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정말이지! 대체 이건 어찌된 영문인가. 스님이고 촌장님이고 코안 씨고, 그럼 옥문도에는 범죄의 천재가 모여 있단 말인가."

나는 어제 이상한 꿈을 꾸었어. 츠키요와 유키에와 하나코를 죽이는 꿈이라네. 그게 또 뭐라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살인이었지. ……카에몬 님은 그렇게 말하고 무서운 미소를 떠올렸어.

칠전팔도(七顚八倒):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섬. 즉 어려운 일을 많이 겪음.

내 결의의 굳건함을 처음으로 두 사람은 알게 된 것이야. 그 두 사람으로서는 죽은 카에몬 님의 한보다 살아 있는 내 지벌이 두려웠지. 이 내가 결행하자, ……두 사람도 마침내 결심했다네.

섬도 혁명이라면 일본도 혁명, 선주라 하여 옛날의 달콤한 꿈을 꿀 수는 없어요. 하지만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저는 머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 섬에도 귀환으로 차차 젊은이들이 돌아올 겁니다. 그 중에서 좋은 신랑감을 찾아내서, 이룰 수 없다 해도 기토 본가를 지키고 키워가겠어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조부님의 혼은 이 집의 용마루를 떠날 수 없을 겁니다. 섬에서 태어난 자는 섬에서 죽는다. 그것이 정해진 도리인 겁니다. 하지만…… 감사합니다. 이제 이걸로 더는 만나 뵐 수 없겠군요.

"아하하, 우카이 씨. 댁도 드디어 해고당했구먼. 알고 보면 기토 분가의 부인도 계산적이야."

그렇다, 그걸로 된 거다. 여기는 타지방 사람이 오래 살만한 곳이 아니야

거룻배가 조용히 출발했을 때, 안개비를 뚫고 천천히 종소리가 흘러왔다. 료타쿠 군이 작별인사로 종을 쳐주는 것이리라. 무서운 추억이 있는 저 종을…….

코스케는 거룻배 안에서 가만히 일어서고는,
"나무석가……."
하고 안개비에 덮인 옥문도를 향해 합장했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코고로(明智小五郞)와 짝을 이루는 일본의 명탐정이다.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이름의 유래는 아아이누 어(語) 연구가로 이름이 높은 문학자 긴다이치 코스케(金田一京助)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1946년 작, 《혼징 살인사건》이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혼징(귀족이나 공인들이 묵는 공인된 여관) 가문에서 일어난 불가해한 살인사건을 멋들어지게 파헤치는데 당시 나이는 불과 24세였다.

보통 추리소설에서 섬은 공간에 폐쇄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이용된다.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놀라운 성공 후에 후배 작가들은 앞 다퉈 섬을 이용했다. 하지만 《옥문도》에서 섬은 공간의 폐쇄성이 아닌 시간의 폐쇄성, 즉 전통적 인습이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곳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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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토 치마타가 죽었다는 사실은 전류처럼 옥문도를 꿰뚫고 지금 그곳에 일종의 공황상태를 일으키고 있다. 모두 묘하게 불안한, 침착하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숙련된 어부들이 수평선 저편에 뜬 검은 구름 안에서 폭풍우의 냄새를 맡았을 때처럼,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의 그림자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타세아미(打網網): 배의 선수와 선미에서 긴 막대를 내밀고 그 끝에 망 끝에서 나온 줄을 달아 인력, 풍력, 조력으로 배를 끌며 고기를 낚는 것.

선주는 배를 갖고 있다. 그물을 갖고 있다. 어업권을 갖고 있다. 그 대신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획량의 전부를 고스란히 받는다. 어부는 일당 얼마를 받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그렇군. 마치 도시의 자본가 대 노동자와 같은 관계로군."

거기에 어부란 배 밑 널빤지 한 장 아래는 지옥이란 생각을 늘 하고 있으므로 아무래도 먼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다. 마시다, 치다, 사다19)의 삼박자, 그러다가 가불도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어촌의 선주 대 어부의 관계는 농촌의 지주 대 소작농 이상으로 강한 봉건적인 굴레로 결합되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그 대신 선주 쪽도 어지간히 빈틈없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죠. 여하튼 상대는 농민과 달라서 거친 어부거든요. 돌보지 않으면 안 되지만 응석을 받아주는 것도 금물입니다. 결국 위엄을 보여야 하는데, 위엄으로 말하자면 작년에 돌아가신 기토 가의 어르신, 카에몬(嘉右衛門) 씨가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지요."

