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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 최후의 바다
박은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1월
평점 :
전장에 나아가 물러섬이 없고, 병사들을 독려하여 강군으로 키워낸 것... 혹여 이것만으로 성웅 이순신의 장점을 꼽는다 하면 어쩌면 노량은 이순신과 조선 수군이 치룬 마지막 전투이자, 이순신 스스로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로 밖에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적어도 이 소설은 보다 입체적인 인물인 이순신을 표현 할 뿐만이 아니라, '어째서 이순신 답지 않는 전투를 고집하였는가?' 에 대한 그 나름의 해석을 담아 독자들에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이순신답지 않다는 것은 결코 나쁜 표현이 아니다. 도리어 이순신장군은 스스로가 정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략과 전술적 환경의 유리함을 선점하였으며, 비록 왕의 명령이라 하여도 결코 전장을 바라보는 '냉철함'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러나 노량해전이 일어나기까지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호전적이라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전쟁의 의지를 잃고 떠나기를 소망하는 일본군, 심지어 조선 조정 뿐만이 아니라, 명나라 수군에 이르기까지 '끝났다' 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순신 장군은 철저한 공격과 섬멸을 주장한다.
어쩌면 이는 그간 보여주었던 냉철함을 잃은 한 위인이 보여주는 마지막 고집으로도 보여질 수 있다. 그렇기에 소설에 드러나는 조선의 왕과 신하, 명나라 장수, 심지어 이순신 장군을 마주한 가상의 인물에 이르기까지... 그 다양한 가치관을 통해 마주한 인물 '이순신'은 분명 전쟁의 와중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전승 장군이지만, 이제 전장의 기운이 줄어드는 와중에서는 그 전승과 상승의 업적이 도리어 두렵거나 경계해야 마땅한 것, 또는 어느 영역에 있어 방해가 될 수 있는 성가신 것으로서 비추어지는 일면도 드러난다.
그러나 역시 이순신 스스로의 입장에서는 '노량'또한 스스로의 필요성이 아닌, 조선이라는 나라와 백성들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전쟁이였다. 물론 이제 그만싸워도 된다는 선택지가 존재하는 가운데, 지금껏 함께 싸워온 부하들을 다시끔 전장으로 내몬다는 것, 더욱이 이제 일본군이 단단히 준비하여 이동하는 퇴각로... 즉 전자의 주도권을 상당부분 일본군에 내어준 상태로 전투를 수행하는 것 자체도 분명 과거의 이순신 장군이였다면 다시끔 심사숙고 했을 것이다.
이에 역사 속에서 이순신 장군이 선택한 길은 '적의 재침공 의지와 그 실행력을 제거하는' 최후의 전쟁을 실행하는 것이였다. 그야말로 이순신 장군은 단순한 적의와 증오 또는 순간 전쟁의 공을 다투려는 인물이 아닌, 진정 끝끝내 냉철하게 전쟁과 그 이후까지를 바라 본 '성웅' 그 자체였다는 것을 다시끔 이 소설을 통해 바라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