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빅데이터 인문학 : 진격의 서막 - 800만 권의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에레즈 에이든 외 지음, 김재중 옮김 / 사계절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레즈 에이든과 장비티스트 미셸은 매우 이상한 실험을 했다. 수많은 디지털 쓰레기들을 재료로 삼은 이 실험에서 그들은 새로운 데이터를 추출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최소한 한 번 인터넷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고 멘션을 다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데이터 부스러기다. 매일 우리는 디지털 똥을 싸고 있고, 이 똥들을 모아 일을 꾸미는 이들이 있다. 빅데이터는 의미 있는 디지털 똥이다. 


디지털 발명 이전에도 데이터는 있었다. 각종 문서와 책 등 종이로 흔적이 남았고, 이 흔적을 구글이 스캔했다. 구글이 스캔한 문서는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에이든과 미셸은 구글이 애써 모아놓은 공개된 자료를 가지고 놀았다. 가령 이런 것이다. 


“195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영어는 성장의 시기로 진입해, 새로운 단어 수십만 개가 추가됐으며 규모가 거의 두 배로 커졌다. 출생이 어휘 최후의 병자성사 횟수를 급격히 넘어섰다. 현재 매년 약 8400개의 단어가 영어로 진입하고 있다. 매일 20개 이상의 새로운 단어들이 문지방을 넘고 있는 셈이다.” 


1950년대에서 2000년 사이의 구글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어의 성장 과정을 추출한다. 특정 시기 동안에 구글이 축적한 데이터에서 ‘남녀 평등’을 입력하여 남녀 평등이 책에서 언급된 회수를 체크할 수도 있다. 시기에 따라 언급된 수가 다를 것이고, 아마도 그래프에서 오늘에 가까울수록 더 많이 언급될 것이다. 이는 남녀 평등을 논의해왔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데이터들을 모으면 특정 주제의 그래프를 통해 시대를 해석할 수 있다. 시민 운동, 페스트, 평등, 정의, 자유 등 어떤 분야, 어떤 주제도 가능하다. 


이 외에 이들은 다음과 같은 ‘발견’도 했다. 


“방사성 물질이나 불규칙동사처럼 유명한 사람들의 명성에도 그것이 절반으로 쇠퇴하는 데 걸리는 특유의 기간인 반감기가 있다. 이 매개변수를 나타내는 시간의 척도 역시 점점 짧아지고 있다. 1800년에 반감기는 120년이었다. 1900년에는 71년으로 떨어졌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사람들은 더 유명해지는 만큼 더 빨리 잊힌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단 7.5분 동안만 세계적으로 유명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딱히 말이 필요 없음. 이 책이 일으킨 파장이 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4-12-0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거예요? 우왕!!!!

마늘빵 2014-12-10 15:11   좋아요 0 | URL
정확히는 읽는 중이라...

무해한모리군 2014-12-11 11:24   좋아요 0 | URL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오홍홍

아무개 2014-12-10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읽으셨나봐요?
우와와와!!!!
 
노동자, 쓰러지다 - 르포, 한 해 2000명이 일하다 죽는 사회를 기록하다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17
희정 지음 / 오월의봄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법 형식상으로는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노동 계약을 맺으며, 경제적으로 생산 수단을 일절 가지는 일 없이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노동자에 대한 정의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노동자이며,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노동자일 확률이 매우 높다.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을 하는 사람도, 사람들 잠든 새벽에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도, 갖가지 먹을거리로 진열된 대형 마트의 계산원도, 편의점 시간제 직원도 모두 노동자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기업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한다.


그런데 어떤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어떤 노동자는 제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벌지만 개인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고, 어떤 노동자는 자신을 향한 모욕과 폭력에도 미소를 지으며 일하고, 어떤 노동자는 일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려 죽는다. 


“스웨덴 사람에게 ‘일하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사람이 일하는데 왜 죽느냐’고 의아해했다. 나는 당시 그 답변이 한국의 상황과 너무 달라서 충격을 받았다.”(노동건강연대 임준 교수)


“지구상 어딘가에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사람이 일하다 죽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먹고 살려고 일을 하는 이들이 일하다 죽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일을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일을 하다 다치고, 일을 하다 죽는 사람들을 썼다. 


신문 기사나 텔레비전 뉴스, 각종 시사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 쓰여 있는 내용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넘어선다. 가령 이런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안 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산재 신청과 노조 활동. 퀵서비스와 택배 기사들은 분명 노동자다. 그런데 이들은 산업 재해를 신청할 수 없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개정된 뒤에나 신청 자격이 생겼지만, 산업 재해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의료보험, 연금보험은 맨날 적자라고 그러잖아요. 고갈된다고. 그런데 국가가 관리하는 보험 중 산재보험만 흑자예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얼마 전 2014년 7월 현재 포털에서 ‘건강보험 인상’이라고 치면 다음과 같은 기사 제목이 뜬다. ‘2016년 건강보험 적자 전환 전망, 건보료 인상될까?’(파이낸셜 뉴스), ‘건강보험 2년 뒤 적자 예상, 건보료 대폭 인상 우려’(JTBC) 등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한 제목을 달고 있다. 어느 기사에서 공단 관계자는 “앞으로 5년 동안 건보료 인상률을 연 1.35%로 가정하고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 등 국정과제 계획에 따라 지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하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건강보험 인상 우려에 대해 그 이유를 말했다. 공단이 적자를 보는 데에는 공단 관계자의 말과 같은 요인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도 있다. 


