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일기 - 절망의 수용소에서 쓴 웃음과 희망의 일기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윤소영 옮김 / 막내집게 / 2010년 12월
품절


게다가 전쟁은 너무나 중대하고 복잡한 결과를 가져왔다. 전쟁이 끝난 지 5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사람들은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누가 잘못했고 누가 옳았는지를 놓고 싸움을 벌인다. 누가 동지였고 누가 적이었는지에 대해서도.-8쪽

사실 동지였다가 하루아침에 적이 되기도 하고, 적이었던 사람이 동지가 되기도 했다. 국가 간의 전쟁에 국내의 정치적 요소가 더해져 내란이 일어났고, 그로 말미암아 아버지와 아들, 아내와 남편, 동과 서, 남과 북이 서로 싸우게 되었따. 정직하고 엄격하게 역사를 서술하고 싶은 역사가는 이렇게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치광이의 세상에서는 제일 미친 사람이 승리한다."
왜냐하면 한쪽이 미쳐 있다면, 다른 쪽은 훨씬 더 미쳐 있기 때문이다. -9쪽

우리는 결코 짐승처럼 살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만의 이기주의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배고품, 더러움, 추위, 질병, 가족을 향한 처절한 그리움, 조국이 겪고 있는 불행으로 인한 우울한 고통에도 굴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와 미래가 있는 문명인임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12쪽

우리 모두는 하루아침에 벌거숭이가 되었다. 명성이나 사회적 지위, 좋은 방법으로든 나쁜 방법으로든 벌어들인 돈, 이런 것과는 무관하게 철조망 안으로 내던져졌다. 그저 자신의 내면에 감춰두었던 것들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진정한 부 또는 진정한 가난만이.
그리고 각자 내면에 가지고 있는 것, 줄 수 있는 것만을 내주었다. 그랬더니 모두가 가치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인정받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14쪽

다른 이들, 우리와 같은 모험을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16쪽

* 과레스키는 젊은 시절 이미 의무 복무를 마쳤지만,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을 비판하다가 1942년 12월 군대에 재소집되어 임신한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 알베르티노를 남겨놓고 전장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추축국(독일ㆍ이탈리아ㆍ일본)의 일원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탈리아는 패전을 거듭하다가 1943년 9월 연합군과 휴전 협정을 맺었고, 그러자 독일은 이탈리아 군인들에게 '독일과 새로운 유럽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는 선서문에 서명을 하게 했다. 이에 서명하지 않은 이탈리아 군인들은 체포되어 독일군의 포로수용소에 강제수용되었다.-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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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 아름답게 만들기/Hello, Ribbon>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Hello, Ribbon - 쉽고, 간단한 리본 공작실
김유림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조카 연서예요. 저의 둘도 없는 친구, 였어요.
지금은 초등학생이 되어서 얼마나 바쁜지, 저랑 친구했던걸 다 까먹은 모양이예요.
저도 먼 데로 이사오게 되서 연서랑 친구했던걸 많이 까먹었어요.

저는 몸 치장에 서툴러요.
실반지 하나만 끼고 있어도 반지에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지 몰라요.
반지나 목걸이 귀걸이를 사보기도 하고 선물받아보기도 했지만,
다 옛날 얘기예요. 
그걸 했을때 산만해지고 신경쓰이는걸 못견뎌요.
어딘가 처박아뒀다가 대부분 없어졌고,
지금은 아무도 저에게 그런걸 기대하지 않지요.

이런 제가 『헬로 리본』을 추천했어요.
글은 별로 없고 거의 사진으로 된 책이라 추르르 한번에 훑어볼 수도 있었는데
저는 참 꼼꼼히 자세히 찬찬히 책을 읽었어요. 아니죠. 읽었다는 말은 틀렸고,
뒤지는 수준으로 살펴봤어요. 

맞아요. 연서때문이예요.
연서는 리본이 참 잘 어울리는 아이예요.
유난히 그래요. 왜 그렇게 잘 어울릴까?
생각해봤어요. 

