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 세트 - 전3권 - 196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이승재 옮김 / 더모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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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 1~3 사이즈에 놀라다. 그리고 깨알같은 작은 글씨에 또 한 번 놀라다. 그림은 거의 없어 또 놀라다(이건 아니구) 아무튼 읽기 어려울거 같다. 이건 완전 소장용이다. 무겁기도 하구. 신해철 ˝나에게 쓰는 편지˝ 고흐의 불꽃 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입은 분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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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가 왜소해 보이는 어마어마한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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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의 콩가루까지 몽땅 휩쓸고 난 오린은 뱃속과 기분이 가라앉았다. 오린은 마침 좋은 기회이니 오쓰타에게도 이것저것 좀 물어볼까 하고 생각했다.

"여자는 어려워요. 야무진 사람은 야무진 사람대로 주위의 어려움을 내버려두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무엇이든지 받아들이는 바람에 스스로 자신을 고생시키지요. 그렇다고 멍청한 사람이 행복한가 하면 또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 여자에게는 그 멍청한 머리에 남자가 파고들어 제대로 고생을 가져다준다고요."

"오쓰타라는 아주머니만은 늘 기운이 넘치는군."

"내 눈에는 저것도 야무진 여자의 말로―라고 하면 실례지만―뭐, 야무진 사람의 일종으로 보여. 게다가 오미쓰, 저 사람은 스스로 고생을 부르기도 하지만 즐겁게 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이곳에 우리가 있어서 장사가 잘되지 않으니까 마음에 병이 생겼을 테지. 그것을 당사자인 내가 나서서 치료해 봐야 나을 리가 없잖니. 너는 생각이 얕은 아이로구나!"

"어린아이란 가끔 엄청난 것을 꿰뚫어 보는구나……. 이 아이에게는 대체 어떤 신의 가호가 함께하는 것일까."

"분명히 나는…… 언니에게 꽤 심한 짓을 했고…… 언니는 그것 때문에 수명이 줄어서…… 하지만 벌써 삼십 년이나 지난 일이야.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건 아니란다. 내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남자 때문에 고생을 산더미처럼 해 온 여자라는 뜻이야. 너희 오사키 아줌마는 지금도 저렇게 요염하고 예쁜 사람이니 젊을 때는 대단했겠지."

활놀이터요금을 받고 활을 쏘게 하던 오락 시설. 활 주워 오는 여자를 두고 은밀하게 매춘을 시켰다

요미우리
세간의 사건 등을 담은 인쇄물. 또는 그 내용을 재미있게 읽어 주며 팔러 다니던 사람

오사키테
에도 성에서 쇼군이 외출할 때 경호를 맡거나 방화, 도적 등을 막기 위해 에도 시내를 순찰하는 일을 하던 관직

"사람이란 어째서 이렇게 더러운 걸까. 어째서 좀 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그걸 알면 고생도 안 하겠지."

겐노스케가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내가 꼭 새똥 같잖아. 뚝 떨어뜨려 놓고 그걸로 끝이라니."

"젊은 혈기 때문에 하녀에게 손을 대서 아기를 갖게 하고 말았습니다, 곤란해져서 버렸습니다, 라니. 새도 먹이를 먹는 가지에는 똥을 싸지 않아. 당신은 새보다 못해."

"한심한 사내 같으니." 오미쓰가 윤기를 띠고 검게 빛나는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흐트러뜨리면서 말했다. "질투와 시기는 여자의 습성이라고들 하지만 실은 남자의 질투만큼 무서운 것은 없구나."

"부처 따윈 없어. 어디에도 없어. 나는 확인했다.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그 피를 이 몸에 뒤집어씀으로써 확인했어. 사람을 베고, 사람을 찌르고, 목을 조르고, 불태우고, 뼈를 부숴 버리면서도 나는 늘 묻고 있었지. 큰 소리로 묻고 있었어. 부처님은 계십니까. 계신다면 당장이라도 제 눈앞에 나타나서 제게 어울리는 벌을 주십시오. 하지만 부처는 나타나지 않았어. 불러도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살생을 계속하고, 계속 부르다가 결국 목소리가 갈라지고 만 거다!"

