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에게 쓴 편지글이다. 김일엽이 출가한 후 오랜 시간이 흐르고 어떤 기회에 연인이었던 남성이 책과 먹을 것 등 여러 가지를 챙겨 보낸다. 이에 그녀는 애틋한 편지를 쓴다. 실제 부쳤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불교계에서는 알려진 권위자로 이렇게 표현해도 된다면 그녀가 가장 사랑한 남성이었던 것 같다. 옛날 그들이 헤어진 이유는 수도를 하기 위해 그가 일방적으로 그녀를 떠났기 때문이다. 

Youth (Kiss), 1913 - Kuzma Petrov-Vodkin - WikiArt.org


아무렇지도 않은 감정이면서도 책더미를 바라보니 싱거운 웃음이 빙긋이 새어나와 웃고웃고, 또 웃었습니다. 그 웃음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모릅니다.

당신을 잘 안다는 어느 여승이 당신이 보내더라고 약 한 보따리를 가지고 왔었습니다. 거기에 "영양을 더 도우며 약을 먹어야 한다"고 보약 위에 우유까지 열 통을 넣어 보낸 것입니다.

감기 들 때나 기침 날 때마다 먹으라고 일찍이 맛본 적이 없는 캐러멜 열 갑이었습니다.갑을 뜯을 때부터 그 물건이 따로이 애틋하고 정다운 듯이 느껴지며, 가슴에서는 무엇이 스르르 일어나 온몸에 감도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물건을 보내주신 것이 정의 표현이라고 오인하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지금은 그 옛날과 같이 오래도록 울기만 하고 있을 어리석음은 좀 면하게 된 여승女僧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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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실제 몇 차례 포크너의 이름이 소환되는데, 종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 벤의 질문에 포크너라고 답하고(벤: “종수씨는 혹시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종수: “어.. 윌리엄 포크너요.”), 그 이유를 자신과 동일시되어서라고 말하기도 한다.(종수: “포크너 소설을 읽으면 꼭 내 이야기 같다 싶을 때가 있거든요.”) 또한 벤이 혼자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장면에서 벤이 읽고 있는 책이 포크너 단편집인 것도 보여준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514096 심선향 - 포크너, 하루키, 그리고 영화 「버닝」의 매체 번역을 사유하다(2019)


[네이버 지식백과] 헛간을 태우다 [納屋を焼く]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일본문학, 2013. 11., 조주희, 최충희)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170102&cid=41773&categoryId=50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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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원작과 달리 버닝이 초점은 ‘암울한 청춘’과 ‘분노’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에서 단순한 화자에 불과했던 30대 남성에 포크너의 '헛간 타오르다'의 어린 주인공 ‘사티’를 입혀 새로운 인물 ‘종수’를 창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심하고 평온한 온도가 지속되는 하루키의 원작에다 포크너의 소설에서 가지고 온 ‘분노’의 정서를 입혔고, 그 결과 영화는 곧 일어날 것만 같은 폭발, 즉 ‘버닝Burning’의 기운이 갈수록 영화 전반적으로 감싸고 흐른다.


해미의 실종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벤을 추적하던 종수가, 그를 뒤쫓아 들어간 갤러리 레스토랑에서 마주하게 된 그림은 바로 용산 참사를 다룬 임옥상 화가의 '삼계화택-불'이다. 그림 속 불타오르는 참혹상을 앞 벽에 걸어두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우아하게 식사를 나누는 벤과 식구들의 장면은 섬뜩한 대비를 이룬다.출처: 포크너, 하루키, 그리고 영화 버닝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514096 (심선향)


임옥상의 삼계화택 https://joongdo.co.kr/view.php?key=2017082200002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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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의 종수에서 포크너의 소년 사티를 보다 (강유정)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80524203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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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의 단편 '헛간, 불태우다'를 읽는데 양탄자가 눈에 밟힌다. 


Flowers and carpet (Pansies), 1880 - Paul Gauguin - WikiArt.org



그 부인은 소년의 아버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믿기지 않는다는 눈길로 옅은 색 양탄자에 찍힌 발자국만 바라볼 뿐이었다.
- P42

아버지 어깨에 걸린 게 아니라 낙타 혹처럼 붙어 있던 양탄자는(소년은 어둠 속에서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벽의 모서리와 바닥을 천둥소리처럼 믿기지 않을 만큼 크게 울렸고, 다시 서두르지 않고 걷는 큰 발소리가 들렸다.
- P47

"당신이 양탄자를 버려 놨다는 걸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이곳에 아무도 없나, 당신 여자들 말이야......" "그 양탄자는 백 달러짜리야. 하지만 당신은 한 번도 백 달러를 가져 본 적이 없을 테지. 앞으로도 그럴 거고." - 헛간, 불태우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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