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는 거의 사람들을 만나지않기 때문에, 이따금 이런 일이 있으면 꽤 신선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영어회화연습도되고, 또 문화 교류에 일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실제로 되는지 안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 P26

오스틴은 꽤 살기 좋을 것 같은 도시였다. 텍사스 주라고 하면 자못 황량한 사막, 평원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곳을 상상하기 쉽다. 또 실제로 그런 토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긴 한다. 하지만 오스틴은 그 같은 일반적인 텍사스 이미지와는 몇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시내 한가운데에 깨끗한 강이 흐르고 나무도상당히 많은데다가 완만한 구릉지가 펼쳐지는 곳이다. 여기저기에서 차분하고도 지적인 향기가 느껴진다. - P29

그런데 그 뒤 닉슨의 죽음을 보도하는 잡지를 읽었는데, 그가 평소 자주 입에 담았다는 이런 말이 실려 있었다.

Always remember, others may hate you, but thosewho hate you don‘t win unless you hate them. - P33

"이것을 잘 기억해두게. 만일 상대가 자네를 미워했다고 하더라도 자네가 상대를 같이 미워하지 않는 한, 그들은 자네를이길 수 없다네" 정도로 번역하면 될까? 단순하지만 상당히 깊은 맛이 우러나는 좋은 말이다. - P33

오스틴은 고양이가 엄청나게 많은 곳이었다. 더군다나 이곳의 고양이들은 대부분 애교가 있어서, 부르면 금세 "야옹" 하고 대답하면서 다가온다. (미국 고양이인데 일본말로 불러도 가까이 다가오니까 신기하다.) - P34

역시 인간은 첫째가 건강‘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 P37

생물학과에서 실험용으로 사육하고 있던 것이 밖으로 도망쳐서 불어났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또 학생 전체 인구 중에서 흑인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그걸 벌충하기위해 대학에서 들여왔다는 또 다른 설도 있다. 이건 물론 싱거운 우스갯소리지만, 이곳에 살고 있으면 깜박 속아 넘어갈 만큼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프린스턴 대학에는 그런 믿기어려운, 그렇다고 무조건 부정할 수도 없는 속물적인 구석이약간 있으니까. - P41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달리는 여성은 낮에도 강간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고(이런 일은 상당히 자주 일어난다), 조금만 도시를떠나면 이번에는 퓨마니 곰이니 하는 동물에 대해서도 조심을하지 않으면 안 되고, 끝에 가서는 조깅 중인 대통령을 라이플총으로 저격하는 계획까지 나온다. 그래서 미국의 조깅 애호가는 마음이 편치 못한가보다. - P45

그리스에서는 조깅 같은 한가한 짓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사람이 달리는 걸 보면 개들은 모두 ‘무언가 심상치 않은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한층 더 흥분하는 것 같다.
덕분에 하마터면 큰 부상을 당할 뻔한 적도 몇 번인가 있다. - P45

터키를 여행하고 있을 때에는, 그리스보다 개가 더 많고 흉포한 것 같아 결국 한 번도 달리기를 할 수 없었다. - P45

지금부터라도 미국의 산속에서는 가급적 달리지 않도록조심하자. - P46

이곳은 존 워터스 풍으로을씨년스러운 대신 싫증이 나지 않는 호텔이지만 레스토랑에 가면 주의해야 한다. 주문하고 나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아침으로 주문한오믈렛은 한 시간이 지나도 끝내 나오지 않았다. - P51

많은 작가가 모이니까 역시 각자의 개성이 돋보였다. 자메이카 킨케이드는 가장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녔고, 니컬슨 베이커는 큰 키에 싹싹한 성품을 지녔다. (최신작 《페르마타》가 특히여성 독자에게 비난을 받아서, 그 때문에 긴장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보비 앤 메이슨은 왜소한 몸집에 몹시 초조해하고, 앤 비티는 가장 화려해 보이며, 존 업다이크는 역시 리더 격이라는 느낌이들었다. 하지만 내가 얘기를 나눈 가장 재미있던 사람은 워싱턴 주에서 온 톰 존스Thom Jones라는 작가였다. 창피스럽게도나는 이 사람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로 레이먼드 카버, 팀 오브라이언, 코맥 매카시의 이름을 열거하자 "그렇다면 당신은 분명히 내 책을 좋아하게 될 거요" 하고 명쾌하게 잘라 말했다. - P52

