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제안서는 값싸게 종이로 먼저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친절한 충고와 함께퇴짜를 맞았다. 케플러는 즉시 모형 제작에 들어갔다.  - P131

"이 발견 덕분에내가 느낀 환희를 나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는 아무리어려운 계산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설이 코페르니쿠스의 궤도와 과연 일치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즐거움이 물안개처럼 사라져 버리고말 것인가? 나는 밤낮을 수학적 노동으로 지새웠다." - P131

당시에 행성의 겉보기 운동에 관하여 누구보다 정확한 관측 자료를 다루는 딱 한 사람 있었다. 그는 고국을 버린덴마크의 귀족으로 신성 로마 제국 황제 루돌프 2세 Rudolf II의 황실 수학자로 일하고 있던튀코브라헤Tycho Brahe였다.  - P131

그를 만날 필요성을 케플러는 절감했다. 마침 튀코브라헤도그 당시 수학적 명성이 점점 커가던 케플러를 초청하면 어떻겠냐는 루돌프 2세의 제안을 받은 상태였다. 튀코 브라헤는 케플러를 프라하로 불렀다. - P131

"나는 위선을 행하라고 배운 적이 없다. 나의 신앙은 진지한 것이다. 나의 신앙이 농락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 P132

케플러는 튀코 브라헤가 있는 곳을 속세의 오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로 여겼다. 케플러는 그곳을 자신이 추구하던 "코스모스의 신비" 를 마침내 확인할 수 있는 장소로 마음에 그리고 있었다. - P133

튀코 브라헤는 망원경이 발명되기 35년전부터 우주의 정확하고 질서정연한 움직임을 측정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친 인물이었다. - P133

케플러가 남긴 다음의 글에서 우리는 당시 그의 심경을 읽을 수 있다. "튀코 브라헤는 비할 데 없는 부자지만 재물을 활용할 줄 모른다. 튀코브라헤가 소유한 그 어떤 기구라도 나와 내 가족의 전 재산을 합친 것보다 더 비싸다." - P133

그러나 튀코 브라헤는 숨을 거두기 전에 자신의 관측자료를 케플러에게 물려준다고 유언했다. 그리고 "마지막 밤은 가벼운혼수상태에서 시를 짓는 사람처럼 다음의 독백을 되풀이했다. ‘내 삶이 헛되지 않게 하소서. 내가 헛된 삶을 살았다고 하지 않게 하소서!‘ - P135

케플러는 자신이 수행한 긴 계산 과정을 따라가다가 혹시 지루하다고 불평할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이런 메모를 하나 남겨 뒀다. "이 지루한 과정에 진력이 나시거든. 이런 계산을 적어도 70번 해본 저를 생각하시고 참아 주십시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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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드밀라는 그 연작에 관한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녀가 죽은이후 다락방에서 수십 점의 작품들이 같은 제목이 붙은 채로 발견되었을 뿐이다. 한때 연구자들은 그 연작을 류드밀라의 숨겨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류드밀라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남은 기록이 하나도 없었고, 곧 추측도 해석도 잊히고 말았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을 주는  아름다운 세계. 비록 류드밀라는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가상의 세계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히 머무를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그 세계가 실제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때 조용히 도시락을 먹고 있던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 데이터, 류드밀라의 행성 같지 않아?"
"에이, 설마."

더욱 기이한 사실이 연이어 보고되었다. 그 행성은 이미 오래전 모항성의 거대 플레어 폭발에 의해 불탔고, 우주망원경이 수신한 데이터는 폭발에 휩쓸리기 직전 행성의 모습을 포착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미 사라진 행성을 보고 있는 겁니다. 한때 실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류드밀라의 세계를요."

"결과가 너무 이상해요. 아기들이 할 만한 생각이 아니에요."
분석된 데이터가 화면에 뜨기 시작하자 연구원들은 말문이 막혔다.

기계에 따르면 아기들의 울음은 각각 이런 의미를 가졌다.
「어떻게 하면 더 윤리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다들 거기에 잘 계신가요?」
「아냐,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은 여기야.」

"그러니까 노이즈겠지. 노이즈가 아니라면 아기들의 울음을 해석했을 때 기껏해야 ‘배고파‘, ‘불편해‘ 정도. 그것도 제대로 된 언어보다는 어떤 감정이나 불쾌한 감각 정도로만 나타나는 게 정상일거야."

"아기들.......
"복잡하고 심오하고 철학적인 아기들."

