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Sixteen Miles Out






가장 신비롭고 흥분되는 것은 그림자, 정의할 수 없는 빛이었다.

우리는 커다란 단풍나무 아래 앉아 있었는데 잎사귀가 아직 다 커지지는 않았지만 빛을 머금을 정도는 되었고,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수백 만 그루 중의 하나처럼 어린 시절 만남이 시작되는 무성한 나무들의 길고 긴 고리에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 존 치버의 단편 ‘서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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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에서 김별아 작가는 한스 홀바인의 예수 그리스도 시신 그림을 보며 죽음에 관한 단상을 펼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고 쓴다. 홀바인의 저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백치에 등장한다. 도-키가 이 그림 앞에서 전율했다는 후문이다. 


홀바인의 그리스도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415/100657696/1 (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The Body of the Dead Christ in the Tomb, and a detail, 1521–22. Oil and tempera on limewood, Kunstmuseum Basel By Hans Holbein the Younger


한스 홀바인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5h1831a







내가 가장 원하는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단연 톨스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래, 끝이구만. 별것도 아니구만……."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그처럼 죽고 싶다. - 표류의 기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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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삶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https://www.yna.co.kr/view/MYH20101215000900038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The Last Station)'은 상상 이상의 최종이별을 보여준다. 끝을 이미 아는 상태로 봐서 충격은 없었지만 처음 그의 '종착역'을 알게 되었을 때는 참......




그가 가출하면서 적은 일기의 한 대목을 보라. "내가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 톨스토이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있는, 가끔이나마 존재하는, 아주 작고 작은 그 어떤 것을 구원하는 것이다." - 역자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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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부활'에서 아래 옮긴 페테르부르크의 밤이 언급된 장면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를 연상시킨다. '백야'가 원작인 영화들도 가져온다.

Saint Petersburg,Russia-silhouettes in midnight light during White Nights (24 June 1999) By Michael Hoffmann (Hamlet53) - Own work, CC BY-SA 3.0






‘인간의 마음속에 깃든 야수의 동물적 본능은 혐오스럽다. 그 동물적 본능이 있는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는 정신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그것을 경멸할 수 있다. 그 동물적 본능에 빠지든 빠지지 않든 우리는 이전의 상태 그대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동물적 본능이 미학이나 시학의 허울을 쓰고 찬양과 숭배를 요구하면 우리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간 못하고 거기에 완전히 넋을 놓게 된다. 그런 상태가 정말 끔찍한 것이다.’

밤이 되면 지상에 휴식을 주는 고요한 어둠은 없고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흐릿하고 쓸쓸하고 부자연스러운 빛만이 존재하듯, 네흘류도프의 마음속에도 평온한 무지의 어둠은 더이상 없었다.

페테르부르크의 밤을 밝혀주는 그 빛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듯이 이 모든 사실을 밝혀주는 그 빛의 출처를 알 수는 없었다. 또한 그 빛은 아직 흐릿하고 쓸쓸하여 부자연스러운 상태이긴 했지만 그 빛이 밝혀준 이 세상의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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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옮기지는 않았지만 카츄샤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고 네흘류도프는 믿는답니다. 어처구니가 없네요!

Pasternak - Tolstoy 1908







그녀를 보자 네흘류도프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도 삶을 원해. 가족과 아이들도 원해.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 그녀가 눈을 들지 않고 총총걸음으로 방에 들어오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보시다시피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삶을 살아야죠."그녀가 하는 말은 네흘류도프가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정반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부끄러웠을 뿐 아니라 그녀를 비롯해 자기가 잃어버린 모든 것이 안타까웠다.

"이런 결말은 예상치 못했어요." 그가 말했다. "어떻게 셈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의 계산은 나중에 하느님께서 해주실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검은 눈이 조금씩 젖어들어 빛나기 시작했다.

"당신은 참 좋은 여자예요!" 그가 말했다. "제가 좋은 여자라고요?" 그녀가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애수 어린 미소가 그녀의 얼굴을 밝게 비췄다. 갑자기 극도로 피곤했다. 어젯밤 설친 잠 때문도 아니었고 노독이나 흥분 때문도 아니었다. 그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게 만든 것은 그가 살아온 삶 전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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