답은 금방 나왔어요.
자기가 리본을 아주 좋아해요.

뭐든 이쁘게, 공주님답게(^^연서한테 공주병이라고 놀리면 삐져요.
자기는 진짜 연서공준데 왜 공주병이라고 그러냐는 거죠. 하긴..)
공주님답게 꾸미는걸 당연하게 생각하구요.
말하자면 연서공주에게 리본은 생활 그 자체예요.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첫번째 겨울방학을 맞은 연서,
아마도 지금쯤 크리스마스를 무척 기대하고 있을거예요.

크리스마스를 연서공주랑 같이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함께 보낼 수 없다면 크리스마스 카드라도 보내야죠.

걱정 없어요.
저에겐 『HELLO, RIBBON』이 있으니까요.

이 책은 정말 쉬워요.
책에 나온 모든 리본을 다 만들 수가 있어요.
책만 읽어도 충분해요. 그건 정말 맘에 드는 점이예요.

각양각색으로 잡아놓은 리본 컨셉도 아주 맘에 들어요.
꼭 만들어봐야겠다고 찜해둔 리본만 열 손가락으로 모자라요.

백설공주, 프린세스, 옐로 트위스트, 해피투게더, 레드벨벳,
체리나무, 큐티하니, 피크닉, 비비드 플라워, 빨간 리본 아가씨,
바이올렛 구두, 빅 리본 백..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리본들이예요.

사진으로 봐도 이렇게 이쁜데,
직접 만들어 주면 얼마나 좋아할까요.

이번 크리스마스에 연서공주는 기뻐서 춤을 출거예요.
먼 데 사는 이모가 자기를 알아주는,
완전 이쁜 리본 카드와 가방을 선물을 우편으로 보내줄거니까요.
 
기분 좋은 연서 공주 표정,
만족한 연서 공주 표정 
보여드릴까요?

-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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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1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연서공주 아주 이쁘네요.. 귀여워라.
그런데 메리포핀스님, 리본 직접 만드실거예요?
만드시면.. 인증샷 꼭 이예요!

잘잘라 2010-12-17 10:09   좋아요 0 | URL
인증샷! 헐~ 급 밀려드는 책임감......
네, 지금 당장 재료 사러.. 고고씽!

순오기 2010-12-17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연서는 정말 공주 맞네요.
조지 모건스턴의 <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가 떠올랐어요.^^
헬로 리본에 나온 걸 다 만들 수 있다니 궁금하네요~

잘잘라 2010-12-17 10:11   좋아요 0 | URL
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 ㅋㅋㅋ
정말 그런 제목 책이 있어요?
당장 찾아봐야지~~~

감은빛 2010-12-1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본이 참 잘 어울리는 예쁜 공주님이군요!
너무 귀여워요!^^

잘잘라 2010-12-18 14:16   좋아요 0 | URL
동생에게 얘기해줘야겠어요. 이모인 제가 들어도 이렇게 기분 좋은데 엄마 입장에서 자기 딸 칭찬처럼 기분 좋은 얘기도 없을 것 같아서요^^
 
역시 만만찮은 내공
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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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몰랐어요. 출판사도 그닥 유명하지 않아요. 처음 보는 표지라 신간 서적인줄 알았어요. 심지어,  만화책이라는 것도 책을 받고 알았어요. (저는 밑그림같은 만화, 단순하지 않고 이렇게 수채화 밑그림 같은, '만화'라는 느낌보다 '스케치'같은 이런 만화책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책엔 그런 만화 취향이 문제가 안될 정도로 저를 확- 끌어당기는 한 방이 있어요.) 

이웃(herenow) 서재에 놀러갔다가 표지를 본겁니다. 딱 세 쪽을 밑줄긋기 해놓으셨더라구요. 단 한마디 코멘트도 없었죠. 정말 딱 세 쪽 밑줄. 그거 보고 완전 꽂혔어요. "세상에나, 이렇게 내 마음을 콕 찝어 그릴 수 있는 말이 있었구나! 아아아, 통쾌해." 그랬어요. 정말이지 10년 묵은 체증이 훅- 내려가는 시원함을 느꼈어요.  