"보시는 그대로요. 아기들의 입속말을 분석한 데이터예요. 혹시그날 기억나세요? 류드밀라의 행성이 발견된 날이요. 그런데 그때녹음된 데이터가 다 이런 식이었어요."

"무언가가 아기들의 뇌 안에 있어요."

한나가 말했다.

"인간이 아닌 무언가요. 이건 외부의 어떤 요인을 도입하지 않고는 설명이 안 돼요."

만약에 뇌 속의 ‘그들’이 인간에게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이라면 어떨까? 마치 기생충이나 미생물이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전염되듯 말이다. 그들은 공기 중에 분포해 있거나, 바이러스처럼 환경에 널리 퍼져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감염을 위한 최초의 접촉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 언어를 습득하기 전, 세계와 삶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기 전, 생존을 위한 욕구만 존재하는 사고 패턴을.

그러나 수빈은 다음에 일어난 일 역시 알고 있었다. 그 아기들은 사람들이 기대한 대로 성장하지 않았다.

상자 속의 아기들은 이타성을 획득하지 못했다.

아주 이상한 가정 하나를 해보자.

수만 년 전부터 인류와 공생해온 어떤 이질적인 존재들이 있다고 말이다.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군요."

"추측이지만, 유년기 이상으로 성장한 인간에게 머무르는 것은 그들에게 부담을 주는 듯합니다. ‘떠나고 싶지 않지만 이제는 떠나야 한다’라는 의미의 대화가 몇 군데 있었어요."

"혹시, 유년기 기억 상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일곱 살 이후로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대부분 잊어버리잖아요."

인류 역사상 수많은 가상 세계가 창조되었지만 왜 오직 류드밀라의 행성만이 독보적이고 강렬한 흔적을 세계 곳곳에 남겼을까.

"우리에게 그들이 머물렀기 때문이겠죠."

막연하고 추상적이지만 끝내 지워버릴 수 없는 기억. 우리를 가르치고 돌보았던 존재들에 관한 희미한 그리움.

수빈은 순간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느낀 적 없는 무언가가 아주 그리워지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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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이 편지가 네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내가 떠났다는 소문이 퍼진 이후이겠지. 어른들이 많이 화가 났을까. 그동안 나처럼 성년이 되기 전에 마을을 뛰쳐나온 사람은 없었으니까. 

너도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거야.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시초지‘로 가고 있어, 맞아. 우리가 순례를 다녀오는 그 장소를 말하는 거야.

이동선 말인데, 생각해보면 아무도 그 이상한 기계가 어떻게작동하는지를 말해준 적이 없었어. 별문제 없을 거라는 어른들의 말만 믿는 수밖에. 물론 순례 의식에 참여하는 그 누구도 겁먹은 표정을 드러낸 적은 없지. 당연하게도, 어른이 되러 가는길에 고작 낡은 기계에 겁을 먹는 건 부끄러운 일이니까.

망각. 그것은 내가 순례의식에 대해 가진 최초의 의문이기도해. 만약 내게 일기를 쓰는 습관이 없었다면 나 역시 돌아오지않은 사람들의 존재를 잊어버렸을 거야. 매년 순례의식이 끝난후 집에 돌아오면 나는 일기에 적어둔 그 질문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흔적을 되새겼어.

어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을까.

이 편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야. 동시에 왜 내가 시초지로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지. 편지를 끝까지 읽고 나면 너도 나를 이해하게 될거야.

귀환의 마지막 절차, 대면식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장식하는 데에 쓰라는 이야기였어. 그런데 왜 그중 아무도 절반이 넘게 남은 꽃다발의 의미를 말하지 않았을까.

귀환의 날을 앞두고 선생님에게 물었던 적이 있어. "혹시 순례자들은 시초지에서 험한 일을 당하는 건가요? 무서운 일이 생기나요? 그래서 돌아오지 못하는 걸까요?"

선생님은 아주 귀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웃더니, "데이지, 그럴 리가있겠니? 순례자들은 그곳에서 선택을 하는 거란다. 누구도 그선택을 강요하지 않아." 하고 알 듯 모를 듯한 대답만 돌려주셨지. 험한 일 같은 건 없다는 이야기일까?

꽃다발이 내던져져 있었어. 내가 만들었던 꽃다발이라는 걸한눈에 알아봤지. 신경 써서 묶은 꽃이 이렇게 버려져 있다니.
속상한 마음에 다시 주워서 집에 꽂아두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꽃다발을 주우려고 갔는데…

거기에 누가 있었어. 버려진 꽃다발은 그 남자의 것이었어.
그는 울고 있었어.

