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약 다섯 시간 걸리는 영화 '해피 아워'를 천천히 며칠에 걸쳐 보았다. 감독 인터뷰를 보니 영화를 함께 만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섯 시간도 짧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그의 연기 워크샵에 온 일반인(직업 배우가 아니라는 의미)들의, 을 위한, 에 의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37세의 네 여성 친구들이다. 감독이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섹스 앤 더 시티'가 떠오른다. 그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영화에 작가가 '수증기'라는 제목의 출간전원고를 낭독하고 질의응답하는 모임이 나오는데 재미있다. 작가로 나온 사람이 배우가 아니라 실제 작가일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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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버터와 마가린은 셀리아의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Making Butter 1499 By Creator of Compost et Kalendrier des Bergères - Robarts Library, University of Toronto.





"처음엔 내가 마음이 약해서 그레그에게 버터를 주고 나는 마가린을 먹었지.

그러다가 어느 날 버터와 마가린 포장지를 바꿔 싸고는, 그레그에게 마가린 포장지에 싼 버터를 가리키며 이건 유난히 좋은 마가린이라고, 버터와 맛이 거의 똑같은데 먹어보겠느냐고 물었어.

그레그는 이런 건 진짜 못 먹겠다면서 바로 얼굴을 찡그렸지. 그런 다음 버터 포장지에 싼 마가린을 펼치고 먹어보겠느냐고 했지. 그레그는 맛보더니 ‘아, 역시. 이게 제대로 된 버터죠‘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난 사실을 일러주고 조금 엄하게 말했어. 그후로 우리는 버터와 마가린을 공평하게 나눠 먹고 있고, 큰 소란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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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영화 '휴먼 보이스'(2020)는 알모도바르 감독답게 색감이 화려한 영화. (티빙에 있다.) 연인과 이별하는 여성이 주인공인데 '아이 엠 러브' 속 틸다 스윈튼의 이미지를 겹쳐봐도 재미있고, '목소리'라는 제목을 감안하면 '비거 스플래쉬'에서 맡은, 목이 아파 소리 내기 어려워진 록스타 역과 대조적이라 흥미롭다. 장 콕토의 일인극이 원작. 국어번역은 1990년대에 나온 희곡집 '페미니즘을 생각한다'에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수록.




로자문드 파이크가 연기한 단편영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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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trooper: I, 2003 - Do Ho Suh - WikiArt.org










강한 감정은 그 자체로 글에 경험을 불어넣게 해주지는 못한다. 사실 최악의 글 중에는 사건이나 장면 그 자체가 아니라 느낌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들이 있다.

행복한 감정 역시 사건을 온전히 경험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너무 멋지고 눈부셔, 그런 건 처음이었어." 미숙한 필자가 어떤 사건의 느낌에 굴복할 때 이런 말밖에 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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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콥스키 1912 -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레닌 사망 후 소비에뜨 사회가 새로운 체제에 안주해 가면서 마야꼬프스끼의 삶은 고난과 모순으로 점철되기 시작한다. 마야꼬프스끼는 마지막 순간까지 소비에뜨 사회에 적응해 보고자 노력했으나 이미 지나간 그의 시대를 되돌리지는 못한다. 깊어 가는 소외감과 불안에 이루지 못한 사랑의 고뇌, 자신의 창작에 대한 불만까지 겹쳐 1930년 4월 14일 마야꼬프스끼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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