나의 극단적 중국요리 알레르기
6월 28일에 ANA 비행기로 나리타 공항에서 다롄으로 향했다. 어떤 잡지의 취재차, 사진 찍는 마쓰무라 에이조와 둘이서 중국의 만저우 지역과 몽골을도는 2주일간의 여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 P57

태어나서부터라면 같은 것은 한 번도 먹어본적이 없다. 그런 얘기를 하면 모두들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이건 진짜로 정말로 사실이다. - P57

얼마 전에 아내는 라면이 먹고 싶어져서 점심때 혼자 라면가게에 들어가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러자 옆 테이블에 앉았던 젊은 아가씨가 일행에게 들으라는 듯이, "나이가 들어서도혼자 라면을 먹으러 오는 여자만은 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아내는 "그런 말을 듣는 것은 모두 당신이 라면을 먹지 못하는 탓이라고!" 하고 마구마구 화를 냈다. 그러니까 혼자서 묵묵히 라면을 먹고 있는 40대 여성을 어딘가에서 보더라도 너무 흉보지 말아주길 바란다. - P58

"하지만 라면을 먹지 못하다니, 정말 인생의 커다란 불행이네요. 정말 맛있으니까요." 아내는 말한다.
분명히 그럴지도 모른다. 나도할수만있다면 눈앞에 놓인음식은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고 싶다. 그렇게 되면 이 세계는 좀 더 단순하고 행복한 장소가 될 것이다. - P59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말린 죽순이나 용의 무늬가 그려진 그릇이라든가 그런 걸 보기만 해도 나의 용기는 장마 때의 불꽃놀이처럼 푹 꺼져버리고 만다. - P59

식사만은 정말 비극이었다. 다롄에서는 일본 음식을 먹었다. 하얼빈에서는 피자를 먹었다. (중국에 가서 피자를 먹는얼간이는 아마 이 세상에 나밖에 없겠지.) 창춘에서는 보르스치(고기와채소 등을 넣은 러시아식 수프-옮긴이)를 먹었다(후후, 맛없었다). - P60

양을 한 마리 죽여서 대접을 하는데 엄청나게 매웠다. 게다가눈앞에서 양을 죽이고 잘라서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가지고 뼈가 붙은 채로 산더미처럼 쌓아 내오니까, 나로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나는 그 자리의 주빈이었기때문에 모두가 꼼짝 않고 바라보면서 "자아, 드시지요" 하고권하는데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만 고기를 먹는 것은 사회적 견지에서 볼 때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하고 말한다고 해서 통할 세계도 아니었다. 여기는 매사추세츠 주의 케임브리지가 아닌 것이다. 거의 꿀꺽 삼키다시피 해서 그럭저럭 조금씩 먹었다. - P64

사실을 말하면, 사진작가인 에이조 군도 양고기는 딱 질색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 사람은 사진작가라는 이유로 "이런 것은 도저히 먹을 수 없습니다" 하고 말하는 대신 "미안합니다. 잠시 밖에서 촬영하고 오겠습니다" 하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입안에 집어 넣은 것을 적당히 토해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짓을할 수 없어서 입안에 넣은 것을 고지식하게 그대로 씹어 넘겼다. - P64

비행기를 탔다가 내리면 ‘자아, 이곳은 이제 다른 장소다‘ 하는 단호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페리라는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그곳에 실제로 적응하기까지는 기묘할정도로 시간이 더디게 걸린다. - P72

그리고 거기에는(특히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욱강한데), 어딘가 떳떳하지 못한 일종의 서글픔이 따라다니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그런 걸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 P72

나는 학교를 졸업한 이래 어떤 조직에도 속하는 일 없이 혼자서 꾸준히 살아왔지만, 그 20여 년 동안에 몸으로 터득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개인과 조직이 싸움을 하면 틀림없이 조직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물론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결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개인이조직에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어수룩하지 않다. 분명히일시적으로는 개인이 조직에 대해서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마지막에는 반드시조직이 승리를 거두고야 만다. - P78

