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창작과비평 여름호 수록작, 2014년 문지문학상 수상작이다.
남자는 추워서 코트를 여미며 말했고 기타를 메고 가방을 든 채로 코트까지 여미니 뭔가 아주 바빠 보였다. 나는 왠지 화가 치밀어 아니 치미는 화를 참을 수 없어 당신 내일 뭐 해 이제 뭐 해 다음 주는 뭐 해 소리를 질렀고 남자는 내 어깨를 흔들었다. 나는 앞뒤로 흔들거렸다. 힘이 없어서 서 있을 힘만 있는 사람처럼. - P43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들과 함께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겨울에는 눈이 오고 눈이 아무것도 가져다주지도 가져가주지도 않는다. 이 눈을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 P47
영화 '비블리아고서당사건수첩'의 진짜 주인공은 나쓰메 소세키의 '그후'와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후'에도 나쓰메의 책 '그후'가 나온다.
나쓰메 소세키 '그후' 원고 - 漱石全集刊行会『漱石全集 第五巻』漱石全集刊行会、1936年6月10日。国立国会図書館
사진: Unsplash의Laila Zouaki
겨울 산속에 있다 보면 죽은 나무에도 꽃이 피는 것을 보게 된다고, 해가 뜨자마자 그 꽃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도 보게 된다고. 햇빛이 서서히 산 아래쪽으로 밀고 내려왔다. 태백산맥 너머에서 누그러진 바람이 불어오면 금세 봄이었다. 그러면 둘은 고원을 내려가야 했다. 추위는 여전했지만 바람이 볼에 닿는 느낌은 하루하루 달라졌다. 영원히 겨울일 것 같았던 횡계고원에도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고원 밑에는 봄이 완연했다. 송천을 덮고 있던 얼음도 어느새 녹고 천변가로는 꽃다지 꽃이 노랗게 피어 있었다.
지난 주 동네 산책 중 꽃봉오리가 잔뜩 부풀고 있는 목련나무를 본 후 최은미 소설집 '목련정전'을 읽기 시작. 첫 작품 '창 너머 겨울' - 아, 아직 겨울이 다 안 끝났네. '눈으로 만든 사람'을 지배하는 어둠의 힘이 여기 이미 있다. 이 단편이 2014 젊작상 작품집에도 있기에 찾아 보니 작가노트에 저자가 밝히길 2011년 11월 아래 기사 그리고 사진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07111.html
Pixabay로부터 입수된 HeungSoon님의 이미지 (2020년 3월 23일 게시)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이 내 앞에서 빛날 때, 반짝일 때, 아름다울 때, 그럴 때의 슬픔이 그 안에 있었다. 여자가 서 있는 곳은 겨울햇빛 속이었고 여자 뒤로는 겨울로도 햇빛으로도 걸어들어갈 수 없는 한 남자가 보였다. (작가노트 최은미)말하자면 이건, 당신도 그래?의 소설, 나도 그래.의 소설인 거죠. 그런 소설이 당신과 내가 가진 어떤 창에 성에처럼 끼었네요. (해설 전소영)
영화 '내 책상 위의 천사' (씨네21)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35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