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알라딘 인생네권 이벤트에 나는 농반진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로 채웠더랬다. 그때로부터 한 해가 흘렀구나. 아래 글의 스쩨빤 아르까지치는 안나의 오빠이다.




올해 1월에 출간된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톨스토이의 말'(이희인)을 발견했다. 이 책의 첫 편이 '(1) 사랑. 지나고 나면 마음의 사치 … 《 안나 카레니나 》'이다.






「그래, 엄마 기분은 좋아?」

딸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웠고, 어머니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으며, 아버지도 틀림없이 그 사실을 알면서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며 모르는 척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딸아이는 얼굴을 붉혔다. 그 순간 아버지 역시 그것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붉혔다.

스쩨빤 아르까지치는 모자를 집어 들고서 무언가 잊은 게 없는지 생각하느라 잠시 멈추었다. 잊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잊고 싶은 존재, 다름 아닌 아내를 제외하고는.

「아아, 이런!」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잘생긴 얼굴에 우울한 기색이 드리웠다. - 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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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키 기린] 어머니/독설가 https://cine21.com/news/view/?mag_id=81300


주말에 ott로 고 키키 키린 주연작 '앙'을 보았다. 전에 설렁설렁 봐서 내용이 상세히 기억나지 않아 다시 봤다. 많이 달지 않은 맛있는 단팥이 먹고 싶어진다. 아래 글의 출처는 '키키 키린의 말'(고레에다 히로카즈)이다.

By RuinDig/Yuki Uchida 유달리 팥소를 잔뜩 넣은 도라야키 사진을 발견했다.


cf . 영화 '앙'의 소녀는 키키의 실제 외손녀로서 고레에다 감독의 '기적'에 출연했다.






번역을 마치고 <앙: 단팥 인생 이야기>를 봤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화면에 키키 키린이 등장한 순간 압도되고 말았다. 그간 고레에다 영화에서 익히 봐온 ‘드세지만 귀여운 면이 있는 어머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거리의 부산함에 위축된 왜소한 노인. 그 노인은 벚나무길 근처의 어느 도라야키 가게를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서,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가게 앞으로 가 굽은 손을 팔랑이며 점장을 불렀다. 사연이 있어 오랜만에 외출한 인물, 천진한 면이 있지만 심지는 단단한 인물이라는 것이 그 짧은 몇 장면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 이제는 이 연기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구나. 애도의 마음은 뒤늦게 찾아와 한동안 계속되었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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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의 '경희'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Yoksel 🌿 Zok


오늘 4월28일은 나혜석(1896년 생)이 태어난 날이다.






경희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두 다리로 껑충 뛰었다.

경희의 정신은 황홀하다. 경희의 키는 별안간 이 늘어지듯이 부쩍 늘어진 것 같다. 그리고 눈은 모든 얼굴을 가리우는 것 같다. 그대로 푹 엎드리어 합장으로 기도를 올린다.

보십시오! 내 눈과 내 귀는 이렇게 활동하지 않습니까?

내게 있는 힘을 다하여 일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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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과 빌헬름 켐프가 치는 헨델의 미뉴에트를 들으며 살림지식총서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로부터 옮긴다. cf. 릿터 44호 발표작인 성해나의 '잉태기'(소설집 '혼모노' 수록) 에 빌헬름 켐프가 연주한 헨델의 미뉴에트를 음반으로 듣는 장면이 있다. 





그의 피아니즘을 단지 몇 단어로 압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항상 확신에 차 있었으며 그의 연주가 독일 음악의 전통 위에 우뚝 서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의 연주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거기에만 얽매이진 않았다. 언젠가 시벨리우스를 위해 함머 클라비어를 연주해주고, 켐프는 시벨리우스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는데 아마도 이는 켐프를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리라.

"당신은 피아니스트처럼 연주하지 않는군요. 마치 인간 그 자체처럼 연주해 주었습니다." - 엄숙한 독일 정신의 계승자, 빌헬름 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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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기억이다' 중 작년 4월에 읽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비엔나)에 관한 글로부터 옮긴다. 도시의 발전과정이 흥미진진했다.

1848년 10월 빈


오스트리아에서의 1848년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3XX11200061






유럽 대륙에 불어닥친 1848년 혁명의 바람은 제국 도시 빈의 행정구역 개편에 그야말로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1848년 유럽혁명은 실패로 끝났고, 빈의 10월도 피의 학살로 얼룩지고 말았다. 그해 겨울 즉위한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에 의해 1년 뒤 한층 더 강력한 신절대주의 시대가 개막됐다.

그런데 전통과 반혁명의 상징 인물로, 황제 자리에 오른 요제프는 놀랍게도 1848년 혁명 때 제출된 도시 개혁 프로그램의 일부를 받아들였다. 그것이 바로 빈의 도시법Gemeindeverfassung이다.

이 도시법령은 빈 도시 발전에 있어서 실로 획기적인 전환점을 제공해 준 법령이었다. - 새로운 도시 문화의 상징, 빈 링슈트라세(최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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