"그게 뭐예요?"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그 물건 때문에 슬프신가요?"
"나는 시초지에 두고 온 것 때문에 슬퍼."

마을로 돌아간 나는 혹시 올해 귀환자들에 대해 아느냐고 아이들에게 물었어.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 돌아온 사람들은 누구이고,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은 또 누구일까? 그는 무엇을 두고왔을까? 두고 온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물건이 아니라 사람인 건 아닐까? 혹시 돌아오지 못한 사람 중 누군가가 그가 말한
‘두고 온 것일까?

나를 포함한 아주 소수의 아이들만이,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이 있는 이유가 시초지에서의 비극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했어.

"정말로 그 순례가 위험하다면, 왜 그렇게 위험한 곳에 우리를 보내겠어?"

나도 그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어.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진심으로 믿었던 건 아니었어. 저 밖에 아주 무섭고 두려운곳이 있고 어른들이 우리를 그곳으로 떠민다는, 그런 상상을 하기가 괴로웠던 거야.

왜이 마을에는 어른이 적고 아이들만 이렇게 많을까?
떠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을까?
그 남자는 왜 그렇게 세상을 다 잃은 듯 울고 있었을까?

"릴리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 이 도시를 만들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1년 전의  일이다."

이타사는 분리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도시 중 하나였다. 도심은 개조인들의 구역으로, 도시 외곽은비개조인들의 구역으로철저하게 구분되었다. 도심은 화려하고 단정하고 아름다웠고, 외곽은 버려진  이들의 세계였다. 외곽에서는 다툼과 시비가 자주 일어났다.

"릴리 다우드나는 100년도 전의 사람이야. 그리고 바로 그녀가 이 악몽 같은 세계를 만들었지."

*다음은 올리브의 음성 기록이다.
릴리 다우드나는 2035년에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태어났다.

디엔의 정체가 릴리 다우드나라는 사실도 천천히 알려졌다. 하지만 아무도 디엔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좋은 대학을 나와과학자로서의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녀가 왜 갑자기 불법 바이오해커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무성한 추측만이있을 뿐이었다.

마흔 살이 되었을 때 릴리는 ‘처음으로 아이를 갖고 싶어졌다‘라고 쓰고 있다. 그 전까지 누구와도 연인 관계를 맺은 흔적이 없고 결혼도 하지 않았던 릴리가 왜 갑자기 아이를 원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릴리의 심경 변화로 보아 그녀는 오직 혼자서만 도망치는 삶에 싫증이 난 것으로 보인다.

릴리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로써 나는 태어날 가치가 없었던 삶임을 증명하는가?‘

릴리는 나에게서 스스로를 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이원치 않았던 존재로 태어난 릴리. 세계에서 배제된 릴리. 그러나악착같이 살아남아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가능성을 입증한 릴리다우드나.

내가 마을에 살았을 때, 나는 사람들이 나의 얼룩에 관해 무어라고 흉보는 것을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 나는 나의 독특한얼룩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마을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결점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 어떤 결점들은 결점으로도 여겨지지 않았다.

마을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결코 배제하지 않았다.

‘델피의 올리브, 분리주의에 맞서는 삶을 살다.
그녀의 사랑은 여기에 잠들고 결실은 후에 올 것이다.‘

정말로 지구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곳이라면, 우리가 그곳에서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을까?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이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 보호와평화를 벗어나, 그렇게 끔찍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을 보고도왜 여기가 아닌 그 세계를 선택할까?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이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 보호와평화를 벗어나, 그렇게 끔찍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을 보고도왜 여기가 아닌 그 세계를 선택할까?

그리고 그들이 맞서는 세계를 보겠지. 우리의 원죄. 우리를 너무 사랑했던 릴리가 만든 또 다른 세계 가장 아름다운 마을과가장 비참한 시초지의 간극. 그 세계를 바꾸지 않는다면 누군가와 함께 완전한 행복을 찾을 수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순례자들은 알게 되겠지.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거야.

소피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할 것이 남았어. 내가 처음으로마을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던 계기, 그 오두막 뒤에 있던 귀환자 말야. 정해진 성년식보다 조금 더 빨리 지구에 가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그 남자에게 몰래 찾아가 물었어. 혹시 지구에서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그는 슬픈 진실을 말해주었지. 지구에서 그가 사랑했던 사람과 그의 쓸쓸한 죽음에 관해. 그가 남겼던, 행복해지라는 유언에관해.