마시다, 치다, 사다(飮む·打つ·買う): 일본남자들의 3도락(三道樂)을 일컫는 말. 술을 ‘마시’고, 화투를 ‘치’듯 도박을 하고, 여자를 ‘산’다는 것. 즉 음주, 도박, 매춘을 가리킨다.

다이코(太閤): 간바쿠(關白)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준 사람을 가리키는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말을 듣고 코스케는 처음으로 짚이는 데가 있었다. 기토 가의 다다미방에 앉아 있을 때, 그는 한 번 심상치 않은 외침을 들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야수의 포효와도 비슷한, 거칠고 미친 듯한 외침으로 꽤나 간담이 서늘해졌던 것이다.

코스케는 엄청난 아가씨들이라고 느꼈다. 고르고의 세 자매라고 생각했다. 고르고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다. 원래는 아름다운 처녀였지만 미네르바와 아름다움을 겨뤘던 탓에 자매 세 사람의 머리가 죄다 뱀이 되고 독수리 날개와 놋쇠 발톱을 지닌 괴물로 변하였다. 기토 가의 세 자매에게는 어딘가 그런 기분 나쁜 요사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시오츠쿠리란 말하자면 바닷물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살피는 역할로, 군대로 따지면 연대장 같은 것이라고 이발소 주인인 기요오미는 설명했다.

이에야스 공(家康公):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가리키는 말로 여기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비견되는 옥문도의 다이코, 카에몬의 ‘적수’라는 의미.

요도기미(淀君):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측실. 본처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하던 히데요시가 예순이 넘은 나이에 요도기미로부터 아들을 보는데 바로 후계자가 되는 히데요리였다. 히데요시가 죽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아들과 함께 할복할 것을 명받는다. 여기서는 ‘늘그막의 애첩’이란 뜻.

이즈미 쿄카(泉鏡花): 에도 시대 극작가들의 영향을 받아 서민의 생활을 다룬 세와모노(世話物)와 환상적인 작풍을 구사한 메이지 시대의 작가. 필명은 ‘거울에 비치는 꽃이나 물에 비치는 달처럼 눈에 보이지만 손에 쥘 수는 없는 것’, 혹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을 가리키는 ‘경화수월(鏡花水月)’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를 어린 시절 잃은 그는 일평생 미를 추구하며 아름다운 여자를 성스러운 대상으로 그린 걸로 유명하다.

히로시게26)가 칠한 쪽빛물감을 녹인 듯한 세토 내해는 조수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군데군데, 뱀 껍질 같은 무늬를 만들고 있었고, 그 사이로 시아쿠 제도의 섬들이 바둑돌처럼 늘어서 있다.

섬에는 주재소30)가 하나밖에 없다. 순경은 한명이다. 그것도 그 순경은 육상과 해상의 양쪽 경찰을 담당하며 모터보트를 한 대 갖고 있다. 어구(漁區)의 감시, 어기(漁期)의 주의, 어부의 감찰조사 등, 섬의 순경은 육상보다도 오히려 해상 쪽 일이 많은 것이다. 옥문도의 순경은 시미즈(淸水) 씨라고 하는데, 마흔 대여섯 정도로 늘 다박수염을 기르고 있는 호인이다. 코스케와는 이미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덴구(天狗):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깊은 산에 살며 신통력이 있다는, 얼굴이 붉고 코가 높은 상상의 괴물.

주재소(駐在所): 경찰서의 하부조직으로 순경이 주재하며 담당구역 내 경비나 사무를 처리하는 곳.

"긴다이치 씨. 저는 말이죠, 지금 묘한 예감이 들어요. 이런 얘기를 하면 웃을 지도 모르지만 예감이라는 거죠. 뭔가 곧 일어나진 않을까, 이 옥문도에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예를 들면 저 우카이란 남자 말인데요. 댁은 지금, 그 녀석을 미소년이라고 말씀하셨죠. 역시 아름다운 사람임에는 틀림없지만 소년이라는 건 좀 그렇군요. 저래 뵈도 스물 셋인가 넷인가 하는 놈이니까요. 물론 이 섬사람은 아닙니다. 다지마(但馬)란 지방에서 왔답니다. 아버지는 소학교 교장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거짓말인지 진짠지는 모르죠. 어쨌든 다지마란 지방 사람이 어째서 이런 섬에 왔냐면 전쟁 때문이에요. 전쟁이 그 남자를 여기까지 데려온 겁니다."

