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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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심리적 분량이 길어 다소간 인내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국제적 세력구도가 생성되고 자리잡게 되었는가에 관한 한 설명으로, 이름하여 '문명 불평등 기원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정한 사회 혹은 민족이 '우연히' 환경적, 지리적으로 유리한 지역에서 살게 된 것이 결국 문명간의 우열('지배'라는 견지에서)과 역사의 진행방향을 좌우하였다는 논지입니다.

1998년 퓰리처 상 일반 논픽션 부문과 영국 과학출판상을 수상하였다는데, 흥미롭긴 하지만 그 정도인가 싶긴 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서평을 읽어보니 아닌 게 아니라 논증의 허점이 많아 보이네요.


저자의 에필로그가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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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수련 옮김 / 인간사랑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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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간행된 이 책은 그의 가장 초기 저작이지만 지젝의 핵심 사상이 모두 담겨있다고 이야기될 정도로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고, 이어질 그의 다른 책들(지젝은 공부도 하고, 영화도 보고, 연애도 해가면서 도대체 언제 그렇게 많은 책을 써/싸제끼는 것인지!!!)에서 주요 주제에 대한 변주가 계속 이루어질 것이니만큼 지젝에 대해서는 일단 말을 아끼기로 하겠습니다. 그의 문체는 신선하고 위트 넘치지만, 마르크스, 라캉, 무엇보다 특히 헤겔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독서가 되어 있지 않으면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지젝이 정세 ('분석'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평'의 주요한 이론적 전거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느낌도 듭니다.

맛보기로, 지젝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끌어와 설명하고 있는 대목을 소개해드립니다. 표현을 약간 다듬었습니다.


"문학에서 헤겔에 대적할 만한 인물이 있다면 이는 아마도 제인 오스튼일 것이다. 『오만과 편견』은 『정신현상학』에, 『맨스필드 공원』은 『논리학』에, 『엠마』는 『백과사전』에 필적한다. 우리는 『오만과 편견』에서 오인으로부터 유래하는 진리의 변증법에 관한 완벽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엘리자벳과 달시는 각자 상이한 사회적 계급에(그는 부유한 귀족 가문에, 그녀는 빈곤한 중산층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오만 때문에 그의 사랑은 엘리자벳에게 가치 없는 것으로 보였다. 엘리자벳에게 청혼을 하면서 그는 그녀가 속한 세상에 대한 경멸을 그녀에게 솔직히 고백하였고 그녀가 그의 프로포즈를 전례 없는 영광으로 받아들이길 기대한다. 하지만 엘리자벳은 그녀의 편견 때문에 그를 거만하고 허영심에 가득 차서 우쭐대는 인물로 바라본다. 그의 오만한 프로포즈는 그녀에게 모멸감을 주고 그녀는 그를 거절하게 된다. (...) 그들의 관계가 결렬된 후 그들은 각자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소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의 결혼으로 끝을 맺는다.

이 이야기가 지닌 이론적인 흥미는 첫번째 만남의 실패, 타인의 실재적인 특성에 대한 이중적인 오인이 최종 결론의 실정적인 조건으로서 작용한다는 데에 있다. 우리는 진리에 곧바로 도달할 수 없다. (...) 만약 우리가 오인을 통한 고통스런 우회로를 피해가길 원한다면 우리는 진리 자체를 잃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오직 오인을 '통해서만' 타인의 본성에 도달하고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다. 그것을 통해서만 달시는 자신의 그릇된 오만으로부터 벗어나고, 엘리자벳은 자신의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두 계기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엘리자벳은 달시의 오만 속에서 자신의 편견의 전도된 이미지와 마주치고, 달시는 엘리자벳의 허영 속에서 자신의 그릇된 오만의 전도된 이미지와 마주치기 때문이다(인용자 ; 앞에 '각각의 주체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메시지를 전도된 형태로 되돌려 받는다.'는 구절이 나옴). 다시 말해서 달시의 오만은 엘리자벳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단순한 실증적인 상태가 아니다. 그의 본성의 직접적인 속성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오직 그녀의 편견어린 시점으로부터만 나타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엘리자벳은 달시의 오만스러운 시점 속에서만 잘난 체하고 무식한 처녀가 될 뿐이다. 헤겔의 용어로 말하자면, 타인의 결점이라고 인식된 것 속에서 각자는 (그것을 모른 채) 자신의 주체적 위치의 허위성을 인식한다.