나는 말했어. 당신의 마지막 연인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일이 있지 않겠냐고. 나는 그에게 지구로 다시 함께 가겠냐고 물었어.
떠나겠다고 대답할 때 그는 내가 보았던 그의 수많은 불행의얼굴들 중 가장 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소피, 이제 내가 먼저 떠나는 이유를 이해해줄 거라고 믿어.
그럼 언젠가 지구에서 만나자.
그날을 고대하며,
데이지가.

"나는 최초의 조우자였지."
할머니는 죽을 때까지 그 이야기를 하곤 했다.

도구의 사용, 상징언어의 존재, 사회적 상호작용…… 분명한지성의 증거.

대면은 접촉의 최종 단계였다. 원칙대로라면 지성 생명체와의접촉은 원거리에서 근거리로,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위험요소를 완전히 분석하고 신변의 안전을 확보한 후에야 대면 접촉을시도할 수 있다.

"그들은 영혼이 이전 개체에서 다음 개체로 이어진다고 믿더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두 번째 루이를 만났어."

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

두 번째 루이는 2년 뒤에 죽었다.
며칠 뒤 세 번째 루이가 찾아왔을 때 희진은 그를 도저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정말 같은 영혼을 가졌을까? 같은 루이일까?

세 번째 루이는 이전의 루이들처럼 그림을 그렸고 희진을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했다. 세 번째 루이도 다른 무리인들보다 몸집이 작았고 팔이 두 개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전의 루이들보다 더 짧은 시간을 살다 죽었다.

희진은 루이들이 다른 무리인들에 비해 수명이 짧은 이유가희진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무리인과 지구 생명체들이 서로의 생화학적 구성을 공유한다면 희진이 가져온 수많은 지구에서의 미생물들은 그들의 신체에 치명적일 수도있었다. 그리고 그 가정은 희진을 슬프게 했다.

세 번째 루이의 장례가 예정된 날, 무리인들의 천적이 동굴 거주지를 집단으로 공격해 왔다. 희진에게는 숨거나 도망칠 곳이없었다. 루이도 없는 동굴 안에 혼자 남겨져 두려움에 떨었다.
해가 저물 때까지 공격은 계속되었다. 무리인들은 천적을 몰아내는 데에 성공했지만 이번의 공격으로 많은 무리인들이 죽었다.

"이렇게 쓰여 있구나."
할머니는 그 부분을 읽을 때면 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숨을 거두기 전 할머니는 연구노트의 처분을 나에게 맡겼다.
나는 기록의 사본을 남기고, 원본은 할머니와 함께 화장했다. 찬란했던 색채들이 한 줌의 재로 모였다.
나는 할머니의 유해를 우주로 실어 보내 별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녀는 기술과 기교만존재하던 시뮬레이션 아트에 실재성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 찬사를 들을 때 류드밀라의 반응은 항상 같았다.
"당연하죠. 그 행성은 정말로 있으니까요. 저는 본 대로 그려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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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에는 약 78억 명의 인구가 있다. 만약 100억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하는 사건이 있다면 현재 살고 있는 사람 중 거의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기적이라 부른다. 인간의 존재도 이런 기적일까? 만약 골디락스 존 행성에서 인간과 같은 고등 지능을 지닌 생명체가 등장할 확률이 100억 분의 1이라면, 지구의 관점에서 이는 100억 분의 1의 극히 희박한 확률이 실현된 것이다.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전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는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 우주에 1022개가 넘는 골디락스 존 행성이 있다면 그중에 1조 개가 넘는 곳에서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적 생명체의 존재는 오히려 우주적 필연이다. 이처럼 우주는 기적을 평범함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광대하다. 우주에 관해 점점 더 잘 이해할수록 우리는 혼자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약 6500만 년 전 혜성과 지구의 충돌은 공룡을 멸종으로 이끌었지만 전 지구적 관점으로 볼 때 생명은 여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고 포유류가 번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자신을 적응시키며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은 생명의 위대한 특성이다. 이런 생존 능력은 결국 생명의 진화를 이끌어낸다.

진화할 수 없는 것은 생명이 아니다. 생명이라는 현상을 태초부터 미리 정해진 ‘원형’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고정된 질서는 생명에게 죽음을 뜻할 뿐이다.