궁금하시죠. 대체 뭘 보고 이러는지?

직접 한 번 가서 보세요. 자 여기, 링크 걸어둘께요.
http://blog.aladin.co.kr/herenow/4305612
 

다녀오셨나요?특히 두 번째 밑줄이요, 

   
 

난 말야, 타인에게 죽여 달라고 하고는 죽이는 법에 불평하는 그런 인생 보내기가 싫어졌어. 여길 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코모리 사람들...그리고 부모님도 존경할 수 있게 됐어. 내용이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오셨구나 라고. (127쪽)

 
   

눈물이 나요. '부모님도 존경할 수 있게 됐어. 내용이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오셨구나' 이 부분을 읽고 눈물이 나요.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거예요. 나도 내 아버지, 내 어머니를 보면서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그런 삶. 껍데기만 있는 그런 삶이 아니고, 누추한 면도 있고 거칠기도 하지만, 그래도 손수 가꾼 건강한 삶, 책임지는 삶'이라서 다행이다 그랬어요. 근데 그게 다였어요. 그게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헤아리지 못했고, 그래서 당연히 부모님께 존경한다는 표현은 하지 못했어요.  
 
우리 부모님은 시골에서 나서 시골에서 자랐지만, 결혼하고 얼마 후 도시로 나왔어요. 자녀를 넷 낳아 키우면서 도시에서 도시로 떠돌아 다니셨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시에 정착했다'기 보다는 '도시를 떠돌았다'고 표현하는 게 낫겠어요. 아버지는 2002년도에 하늘로 '귀천'하셨고, 어머니는 결혼 안한 딸자식, 아들자식이 합동으로 귀농(귀촌)하자고 아무리 꼬셔도 쯪쯪~ 딱한 표정만 지으세요. '니들이 농사가 뭔지나 알아? 니들이 시골 살아봤어?' 이런 말을 하시는듯해요.   
 
저는 시골에 놀러간 적은 많지만, 시골에 살아본 적은 없어요. 그래두 저 말, 내용이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어떤 의미인지는 느낄 수 있어요. 그건 시골에서 산다고 다 알 수 있는 건 아닐거예요. 물론 시골에서 살면 기회가 훨씬 많기야하겠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까 훨씬 쉽게, 자연스럽게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거구요. 그렇다고 도시에 살면 그게 안된다는 법도 없는 거예요.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면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우리 부모님은 도시에서 살았지만 결코 껍데기만 두른 삶을 살지 않으셨어요. 도시에 살면서도 충분히 '내용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내셨어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을 존경해요. 한 분은 하늘나라로 가셨고, 한 분은 병원을 집처럼 들락거려야하는 자신을 못마땅해하시지만, 그래도 누구를 등쳐본 적 없고, 누구를 배신한 적 없고,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면서 맨손으로 삶을 일궈내신 두 분을, 존경합니다.   
 
우리들은 참 많은 걸 타인에게 맡기며 살아요. 누가 열배 백배로 늘려주겠다고 하면 내 돈두 맡기구요, 때로는 '어쩔수 없잖아' 그러면서 내 아이도 맡기고 내 부모도 맡기죠. 소위 '시설'이라고 하는 데다 말예요. 그뿐인가요? 세탁도 맡기죠, 집안 일도 맡기죠, 요즘엔 김장도 맡기잖아요? 하긴 육아도 남의 손에 맡기는 판에 집안 일쯤 대순가요? 부모 공양도 시설에 맡기는 판에 김장쯤이야 뭐, 돈만 주면 다 맡아서 해주는데 뭐하러 손수하겠어요? 

