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
_ 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벌』에 전 세계의 역사에서 한 시대 전체의 이미지를 담을 수 있었다.” _ 알베르 카뮈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오직 순수하게 영혼의 재료로만 빚어낸 작품들이다.”
_ 버지니아 울프
“도스토옙스키는 근대 작가 그 누구보다 위대하다.” _ 제임스 조이스

1. 작가를 말하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위대한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며, 사상가이다.
‘의식의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개성적인 스타일로 정치적 · 사회적으로 복잡화된 인간의 내면 심리를 탁월하게 그려 냈다.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소설에 등장할 법한 소설 속 주인공 같은 삶을 살았다.
20대 초반에 발표한 첫 장편 소설 『가난한 사람들』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많은 돈을 모두 탕진해 가난에 허덕였다.
도스토옙스키가 살았던 19세기 러시아는 어수선한 시대였다. 농노 제도를 기반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귀족과 가난으로 비참한 농민과 도시 빈민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지식인들로 혼란스럽게 분열되어 있었다.
특히 이 무렵, 유럽에서 들어온 혁명 사상은 러시아 지식인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퍼졌다. 도스토옙스키 역시 이런 사상의 흐름에 참여해 혁명가들과 교류한다. 이 때문에 시베리아로 추방당해 8년의 유형 생활을 했다.
도스토옙스키는 뇌전증을 앓았고, 불행한 사랑으로 끊임없이 괴로워했다.
도박 중독으로 빚에 허우적거리며 빚쟁이를 피해 글을 썼다.
그는 숱한 개인사의 불행을 딛고 위대한 작품들을 완성했다.
구질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들어서는 러시아의 시대적 모순을 투영한 많은 작품을 썼다.
특히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굵직한 작품들을 남기며, 20세기의 사상과 문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2. 작품을 말하다
『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가 8년 간의 유형 후 발표한 소설로, 도스토옙스키가 스스로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라 표현했을 정도로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숨은 심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환멸과 좌절을 겪으며 고뇌하는 ‘라스콜니코프’라는 새로운 인물 유형과 실험적인 소설 기법을 선보여 근대적 서사의 틀을 넘어선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선악의 경계를 넘어 존재하고 싶어하는 라스콜니코프와 그를 구원의 빛으로 이끄는 자기희생과 연민으로 가득한 소냐. 소냐의 사랑으로 라스콜니코프는 다시 태어난다. 살인자와 창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인간 존재가 겪는 고통과 수난, 그리고 괴로운 삶의 진실을 보여 준다.
『죄와 벌』은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범죄 소설, 살인을 전후로 범죄자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 소설, 살인의 배경이 된 사회악을 고발한 다는 점에서 사회 소설, 나폴레옹 사상을 비롯해 허무주의, 사회주의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철학 소설로 다양하게 읽힌다.
한 작품을 이렇게 다채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이 그만큼 다양한 인물과 주제와 기법을 아우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죄와 벌』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으로 독자를 끌어들이지 않는다.
첫 장부터 누가, 누구를, 왜, 언제, 어떻게 죽였는지 다 보여 준다. 독자들은 작품을 읽는 내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가 아니라 그가 ‘왜 그랬는지’ 라스콜니코프의 동기를 궁금해하고, 그의 심리 변화에 집중하며 작품 속 이야기를 따라간다.
『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가 작가로서 정점을 찍을 때 완성한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이스, 헤밍웨이, 고리키, 버지니아 울프, 토마스 만 등과 같은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준 작품이다.

3. 세계를 말하다
실제 사건
『죄와 벌』은 1865년 1월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참고했다. 게라심 치스토프라는 27세의 젊은이가 두 명의 여성을 도끼로 살해하고 돈과 귀중품을 훔친 사건이다.
또 소설이 발표되기 직전인 1866년 1월, 다닐로프라는 대학생이 고리대금업자를 죽이면서, 때마침 들어온 하녀도 함께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죄와 벌』은 참혹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냥 꾸며 낸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

선을 넘는 자들
러시아어로 ‘죄’는 ‘넘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명사라고 한다. ‘선을 넘는 것’이 바로 죄인 것이다. 라스콜니코프는 선을 넘은 사람이다. 그는 가족을 보호하거나 돈이 필요해서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고통받는다.
가족을 위해 몸을 판 소냐 역시 선을 넘은 사람이다. 그녀가 사는 시대의 도덕적 기준을 벗어난 점, 자신의 삶을 파멸시키는 선택을 했다는 시선에서 안타깝게도 그러하다.