재료가 신선하고 공기도 깨끗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가 고파지기 때문에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다만 버몬트는 유제품과 메이플시럽이 특산품이기 때문에, 맛있다면서 자꾸 먹으면 확실히 ‘정말로 아름답지 않게 되어버린다. 실제로 버몬트에서 만난 여성 가운데 85퍼센트는 완전히 ‘헤비급체형‘이었다. 모두들 한결같이 푸짐하게 살이 쪘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허리둘레같은 것은 이불을 두르고 걸어다니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살이 쪄 있었다. 미국 여러 곳을 돌아다녀봤지만, 이렇게 살찐 사람이 많은 지방도 처음이다. - P87

미국인에게 "무엇 때문에 당신은 지긋지긋하게 무더운 여름에 그렇게 책을 열심히 읽는 거죠?" 하고 물어보면, 모두들 의아스러운 얼굴을 하며 이렇게 대답한다. 
"글쎄, 여름에는 긴 휴가도 있고, 그때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했던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 P91

그곳에 들어가면 그녀는 생긋이 미소를 지으며 뜸을 들이다가 느릿한 억양으로 "헬로, 하우아유?" 하고 인사한다. 내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그 고양이 이름은XXX라고 해요" 하고 가르쳐주기도 한다. 모든 것이 작년 여름부터 계속되고 있는 환영처럼 보인다. 꽤 쓸만한 풍경이다. - P92

‘스컴‘은 쓰레기란 뜻이니까 문자 그대로 말하면 ‘쓰레기 자루‘라는 말이다. 사전을 찾아보니까 ‘무가치하고 도덕심이 없는 자들에게 던지는 모멸의 말, 또는 콘돔‘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 그렇구나. 나는 무가치하고 도덕심이 없는 놈이란 말이구나. 이전부터 어쩌면 그런 녀석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러나 별로 들어보지 못한 이런 새로운 말(물론 나에게 그렇다는 얘기다)로 욕을 얻어먹으면 그다지 나쁜 느낌이 들진 않는다. - P95

미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세간의 지저분한 말, 황폐한 영혼을 채집하고 싶으면 도시에서 차창을 내리고 차를 운전하면 된다. - P95

고전 만담 같은 것을 듣거나 혹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같은 것을 읽으면, 옛날 일본어의 경우 욕지거리의 어휘가 상당히 풍부한 것 같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아니 유감스러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 P96

"그렇게 내향적으로 고독한인생을 보내면서 도대체 뭐가 즐거운가?" 하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활 방식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니까………… - P111

버몬트에서는 겨울동안에 자살이나 살인 건수가 굉장히 많아진다고 한다.
눈때문에 집안에 갇혀 있어서 음울한 기분이 되기 때문인데, 이것을 일반적으로 ‘캐빈 피버cabin fever‘라 부른다. - P113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조직에도 소속된적이 없었기 때문에, ‘소속되는 것의 기쁨‘을 즐길 수 있는 동안에 실컷 즐겨두자고 생각한다. - P118

도로가 한산하면(대부분 한산하다) 운전하는 데 상당히 기분이 좋다. 게다가 미국의 고속도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그 추악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교통 표어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 P119

매우 기분 좋다. 이 문제는 이전부터 내가 끈질기게 역설해왔지만, 도대체 ‘교통사고 제로를 지향하자‘는 식의 현수막 하나를 걸어놓는 정도로 과연 세상의 교통사고가 한 건이라도 줄어드는 걸까? 그런 아무 의미도 없는, 전혀 쓸모없는 짓을 아까운시간과 돈을 들여서 거창하게 도로에 걸어놓는 그 신경 구조를 나는 잘 이해할 수 없다. 쓰여 있는 문구도 대개의 경우 센스가 없어서, 읽고 있으면 불쾌해지기만 한다. 굳이 미국이 일본보다 잘났다고 두둔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적어도 미국인은교통 표어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인보다 훌륭하다. - P120

"그렇죠. 먹는다eat, 잔다nap, play, 그것이 인생이네99요・・・・・…" 하고 한숨을 섞어가며 말한다. 그런 생각은 세계의 어디서나 대체로 같은 모양이다. - P130