"오우메." 그가 말했다. "너는 부처를 만났니? 우물 밑에서 네 탄식을 듣고 부처님이 모습을 나타내더냐?"

"너는 버려진 아이인 주제에 계속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잖아. 어째서 너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소중히 여겨지고, 나는 아버지에게 살해되어서 우물에 있어야 했지?"

아아, 그 말이 맞다.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어째서 어린 나이에 죽는 아이가 있는 것일까. 어째서 살인이 있는 것일까. 어째서 그것을 부처님은 용서하시는 것일까.

"숙부님은…… 정말로 제가 알고 있던 숙부님 그대로군요."

"음. 귀찮은 존재였던 나를 따라 준 사람은 너뿐이었어. 그러니 네가, 내가 죽기 전에 조금은 이 세상에서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은 나쁘지 않지."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도깨비와도 비슷한 얼굴은 분명히 제 얼굴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알았지요. 이것이 내 말로라고. 이대로 후네야에서 내 욕심만 챙기려고 하면 나는 틀림없이 이렇게 될 거라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안개가 걷힌 것처럼 퍼뜩 깨달았어요. 그러고 나니 이제는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풀리고 말았습니다."

"마고베에가 죽어서 가쓰지로는 다시 외톨이일세. 그래서 말인데" 하고 턱을 긁적이더니, "나와 아내에게는 자식이 없네. 그러니 그 아이를 양자로 맞아 나가사카 가의 뒤를 잇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싶은데."

"아아, 진짜 답답해 죽겠네."

오린은 큰 소리로 말하고 나서 퍼뜩 생각했다. 그렇다, 이렇게 하면 된다.

"메롱, 이다!"

"젊을 때 저지른 악한 짓이 마음의 빈틈이 되어서, 고간지 절 주지의 혼이 파고들게 되었을 테지.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돌아오거든. 가쓰지로에게도 그것을 잘 전해 주렴."

"오린, 네가 너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귀신의 모습을 모조리 보게 된 까닭은 한번 삼도천 강가에 왔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 마고베에를 만났기 때문에 고간지 절과 관련된 귀신이 모두 네게는 보였던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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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강가까지 손잡고 안내해 달라고는 하지 않을 게다. 누가 삼도천 강가까지 데려다 주지 않으면 미아가 돼서 현세로 되돌아오는 것도 아닐 테니까.

오쓰타는 떡 벌어진 어깨를 과장스럽게 들썩이며 한숨을 쉬었다.

부모란 아무리 현명한 존재라 해도 부모의 입장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어둠을 짊어지고 있다. 짊어지지 않는다면 부모가 아니다.

기운이 넘치는 양가의 모습은 천하를 두고 싸운 세키가하라 전투 전날 밤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용맹스러웠다고 한다.

경막 鯨幕
장례식에 쓰는 포장막. 흰 천과 검은 천을 한 장씩 번갈아 이어 붙이고, 위아래 가장자리에 검은 천을 둘러서 만든다

얼굴 모양은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아니, 나타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얼굴에 비치는 것이 반드시 전부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나카소바
메밀껍질의 일부를 갈아 넣은 색깔이 거무스름한 메밀국수

어설프게 실력이 좋은 탓에 착실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며 살아가게 되었을 게다. 그 착실하지 못하게 살아가던 길 어디에선가 착실하지 못한 동료의 손에 죽임을 당한 게 아닐까?

이 녀석이 부른 오우메는 내가 아는, 메롱을 하는 오우메다.

이상하다. 어째서 어른 여자들은 옛날에 소녀였던 시절의 자신들과 똑같은 날카로운 귀와 눈을 지금의 소녀들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까.

히네가쓰‘히네루’는 ‘비뚤어지다, 꼬이다’라는 뜻의 동사

어른은 아무리 몸을 망쳐도, 도박을 하거나 나쁜 곳에서 놀거나 도둑질 따위를 해도, 일만 한다면 정말로 나쁜 데까지 떨어지지는 않는 법이래요. 반대로 말하면 정말로 나쁜 길로 빠지는 사람은 모두 게으름뱅이라는 거예요.