가모가와(加茂川)의 물과 야마호시(山法師)와 주사위의 눈: 헤이안 시대에 원정(院政)을 펼친 시라카와 상황(白川上皇)이 한 말, ‘가모가와의 물과 야마호시(히에이산의 승병)와 주사위의 눈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에서 인용한 것.

아무튼 이런 외딴 섬에서는 옛날부터 항상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해적의 내습이다. 그러므로 어떤 섬에 가도 만일의 경우에 즉시 집결할 수 있도록 부락은 조촐하게 한군데에 등을 맞대고 모이는 것이다. 옥문도도 그에 벗어나지 않는다.

기소 님하고 / 등댄 채 몸을 돌린 / 서늘함일까(木曾殿と背中あわせの寒さかな): 유겐(又玄)의 하이쿠. 기소 님(木曾殿)이란 기소 요시나카(木曾義仲), 즉 헤이안 말기의 무장이었던 미야모토노 요시나카(源義仲)를 가리키는 것. 하이쿠 시인 마츠오 바쇼는 요시나카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런 그가 죽은 다음 생전의 소원대로 요시나카 옆에 묘를 나란히 하고 묻히게 된 것을 표현한 시구임.

불허훈주입산문: 절의 정문에 냄새가 강한 야채나 술을 들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운판(雲板): 선종에서 재당이나 부엌 앞에 달아두고 공양시간을 알리던 도구. 지금은 끼니때 사용하기보다는 일반적으로 범종·목어·법고와 더불어 아침·저녁 예불을 드릴 때 중생교화를 상징하는 의식 용구로, 또는 허공에 날아다니는 짐승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치고 있다.

선당: 참선하는 집.

조동종(曹洞宗): 일본 선종의 하나로 임제종·황벽종과 함께 선종 3파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조동종은 도겐(道元, 1200-1253)이 개창하였으며, 에이사이의 임제선이 갖는 타협성과 불순성에 대한 반발로 참선만을 위주로 할 것을 주장하였다.

삼봉행(三奉行, 산부교): 에도 막부의 세 봉행(무가 시대의 직명). 삼봉행(산부교)란, 사원과 신사를 담당하는 지샤부교(寺社奉行), 각 대도시의 행정과 사법을 관장하는 마치부교(町奉行), 지방관을 통제하는 간조부교(勘定奉行)를 가리키는 말이다.

"스님은 괜찮습니다. 스님은 선주 이상입니다. 선주가 몇이든 어떤 다툼이 있든 섬의 신앙을 좌지우지하는 스님은 선주 위에 군림하고 있어요. 촌장이나 코안 씨의 목이 붙어 있는 것도 스님의 신용을 얻고 있기 때문이죠. 스님은 섬에서는 전지전능이에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앞으로 기헤에 씨나 시오 씨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제대로 뭘 할 수 없을 겁니다."

ちがいじゃが仕方がない
키치가이쟈가시카타가나이.
‘미치광이지만 도리가 없군.’

거북 등딱지보다 나이 값: 사람의 오랜 경험과 지혜는 가치가 있다는 뜻.

하이쿠(俳句): 5·7·5조 17음의 단시. 계절을 상징하는 키고(季語)와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어느 한 단락에서 끊어줌으로써 강한 영탄이나 여운을 줄 때 사용하는 키레지(切字)가 필수조건이다. 일본은 중세부터 조렌카(長連歌)라는 장시(長詩)가 있었는데, 15세기 말부터 정통 렌카(連歌)와 서민생활을 주제로 한 하이카이렌카(俳諧連歌)로 갈리었고, 에도 시대에 와서는 마츠오 바쇼(松尾芭蕉) 같은 명인이 나와 크게 유행하였다. 바쇼는 렌카의 제1구, 즉 홋쿠를 중요시하였으며, 에도 중기 이후에 홋쿠의 비중은 더 커졌다. 메이지 시대 시인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는 렌카의 문예적 가치를 부정하고 그 홋쿠만을 독립시켜 하이쿠(俳句)라 명명하였는데 이것이 정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글의 원문에는 3장 제목이 홋쿠 병풍으로 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홋쿠와 하이쿠는 위에 설명한 맥락에서 흡사한 의미를 지니므로 하이쿠 병풍이라고 번역했다.