우주생물학의 관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바위 안에 서식하는 미생물인 암석균endolith이다. 한 예로 지옥의 간균bacillus infernus이라 불리는 미생물은 지하 2.7킬로미터 정도에 서식하며, 진공 상태에서나 막대한 방사능에 노출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고 철과 이산화망간으로 대사 작용을 한다. 우리가 생명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태양 빛 없이도 생존하는 생물이 있다는 의미다. 만일 그렇다면 화성이나 금성의 지하에도 비슷한 균들이 득실거리고 있지 않을까?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Enceladus 등의 지하에도 이런 미생물들이 서식하지 말란 법이 없다.

생명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주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골디락스 존에 있는 지구형 행성에서 생명이 탄생할 확률이 설사 100퍼센트는 아닐지라도, 수 퍼센트 이상 혹은 심지어 수십 퍼센트에 달한다 할지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생명은 강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여러 다양한 생물이 ‘두 개’의 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저 무작위적인 우연일까? 아닐 것이다. 눈이 하나라면 가깝고 먼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원근감을 가질 수 없기에 생존에 불리하다. 눈이 세 개라면? 고등 생명체는 5퍼센트에서 15퍼센트에 달하는 생체에너지를 시각 정보처리에 사용할 만큼, 눈을 통해 처리하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다. 눈이 두 개라도 충분히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더 많은 눈을 달고 다니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만한 사치를 부릴 여유가 생명에게는 없었을 것이다. 둘은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최적화된 눈의 개수인 셈이다.

눈과 관련해 더욱 놀라운 사실이 또 있다. 인간과 문어의 눈을 비교해보면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오목한 망막, 렌즈, 렌즈를 보호하는 눈꺼풀 등의 기본적 구조가 같다. 인간과 문어의 공통 조상이 유사한 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둘의 공통 조상은 이렇게 복잡한 눈을 갖고 있지 못했던 단순한 벌레 같은 생물이었다. 그 이후의 진화는 서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졌고, 인간과 문어의 눈은 독립적으로 형성되었다.

인간과 문어의 눈이 유사하다는 점은 생명이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에 현재와 같은 형태의 눈이 가장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방식임을 암시한다.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에도 비슷한 형태의 기관이나 기능을 갖게 되는 생명의 현상을 흔히 ‘수렴진화’라고 한다. 수렴진화의 다른 예로는 물고기와 돌고래의 외형을 들 수 있다. 돌고래의 조상은 9500만 년 전에는 육상에서 생활하던 평범한 네발 달린 털북숭이의 포유류 동물이었다.

수렴진화는 생명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할 때 선택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지구와 외계 행성의 환경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사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떤 행성에 물로 가득 찬 바다가 있다면 그 모습이 지구의 바다와 크게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돌고래가 미적분과 리만기하학을 사용하며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등의 과학기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아마 바닷속의 안락한 환경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문명을 발달시키는 일이 그들에게는 불필요할 것이다. 혹은 돌고래가 입과 지느러미로 미켈란젤로에 버금가는 대리석 조각을 만들 수 있을까? 아쉽지만 그들의 생물학적 한계는 명백하다. 과학기술 문명의 실현을 위해서는 바다를 벗어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해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심지어 이런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다. 여러 지적 생명체의 가능성 중에서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과학기술 문명을 성취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솔루션이라고.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편견일까?

우리는 지구를 침략하고 정복하는 외계인이라는 이미지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그의 저서 『코스모스COSMOS』에서 유럽인들이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학살한 예를 들며 외계인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인간의 원죄 의식을 반영함을 지적한다.