그래도 디자인만 보면, 결코 싫증이 나지 않는 심플하고 멋진 모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켤레 더 사겠느냐고 물어오면, 아니, 이젠 됐다고 대답할 게 뻔하지만. - P134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고 혼자 눈을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 P136

형사가 나오는 영화에서는 젊고 미인인 여자 경찰관이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멜 깁슨 같은 사람과 콤비를 이루어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내는데, 현실에서는그렇지 않다. 현실은 좀 더 현실적이다. - P144

(몇 가지 내 개인적인 체험으로 말한다면, 미국에서 가장 기분 나쁜 시간을 보내려면 자동차보험 대리점에 가면 된다. 모두들 정말로 죽기 싫어서 하는 듯이 일하고 있다. 이것은 아메리칸드림의 종말과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 P147

친구인 제이 루빈에게 렌터카 사무실까지 태워다달라고 부탁했다. 하루에 21 달러의 가격으로 포드의 에스코트(놀랍게도 에어백이 붙어 있는데 조수석 쪽에는 사이드미러가 없었다) - P147

무엇보다 외국이고 외국어만 통하니까, 화가 치밀어서 고함을 치고 싶어도 제대로 고함을 칠 수 없는 게 가장 괴롭다. ‘그렇구나, 세상이란이렇게 골치 아픈 것이구나. 무슨 일이든 모두 경험해야 해‘ 하고 생각하며 의젓하게 행동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도저히 그런생각이 들지 않는다. 쓸모없는 소모인 것이다. - P152

관광이부진한 이유를 물으니 "세계적인 불경기, 정부의 홍보 부족, 최근의 범죄 보도죠"라고 명쾌하게 분석했다. 자메이카에서는최근 얼마 동안 살인 사건이 급격히 증가해서 얼마 전에도 시카고에서 온 시나리오 작가가 고급 리조트가 늘어서 있는 해변에서 강도한테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 P164

톰 클랜시의 소설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에서 망명하려고 하는 소련 시대의 러시아인을 향해 주인공 잭 라이언이 이렇게 설명하는 장면이나온다. "미국의 슈퍼마켓에서는 겨울에도 토마토를 살 수 있어. 약간 값이 비싸긴하지만 말이야." 러시아인은 그 말을 듣고도 그다지 믿지 않는다. "농담하지 말라고요. 겨울에 어떻게토마토를 살 수 있습니까?" - P172

그런데 생각해보면 문호 톨스토이는 일찍이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대개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의 모습은 전부각각 다르다‘는 의미의 글을 썼다. 이 말은 확실히 인간의 얼굴에도 해당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굉장한 미인"이라고 말하면 대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머리가 아찔할정도로 어처구니없이 못생긴 추녀"라고 말하면 전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만 그런가? - P195

"사물은 어두운 측면 쪽이 보다 명확하게 법칙화될 수있다"는 것도 무라카미 - 피터의 법칙 중 하나다.
그나저나 얼마 전에 ‘앞에는 호랑이문, 뒤에는 경비병 초소‘
라는 말이 문득 생각났는데, 이건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겠지? - P200

나는 뉴스 이외에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일이 거의 없다(미국에서나 일본에서나 특히 이건 꼭 봐야지 하고 생각되는 프로그램은 유감스럽게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이따금 진귀한 영화라든가 예전에 못 본 영화를 방영하는 때가 있으면 그때는 맥주와 마른안주를 준비하여 TV 앞의 흔들의자에 앉아 한가로이 두 시간쯤 시청하면서 즐기곤 한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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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4 하루키, 辺(邊)境近境 中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주머니에 넣어온  헤밍웨이의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를  몇 페이지인가 읽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기억이 있지만,  우연히 호텔방에서 다시 읽게 되었는데 완전히 넋을 빼앗겼다. 어째서 옛날에는 이  소설의 미덕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무엇인가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p.292, 하루키, 辺(邊)境近境 中
두 잔째 맥주를 마시면서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의 문고본 페이지를 펼쳐서  읽다만 부분을 마저 읽었다. 
잊힌 사람들의 잃어버린 이야기들. 나는 금세 그 세계로 이끌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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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감성에세이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글쓰는 틈새에 고양이와 마라톤 그리고 여행을 즐긴다 - P1