하이카이(俳諧): 하이쿠, 렌쿠 등의 해학적인 시문을 통칭하는 말.

소쇼(宗匠)두건과 짓토쿠(十德): 소쇼 두건은 정수리가 평평한 원통형 두건으로 연가를 읊거나 다도를 가르치던 스승, 즉 소쇼(宗匠)들이 즐겨 썼다. 짓토쿠는 학자, 의사, 화가 등이 입던 낙낙한 옛 의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렌쿠(連句): 렌카(連歌)란 일본 고전시가의 한 양식으로 두 사람이 단가의 윗구와 아랫구를 번갈아 읊는 걸 말한다. 렌쿠란 하이카이렌카(俳諧連歌)를 가리키는 말로, 제1구인 홋쿠가 독립되어 하이쿠가 된 메이지 시대이래, 하이쿠 혹은 보통 렌카와 구분하기 위하여 쓰인 명칭이다. 5·7·5의 장구(長句)와 7·7의 단구(短句)를 일정규칙에 따라 교차시켜 읊는다.

"뭐야, 바쇼(芭蕉)57)인가."

지하에 묻힌 바쇼 옹에게는 죄스러운 일이지만, 그 때 코스케의 말투는 몹시 불손했다.

잔인하도다 투구 아래서 우는 귀뚜라미여

한집 옆방에 유녀도 잠든 모습 싸리 꽃과 달

바쇼(芭蕉): 하이쿠 시인 마츠오 바쇼(松尾芭蕉)를 말함. 주된 기행문·일기로 《노자라시기행(野紀行)》 《오이노고부미》 《사라시나기행(更科紀行)》 《오쿠노호소미치(奧の細道)》 《사가일기(嵯峨日記)》 등이 있다. 바쇼의 문학은 여정(餘情)을 중시한 중세적인 상징미를 근세적인 서민성 속에 살린 것으로, 하이쿠의 예술성을 높인 공적이 매우 크다. 그는 스스로 오키나, 즉 옹(翁)이라 칭하여 경험을 쌓아 완숙해졌음을 드러냈다고 한다.

"아뇨. 도망치는 건 그만두겠습니다. 도망쳐봐야 소용없지요. 하늘 그물이 성기다 해도 빠져나갈 수는 없다63)지 않습니까. 아하하하."

하늘그물이 성기다 해도 빠져나갈 수는 없다(天網かいかい疎にして漏らさず): 악인은 반드시 천벌을 받는다는 뜻

"전 모릅니다. 왜 그런 무서운 의심이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지 저도 모르겠어요. 만사가 이 화딱지 나는 옥문도 탓입니다. 저, 긴다이치 씨. 언젠가도 말했던 것처럼 이 섬 주민들은 모두 상식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기묘한 구석을 갖고 있어요. 조개껍질처럼 견고한 갑옷 안에 본토 사람 따위는 생각도 못할 괴상한 생각을 품고 있는 거예요. 거기다 저 전쟁이 있었지요. 모두 크든 작든 미쳐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미쳤는지 모르겠군요. 그게 아니라면 이런 무서운 생각이 제 머릿속에 자리 잡았을 리 없지 않습니까."

‘밤이 새도록 태풍을 들었구나 뒤쪽 산에서’

한 치 벌레에도 다섯 푼의 혼이 있는 법: 아무리 작고 약한 자라도 그만한 의지는 있어 업신여기지 못한다는 뜻. 한국 속담으로 표현하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정말이지 그 때 사나에의 태도나 행동거지에서는 전사한 일족을 맞이하는 사무라이의 기개가 엿보였다. 바야흐로 그녀는 가냘픈 손으로 몰락하는 고성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하고 약장수 똘마니처럼 일동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고는 다시 주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뭘 생각했는지 무턱대고 머리를 긁기 시작했다.