만일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이 그런 문명을 1000년 이상 지속해왔다면, 그 오랜 ‘시간’이 주는 무게에 걸맞은 성숙함을 갖추었으리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그들과의 만남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
아마 외계인을 만날 때 우리의 감정은 낯선 이방인을 대할 때 갖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는 두렵고 경계하지만, 그들은 결코 괴물이 아니라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세대, 환경 등의 문제로 현재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갈등을 마주할 때 우리가 과연 지금 외계인을 만날 자격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어쩌면 외계인이 아직 우리를 방문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준비될 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빅뱅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빅뱅이라는 현상이 있었다는 것 자체는 현재로서는 더 이상 반박이 어려운 과학적인 사실로 확립되었다. 빅뱅을 입증하는 증거가 너무나 압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특정 모습을 영원한 본질로 규정하고 그 틀에 맞지 않는 모습이 발견되면 죄, 타락, 혹은 합목적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이해하던 과거의 구습은 수많은 억압과 비극의 근원이었다. 하지만 별 먼지인 인간의 많은 측면은 역사의 여러 특수한 상황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미래 역시 미리 정해진 질서에 구속받지 않고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주의 광대함에 압도되어 우주의 끝이 어디인가를 종종 묻곤 한다. 하지만 우리를 더 설레게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우주가 내재하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의 한계는 무엇인가?인간의 역사도 우주 역사의 일부이며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이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과정이다.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중요한 갈림길에서 인간이 택하는 여러 가지 선택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저 밖의 밤하늘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 한계를 찾고자 구석구석을 헤매고 있다. 외계에서 발견될 생명의 다양성은 우리 지구에서 관찰된 것에 비해 과연 얼마나 더 광대할까? 지구에서 발견되는 생명의 보편성은 외계에서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을까? 인간보다도 더 경이로운 현상이 저 우주 어디에선가 일어날 수도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질문은 과연 어디에서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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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방탄소년단의 <DNA>가 자연의 법칙이나 수학의 공식과 같이 변하지 않는 본질로부터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면, 성진환의 <GRB080913>은 우주의 역사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우주는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주는 빅뱅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우주에는 ‘역사’가 있다.

중력은 질량이 많은 곳에서 더 강하게 작용하기에 밀도가 주변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영역은 더욱 많은 물질을 끌어당길 것이다. 밀도가 낮았던 영역은 물질이 빠져나가기에 점점 더 밀도가 낮아진다.

계속 시간이 흐르게 되면 밀도가 높았던 영역은 주변의 물질을 다 빨아들여 은하들이 만들어지고, 밀도가 낮았던 곳은 은하가 없는 빈 공간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한다. 은하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빈 공간의 밀도는 더욱 희박해진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물질들 중 가장 많은 것은 수소이고, 그다음이 헬륨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빅뱅우주론의 중요한 예측 중의 하나였다. 그 뒤를 이어 산소, 탄소, 질소, 네온, 실리콘, 황, 칼슘, 철 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 황은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생명체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여섯 가지 원소다.

우리의 DNA를 구성하는 원소인 수소, 산소, 질소, 탄소, 인, 황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보는 형태의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다. 특히 탄소는 화학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안정적인 분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소이기에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양자터널 효과란, 원자핵이 쿨롱 장벽 사이를 특정한 확률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현상을 뜻한다. 고전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마치 사람이 벽을 향해 돌진하더라도 막히지 않고 쑥 통과하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후 1932년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채드윅James Chadwick의 역사적인 중성자의 발견은 핵물리학 이론에 돌파구를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1939년 베테와 독일의 물리학자 카를프리드리히 폰 바이츠제커Carl-Friedrich von Weizsäcker에 의해 마침내 수소 핵융합 이론이 완성되었다. 이 이론을 적용한 항성 진화 모델은 성공적으로 태양의 성질을 재현할 수 있었고 별들의 나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태양에너지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논쟁은 이렇게 종결되었다.

호일이 탄소 공명에너지 준위를 찾아낸 방식을 두고 약한 인류 원리weak anthropic principle를 과학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최초의 사례라고 평가하는 역사가도 있다. 약한 인류 원리란, 우주의 모든 성질과 상태는 인간이 우주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일관성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진화 방식이나 물리적 작동 방식이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영국의 전파천문학자인 앤터니 휴이시Anthony Hewish가 펄사pulsar를 발견한 공로로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 때, 휴이시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조슬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이 노벨상에서 제외된 점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펄사의 발견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 사람은 휴이시가 아니라 버넬이었기 때문이었다.
호일도 이 점을 놓고 노벨상 수상 위원회를 비난한 바 있다. 호일이 노벨상에서 제외된 이유가 무엇이든 그가 과학에 이바지한 공로를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정상우주론의 우주가 마치 완성된 성인이 과거, 현재, 미래에도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면, 빅뱅우주론의 우주는 영아, 유아, 소아, 청소년, 청년, 장년 등을 거쳐가면서 점점 변화하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 운동하거나 변화하는 것, 즉 ‘진화’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영원’한 것만이 참되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 우주는 과거와 현재가 다르고 현재와 미래가 다르다.

