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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 - 기후 위기와 지리 ㅣ 발견의 첫걸음 5
최재희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평점 :
*지리에 대하여
2년전인가 <지리의 힘>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재밌었다. 바로 우리나라가 나온 2권도 단숨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책을 딸과 함께 읽고 싶었는데 차마 추천해주지 못하고, 그 저자가 쓴, 아이들 버전으로 나온 <대단한 지리>를 사서 책장에 꽂아주었다. (아직도 펼쳐보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아이는 하루하루 성실하게 보내지만, 이 중랑구를 벗어날 일이 없다. 한마디로 넓게 볼 기회가 적다. 그 나이에 세상은 어떤 곳일까, 궁금증을 갖길 엄마로서 바란다. 하지만 초등학생 현실 속에서 방학 때 해외로라도 나가지 않는 이상 그런 기회를 갖기 힘들고, 여행을 간다해도 휴양용, 힐링용 여행패키지 속에서 뭘 얼마나 느끼고 오려나 싶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으로 향하는 호기심이 이끄는 길은 바로 책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냐하)
*창비 ‘발견의 첫걸음’ 시리즈에 대하여
고등학생 필독 리스트에 <코스모스>, <총, 균, 쇠>, <지리의 힘>을 본 적이 있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펼쳐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서울대 갈 애들만 읽는 책인가?’ 아니다, 서울대 갈 애들은 문제풀이 하느라 바빠서 이 두꺼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내가 학생이라면 ‘언젠가 읽어보고 싶구나’라는 아주 훌륭한 생각대신 ‘이런 책, 누가 읽나’ 아니지, ‘진짜 읽는 사람이 있나?’가 아닐까?(우주 덕후나, 지리 덕후라면 읽을까? 그런 훌륭한 애들이 있을까?) 이런 리스트들은 엥간하면 책을 펼치지 않겠다는 씨앗을 심어주는 거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는 창비 ‘발견의 첫걸음’의 다섯 번째 책으로 <지리의 힘>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시야가 넓어진다. 청소년들이 읽는다면 지역이름과 용어를 달달 외우는 교과서 세계지리에서 벗어나 그 지역의 기후위기에 직면한 동물들의 문제를 간접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다면 우리는’이라는 결론으로 돌아올 수 있는, 비문학의 힘을 가진 책이다. 나는 4권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를 두 달 전에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최근 동아리 분들과 <이기적 유전자>를 완독할 수 있었다.(물론 쉽지 않았고 올해에는 한 번 더 읽어볼 참이다) 두꺼운 필독 리스트 책들을 읽어내는 reader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책들이다. 강추.
*거북이에 대하여
이 책 뒷 표지를 보면 여우원숭이, 고양이, 가젤, 순록, 우는토끼, 박쥐가물이 차오르는, 조만간 잠길 것만 같은 땅위에 모여있다. 앞표지는 바닷 속을 헤엄칠 줄 아는 바다거북이가 이 동물들을 자기 등 위에 올려놓고 한손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책에 7마리의 동물이 나오지만 타이틀 주인공은 바다거북이다. 2015년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있던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의 영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거북이는 어느덧 기후위기의 홍보대사가 되었다. 우리 조상들이 보면 깜짝 놀랄 일이다. 몇 백 년 전 까지만 해도 손꼽히는 불로장생의 상징이었는데!
“푸른바다거북은 산란기에 해변으로 올라와 모래에 굴을 파고 알을 낳습니다. 새끼의 성별은 알을 품은 모래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지요. 모래의 온도가 섭씨 29.1도 보다 높으면 주로 암컷, 온도가 낮으면 주로 수컷으로 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지역의 푸른바다거북 새끼의 성비가 무려 암컷 116마리당 수컷 1마리로 불균형해졌다고 합니다. ”(p.78)
이런 책 내용은 앞으로 백년 후면, 푸른바다거북이는 정말 그림책에만 나오는 전설의 동물이 될 수도 있음을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다.
p.s 나는 개인적으로 2장 고양이를 통해 저자가 들려준, 저소득층이나 사회취약계층들은 열섬현상이 많은 도시에 몰려 살고 있다는 것과 7장 박쥐를 통해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은 노동자들이 더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인상적이었다. 유럽처럼 전 국토가 균등하게 발전될 시간이 없었던 우리나라에서의 도시노동자층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읽혔고, 바다거북이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에서 저 넘칠 것 같은 섬위에서 어디로 가야 하나 방향을 잃은 채 서 있는 것은 바다거북이가 아니라 나였다.
#창비#바다거북은어디로가야할까?#발견의첫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