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렌 바스 - 중요한 것은 (낭송 김혜자)『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엘렌 바스 (류시화 옮김)
류시화 편역시집에 실려 있는 '중요한 것은'이라는 시를 김혜자 배우의 음성으로 듣는다. 이 시선집의 시 일부를 잘 알려진 배우들이 낭송하여 출판사 공식채널에 올려둔 것을 발견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김혜자 배우가 낭독한 릴케의 '아기 예수'를 오디북으로 들었다.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 같은 이야기이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시인 엘렌 바스는 시의 어느 구절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나의 질문에 친절히 답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에 그 시를 썼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러했듯이 때로는 슬픔이 촉매가 되어 강한 의지가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고 했다.
엘렌 바스 1947~ .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서 ‘자기 삶을 글로 쓰기’ 워크숍을 30년 넘게 진행해 오고 있는 시인. 시집 『걸인처럼』, 『인디고』 외에도 로라 데이비스와 공동 집필한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비소설 『치유하려는 용기』가 백만 부 넘게 판매되었다. 여성 시인들의 시선집 『가면은 이제 그만』을 공동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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