죄와 벌 : 세계문학그림책 | 윤솜 (지은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원작), 정세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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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콜니코프는 광장으로 나섰다.
영혼 속에서 하나의 불꽃이 타오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불길이 되어 그를 휘감았다.
마음속에 있던 것이 모두 한꺼번에 잦아들더니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그는 광장 한복판에 무릎을 꿇고 땅바닥까지 몸을 숙여 절을 하고 더러운 땅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이급 징역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의 감옥에 수감되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소냐가 있었다.
그녀의 사랑과 그가 귀 기울이는 자기 내면의 소리 덕분에 어렴풋이 자신의 죄를 깨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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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의식과 심오한 마음에
고통은 늘 필연적인 거야.
내 생각에 진정 위대한 사람은
이 세상의 위대한 슬픔을 느껴야 해.

몹시 무더운 칠월 초 해 질 녘 무렵, 라스콜니코프는 세 들어 사는 골방에서 나와 망설이듯 천천히 K 다리 쪽으로 걸어갔다.
밀린 하숙비 때문에 주인아주머니와 마주칠까 두려워하는 자신에게 충격을 받아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게 사람 손에 달려 있는데, 겁먹은 탓에 모든 걸 그르친다.
과연 그 일을 해낼 것인가. 정말 그 일을 하려는 것인가!’

‘남에게 해만 끼치는 한 사람의 목숨으로 백 명의 생명을 맞바꿀 수 있다면?
한 번의 작은 죄를 수천 가지 선행으로 씻을 수는 없을까.’ 라스콜니코프는 비범한 사람은 선과 악의 경계를 뛰어넘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벌레에 지나지 않는가, 진정한 인간인가.
선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그러지 못하는가.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길을 나섰다.

라스콜니코프는 외투 안에 감춘 도끼를 꺼내 노파의 머리를 내리쳤다.
노파가 가는 비명을 지르며 푹 주저앉았다.
‘그저 벌레를 죽였을 뿐이다. 아무 쓸모도 없고 더럽고 해롭기만 한 벌레를.’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노파의 여동생 리자베타와 마주쳤다.
라스콜니코프는 겁에 질린 그녀에게도 도끼를 휘둘렀다.

그는 관짝 같은 방 안에서 열병에 시달리며 오랫동안 누워 있었다.

가족을 위해 몸을 팔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소냐의 품속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숨졌다.
라스콜니코프는 소냐의 가족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건넸다.

소냐는 그에게 그가 더럽힌 땅 위에 입을 맞춘 뒤, 온 세상을 향해 절을 하고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그의 죄를 고백하라고 말했다.
하느님께서 다시 생명을 보내 주실 거라고.
소냐는 말없이 성호를 긋고 라스콜니코프에게 삼나무 십자가를 걸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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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에게는 군자의 도가 네 가지 있었다. 몸소 행하면서 공손했고, 윗사람을 섬기면서 공경스러웠고, 백성을 양육하면서 은혜로웠고, 백성을 부리면서 의로웠다."

자산이야말로 군자인 신하가 갖춰야 하는 덕목을 모두 갖췄다는 칭송에 해당한다. 행기이공行己以恭, 사상이경事上以敬, 양민이혜養民以惠, 사민이의使民以義가 그것이다.

"정나라는 외교사령外交辭令을 만들 때 먼저 비심裨諶이 초안을 만들고, 유길游吉이 그 내용을 검토하고, 자우子羽가 이를 다듬고, 마지막으로 동리東里에 사는 자산이 윤색을 하여 완성시켰다."

"귀신은 조화의 자취이다. 공자가 ‘괴력난신’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귀신이 비록 바르지 않은 것은 아니나 사람들이 만물의 이치를 꿰지 않고는 그 뜻을 쉽사리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벼이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다."

