호스트바 나가는 줄 알았어". 또 "난 네가 술집 여성인 줄 알았어."에 대응하는 미러링 발언은 "난 네가 창남인 줄 알았어."가 될 것이다. 미러링된 발언을 듣기 거북하다면, 남성이 여성에게 던진 최초 발언이 어떤 불쾌를 동반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이와 같은 발언이나 성추행을 참고 넘어간다. 매우 오랫동안 그래왔다. 단지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피해자가 참고,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 피해자가 참아왔다. 남성은 자신이 어떤 발언을 하는지, 그 발언이 왜 문제인지를 입밖으로 내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 뱉었음을 느꼈다면 바로 사과해야 한다. 못 느꼈다면 주변 남성이 알려줘야 하고, 제지해야 한다. 

미투 시대에도 여성은 여전히 여성 혐오적 언어와 성희롱 발언을 듣고 있다. 모든 여성들이 미투하지는 않는다. 미투를 하는 순간 자신의 삶이 피곤해지고,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을 타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투 시대에도 숨은 이야기는 널리고 널렸다. 

나도 조심할 것이다. 나도 내가 모르게 그런 발언을 했는지 곰곰 생각할 것이고, 앞으로의 발언과 행동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할 것이고, 이미 엎질러지게 된다면 그것을 인지하고 느낀 순간 바로 사과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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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Vis 2019-07-24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체 어떤 남성이 여성을 보고 ‘밝히겠다‘ ‘술집 나가는 줄 알았다‘ ‘술집 여성인 줄 알았어‘ 따위의 발언을 합니까? 또 그러한 발언을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대체 어디 있습니까? 메갈, 워마드의 미러링이 잘못된 이유는, 본래 그들이 차용한 미러링의 개념은 남성의 입장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성만 바꾸었을 때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일베의 발언과 그들의 생각을 한국의 남성들이 공감하고 지지합니까? 워마드 메갈 뜨기 훨씨 전부터 저와 제 주변을 포함한 일반적인 한국 남성들은 일베를 강도있게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베를 미러링을 하는 것이, 여성혐오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정당화됩니까? 글쓴이 분은 평소에 ‘밝히겠다‘ ‘술집 나가는 줄 알았다‘ ‘술집 여성인 줄 알았어‘ 등의 발언과 일베의 혐오적인 말투 표현들을 직접 보시고, 또 그것에 문제점을 느끼지 못 하셨는지 몰라도 대부분의 한국 남성은 그런 것들을 결코 정상적이라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본인의 무지로 인한 고정관념을 일반화해서 저들을 옹호하지 마세요.

마늘빵 2019-08-05 16:20   좋아요 0 | URL
서재에 뜸해서 이제 봤습니다. ‘술집 나가는 줄 알았다‘ ‘술집 여성인 줄 알았어‘ 등의 발언은 주변에서 실제 벌어진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분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회적 지위도 있으시고 사람들과 관계맺음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국의 일반적인 남성입니다. 그런 발언이 실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한국 남성에게서 나온 것이기에 언급한 것입니다. 또한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남성들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요. 문제가 있다고 여겨도 심각하다고 여기진 않았습니다.

삶에치어서 2021-09-04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남성들이 남녀와 관계없이 똑같이 비판받는 사회가 되는것에는 적극 동감합니다. 그러나 굳이 자신까지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혐오를 위한 페미니즘을 하는 사람들과 똑같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psy_elsa 2021-09-26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일반적 남성에게만 나온다는 말은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나오는 말이고요. 실제로는 여성이 더욱 여성을 혐오하거나 비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페미니즘이 여성성을 혐오한다고는 생각지 않으신지요? 여성성은 여성성 고유의 매력과 힘이 있고 남성성 또한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죠. 페미나 사회학에서는 사회가치가 없는 원시시대 사회를 예를들며 지금을 설명하려합니다.
사회의 질서를 부정하려면 각자 원시시대에서 살면 됩니다.
그것이 타인을 탄압할 이유는 없죠.

다락방 2023-01-02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프 님 새로운 글 올라왔길래 오랜만에 와봤다가 여기 댓글 보고 가네요. 마늘빵 님, 화이팅이요! 지치지 말도록 합시다. 그리고 새해에는 알라딘에서 자주 볼 수 있나요?

마늘빵 2023-01-15 11:36   좋아요 0 | URL
잘 안 봐서 늦게 봤어요. 위에 글들도 지금 봤네요. 다락방님도 홧팅이에요. 늘 책을 많이 사고 많이 읽으셔서 보면서 본받아야 한다눈. 제가 독서 페이스가 확 떨어져서.
 
미줄라 - 몬태나 대학교 성폭행 사건과 사법 시스템에 관한 르포르타주
존 크라카우어 지음, 전미영 옮김 / 원더박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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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다. 실제 미국에서 발생한 몬태나 대학교 내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르포르타주이다. 사건을 소설화하여 재현한 이 책 속에는 피해자가 어떤 일을 겪는지, 가해자가 어떻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지, 가해자의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낙인찍는지, 주변 방관자들에 의해 가해자가 편안하게 살아가고,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받으면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수위 높은 강간 범죄뿐만 아니라 우리는 성희롱, 성추행 등을 포함한 성폭력에 대해 관대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는 바로 당신 또는 나일 수 있으며, 나의 아내나 여자친구, 여동생,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가해자의 행위가 아무런 제재나 비난을 받지 않고 시간이 흘러 주변 사람들에 의해 그가 ‘우리’의 범주로 돌아오게 될 때, 피해자는 더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은 2차 가해이다. 방관자는 2차 가해자이다. 

때문에 우리는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 내가, 나와 가까운 사람이 피해자가 아니라고 해서 남의 일처럼 언급하거나 별 거 아닌 사건처럼 취급하는 순간, 그 일이 내 일이 될 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일이 될 때, 나는 똑같이 주변 사람에게서 외면 받게 될 것이다.

조민기, 이윤택, 조재현 등 미투에 언급되는 많은 유명인들이 다정다감하고 선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연기한 것이 아닌, 주변 사람들에게 다정다감하고 선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다정다감하고 선한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고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선한 사람이고, 다정다감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 그가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이 된 그 행동과 말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 

미투의 대상자들은 악인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방관하거나 감쌀 때 그의 행위는 더 나빠진다. 때문에 지금, 당장, 그에게 그것은 나쁜 행동이니 멈추라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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