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근 인간 특유의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면서 미야코 앞에 앉은 것은 나이 오십 전후의, 얼굴도 몸도 울퉁불퉁하고 딱딱한, 마치 요전에 돌아가신 조부와 비슷한 체구의 남자였다. 필경 이 부근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리라. 복장까지 조부와 닮아 있다.
시골사람은 대개 의리가 두텁지만, 바보 취급당하는 것보다는 겉치레 말 한 마디 쪽에 끌리는 게 인정상 당연하다.
게다가 전쟁이 끝난 후에는 어디를 가도 그렇게 의리만 따지고 있을 수 없는 풍조가 넘쳐흐르고 있었고, 엉덩이가 무거운 의사보다도 바지런히 움직여주는 의사 쪽이 고마운 건 무리가 아니다.
마소거간꾼의 마구간 선점이든 의사의 환자쟁탈전이든 시골마을이란 신천지에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 나는 그때 적잖은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들었다.
"그게 말입죠, 구노 선생의 아라이 선생에 대한 증오란 건 엔간한 정도가 아닙니다요. 어두운 곳에선 도무지 듣고 있기가 힘든 말을 했다니까요. 그래, 저도 생각했던 건데요, 이카와 할아버님에게 독을 먹인 건 구노 선생이 아닐까 하고……."
팔묘촌……. 그것은 마치 양념절구의 맨 밑바닥에 자리한 듯한 모습이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산들은 2리(약 8백 미터) 남짓, 각 방향으로 꽤 위쪽까지 경작되어 있었는데 기슭부터 양념절구 바닥에 걸쳐서 논도 볼 수 있었다. 그 논들은 문자 그대로 고양이 이마만큼 작은 면적이었는데 이상한 점은 어떤 논이건 주위에 울짱을 치고 있었다.
소를 쳐서 먹고사는 이 마을 전체가 하나의 목장인 것이란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소는 마을길에 이르는 곳에서 멋대로 자고 있다. 그리고 그 소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논 주위에 울타리를 둘러친 거라고 한다.
"오지 마라, 오지 마라, 돌아가라, 돌아가거라. 여덟무덤신께서 노하실 것이야. 네 놈이 오면 마을은 다시금 피로 더럽혀질 터. 여덟무덤신께서 여덟 명의 제물을 구하실 터. 이놈, 이노옴, 오지 말라는데……. 네놈은 네놈의 아비가 왜 죽었는지 알고 있느냐. 그것이 첫 번째 제물이었단 말이다. 그리고 둘, 셋, 넷, 다섯……. 이제 곧 여덟 사람이 죽을 것이야. 이놈, 이놈, 이노옴……."
어슴푸레한 황혼녘의 넓은 방에서 두 마리 원숭이 같은 노파가 소리 높여 웃었을 때, 나는 사악 등골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그 만큼 두 사람의 웃음소리에는 지금까지의 온화한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악함과 음험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마침내 이 산속의, 오래된 전설과 생생한 참극의 기억이 떠나지 않는 집에 머물게 되었던 것이다.
우선 가장 먼저 조부인 우시마츠와 형인 히사야의 죽음을 타살로 치고(그것은 이미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었으나), 그것과 내가 마을에 돌아온 것 사이에 뭔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즉 내가 마을로 돌아왔기 때문에, 혹은 돌아올 것 같으니까 그런 일이 생긴 것일까. 혹시 내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니, 발견되었다고 해도 마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끝나지는 않았을까.
다지미 가는 약한 사람, 한 사람 몫을 못하는 사람의 집합체니까 한 사람 몫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위압감을 느끼는 거예요. 하물며 신타로 씨 같은 똑똑한 사람을 만나면 두려워지는 거지요. 즉 고모할머님이나 오빠가 신타로 씨를 미워하는 것은 모두 열등한 사람이 우월한 사람에 대해 갖는 비틀린 마음에서 오는 겁니다.
인간이 긴장과 흥분에 버티는 힘에는 자연히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초월하면 긴장의 실은 툭 끊어지고 흥분의 주머니는 한껏 부풀어터진다. 이런 상태를 쓸개 빠진 상태라고 한다. 나는 그날 밤 쓸개 빠진 상태였다.
나는 그처럼 무서운 아버지를 갖고 있다. 아버지의 체내에 흐르는 저 흉악한 피는 내 체내에도 흐르고 있고 그것은 형태를 바꿔 불처럼 시뻘겋게 타오르는 대신 창백하게 가라앉아 그것이 독살광의 본성을 빚어낸 건 아닐까.
아무도 내편이 되어 다정한 말을 건네주는 이는 없다. ……고독의 상념이 뼈저리고 안타깝게 가슴에 넘쳐흘렀을 때 갑자기 내 상념을 꿰뚫어본 것처럼,
남자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요령이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제게는 왠지 저 사람이 무섭게 생각되어서 견딜 수 없습니다. 눈으로 들어와 코로 빠져나가는25) 영리함이 제게는 뭣보다 두려운 거예요. 이런 말을 하면 시골사람들이 질투하는 걸로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또 그렇게 생각되어도 할 수 없지만 무서운 건 역시 무섭다고 하는 수밖에 없어요. 사실 사토무라 신타로 씨 같은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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