타인의 결점은 단지 우리 자신의 관점상 왜곡을 객관화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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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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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김화영 교수님이시기에 집어 들었습니다(김화영 교수님께서 번역하신 알베르 까뮈 『이방인』, 『페스트』를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플로베르도 집필에 무려 4년 반이라는 세월을 보냈다고 하고, 번역작업 역시 꼬박 3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줄거리야 많이 알려져 있는 터이니 패스하고, 작가도 역자도 심혈을 기울여 단어를 고른 티가 많이 났습니다.

“내가 볼 때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은 내가 실천에 옮겨보고 싶은 바로 무(無)에 관한 한 권의 책, 외부 세계와의 접착점이 없는 한 권의 책이다. 마치 이 지구가 아무것에도 떠받쳐지지 않고도 공중에 떠 있듯이 오직 스타일의 내적인 힘만으로 저 혼자 지탱되는 한 권의 책, 거의 아무런 주제도 없는 아니 적어도 주제가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한 권의 책 말이다.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은 최소한의 소재만으로 된 작품들이다. 표현이 생각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어휘는 더욱 생각에 밀착되어 자취를 감추게 되고 그리하여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 플로베르가 루이즈 콜레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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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평전
앤 핌로트 베이커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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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주워오다시피 사왔는데, 간결하고 조야해 보이는 책이지만 의외로 기대 이상의 수확이 있었습니다. 풍부한 야사!!!^^;;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면, 베토벤이 마흔 살이던 1810년 즈음에는 베토벤이 프러시아의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또는 프레더릭 대왕)의 사생아라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고, 이는 그가 죽기 전까지 음악 연감에도 기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베토벤 스스로도 이 소문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은 본디 고귀한 태생인데 자기의 친부모가 누구인지를 모두들 숨기고 있다는 몽상에 빠져있기까지 했다는데... 비엔나에서는 네덜란드식 이름인 ‘van’과 독일에서 귀족에게 붙이는 칭호인 ‘von’을 비슷한 것으로 혼동해 Ludwig ‘van’ Beethoven을 귀족 가문 출신으로 여기는 해프닝이 벌어진 적도 있었답니다.

베토벤과 그 지인들이 속해있던 독서토론회, Lese-Gesellschaft에 관한 이야기도 짧게 언급됩니다. 그 즈음에 베토벤이 칸트를 읽었다네요. 하이든이 자신을 제자로 받아놓고는 잘 안 챙겨줘서 마음 상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래서 베토벤은 자신의 작품집 첫 장에 ‘하이든의 제자 베토벤’이라고 써달라는 하이든의 부탁을 차갑게 거절했다는군요.

베토벤을 다룬 책은 워낙 많지만, 제가 읽은 것들 가운데는 윤소영 교수님께서 번역하신 메이너드 솔로몬 외, 『베토벤, ‘윤리적 미’ 또는 ‘승화된 에로스’』(공감)가 상당히 심도 깊었고, 낙소스 레이블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를 번역한 제레미 시프먼, 김병화 옮김, 『베토벤 그 삶과 음악』(포토넷)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포토넷 출판사에서 나온 이 시리즈물의 다른 책들도 좋습니다. Anton Schindler의 책도 참고해야 하고, 결국은 Gustav Nottebohm의 『Beethoveniana』를 읽어야할 텐데 아직 한국에 번역이 되지 않았고, 로맹 롤랑의 책 한 권이 나와 있습니다. 『베토벤의 생애』(이휘영 옮김,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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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49] Beethoven Coriolan Overture Op.62 - 베에토벤 서곡 '코리올란'
한국악보연구회 엮음 / 태림출판사 / 197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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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올란’은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나오는 기원전 5세기경의 인물로, 본명은 케이아스 마샤스이나 단신으로 코리올라이 성을 함락시켜 그때부터 ‘코리올라누스’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그 줄거리를 1607년 자신의 희곡 ‘코리올레나스’에서 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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