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키 기린] 어머니/독설가 https://cine21.com/news/view/?mag_id=81300


주말에 ott로 고 키키 키린 주연작 '앙'을 보았다. 전에 설렁설렁 봐서 내용이 상세히 기억나지 않아 다시 봤다. 많이 달지 않은 맛있는 단팥이 먹고 싶어진다. 아래 글의 출처는 '키키 키린의 말'(고레에다 히로카즈)이다.

By RuinDig/Yuki Uchida 유달리 팥소를 잔뜩 넣은 도라야키 사진을 발견했다.


cf . 영화 '앙'의 소녀는 키키의 실제 외손녀로서 고레에다 감독의 '기적'에 출연했다.






번역을 마치고 <앙: 단팥 인생 이야기>를 봤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화면에 키키 키린이 등장한 순간 압도되고 말았다. 그간 고레에다 영화에서 익히 봐온 ‘드세지만 귀여운 면이 있는 어머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거리의 부산함에 위축된 왜소한 노인. 그 노인은 벚나무길 근처의 어느 도라야키 가게를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서,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가게 앞으로 가 굽은 손을 팔랑이며 점장을 불렀다. 사연이 있어 오랜만에 외출한 인물, 천진한 면이 있지만 심지는 단단한 인물이라는 것이 그 짧은 몇 장면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 이제는 이 연기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구나. 애도의 마음은 뒤늦게 찾아와 한동안 계속되었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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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의 '경희'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Yoksel 🌿 Zok


오늘 4월28일은 나혜석(1896년 생)이 태어난 날이다.






경희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두 다리로 껑충 뛰었다.

경희의 정신은 황홀하다. 경희의 키는 별안간 이 늘어지듯이 부쩍 늘어진 것 같다. 그리고 눈은 모든 얼굴을 가리우는 것 같다. 그대로 푹 엎드리어 합장으로 기도를 올린다.

보십시오! 내 눈과 내 귀는 이렇게 활동하지 않습니까?

내게 있는 힘을 다하여 일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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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과 빌헬름 켐프가 치는 헨델의 미뉴에트를 들으며 살림지식총서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로부터 옮긴다. cf. 릿터 44호 발표작인 성해나의 '잉태기'(소설집 '혼모노' 수록) 에 빌헬름 켐프가 연주한 헨델의 미뉴에트를 음반으로 듣는 장면이 있다. 





그의 피아니즘을 단지 몇 단어로 압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항상 확신에 차 있었으며 그의 연주가 독일 음악의 전통 위에 우뚝 서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의 연주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거기에만 얽매이진 않았다. 언젠가 시벨리우스를 위해 함머 클라비어를 연주해주고, 켐프는 시벨리우스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는데 아마도 이는 켐프를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리라.

"당신은 피아니스트처럼 연주하지 않는군요. 마치 인간 그 자체처럼 연주해 주었습니다." - 엄숙한 독일 정신의 계승자, 빌헬름 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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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기억이다' 중 작년 4월에 읽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비엔나)에 관한 글로부터 옮긴다. 도시의 발전과정이 흥미진진했다.

1848년 10월 빈


오스트리아에서의 1848년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3XX11200061






유럽 대륙에 불어닥친 1848년 혁명의 바람은 제국 도시 빈의 행정구역 개편에 그야말로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1848년 유럽혁명은 실패로 끝났고, 빈의 10월도 피의 학살로 얼룩지고 말았다. 그해 겨울 즉위한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에 의해 1년 뒤 한층 더 강력한 신절대주의 시대가 개막됐다.

그런데 전통과 반혁명의 상징 인물로, 황제 자리에 오른 요제프는 놀랍게도 1848년 혁명 때 제출된 도시 개혁 프로그램의 일부를 받아들였다. 그것이 바로 빈의 도시법Gemeindeverfassung이다.

이 도시법령은 빈 도시 발전에 있어서 실로 획기적인 전환점을 제공해 준 법령이었다. - 새로운 도시 문화의 상징, 빈 링슈트라세(최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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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 문학교수 350명이 뽑은'(한국현대소설학회) 중 '고요한 사건'(백수린)에 관한 글로부터 옮긴다.

Mild process, 1928 - Wassily Kandinsky - WikiArt.org


악스트 7호에 발표된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2016)'은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7)과 소설집 '여름의 빌라'(2020), '함께 걷는 소설'(2023)에 실렸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서는 소설 제목이다. ‘고요한 사건’은 백수린이 주석으로 밝혀놓은 것처럼 바실리 칸딘스키의 회화에서 차용한 것이다.

사건이 고요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여기에는 역설이 개입해 있다. 내게는 매우 인상적인 사건이었으나 아버지의 세계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리고 그날 이후 내 삶의 경계를 틀지어주는 계기가 되었던 한 장면의 중요성에 관한 것이다. 칸딘스키가 차용되는 맥락은 어떤가? 칸딘스키는 현대 순수 추상회화 작가로 표현주의 미술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색과 소리, 촉각, 그리고 냄새 같은 오감적 요소를 색으로 표현하는 개념적 추상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 소설 곳곳에 넘쳐나는 소리, 냄새들은 여기에 연루되어 있다. - 새로운 재개발 서사와 정주의 상상‘(박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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