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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스 ㅣ 탐 청소년 문학 10
우르술라 포츠난스키 지음, 김진아 옮김 / 탐 / 2013년 8월
평점 :
요즘 10대들은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정작 풍족해야 하는 정신적인 행복은 빈곤하다는 것이다. 가끔 10대들을 버스에서 마주칠 때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들릴 때)가 있다. 한창 사춘기라 이성이나 학교생활, 친구관계, 진로 등등의 문제에 고민할 것 같지만 그들의 대화의 대부분이 '게임'이야기였다. 친구들과 팀을 나누어서 게임을 하고, 어떤 전략을 쓰고, 어떻게 하면 엄마 몰래 게임을 오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화 내용들.
아이들의 마음 속엔 이젠 더 이상 사춘기에 대한 고민이 없다. 오직 게임이 그들의 사춘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찾기 고민은 게임 속 캐릭터 이름을 외우는 것이 더 나을 정도로 가치가 없어진 것 같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어른이 되었을 때 그들 마음 속엔 무엇이 있을까?
더 이상 게임에 흥미없는 어른이 되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어른이 되어도 계속 게임을 하며 아이처럼 지내는 무책임한 어른들이 되진 않을까?
이런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비단 우리나라 아이들뿐 만이 아니다.
'닉 덕모어' 역시 '에레보스'라는 게임에 빠진 소년이다. 평범했던 한 소년 닉에게 친구들은 따돌리듯, 수군거리며 뭔가를 주는 것을 본다.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몇번을 목격해도 친구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만 한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에게 드디어 '그것'을 받게 된다. 아무에게도 알려서는 안된다는 당부와 함께. '그것'은 바로 게임 CD였다.
집으로 와 당장에 게임을 시작한 닉. 새로운 게임인 '에레보스'는 자신의 분신같은 캐릭터를 만들어 에레보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하지만 호기심에 시작했던 게임에 닉은 금방 빠져들고 게임을 방해하는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이상하게 게임을 하게 되면 다른 생각없이 게임에만 빠져들어 다른 종족에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다른 게임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가끔 게임이 꺼지는 일이 자꾸 일어난다.
그러자 한창 열을 올리며 하던 게임이 중단되자 닉은 초조하고 당황하게 되면서 게임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중독 아닌 중독 현상을 보인다. 닉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게임에 빠져든 것이다.
게임이 재밌고 빠져들수록 게임의 가상 공간과 현실 공간의 벽이 무너지고 현실인지 게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상황에까지 놓이게 된다. 닉은 혼란스럽고 게임과 현실의 세계에서 어쩔줄 몰라하지만 현실에서 주어진 가상의 세계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가상 세계에서 쫒겨나게 된다.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황은 닉에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버려 어쩔 수 없이 수행하게 된다.
가상 현실이 진짜 현실이 되어가는 게임의 세계....닉은 이 게임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에레보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그 줄거리와 인물들과 현대의 RPG(Role-Playing Game ;게임 이용자가 해당 게임에 등장하는 한 인물이 되어 그 인물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유형의 게임)을 혼합한 소설이다. 게임에 빠지지 않은 아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소설 형식으로 꾸며져 있어 읽기에 편하고 흥미로웠다. 이 소설이 게임에 빠진 아이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조금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