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1015021001 평론가 김윤식 ‘내가 읽은 우리 소설’ - 최은미의 ‘근린’ 평도 있다.


최은미 소설집 '목련정전' 수록작 '근린'은 2015 젊은작가상 우수상 수상작이다. 





햇빛 속에 앉혀주고 싶은 인물들을 불러내고, 번식하는 모든 것들의 고난과 슬픔과 습기를 불러내서, 내 소설 바로 바깥에 있는 빈 의자를 내주고 싶다는 생각. 이 소설을 쓰는 동안의 가장 큰 바람이었다.(최은미 ‘근린‘ 작가노트)

여자가 지금껏 죽지 못한 건 아이 때문이었다. 엄마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이의 일상과 일생에 대해서 여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했다. 아이에게는 자살한 여자의 딸이라는 오명과 상처가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친척집을 전전하며 천덕꾸러기처럼 크다가 남자 사촌이나 삼촌들한테 몹쓸 짓을 당할 수도 있었다. 여자가 아는 세상은 그랬다. 여자는 자신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 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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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onna of the Cherries, 1515 - Titian - WikiArt.org 티치아노-체리의 성모(1515)





벚나무는 건강한 몸뿐 아니라 건강한 영혼과도 항상 연결되었다. 기독교 전통에서 버찌는 천국의 과일이며, 하늘이 덕 있는 삶에 내리는 보상이다. 벚나무의 깨끗한 하얀 꽃이 분명 순결의 상징이 될 만했지만 르네상스 시대 성모 마리아 그림에서 더 자주 등장하는 것은 버찌 열매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쓰인 오래된 시 ‘버찌와 야생자두‘에서 영적 순례자는 지상의 야생자두에 닿는 일이 훨씬 쉽지만 천국의 버찌와 그 버찌가 약속하는 영생에 더 끌린다.

인생은 체리가 담긴 그릇 같은 것일까, 아닐까? 이것은 실로 오랫동안 우리를 고민하게 만든 질문이다. - 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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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을 두 권('힘 있는 글쓰기'와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읽기 시작. 우연히 깔맞춤 두 표지가 다 빨강 - 전자는 옮긴이가 서두에 쓰길 이 책이 이 방면의 고전일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와 비슷한 조언을 담고 있다고 . 후자는 곽재식 작가가 썼는데 알라딘17주년 모음집에 실린 그의 짧은 소설이 흥미롭던 기억이 있다. 이 책 둘 다 유용하고 재미나길 기대해본다.

사진: UnsplashEtienne Girard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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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그날은 이상했다. 잠 깨는 순간부터 마음이 어지러우면서 명백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차를 마셔도 산란한 마음이 수습되지 않고 책상에 앉아도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았다. 전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인데 느닷없이 마음에 거센 파도가 일면서 온 신경이 허공으로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실내를 우왕좌왕 돌아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리모컨을 들고 텔레비전을 켰다. 긴급 속보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 순간 무너지듯 소파에 주저앉으며 아침 내내 나를 휩쓸었던 불안감의 정체를 이해했다. 다음 순간 불안감은 울음과 함께 해소되기 시작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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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는 뭐가 되고 싶어?" 나무가 목련을 감싸며 몸을 숙인다. 나는 관이 되고 싶어. 배 모양의 관. "배 모양을 한 관...... 왜?"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강을 건너가니까.

가장 빛나는 한 사람을 태운, 그런 관이 될 거야. - 목련정전

‘목련정전’에 나오는 배 모양의 관을 생각하게 된 건 ‘주형석관’에 대해 쓴 강우방 선생님의 글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관을 배 모양으로 만든다는 것, 배 모양을 한 관이 정말 형상으로 남아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당장 앉아서 긴 글을 쓸 수 있을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글을 만나는 건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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