이른바 밑 빠진 독이란 것이다. 마시지 않으면 마시지 않는 걸로 그치지만, 한번 술맛을 알게 되면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또 한 잔, 또 한 잔, 이제 반잔 그런 식으로 거듭되고 마침내 다시 한 병이 되고 반병이 되어, 끝내는 완전히 인사불성으로 잠들어버린다. 거기까지 가지 않으면 마셨다는 자각조차 없는 코안 씨인 것이었다.

망아지가 날뛰면 꽃이 진다.
고양이가 춤추면 방울이 울린다.

그들이 아까부터 듣고 있던 방울소리는 고양이가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산을 수색하러간 일행이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한집 옆방에 유녀도 잠든 모습 싸리 꽃과 달

바다는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가을이 살짝 깊어진 세토 내해는 푸른 옥구슬을 풀어 흘려보낸 것처럼 아름답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스님이 그 때 중얼거리신 말은, 정말은 ‘미치광이지만 도리가 없군’, ‘정신이 어긋나 있지만 도리가 없군’이 아니었던 겁니다. ‘키가치갓테이루가시카타가나이(季がちがっているが仕方がない). ‘키’가 어긋나 있으나 도리가 없군, 이라는 거였죠. 그걸 저는 멋대로 ‘키치가이(ちがい)’라고 요약해서, 그것을 광인(狂人)이라고 해석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때 스님이 말씀하신 ‘키’는 정신을 말하는 ‘키()’가 아니라 계절(季節, きせつ, 키세츠)의 ‘키’였던 겁니다. 즉 그 때 스님은 ‘季(키)’, 즉 ‘계절이 어긋나 있으나 도리가 없군’이라고 탄식하셨던 거지요. 그럼 왜 그런 탄식을 하셨냐 하면 스님이 하나코의 피와 살로 비유한 시구, ‘휘파람새의 몸을 거꾸로 하여 첫 울음일까’란 시구는 명백히 봄의 시구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을이거든요. 그래서 스님은 ‘계절이 어긋나 있으나(이것도 돌아가신 카에몬 씨의 뜻이라면) 도리가 없군’이라고 탄식하셨던 겁니다. 결국 스님이 어긋나 있다고 한탄하신 ‘키’란 것은 사실은 하이쿠의 계어(季語)92)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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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문도
에도 시대 삼백 년 동안 죄인들이 거주했던 이 섬에 긴다이치 코스케가 건너온 건 귀환선 안에서 죽은 전우 기토 치마다의 유언때문이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 누이동생들이 살해당할 거야…………….
긴다이치 군. 나 대신・・・・・・ 나 대신에 옥문도에 가 주게.
세토 내해에 위치한 작은 섬에서 선주로 군림하는 기토 가를 방문한긴다이치는 아름답지만 어딘가 심상치 않은 세 자매를 만난다.
낯설고 불쾌한 섬의 분위기, 긴다이치 코스케는 서서히 퍼져가는살인의 조짐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윽고 전우의 유언처럼, 악몽과 같은 살인사건이 하나씩 일어난다.

<옥문도>는 출간 이후, 40여 년 넘게 일본 역대 추리소설 1위를 지켜 온 작품으로,
수수께끼 위주의 추리소설을 뜻하는 본격(格) 미스터리의 걸작으로 추앙받는다.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본의 국민 탐정이며, 만화 속 소년 탐정 김전일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빗추카사오카(備中笠岡)로부터 남쪽으로 7리1), 세토 내해의 대략 중간 지점에 있는 그곳은 정확히 오카야마(岡山)현과 히로시마현과 가가와(香川)현, 세 개의 현의 경계에 걸쳐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둘레가 2리 정도 되는 작은 섬이 있어 그 이름을 옥문도라고 한다.

옥문도(獄門島) 혹은 고쿠몬토.

"제가 있던 섬은 인구 천 명 정도였지만, 그게 이중삼중, 심하게는 오중육중으로 혈연을 맺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섬 전체가 하나의 대가족 같은 건데 그런 곳에 타지 출신 순경이 들어올 경우에 뭘 할 수 있겠어요. 뭔가 사건이 일어나면 섬 전체가 일치단결해서 대응하니까 타 지역 순경도 손 쓸 도리가 없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난 분쟁, 예를 들면 물건이 없어졌다든가 돈을 도둑맞았다는 신고가 있어봤자 타지 순경이 조사해서 겨우 범인을 지목할 때는 이미 저쪽에선 제대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어, 아니, 그것은 도둑맞은 게 아니라 장롱 안에 넣어 놓고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고 하는 상황이니, 태평하다면 태평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또 경우에 따라선 이 만큼 성가신 일이 없어요."