결국 점근거성열 단계의 별은 표피층을 우주 공간으로 다 잃어버리면서 탄소와 산소 핵만 중심에 남겨놓게 된다. 이 단계에서 관찰되는 천체를 행성상성운planetary nebulae이라고 부른다. 중심부에 남은 탄소와 산소 핵 내부에서는 더 이상 핵반응이 일어나지 않기에 백색왜성white dwarf이 되어 차갑게 식어간다.

우리 태양도 50억 년 후에는 이처럼 죽어갈 것이다. 태양이 점근거성열 단계에 이르면 거대하게 팽창한 표피층이 지구를 삼킬 것이고 지구는 그 뜨거운 열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릴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했던 원소와 지구를 구성했던 원소들 또한 태양 내부에서 새롭게 생성된 질소, 탄소, 그리고 각종 중원소와 함께 섞여져 행성상성운의 형태로 우주 공간에 흩어질 것이다. 결국 이 모두는 새로운 별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쓰일 것이다.

조선 시대 관상감 천문학자들의 이름이 붙지 않은 이유는 천문학을 비롯한 현대의 자연과학 대부분이 서구 사회에서 발전해온 만큼 용어 또한 그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이를 현대 망원경으로 관찰하면 초신성 잔해가 방출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철을 비롯한 중원소들이 이 잔해 안에 다량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케플러 초신성은 현재도 여전히 빠른 속도로 팽창하며 그 잔해를 우주 공간 속으로 계속 퍼뜨리고 있다.

별들 사이에 존재하는 성간물질에서 별이 탄생하고, 태양과 같이 가벼운 별들은 적색거성으로 진화했다가 점근거성열과 행성상성운 단계를 거치면서 내부에서 만들어진 질소와 탄소, 기타 여러 중원소들을 우주 공간으로 퍼트린다. 이렇게 퍼트려진 물질들은 다시 성간물질로 유입되어 이를 근거로 새로운 별들이 다시 만들어진다. 이런 순환이 반복되며 우주 공간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질소와 탄소가 존재하게 된다.

현대 과학은 평범한 육체인 인간에게서 진리를 발견한다. 빅뱅우주론이 추적하는 우주의 역사는 인간 또한 우주 역사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뜬금없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 존재가 아니다. 우리 몸의 DNA를 이루는 원소들 중 수소는 빅뱅을 통해 우주에 존재했다. 즉 우리의 몸은 빅뱅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 외의 원소들은 모두 별 안에서 합성되어 우주 공간에 퍼져나갔고 그 물질이 다시 새로운 별을 탄생시켰다.

우리의 핏속을 흐르는 철, DNA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모두 과거 언젠가에 별 속에서 생성되었다. 별들의 먼지로 구성된 우리 몸은 별의 탄생, 별의 진화, 별의 죽음과 초신성 폭발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도 만들어졌고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지구에 마련되었다. 우리 모두 아주 먼 과거에는 별 속에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빅뱅과 별과 물질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 전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그러니 만약 하늘의 별에 관해 알기 원한다면 저 하늘을 보기 전에 먼저 거울 앞에 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거울에 비친 당신은 우주 역사의 체현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주에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첨단 과학기술이 밝혀낸 우주의 신비 속에서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지구가 탄생한 것은 약 46억 년 전이었다. 그로부터 약 10억 년이 지난 35억 년 전, 생명체가 처음으로 지구에 등장한다. 10억 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피는 것이야말로 생명 탄생의 비밀을 푸는 주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심지어 우리는 아직 DNA나 RNA처럼 자기 복제가 가능한 복합 유기분자의 기원에 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여기에서는 초기 지구에서 발생한 각종 복잡한 화학반응에 집중하기보다는,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생명의 가능성을 짚어볼 것이다.

행성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별과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첫째, 행성은 항상 별 형성 영역 주변에서 만들어진다. 둘째, 행성은 별 주변을 공전한다. 이런 사실은 에너지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인간은 동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데, 이 모든 것은 곧 다양한 형태로 저장된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과정이다. 즉 인간은 별빛을 먹고 사는 존재인 것이다.

행성과 생명은 이처럼 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별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생명을 탐구하는 데 반드시 선행해야 하는 과정이다.

성간물질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영역에서는 중력의 작용으로 별이 형성될 수 있다. 이런 별 탄생 순간의 대표적인 장면이 1995년 허블 망원경에 의해 포착된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이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이 숨 막히는 장면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침묵하곤 했다. 군데군데 붉게 보이는 점이 새로운 별이 탄생한 곳이며, 기둥 안에서는 지금도 여러 별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기둥 사이의 밀도가 낮은 영역은 새롭게 탄생한 별들이 주변 물질들을 증발시키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기둥들도 결국 새로운 별들이 더 많이 탄생함에 따라 모두 증발해 없어지게 될 것이다.