오린은 게걸스럽게 밥을 먹었다. 먹다 보니 기운이 돌아왔다. 인간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밥만 먹을 수 있으면 괜찮다, 아직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시치베에의 입버릇이 정말이었다고 실감했다.

어째서 귀신이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어째서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귀신은 보이고, 어떤 귀신은 보이지 않을까.

뭔가가 번쩍 하고 머릿속을 스쳤다. 어쩌면―누구에게는 보이고 누구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그 귀신의 ‘열쇠’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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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린은 천장을 향해 메롱을 했다.

"메롱, 이다."

소리 내어 말하자 아주 조금 속이 후련해졌다. 옆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가 "응?" 하고 대답하며 불쑥 일어났다.

강아지 인형이 있었다면, 밤의 밑바닥이 가장 깊어지는 축삼시오전 두 시부터 두 시 반에 꽤나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으리라.

자고 있는 다이치로의 발치에 앉아 있는 회색 옷을 입은 마른 안마사를.

자고 있는 다에의 머리맡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로질러 지나가는 날씬한 여자의 그림자를.

자고 있는 오린 위에 덮어씌우듯이 뚫어져라 잠든 얼굴을 바라보는 작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저 아이는 동글이를 수로에 밀어 떨어뜨릴 생각이다. 위험하다, 위험하다―아아,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눈앞이 새하얘진다.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들은 대로 천천히 숨을 쉬려고 했지만 개가 헐떡이며 혀를 내놓을 때처럼 헉헉대고 만다.

기나가시
하오리나 하카마를 입지 않고 기모노만 입은 남성의 약식 복장

개는 몹시 기쁜 듯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펄쩍펄쩍 뛴다.

손님들은 더 이상 아무도 미카와야라고 부르지 않고 통 모양의 자루에 잡곡을 팔아 주는 가게―쓰쓰야 일본어로 ‘쓰쓰’는 ‘통’이라는 뜻라고 부르게 되었다.

선대 주인의 고희를 축하하는 오늘 연회의 가장 중요한 요리는 그러한 쓰쓰야의 유래를 그대로 본따 만든 통 모양의 조림이었다.

쓰쿠네
어육을 다지고 달걀과 녹말을 섞어 경단처럼 둥글게 빚어서 기름에 튀긴 요리

꼭꼭 씹어서 먹으렴, 씹으면 씹을수록 거북처럼 오래 살게 된다는 시치베에의 입버릇을 떠올리면서 부지런히 씹었지만, 자신이 밥을 씹는 소리가 들리자 처량해져서 점점 후루룩 먹게 되고 말았다.

뭐, 귀신이 된 이상은 세상살이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니 당연한지도 모르겠다만.

우리는 모두 이 근처에서 죽었어. 게다가 이곳은 옛날에는 묘지였고.

"이것 참, 여자아이는 어렵군" 하고 절실하게 말했다. "눈물은 무엇보다도 강한 무기란 말이야, 응."

"겐 공도 오늘 밤에는 더 이상 나올 수 없어. 우리가 현세에 나오려면 나름대로 힘을 써야 하거든. 너희가 강에 뛰어들어 헤엄칠 때 같은 거지. 아무리 수영을 잘해도 살아 있는 인간이 하루종일 헤엄칠 수는 없지? 그거랑 마찬가지란다."

이야기가 처음 한 바퀴를 돌았을 때는 그날 일어난 신기한 일이 팔 할 정도 전해졌고 두 바퀴째에는 거기에 꼬리와 지느러미가 붙고, 세 바퀴째에는 그 꼬리가 전혀 다른 물고기의 꼬리가 되어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할 수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역으로 이용하란 말이다."

후네야가 유령 소동으로 고민하는 동안에만 그러라는 거야. 말하자면 억척스러워지라는 소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방향으로 이용해 주마 하는 근성이 없으면, 요릿집 같은 사치스런 장사는 해 나갈 수가 없어.

"왠지 엉성한데……."

"그게 좋아. 애초에 엉성한 이야기니까."

"어떻게 하면 삼도천을 잘 건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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