스트레스는 술에 맡기구, 운전은 대리기사한테,  택배는 경비실에, 골치아픈 일은 심부름센터, 짝짓기는 듀오, 청혼-돌잔치-회갑잔치 그런건 이벤트 회사에 맡기구, 장례식은 보람상조에 맡기면 되잖아요?   
 
우리 부모님은 달랐어요. 애들을 남에게 맡겨 본 적 없구아! 학교는 보내셨습니다만, 집안 일은 더구나 하나부터 열까지 남에게 맡겨 본 적 없어요. 외식? 그런건 참 바보같은 일이라하셨죠. "아니, 뭘 믿고 사먹냐, 엉? 미원 설탕 얼마나 퍼 부을텐데! 그릇이나 제대루 닦겠냐? 백날 사먹어봐야 사먹는 건 살로 안간다. 집에서 먹어야 살이되구 피가되지! 그러니까 얼른 먹어 치워! 배불러두 먹어 치워!" 다 옳은 말씀이긴한데 맨날 그렇게 먹어치우다가 우리 엄마 당뇨 걸리셨다는.. ㅜㅜ

돈이요? 돈은.. 은행에 보관하신 적은 있어두 남한테 부풀려달라고 맡기신 적은.. 없다고 하려는데 딱 하나, 둘, 셋.. 걸리는 사건이 있네요. 음.. 그러고보니 울 엄마도 디게 당하긴 하셨군요. ㅋㅋ 도시 생활 부작용이라고 해둘까요? 아니 그야.. 시골이라고 사기꾼이 없을까, 그건 아무래도 자기 욕심이겠죠. 아무튼, 한 번 된통 당하신 뒤론 다시는 남의 손에 돈 맡기는 일이 없으시니깐... 그래두 이 부분은 썩 깔끔하진 않네요.   
 
말장난같은 진심을 쓰노라니 한도 끝도 없네요. 아무튼 결론은 이겁니다.
"내 인생 내가 닦자!"
내가 할 일 남의 손에 맡기면 껍데기 생기기 시작합니다. 껍데기와 알맹이, 안과 밖이 분리된단 말입니다. 껍데기가 뒤덮으면 알맹이는 갇혀버립니다. 숨을 못쉬어요. 죽습니다. "내 인생 내가 닦자,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 인생 내 책임!" 그럼 최소한 안과 밖, 완전 분리는 막을 수 있습니다. 내 할 일 남한테 미루지 않고, 내가 한 일 결과가 안좋아도 남한테 책임 떠넘기지 않고, 그것만 해도 '내용있는 말 할 수 있는, 그런 삶' 됩니다.  

'지은이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리틀 포레스트 1』에서 하고싶은 얘기는 바로 이런 얘기가 아니었을까?' 하고, 리뷰로 각색해봤습니다. 얼마나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실은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말하고싶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비로서 '부모님을 존경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되었는데, 저 말고 누구에게 대신 제가 부모님을 존경한단 말을 전해달라고 맡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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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1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 이야기를 읽으며 핑 눈물이 돌다가...

포핀스님의 "내 인생 내가 닦자" 라는 부분을 읽고 빙긋 웃게 됩니다.
보통 이런 표현 잘 쓰지 않지 않나요? ㅎㅎ. 그런데... 누군가에 맡길 수 없는 일을
스스로 해내야 하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저를 문득 바라보게 되네요.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셔요.

그리고 건강 회복 축하드려요.

잘잘라 2010-12-14 14:07   좋아요 0 | URL
건축현장에서 일하다보니 안전 구호에 익숙해서.. 「안전 제일」,「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건 좀 구식이구, 「안전은 행복 안전은 사랑」,「내가 쓴 안전모 우리 가족 행복 우산」.. 요즘은 이런식이지요.