너무 딱딱하고 긴장된 자세로 이 책을 집어 들지 말고 한가로이 읽어주기 바랍니다. - P7

잡지에 게재할 때부터 "부드러운 그림일기풍으로 하면 좋겠네"라는 의견으로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순수한 아트풍의 그림과 아내의 아마추어 스냅사진을 곁들여 발표했습니다. - P7

소설을 쓰는 것은 대체로 검소하고 과묵한 작업이다. 일찍이 조이스 캐럴 오츠가 "조용하고 단정하게 작업을 하는 사람은 그다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라고 말한 것처럼. - P12

"하지만 작가가 지나치게 건강하면 병적인 어두움(이른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싹 사라져버려서 문학이라는 게 성립되지 않는 것 아닙니까?" 하고 지적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 P12

하지만 다소 기록의 차이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기쁘거나분하기도 하지만, 보스턴 마라톤은 언제 달려도 진짜 멋진 레이스다. - P17

42 킬로미터를 실제로 달리고 있을 때는 ‘도대체 내가 왜 일부러 이런 지독한 꼴을 자처하는 거지? 이래봤자 좋은 일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아니, 오히려 몸에 해로울 뿐이지 (발톱이 빠지고, 물집도 생긴다. 그다음 날에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이 든다‘ 하고상당히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캐묻는다. - P21

인간에게는 이따금 자신을 알 수 없는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보려는 내재된 욕망 같은 것이 있는 것일까?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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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하는 벅찬 즐거움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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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0
나는 그에게 ˝당신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보았다.
˝가족이지요.˝ 드와이트 씨는 한마디로 말했다.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습니다. 가족이야말로 모든 것의 기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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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장소로만 본다면 나는 이 우동집이 가장 마음에들었다. 이 식당은 말 그대로 논 한가운데에 있다. 가게 밖에놓여 있는 평상에 걸터앉아서 눈앞에 펼쳐진 널따란 논에서벼이삭이 하늘거리는 것을 보며 우동을 먹는다. - P156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한다면, ASW 도입 이전의 ‘사키 우동‘과 그 이후의 ‘사누키 우동‘은 맛이 변한 것이다. 실제로 ‘야마시타 우동집‘ 주인은 "물론 옛날 우동이 더 맛있었다" 고 말했다. - P159

그러나 마나베 교수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맛이라는 건 기억에 따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맛있다든가 맛이 어떻게 달라졌다든가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런 문제는 가가와 현 내에서도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화제가 아닐까? 어쩌면 자치단체장 선거의 논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 P159

그밖에도 여러 우동집을 돌아다녔지만 일일이 다 쓰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왠지 1년분의 우동을 사흘동안 다 먹어 치운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여러 종류의 우동을 먹었다. "이거, 콧구멍에서 우동 가락이 나올 것 같은데요" 하고 마쓰오 씨가 말했다. 마쓰오 씨는 취재를 하던 중에 지독한 감기에 걸려 줄곧 코를 풀고 있었으니 정말 한두 줄기는 나왔는지도 모른다. - P162

누구나 다 우동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었으며, 그  추억을 그리운 듯이얘기해주었다. 그런 분위기는 정말 좋은 것이며, 그런 따스함에서 맛이 배어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162

그리고 ‘나카무라 우동‘은 정말 굉장했다! - P162

1994년 6월 《태엽 감는 새제3부에서 노몬한과 만저우에 대해 썼더니 《마르코 폴로>라는 잡지에서 실제로 그곳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해왔다. 나도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얼른 수락했다. 꽤 변경이어서 인민해방군과 몽골군의 막사에 묵으면서 여행을 했다.
혼자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동행자는 마쓰무라 에이조군, 책표지에사용한 사진은 내가 지참한 현장 감독‘이라는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서 촬영을 부탁한 것이다. 포탄의 파편은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있다. 그러나 양고기만으로 하는 식사에는 걸렸다. - P164