하루는 자로가 귀신을 섬기는 방법을 묻자 공자가 힐난했다.

"사람을 제대로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능히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는가?"
자로도 물러서지 않았다.
"감히 죽음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
공자가 거듭 책망했다.
"삶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 수 있겠는가!"

주희가 점복을 맹신하며 괴력난신을 완전히 뒤집어 해석할 때 이미 그런 불길한 조짐이 드러났다. 성리학은 윤리・도덕은 물론 귀신과 관련한 괴력난신과 사후의 세계까지도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고는 이를 실학實學이라고 불렀다.

이는 내심 괴력난신을 꺼린 공자의 학문을 허학虛學으로 간주한 결과다. 주희가 실학 내지 이학 및 도학 등으로 칭한 성리학이야말로 동서고금의 사상사를 통틀어 허학의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비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 덕을 닦느니만 못하다."

하나는 맹자가 주장한 이른바 ‘천인합일설天人合一說’이다. 하늘의 이치를 뜻하는 천도가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을 뜻하는 윤리・도덕적인 인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순자가 얘기한 이른바 ‘천인상분설天人相分說’이다. 만물이 순환하며 운행하는 천도의 이치는 자연의 법칙이고, 세상의 흥망성쇠와 치란 등의 순환 이치는 인간 자신의 현우賢愚와 근만勤慢 등에 따른 것으로 천도와 인도는 서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천인합일설은 진리의 절대성을 전제로 한 도덕철학의 입장이고, 천인상분설은 진리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매우 과학적인 접근임을 알 수 있다.

관중을 비롯해 공자와 순자가 바로 이런 입장에 서 있었다. 인간의 이지理智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 결과다. 이들은 동서를 통틀어 인간학 내지 인문학의 효시에 해당한다.

중국이 아편전쟁을 계기로 반식민지의 길로 치닫고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도 천인상분설의 과학 정신을 이단시한 후과로 볼 수 있다.

묵자는 원래 유가를 공부하다가 도중에 독립해 묵가를 완성한 인물이다. 공자의 ‘인’에 ‘의’를 접목시킨 것은 그의 창견이다. ‘인의’가 『논어』에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있는 데 반해 『묵자』에 29번이나 나오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맹자는 불의한 군주는 일개 사내에 불가하므로 보위를 뒤엎고 주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사상 최초의 폭군방벌론이다. 묵자는 천지를 거스른 나라와 백성에게 천화가 떨어지는 근거로 의를 들먹였다. 겁나는 얘기다. 제후들이 볼 때 천화가 반드시 제후의 머리 위에만 떨어지는 게 아닌 만큼 일면 여유를 보일 여지가 있다.

우리 자제를 자산이 잘 가르쳐 줬네 我有子弟, 子産誨之
우리 농토를 자산이 크게 늘려 줬네 我有田疇, 子産殖之
자산이 죽으면 누가 그 뒤를 이을까 子産而死, 誰其嗣之

"누가 자산을 죽이면 기꺼이 도와주리라"며 원성을 퍼붓던 정나라 백성들은 3년 후 자신의 자식들을 잘 이끌고 재산을 크게 불려 준 자산에게 칭송을 아끼지 않으며 그의 사후를 염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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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맹자』 「진심 하」 편에서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고, 군주는 가볍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귀민경군貴民輕君’ 사상이다. 안영의 행보와 닮아 있다.

"어진 사람의 말은 그 이로움이 얼마나 광대한가. 안자의 한마디 말에 제경공이 형벌을 줄였다."

"오직 예禮만이 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예에 부합하면 사적으로 베푸는 은혜는 국가 단위에서 베푸는 은혜만 못합니다. 그리되면 백성들은 함부로 이주하지 않고, 농민은 땅을 떠나지 않고, 상공인은 하는 일을 고치지 않고, 선비는 도의를 벗어나지 않고, 관원은 직무를 태만히 하지 않고, 대부는 공가公家의 이익을 사적으로 취하지 않게 됩니다."

"자산에게는 군자의 도가 네 가지 있었다. 몸소 행하면서 공손했고, 윗사람을 섬기면서 공경스러웠고, 백성을 양육하면서 은혜로웠고, 백성을 부리면서 의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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