그것도, 아아, 그것도 너무나 무서운 사건이었다. 정체 모를 악몽과 같은 살인, 요사스런 기운과 간사한 지혜로 가득 찬 계획된 일련의 살인사건, 참으로 그야말로 옥문도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왠지 섬뜩한, 그리고 또한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만큼 오싹한 사건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다른 청년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전쟁에 끌려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기간을 공백 상태로 보냈던 것이다.

옥문도란 코스케 씨, 그곳은 불쾌한 섬이야. 무서운 섬일세. 코스케 씨, 자네는 거기에 무얼 하러 가는 건가.

여러분이 혹시 이런 섬에 들어왔다면 승려의 세력이란 게 얼마나 강대한 것인지 알고 틀림없이 놀라지 않을 수 없으리라. 배 밑 널빤지 한 장 아래는 지옥12)인 어부들에게 있어 신앙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그 신앙을 지배하는 승려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섬에서는 촌장조차 절의 주지에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소학교 교장과 같은 경우에는 자주 주지의 호오(好惡)에 의해 임면되는 것이었다.

12) 배 밑 널빤지 한 장 아래는 지옥(板子一枚下は地獄): 뱃사람에게 위험이 많음을 가리키는 속담.

그 남자는 철 테 안경을 쓰고 미꾸라지수염과 염소수염이 깔끔치 못하게 구부러져 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것처럼 보이는 소매 없는 외투 안에는 가문(家紋)을 넣은 하오리(羽織)13)와 하카마를 입은 듯했다.

"죽고 싶지 않아. 나는……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 누이동생들이 살해당할 거야……. 하지만…… 하지만……, 난 이제 글렀네. 긴다이치 군, 나 대신에…… 나 대신에 옥문도에 가 주게.……언젠가 건네준 초대장……, 긴다이치 군, 나는 지금까지 입 다물고 있었지만 훨씬 전부터 자네가 누군지 알고 있었네……. 혼징 살인사건…… 나는 신문에서 읽었다네……. 옥문도…… 가 주게, 나 대신에…… 세 누이동생…… 오오, 사촌이, …… 내 사촌이……."

(쓴) 여뀌를 먹는 벌레도 제 좋아 먹는다: 사람의 기호는 제각각이란 뜻. 우리 속담으로 치자면 ‘오이를 거꾸로 먹어도 제멋’ 혹은 ‘갓 쓰고 박치기해도 제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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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버지를 죽인 쌍둥이 두 사람이 또 그 아들을 죽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품는 것은 누님으로서는 무리가 아닐지도 모르고, 게다가 저런 고령에 이른 노파란 사람들은 어딘가 인간을 초탈한 데가 있어서 생각하는 법도 상식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누님은 그걸 겁내고 있는 것이다.

그 시체는 시랍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백과사전의 설명에 의하면 시체가 물기가 많은 곳에 매장된 경우, 시체의 지방이 분해되어 지방산을 만들고 그 지방산이 물속의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결합하면 물에 불용해성 지방산 칼슘 및 지방 마그네슘, 즉 비누로 변한다는 것이다. 즉 시체는 비누가 되어버려 오랫동안 원형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그것을 시랍이라고 한다고 한다. 물론 아무나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 타고나길 지방이 많은 사람이어야 하고, 또한 매장한 장소가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풍부한 수분이 많은 곳이 아니면 안 된다.

그것은 세로로 5촌(15센티미터), 가로로 3촌(9센티미터) 정도의 네 모서리를 깎은 타원형의 금속으로 손에 쥐자 묵직하게 중량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 면에는 나뭇결 같은 흔적이 있고, 한 면은 까칠까칠한 접쇠무늬28)였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한동안 그것을 손바닥에 놓은 채 응시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쏴 하고 등골을 뚫고 지나가는 전율을 느꼈다.

아아, 이것은 황금 판자, 즉 금화가 아닌가.