그것은 그로부터 2년후에 발발한 태평양전쟁에 관한 요란한 기술과 비교하면 ‘아주 조그만 에피소드‘ 같은 짧은 기술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어찌 된 셈인지 내 머릿속에는 이 노몬한 전투 (그것은 정식 선전포고를 거친 전쟁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노몬한 사건‘이라는 어중간한 이름으로 계속 불려왔지만, 사실은 치열한 ‘실제‘ 전투였다. 몽골 사람들은 ‘할힌골 전투‘라고 부른다)의 정경이 선명하게 새겨져버린 것 같았다. - P165

중국이라는 나라를 처음으로 보고 우선 가장 먼저 깜짝 놀란 점은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다. 일본에도 물론 사람들이 많지만 일본은 국토 자체가 비좁으니 이해할 수 있다. 그처럼 좁은 곳에 살고 있으니 다소 혼잡한 것쯤은 서로 참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나라가 한없이 넓은데 인구 또한 그 넓은 국토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것이다.
어디를 가나 정말 인간들뿐이고 인간이 없는 정경이라는 건전혀 생각할 수 없다. - P171

물어보면 하나같이 "달아봐도 헛일이에요, 신호등이 있어도아무도 지키지 않으니까요" 하고 대답한다. "글쎄, 모두 제대로신호를 지키면 교통정체도 훨씬 줄어들 텐데" 하고 모두들 남의 일처럼 말하지만 아무도 질서를 지킬 생각은 하지 않는다. - P174

전 세계의 자동차회사들이 유일하게 남겨진 대형 시장으로서 중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러나 만일 중국의 자동차 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아마도 엄청난 악몽(중국에 관한 것은 대개 모두 자릿수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에 시달리게 될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대로도 이미 충분히 ‘통상적인의미의‘ 악몽이라고 부르는 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 P174

그러나 사람들이 그런 사태를 특별히 악몽으로 받아들이고있지는 않은 것 같다. 머지않아 중국 전국토가 베트남 국경에서부터 만리장성에 이르기까지 교통정체와 대기오염, 담배꽁초와 베네통 간판으로 뒤덮이고 말 것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역사적 필연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틀림없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 P174

터키의 깊은 산속에서 쿠르드족 게릴라에게 포위당했을 때도 적잖이 무서웠고 멕시코에서 사살된 것으로 보이는 시체를발견했을 때도 무서웠지만, 호랑이를 끌어안고 있을 때는 정말 무서웠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다. 중국의 동물원은 중국의 다른 여러 가지 것과 마찬가지로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과격한 면이 있다. 어중간한 것은일절 없다고 생각된다. - P177

내가 그 말을 듣고 미심쩍어 하자 그 사람은 과거의 건물을파괴했다는 걸 증명해주기 위해 우리를 옛날의 호랑이 우리로데려가 주었다. 분명히 그곳에는 옛날의 콘크리트 토대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파괴된 50년 전의 콘크리트 토대가7년 전에 만든 새로운 콘크리트벽보다 훨씬새롭고 튼튼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P178

중국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곰곰이 생각한 것은 중국인 건축가에게는 새로 지은 빌딩을 마치 폐허처럼  보이게 하는특이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 P179

예를 들어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고층 호텔에 들어가면,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황폐한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엘리베이터의 패널은 흉하게 절반쯤 벗겨져 있고, 천장 구석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구멍이 뚫려 있으며, 욕실 문의 손잡이는 절반쯤 떨어져나가고 없다. 전기스탠드의 목은 부러져서 축 늘어져 있고 세면대의 마개는 닳을 대로 닳아 있다. - P179

모두 즐거워 보인다. 이곳창춘에서도 물론 마찬가지여서 모두 즐거운 일을 하느라 바쁜 탓인지, 일부러 돈을 내고 날뛰는호랑이를 끌어안은 얼빠진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던 것 같다. - P179

중국인은 아주 속편하게 창밖으로 온갖 것을 버려대기 때문에 창을 열고 창가에 앉아 있으면 생각지도 못한 재난을 만날 수 있다. 맥주병이나 밀감 껍질, 닭뼈나 가래침, 코를 푼 휴지 등 여러 가지 이물질이 불쑥불쑥 창밖을 날아 지나가서, 자칫하면 부상을 입거나 비참하고 슬픈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 P181

