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K-BOOK 페스티벌' 연 한국 책 전문서점 '책거리' https://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409277


일본 도쿄의 책방거리 진보초에 가 본 적 있는데 그때는 한국인이 차린 서점 겸 북카페 '책거리'의 존재를 몰랐다. 알게 된 후 도쿄를 또 방문할 기회가 생겼지만 진보초에는 못 갔고, 도쿄에 다시 가게 되면 꼭 진보초를 찾아 '책거리'를 구경해야겠다.


김연수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에 관련 내용이 나와 옮긴다.

진보초(2008) By Nick-D - Own work, CC BY-SA 3.0


한번 가면 꼭 다시 가봐야 하는 그곳, 진보초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202571.html




<세계의 끝 여자친구>가 일본에서 출간되었을 때, 책을 펴낸 쿠온 출판사의 김승복 대표와 함께 고서점과 출판사가 즐비한 보수적 동네 진보초에 간 적이 있다.

그때 김승복 씨에게는 진보초에 한국 서적 전문 서점을 내겠다는 꿈이 있었다. 대단히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보수적인 그 동네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내게 만약 서점을 열면 나를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초대하지 않더라도 내가 찾아가겠노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게 2년 전 일인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나자 실제로 서점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나 김승복 씨는 진짜 나를 초대했다. 두 번째 번역본인 <원더보이>의 출간 기념을 겸해 책거리 개점 1주년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그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더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진보초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일본인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나를 만나러 온 사람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소개받은 출판사 직원들도 인사 정도

는 어렵지 않게 한국말로 하고 있었다. 야키니쿠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한 출판사 편집장은 식사를 마치고 먼저 일어나는 내게 "잘 들어가세요"라고 인사할 정도였다. - 지금 진보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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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졌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집에서 에어컨을 튼 날이다. 덥기도 덥지만 습기가 장난 아니다. 6월의 마지막 일요일, 복숭아를 주문했다. 올해의 첫 복숭아, 여름이다. 산문집 '작가의 계절'로부터 옮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Ursula Schneider님의 이미지


* 하야시 후미코 단편 선집 '행복의 저편'을 발견했다.






나는 생각한다. 여름밤에는 오래된 차가운 우물이 있고 복숭아나무 잎이 무성하며 창가에 양등이 놓인 소박한 은신처 하나쯤 갖고 싶다고. 여름밤이 좋아서일까. 펜을 움직이다가 지치면 문득 가칠가칠한 방 안을 둘러본다. 이윽고 외로워진다.

복숭아나무 잎이 무성하고 차가운 오래된 우물이 있는 시원한 은신처를, 나는 무더운 여름밤마다 어린아이처럼 꿈꾼다. 그런 생각이 듦은 필시 혼자 지내는 생활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어서일 텐데, 이처럼 시원함을 좇는 동안이 행복한 때인지도 모른다.

대가족 사이에서 사치를 부리지도 못하고 번거로운 일투성이에 여유 없는 생활이긴 해도 가슴 한구석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한 은신처를 만든 것만으로도 구름처럼 자유로울 수 있다. 원고지를 껴안고 글로 먹고사는 가난한 사람이 부릴 법한 사치란 이 정도이리라. - 하야시 후미코, 시원한 은신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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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완서 작가가 쓴 '이별의 김포공항'(1974)을 이슬아 작가가 읽고 쓴 글로부터 옮긴다. 악스트 2020.1.2. 에 발표했다.

김포공항 국제선(2015년 6월 27일) By Ken Eckert - Own work, CC BY-SA 4.0


김포공항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3g2055a





지금까지 나에게 글쓰기는 웃기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옮겨 적는 과정이었다. 그 안에는 눈물도 고단함도 있지만, 내일 다시 시작할 몸과 심신의 체력을 꼭 남겨둔 채로 엔딩을 맞이하는 게 내 글의 특징 중 하나였다. 이제는 그런 방식으로 비출 수 없는 진실의 디테일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박완서의 소설집을 보며 실감한다.

박완서의 소설로 나는 전 연령의 여자들 모습을 선명하게 읽는다. 가슴이 울렁이는 독서다. 회복되지 않는 엔딩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내가 애증하는 인물들에 대해 더 정확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슬아 박완서 「이별의 김포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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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6월 25일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그래서 고 박완서 작가 생각이 났다. 박완서는 한국전쟁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작가는 아니지만 한국전쟁 없이 설명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에 읽은 책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양혜원)의 4장 '트라우마' 중 '트라우마를 들어줄 귀'로부터 옮긴다.

1951년 1월 8일 강릉 외곽에서 폭설을 뚫고 남쪽을 향해 끝없이 이어지는 피난 행렬 -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일반 대중이 알고 있는 한국 전쟁의 고난 중 하나가 피난길과 피난살이라면, 박완서의 가족은 그런 피난조차 가지 못해 피난 한 번 갔다 오는 것이 부상당한 오빠의 소원이 되었다. 모두가 피난살이의 고생을 이야기할 때 그 피난이 부러웠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해야 오해 없이 들릴 수 있을까?

피난이 부럽고 차라리 졸지에 죽은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박완서의 경험은 그래서 들어줄 귀를 찾아다니며 반복해서 말하게 되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나는 늘 죽음을 억울하고 원통한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그 생각조차 바뀌어갔다. 정말로 억울한 것은 죽은 그들이 아니라 그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나일지도 모른다 싶었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억울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나인 것이다."29

29) 박완서. 《나목/ 도둑맞은 가난: 오늘의 작가 총서 11 박완서》. 민음사(1981). 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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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절 그린 세한도를 본다. 아래 글의 출처는 '세한도 - 키워드 한국문화 01 - 천 년의 믿음, 그림으로 태어나다'(박철상)로서 저자는 조선시대 금석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한도 By Kim Jeong-hui - http://gongu.copyright.or.kr






추사는 젊은 시절 멀리 떠나는 친구를 위해 부채에 그림을 그려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그림에도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그림에 시를 한 수 써넣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을 차마 못 그리는 자신의 심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너무 쓸쓸할까봐 사람을 그려 넣지 못했다는 이야기인데, 사실은 정반대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사람을 그려 넣지 않음으로써 그 쓸쓸함을 극대화한 것이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 그것은 추사의 의식 세계이기도 하다. 적막함과 쓸쓸함만이 가득할 뿐이다. 밖에서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느껴질 리 없다. 한없는 외로움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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