“2011년 근로복지공단은 1조 원가량 흑자를 냈다. 우스운 이야기로, 조선소 지역에서 산업재해를 밝혀내는 유일한 국가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고 한다. 산업재해를 당해놓고도 산재보험이 아닌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이들이 많아, 적자에 시달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런 환자들을 찾아내어 산재신청을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청해봐야 되지도 않을 뿐더러 신청하면 기업에서 나쁘게 생각하여 제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고 예상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아마도 예상이 아니라 현실일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미 이전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내가 일하다 다친 것이 분명하지만 그런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 외주 노동자이기에 언제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은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치료한다. 


한 철도 노동자가 야간 선로 작업 중 열차 파편에 맞아 죽었다. 그러나 동료들은 구급차를 부르지 않는다. 허가받지 않은 작업이었고,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인명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죽은 동료를 선로에서 먼 곳으로 옮긴다. 선로 사고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다행스럽게 이것은 현실이 아닌 영화 ‘네비게이터’의 내용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읽다가 현실처럼 느꼈다면 우리 현실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실제 이보다 더 한 일이 벌어졌다. 코레일테크 산하 협력업체 노동자 다섯이 야간 선로 작업을 하다가 순간 덮친 불빛에 목숨을 잃었다. 이미 지나갔다고 여긴 열차가 그들을 친 것이다. 작업자 과실을 외치던 철도 공사의 주장과 달리 그들은 작업 장소에 대한 정보, 안전 장비를 제공받지 못했다. 

 

영국에서 한 회사에 대해 기업 살인법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는 판결문에 이렇게 덧붙였다. “벌금 때문에 회사가 파산한다 해도 이것은 불행하지만 필연적인 결과다.” 한국 사회라면 어떨까. 노동자 스스로 산재 신청을 꺼리게 만들고, 산재 신청을 해도 인정되지 않는 나라에서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 책을 구입하고 첫 장을 넘기면서 발을 떼 보자. 

 




5
300여 명이 탄 배가 바다로 가라앉고
구조라는 말이 무성해도 살아 돌아오는 사람은 없을 때,
거대 기업의 조선소에서 8명의 노동자가 차례차례 죽어나갈 때,
나는 이 책이 소꿉장난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행위도 어떤 사물도 노동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커다란 선박과 이를 관리하는 안전 시스템 또한 노동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그 노동의 어딘가가 고장 나면
배는 가라앉고 누군가 목숨을 잃는다.
지금도 삐걱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노동에,
그리고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50
"의료보험, 연금보험은 맨날 적자라고 그러잖아요. 고갈된다고. 그런데 국가가 관리하는 보험 중 산재보험만 흑자예요."
2011년 근로복지공단은 1조 원가량 흑자를 냈다. 우스운 이야기로, 조선소 지역에서 산업재해를 밝혀내는 유일한 국가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고 한다. 산업재해를 당해놓고도 산재보험이 아닌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이들이 많아, 적자에 시달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런 환자들을 찾아내어 산재신청을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런 아이러니는 산재를 은폐하는 기업과 이를 방조하는 국가 덕분이다.

57-58
노동안전보건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은 적이 있다. 인간이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냐고. 그는 ‘감수성’이라 대답했다. 안전장치와 관리 감독과 구조와 시스템을 제치고, ‘감수성’이라니.
그는 인간이 일하다 죽는 것을 아파하는 감수성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대답이 오래 남은 까닭은 죽음을 하찮게 보도록 연습되어진 우리 삶 때문이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사회보다 더 문제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다.

86
원칙적으로 모든 산재는 예방 가능하다.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산재 예방의 기본이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놓고 노동자 실수 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면, 왜 유럽 주요 나라 건설 현장에서는 사고가 적은 것인가? 문제는 한국 노동자의 ‘안전 불감증’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노동자 생명과 건강에 대한 책임 회피, 속도 경쟁, 실적 위주의 관리와 운영이 문제인 것이다.(2012년 최악의 살인 기업 시상식)

142
우리의 역할은 기업이라는 논에 키워지는 미꾸라지이다. 눈을 감고, 메기에게 쫓겨 숨이 차고 지느러미에 경련이 일 정도로 아팠던 헤엄질을 떠올려보자. 위험을 가까스로 피했을 때 대신 메기 입으로 빨려 들어간 동료를 떠올려도 좋다. 죽지 않기 위해 지금보다 더 빨리 헤엄치기만 한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통통한 몸이라는 단기적인 실적과 짧아진 수명뿐이다.

321
감정 노동은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위치와 맞물리면서, 재미있지만 씁쓸한 경로를 그린다. 얼굴과 젊음마저 하나의 서비스가 되는 20대 여성은 주로 화장품 등의 판매직에, 육아와 병행을 할 경우가 많은 30~40대 여성은 콜센터에, 젊음을 잃은 40~50대 여성은 마트 판매직으로 간다. 그리고 더 이상 사회가 그들에게 젊음의 싱그러움, 환한 웃음과 같은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은 나이가 되면 청소, 식당 노동자로 또는 어머니의 역할이라 믿어지는 간병인, 산모 도우미 등 돌봄 노동자로 변모하게 된다.

352-353
영국에서 ‘기업살인법’으로 첫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은 지질환경측정회사였다. 노동자가 시험 광구에서 샘플을 채취하다 웅덩이에 빠져 사망한 것이다. 기업에 부과된 벌금은 38만 5,000파운드(한화 7억 원)였다.
당시 판사는 판결문에 이 말을 덧붙였다.
"벌금 때문에 회사가 파산한다 해도 이것은 불행하지만 필연적인 결과다."

353
모든 것을 ‘비용’의 문제로 다가가는 것이 기업이다.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을 때 자신들이 져야 할 부담이 크다는 것을 말해주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