내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특히 안과 치료에 관한 한 중국의의료 시스템은 상당히 훌륭했다. 진료비가 싸고 빠른 시간 안에 치료가 가능했으며 의사들도 능숙했다(적어도 서툴지는 않았다.) - P183

굳이 문제가 있었다면 베개 색깔이 너무 요란했다는 점인데,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화장실은 언제나처럼 참을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그 역시 언제나처럼 체념하면 되는 일이다. - P184

그리고 이대로 만저우까지, 그리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까지 줄곧 그의 뒤를 따라가서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확인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나는 이따금 그런 얼토당토않은 호기심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물론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단념하고 하이라얼 역에서 내렸다. - P188

마술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입니다. 구더기는 시체 위를 기어 다니면서 부드러운 부분부터먹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사망자뿐만 아니라 부상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토 게이치, 《조용한 노몬한》에서)이 문장을 읽었을 때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지만, 실제로 이곳에 와서 벌레들의 습격을 받자 그 혐오감을 훨씬 더 실감할수 있었다. - P200

해가 지면 몽골의 하늘은 수많은 별들로 뒤덮인다. 여름 해질녘에 보는 초원의 풍경은 호흡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 - P201

이 근방은 원래 유목민이 가축을 이끌고 계절마다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토지였다. 그곳에서 전투가 일어나야만 했던 거의 유일한 이유는 군의 체면과 ‘운이좋으면‘ 하는 모험적인 의도뿐이었다. 고향에서 멀리 떠나 구더기투성이가 되어서 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가야 했던 당시의청년들은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정도로 억울하지 않았을까. - P202

탐욕스럽게 미국 달러를 요구한다. 이 나라의 관광 산업은 유감스럽게도 여행자 수를 조금이라도 늘리려기보다는몇 사람 안 되는 여행자로부터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단계였다(한 세대 전의 중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거꾸로 말해미국 달러만 내놓으면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얘기도 된다. - P209

초원 한가운데서한겨울에 돌연 자동차가 고장 나면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대로죽을 수밖에 없는 참으로 심각한 환경이기 때문에, 이 부근 운전자들의 세계관과 시부야 근처에서 토요일 밤에 자가용을 몰고 있는 불량배의 세계관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해도 전혀 이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P211

"일본인은 위의 구조가 태어날 때부터 다르니까, 여행하는동안에는 음식을 그다지 많이 먹지 않소." 나는 적당히 거짓말을 해두었다. 그다지 이해하는 듯 보이진 않았지만. - P213

친절한 건지 그저 한가한 건지 잘 알 수 없지만, 솔직히 이 사람은 몽골 육군중령이라기보다는 센다가야 상점가의 ‘가을철 교통안전 주간대기소‘에서 아침부터 빈둥거리고 있는 동네 아저씨처럼 보였다. 혹은 망해가는 스모 클럽의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보스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쁜 의미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 P216

역사적으로 분류한다면 우리는 ‘후기 철기시대‘에 속해있는 것이 아닐까. 거기서는 대량의 강철을 유효하게 상대방에게 살포한 쪽이, 그리고 그것에 의해서 조금이라도 많이 상대방을 제압한 쪽이 승리와 정의를 손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변변치 않은‘ 초원의 한쪽 구석을 자랑스럽게 손에 넣을 수 있는것이다. - P221

어쩌면 늑대들은 말에게는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확률은 대충 50퍼센트라고 몽골인들은 말했다. 그러나 은폐물도도랑도 기복도 나무숲도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대초원 한가운데서 늑대는 4륜 구동차를 절대로 이길수없다. 자동차는 커다란 강철 기계일 뿐이며 따라서 결코 지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 P226

10분이면 늑대는 완전히 지쳐버린다. 그 폐는 이미 파열직전 상태인 것이다. 늑대는 멈춰 서서 어깨로 크게 숨을 들이쉬고 각오를 한 듯 우리 쪽을 빤히 응시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늑대는 알고 있다. 그곳에는이미 선택의 여지라는 것이 없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226

