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유토피아란 신체적인 결함이 말끔하게 소거된 세상도, 그렇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을 격리해놓은 세상도 아닐지 모른다고. 오히려 장애와 더불어 차별을, 사랑과 더불어 배제를, 완벽함과 더불어 고통을 함께 붙잡고 고민하는 세상일지 모른다고.
가윤이 우주인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것은 작년 말이었다. 신체 개조 과정은 18개월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당초 계획은 다음 해 여름부터 시작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이 신체검진을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본부에서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겼다고 했다.
단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정적이 흘렀다. 은하의 눈가에 물기가 고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지민의 손끝을 잡았다.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게 원래 없었던 존재처럼 사라져서는 안 되는 거라고, 지민은 생각했다.
연결을 끊어도 데이터는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삶은 단절된 이후에도 여전히 삶일까.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