2010-12-17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7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 멋대로 써라 - 글쓰기.읽기.혁명
데릭 젠슨 지음, 김정훈 옮김 / 삼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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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 전수는 15분이면 되지만, 배운대로 연습하는 데 15년이 걸린다는,, 아,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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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 네버랜드 클래식 14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 지음, 메리 쉐퍼드 그림, 우순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8월
구판절판


물론 벚나무 길 17번지에는 유모 케이티 아주머니도 함께 살았지만, 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이야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벚나무 길 17번지를 떠났기 때무이다.
뱅크스 부인이 말했다.
"당신한테 미리 얘기도 안 했죠? 나한테도 아무 말 없었어요. 유모가 그렇게 덜컥 나가 버렸으니 이제 어떡하죠?"
뱅크스 씨가 구두를 신으며 대답했다.
"광고를 내요, 여보. 나가려면 로버트슨 녀석이나 훌쩍 나가 버릴 것이지. 이번에도 구두를 한 짝만 닦고 한 짝은 손도 안 댔다니까. 내 꼴이 얼마나 우스울까."
뱅크스 부인이 말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당신 케이티 아줌마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했어요."
뱅크스 씨가 대꾸했다.
"케이티 아줌마를 어떻게 하다니? 벌써 나가고 없는 사람이잖아. 흐음, 내가 당신이라면, 아니, 나라면 말야, 아침 신문에 낼 광고를 써 줄 사람을 찾아보겠어. '뱅크스 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제인, 마이클, 존, 바브라한테 지금 당장 유모가 필요하다. 돈은 되도록 적게 받고 일은 아주 잘 하는 유모여야 한다.' 라는 광고를 써 줄 사람을 말야. -10-11쪽

그러고 나서 유모들이 대문 앞에 줄을 설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런 다음 유모들한테 짜증을 팍팍 내는 거야. 유모들 때문에 교통이 마비되어 경찰이 올 거고, 그럼 내가 경찰한테 수고가 많다면서 1실링을 쥐여 줘야 할 테니까. 여보, 난 이제 가 봐야겠어. 으흐흐, 날씨가 북극처럼 춥군.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고 있나?"

(크하하. 돈은 되도록 적게 받고 일은 아주 잘 하는 유모여야 한다!! 광고 한번 죽이네.)-11쪽

"한 가지 방법밖에 없겠구나. 우리 모두 아주 심각하고 슬픈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럼 내려갈 수 있을 거다. 자, 하나, 둘, 셋! 슬픈 생각만 해야 된다, 슬픈 생각만!"
다들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마이클은 언젠가는 꼭 가야할 학교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학교 생각을 해도 웃음이 피식 나왔다.
제인은 '이제 열네 살만 더 먹으면 어른이 될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슬프기는커녕 즐겁고 우습기만 했다. 커서 긴 치마를 입고 핸드백을 메고 다닐 생각을 하니, 얼굴에 절로 웃음이 번졌다.
위그 씨는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가엾은 에밀리 고모님이 생각나. 버스에 치여 돌아가셨지. 아, 슬프다, 너무 슬퍼, 정말 끔찍하게 슬퍼. 가엾은 에밀리 고모님. 하지만 고모님의 우산은 멀쩡하더군. 정말 우습지, 그치?"-48-49쪽

"안 되겠어, 그만둘래. 꼬마 친구들도 슬픈 생각을 하는 데는 나만큼이나 소질이 없군. 메리, 어떻게 좀 해 줘. 우린 차를 마시고 싶어."

(나도 그러고 싶다. 슬픈 생각하는데는 영 소질이 없고 싶다고!)-49쪽

"우린 곧 갈 거야. 세계 여행을 하다가 잠깐 들렀을 뿐이야."
팬더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고서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나랑 여기 있어도 되는데, 세상을 떠돌아다니겠단 말예요? 아냐, 아냐. 마음대로 하세요, 메리. 당신은 늘 당신이 원하는 대로 했으니까요. 아무리 한심하고 터무니없느 ㄴ일이라도 말이죠. 죽순을 몇 개 뽑아 가지고 가세요.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끼니를 때울 수 있을 거예요."

(시크한 팬더.. 죽순까지 챙겨주다니.)-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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