- 공포, 절망, 혼란, 곤혹, 체념……… 그리고 나로서는 잘 알 수 없는 그 무엇. - P226

나는 초자연적인 대상을 숭배하는 인간이 아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일상적으로는 진지한 현실적인 인간이다. 그러나 그때만은 나는 거기서 뭔가 특별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걸 가지고 오는 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문득생각했다. 그곳에 그대로 두고 왔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 P229

내가 도쿄를 떠날 때는 분명히 하네다수상이었는데, 그리고 같은 날에 김일성 주석의 죽음이 보도되었다. 내가 만저우에서 몽골로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고 있던 2주일 동안 이쪽세계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나와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었던것이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현재 나는, 몽골의 초원에서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거의 반대의 극에 있다고 할 수 있는장소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 P232

이 글은 1995년 6월 잡지 《신라>에 2회로 연재된 것인데, 이 책에 수록하기위해 내용을 보완하였다. 동행자는 역시 마쓰무라 에이조 군, 이런 오랜 여행에 동행해줄 사진가는 이 친구밖에 없다.
실제로 핸들을 잡고 대륙 횡단을 해보니까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엄청나게큰 나라임을 새삼 알 수 있었다. 가는곳마다 문화나 복장이 퍽이나 달랐다. 그리고 감탄한 점은 휘발유값이 싸고 유료도로가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식당과 숙박 시설이 구제 불능일 정도로 단조로웠다는 점이었다.
다시 한 번 횡단해보겠느냐고 누가 물으면 글쎄, 선뜻 그러겠다고 나서기는어렵다. - P236

그 광고에서는 여행지에서 여러 가지 재난을 당하는 불쌍한 여행자가 이렇게 내뱉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스크래블이나 할걸." 나는 그 광고를 볼 때마다 "그래, 정말 맞는 말이야" 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 P238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 줄곧 여행 일지를 쓰고 있었는데(어떤 여행에서나 반드시 매일 여행 일지를 꼼꼼히 적는다. 나는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을 전혀 믿고 있지 않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 자신의 기억을), 미국 중서부의 모텔과 레스토랑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적을 것이없었다. - P249

거리에 들어갔을 때 누군가 다가와서 "우리 마을에 온 것을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하고 인사를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애교 넘치는 부인이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에게 아이스티를 내밀어주는 것도 아니었다. 반대로 우리의 정체를 수상하게 생각한 순찰차가 한참 동안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바람에 애만먹었다. ‘웰컴‘은 무슨 웰컴, 하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 P252

"일본인은 전쟁 중에 많은 박해를 받았으며, 모르몬교 신자도 미국 역사 속에서 늘 박해만 받아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로 통하는 바가있었겠죠. 어느 쪽이나 근면을 미덕으로 삼는 진지한 사람들입니다"라고 했다.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 P260

나는 그에게 "당신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보았다.
"가족이지요." 드와이트 씨는 한마디로 말했다.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습니다. 가족이야말로 모든 것의 기초이지요." - P260

"아, 죄송합니다만 여기는 아직 유타 주이기 때문에그런 것은 없습니다" 하고 정중하게 (그러나 다소 냉정하게 대답했다. - P262

1997년 5월, 혼자서 니시노미야에서 고베까지 걸었다. 그저 한번 걸어보고 싶었다. 이 글은 어디에 싣는다는 목표도 없이 말하자면 나 자신을 위해쓴 글인데, 결국 발표할 지면을 얻지 못한 채 이 책에 수록하게 되었다. 고향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상처를 입은 고향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에이조 군이 나중에 내가 걸었던 노정을 더듬어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 P268

사람들의 손에 의해 고삐가 풀린 폭력 장치는 결코 제자리로 돌아오는 법이 없다. - P278

주머니에 넣어온 헤밍웨이의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를 몇 페이지인가 읽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기억이있지만, 우연히 호텔 방에서 다시 읽게 되었는데 완전히 넋을빼앗겼다. 어째서 옛날에는 이 소설의 미덕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무엇인가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 P284

자기 내면의 풍경을 조망하려는 노력,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참다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
하루키 읽기의 색다른 맛 - P293

"어느 날 문득 나는 긴 여행을 떠나지 않고서는 도무지 견딜수가 없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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