아아, 나는 이제 와서야 어머니의 자비로움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왜 그 지도를 내 복주머니에 넣어두셨는지, 그리고 또 왜 그 지도를 그처럼 소중히 하라는 말씀을 남겼는지, 나는 이제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한 지방에 남아 있는 전설이라든가 구전 같은 것을 바보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처음으로 알았던 것이다.

언젠가 나는 들은 기억이 있다. 정량정질(定量定質)의 금화를 최초로 주조했던 사람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로, 그 전에는 그저 금괴를 망치로 두들겨 펴서 낙인도 찍지 않고 묵화도 없이 필요하면 저울에 달아 조각내어 썼다고 한다. 내가 아까 본 황금은 그런 판금(板金)의 일종은 아닐까. 아마코 가문이 멸망한 에이로쿠 9년은 오다 노부나가가 천하의 패권을 주장하기 전의 일이고, 이 무렵 천하는 군웅이 할거해 금은에 대해서도 분란이 일었던 시대로, 각지에 여러 가지 판금이 있었다고 한다.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근심이 이어져 끊임없음을 비유한 말로 오랫동안 쌓인 수심 때문에 덧없이 늙어 백발이 3천장이나 길어졌다는 뜻. 이백(李白)의 ‘추포가(秋浦歌)’에 나오는 글귀임.

부처님의 보물 산에 들어간 사람은 용의 턱의 무서움을 알리라

흑옥 같은 어둠보다 검은 백팔 개의 여우 굴에서 헤매지 마라

푸지 마라 도깨비불 연못의 귀청수30) 혹 몸을 태우는 갈증에 미칠지라도
30) 귀청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물을 가리킴.

그렇다고 해서 비밀을 털어놓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보물을 찾는 것은 한 사람으로 족하다. 비밀로 해야만 재미있는 것이다. 결국 그 날은 결국 말을 꺼낼 기회를 놓쳐버렸다.

마 잎이 흩날리는 길의 일리총(一里塚)31)

비구니가 앉아 있는 텐구의 코에서 쉬게 되면 메아리의 십자로에 귀 기울이라

육도(六道)32)의 도깨비와 부처의 갈림길이여 메아리의 십자로를 주의하라

31) 일리총(一里塚): 이치리즈카. 강호시대 전국 가도에 1리마다 흙을 쌓아올리고 소나무나 삼나무 따위를 심어 이정표로 삼았던 것.

32) 육도(六道): 일체 중생이 선악의 업에 의해 필연적으로 이르는 여섯 가지의 미계(迷界).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

‘도깨비불 연못’에 떠있던 코우메 할머님의 시체를 절벽 위로 끌어올리자 바로 두 사람의 형사가 밖으로 끌어냈고 한 사람은 외지 출신의 의사 아라이 선생을, 한 사람은 초롱이니 휴대용 램프 등 여러 가지 조명 도구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도깨비불 연못’은 천지개벽 이래 가장 많은 조명을 받고 그 빛 아래에서 검시나 현장조사 등이 행해졌던 것이다.

나는 망연해졌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두려움에 내 가슴은 요동치고 머리는 착란상태에 빠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는 겨우 알아차렸다. 사진의 주인공은 나를 빼닮았다. 본인인 나 자신이 잘못 봤을 정도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었던 것이다. 눈가, 입언저리, 뺨이 부푼 정도. 쏙 빼닮았지만 어딘가 나와는 다른 구석이 있다. 게다가 이 사진은 낡았다. 이건 이 년이나 삼 년 전에 찍은 건 아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나는 사진을 뒤집어보았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글씨가 춤추듯 내 망막으로 날아들었던 것이다.

가메이 요이치(27세)
다이쇼 10년(1922년) 촬영

이렇게 나는 고뇌하고 번민하며 한밤중까지도 잠들 수가 없었는데, 세상에는 어떤 일이 행운이 될지 모르는 법이다. 그 덕분에 나는 무서운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마음을 어둡게 한 것은 아까 들은 미야코의 소문이었다. 어떤 이유로 미야코가 나를 의심하기 시작한 건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그 만큼 나를 믿고 나를 격려해주었던 미야코이기에, 그 예상치 못한 변심은 새삼스레 사람 마음의 미덥지 못함을 일깨워주었다.