3H2 + CO → CH4 + H2O
 
즉 수소 분자 3개와 일산화탄소 1개가 반응해 메탄 분자와 물 분자 1개씩을 만드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분자는 대부분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가 오늘 아침 마신 한 잔의 물이 존재하기 위해 성간먼지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1953년 미국의 화학자 해럴드 유리Harold Urey와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는 실험을 통해 원시 지구의 대기를 구성했으리라고 추측되는 수소 분자, 메탄, 물, 암모니아로부터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분자가 합성될 수 있음을 보였다. 즉 유리-밀러 실험에 사용된 재료들은 모두 성간얼음에도 포함되어 있다. 화학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는 에너지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성간얼음에서도 유기물이 쉽게 합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주에서 떨어진 생명의 씨앗
지금까지 설명한 우주에서의 화학반응은 생명의 기원과 관련해 중요한 암시를 던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척박한 암흑의 공간인 우주가 알고 보니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유기물이 가득한 생명 친화적 공간이었던 것이다. 성간얼음들과 성간먼지들은 별 형성 과정에서 서로 뭉쳐 소행성과 혜성이 된다. 혜성에는 태양계가 형성되던 시점에 성간얼음에서 합성된 다양한 분자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 안에는 많은 물 분자와 유기분자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 가설은 점점 더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적어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이 지구와 충돌한 소행성과 혜성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지구가 형성된 직후의 온도는 너무나 높았기에 초기 지구는 수증기를 표면에 붙잡아둘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지질학적인 증거 또한 지구가 형성된 이후 약 8억 년 동안 지구와 소행성 및 혜성 간의 충돌이 매우 격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지구에 존재하기 시작한 것 역시 지구가 태어난 지 약 7~8억 년 이후였다.

하지만 별의 질량이 태양보다 두 배만 무거워도 그 별은 14억 년밖에 살 수 없다. 그런 별 주변의 행성에서는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은 존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지구에서처럼 생명의 진화를 통해 고등 생명이 등장할 정도의 시간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질량이 태양의 10배라면 이마저도 1000만 년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에는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등장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태양계가 형성된 이후 생명이 등장하기까지 적어도 약 10억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간이 등장하기까지는 그 이후로도 약 30억 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태양은 앞으로도 약 50억 년 동안 지금처럼 수소 핵융합반응을 통해 안정적으로 밝게 빛나며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줄 것이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는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 은하에 외계 행성계가 수천억 개가 있고, 그 중 일부에는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왜 우리는 외계 문명의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을까? 이 질문은 흔히 ‘페르미의 역설’이라 불린다.

행성계에서 거주 가능 지역이란 중심의 별에서 지나치게 멀지도 않고 지나치게 가깝지도 않아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거주 가능 지역은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서 유래한 용어다. 이 동화에는 어린 소녀 골디락스가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이 사는 집에 들어가 너무 뜨거운 아빠 곰의 스프나 너무 차가운 엄마 곰의 스프를 먹지 않고 온도가 적당한 아기 곰의 스프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물이 수증기나 얼음으로 되어 있는 행성에서는 생명의 자발적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에서 골디락스 존에 존재하는 행성은 금성, 지구, 화성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지구는 태양계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화성의 경우 지금은 액체 상태의 물이 거의 다 사라졌지만 수십억 년 전에는 훨씬 더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금성은 골디락스 존의 안쪽 경계에 걸쳐져 있고 매우 강한 온실효과로 대기의 온도가 400~500도에 달하기에 적어도 지금은 생명에 적합한 곳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결과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적어도 100억 개 이상, 최대 400억 개의 지구형 행성이 존재한다. 우리 은하와 유사한 은하들이 우주에 약 2조 개가 존재하고 있으니 우주 전체에는 무려 1022개가 넘는 지구형 행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에는 약 78억 명의 인구가 있다. 만약 100억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하는 사건이 있다면 현재 살고 있는 사람 중 거의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기적이라 부른다. 인간의 존재도 이런 기적일까? 만약 골디락스 존 행성에서 인간과 같은 고등 지능을 지닌 생명체가 등장할 확률이 100억 분의 1이라면, 지구의 관점에서 이는 100억 분의 1의 극히 희박한 확률이 실현된 것이다.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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