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nau with rainbow, 1909 - Wassily Kandinsky - WikiArt.org






세찬 빗줄기는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 구름의 일부는 비가 되어 떨어졌고, 일부는 빠르게 흘러갔다. 마지막으로 자디잔 빗방울이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해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고, 모든 것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동쪽 지평선 위에 보라색이 두드러진 선명한 무지개가 한쪽 끝이 끊어진 채 야트막하게 걸렸다.

‘참,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자연의 이 모든 변화가 끝나고 기차가 언덕 가운데를 깎아 만들어 양쪽 경사면이 높은 철로에 다다랐을 때 네흘류도프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맞아, 그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었지. 소장과 호송병들같이 공직에서 일하는 그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온화하고 선량하면서도 악하게 변한 것은 단지 그들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야.’ - 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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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은 4월 1일에 꺼내 읽는 중이었는데 달을 넘겨 오늘은 5월 1일이다. 내 한 달 어디로 갔나. 


'날마다 만우절' 수록작 '네모난 기억'의 경우, 화가 나면 청소를 하다니 건전하다. 화 나면 운동하기, 공부하기, 독서하기, 이렇게 화를 푼다면 화 나는 게 결과적으로 꼭 나쁜 일만은 아닐 수 있지. 화 나면 최소한 움직이기라도 해야겠다. 화 나면 움직이기, 명심하자. 

Pixabay로부터 입수된 dewdrop157님의 이미지


'네모난 기억'은 2020년 악스트 32호 발표작이다.






화가 나서 정민은 대청소를 했다. "화가 나면 청소를 해." 그건 정민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알려준 방법이었다. 그러면서 친구한테 놀림을 받아 화가 난 정민에게 유리창 청소를 시켰다. 아버지는 마당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주었고 정민은 호스를 들고 거실 유리창을 향해 물을 뿌렸다. 그때 무지개가 생겼다. "엄마, 무지개 봐요." 정민이 소리쳤다. "우리 정민이 자주 화나야겠다. 우리집 유리 깨끗해지게." 어머니가 무지개를 보며 말했다. 오피스텔은 창문이 활짝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밖의 유리를 닦을 수가 없었다. 정민은 그게 불만이었다. 계약 기간이 지나면 창이 활짝 열리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정민은 생각했다. - 네모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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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의 '등장 인물'로부터 옮긴다. 안나의 오빠 스찌바의 처가를 보면 스찌바의 부인 돌리는 세 자매의 장녀이다. 키티는 막내이고 나딸리라는 둘째가 있다.

Anna Karenina family tree By user:shakko







스찌바(오블론스끼, 스쩨빤 아르까지치) 안나의 오빠. 공직자.

돌리(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돌린까) 그의 아내. 셰르바쯔끼가의 첫째 딸.

셰르바쯔끼 공작(알렉산드르 드미뜨리예비치) 돌리의 아버지. <노공작>.

셰르바쯔까야 공작 부인 그의 아내.

나딸리(나딸리야 알렉산드로브나) 그의 둘째 딸.

리보프(아르세니) 나딸리의 남편. 외교관.

키티(예까쩨리나 알렉산드로브나, 까쩨리나, 까쩬까, 까짜, 까찌까) 그의 막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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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5월, 그러니까 오늘이 지나면 올해의 삼분의일이 지나가는 것이다. 금 같은 시간이여. 북플이 알려준 작년 오늘의 내 기록을 보니 '알라디너 인생네권'을 골랐다. 알라디너가 된 후 읽은 책 중 기념할 만한 의미로운 책 네 권. 그 때 강력후보였으나 밀려난 책 두 권 '해러웨이 선언문'(도나 해러웨이)과 '소중한 경험'(김형경)도 올려둔다.

Untitled (April 30), 1977 - Lorser Feitelson - WikiArt.org


'알라디너 인생네권' 후보엔 못 올랐지만 '힘 있는 글쓰기'도 비교적 꼼꼼히 읽은 책이라 지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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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현대지성)으로부터 옮긴다.

사포 By Herkulaneischer Meister




두 여신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이야기에서 가장 주요한 주제는 비애의 관념이다. 추수기 풍요로움의 여신인 데메테르는 해마다 자신의 딸이 죽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비통한 어머니다. 페르세포네는 봄과 여름의 빛나는 처녀로, 메마르고 건조한 언덕 위로 그녀의 빛이 발을 들여놓기만 해도 모든 것을 싱그럽게 바꿔 꽃을 피우기에 충분했다. 사포(Sappo)는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꽃의 발걸음이 튀어 오르는 소리를 듣네….

그것은 페르세포네의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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