여러분, 여러분은 앞뒤 분간이 되지 않는 어둠속에서 이야기상대도 없이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 아실런지. 사실 나는 어쩌면 그때 무서운 근심의 씨앗이 없었다면 정신이 이상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여러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결코 미친 것도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오늘밤 스와 변호사를 이 자리에 모신 것도 이 일에 대해 부탁하고 싶어서입니다. 묻혀 있던 재물을 발견했을 경우 그 소유권은 어떻게 되는지, 또 어떤 법적수속을 밟으면 되는지, 저는 조금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일 일체를 스와 씨에게 부탁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계속해서 여기서 발표하겠습니다만, 저는 노리코와 결혼했습니다. 저 동굴 속에서……. 자, 노리코, 여러분께 그 황금을 보여드려……."

노리코가 일어서서 도코노마 옆에 있는 벽장을 열고 거기서 엄청난 금화를 꺼냈을 때 어떤 환성과 박수의 폭풍이 일어났는지 그것은 새삼 설명할 것도 없다.

"이 마을에 새로운 사업을 일으켜 근대적인 기술을 몸에 익힌 인간이 모여들게 되면 마을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어느 정도 달라지겠지. 그것 밖에는 이 부아가 치미는, 미신을 믿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교정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아. 그런 의미로도 나는 이 사업을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타츠야 군, 나는 평생 결혼하지 않을 거네. 그것은 미야코에 대한 의리 같은 게 아니라, 나 같은 경험을 한 남자가 여성에 대해 회의적이 되고 겁쟁이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러니 너희들, 너와 노리코는 많이 아이를 낳아줘. 너희들 사이에 태어난 두 번째 남자아이를 나는 입양해 다지미 가의 상속인으로 하고 싶네. 그렇게 함으로써 불행했던 너의 어머니에게도 의리를 지키고 또 너를 이 집의 상속인으로 하려던 히사야 군의 뜻에도 부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타츠야 군, 이 일만은 지금 약속해주게."

나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 생명의 첫 숨결이 어머님의 태내에 싹튼 것은 저 동굴 속에서였음이 틀림없다고. 같은 일이 노리코의 태내에 일어난 것이다. 단 한 번의 경험으로. 되풀이되는 세포의 역사는 집요하다.

나는 강하게 노리코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곧 태어날 이 새 생명에게는 결코 자신이 맛본 것 같은 비참한 반생을 주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마지막으로 《팔묘촌》 속의 긴다이치 코스케에 대해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위대한 일본의 국민 탐정은 사실 가장 무능한 탐정이라는 오명도 동시에 갖고 있는데, 후세의 연구자들로부터 제법 심한 말도 많이 들었다. ‘모두 죽지 않고서는 범인을 말하지 않는다’라든지 ‘사건을 떠나서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기 때문에 살인이 일어난다’라든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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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요령이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제게는 왠지 저 사람이 무섭게 생각되어서 견딜 수 없습니다. 눈으로 들어와 코로 빠져나가는25) 영리함이 제게는 뭣보다 두려운 거예요. 이런 말을 하면 시골사람들이 질투하는 걸로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또 그렇게 생각되어도 할 수 없지만 무서운 건 역시 무섭다고 하는 수밖에 없어요. 사실 사토무라 신타로 씨 같은 사람도…….

눈으로 들어와 코로 빠져나간다(眼から鼻へ拔ける): 나라시대, 대불전의 완성이 임박했을 즈음, 대불상의 한쪽 눈이 붙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직공 하나가 불상의 안쪽에서 눈을 붙이고 나서 콧구멍으로 빠져나온 것을, 아래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 ‘영리하고 기지가 풍부하다’는 의미.

"그래요, 그렇다면 저도 기쁘지만……. 어쨌든 사람은 겉보기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하니 이제 앞으로는 서로 조심하기로 해요."

사람이란 다른 사람과 대면하고 있을 때는 좀처럼 속에 있는 것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지만 아무도 없다고 생각될 때, 평소 속에 감춰두고 있던 것이 무심코 얼굴에 나오는 법이다. 그때 신타로가 그러했다. 게다가 그런 신타로의 얼굴에서 내가 받은 느낌은 어떻게 구제할 길이 없을 만큼 어둡고 참혹하고 흉포한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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