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많던 참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585702 일본 민담 '혀 잘린 참새'의 내용이 나온다.


원작의 결말과 달리 다자이 오사무가 재창작한 '혀 잘린 참새'에서 참새의 혀를 자르고 욕심을 부리던 할머니는 궤짝을 짊어지고 눈 위에서 얼어 죽는다.

Sparrow in snow(1900) By Takahashi Bihō (b. 1873) - Ukiyo-e.org






나는 어차피 욕심쟁이니까요. 그 선물을 갖고 싶어요. 그러면 지금 당장 가서 선물 궤짝 중에서 가장 무거운 것을 받아오겠어요. 호호호! 바보 같지만 갔다 오지요. 나는 당신의 그 천연덕스럽게 시치미 떼는 표정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이제 곧 성자인 척하는 그 낯가죽을 벗겨드리겠습니다.

저녁 무렵, 무겁고 큰 궤짝을 지고 눈 위에 엎드린 채, 할머니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궤짝이 무거워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동사한 듯하다. 그리고 궤짝 안에는 빛나는 금화가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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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국제 강아지의 날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598832&cid=43667&categoryId=43667 오늘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유기견 입양문화 정착이 주요한 강아지의 날 제정 목적이라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 선집'(김유동 역)에 실린 '개 이야기(원제 畜犬談)'로부터 옮긴다. 다자이다운 '츤데레'스런 내용이다.

Puppy - Sengai - WikiArt.org






강아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아장아장 달리더니, 결국 우리 집 현관까지 따라왔다.

원래, 이 개는 연병장 구석에 내버려졌던 것이 틀림없다. 그날 산책의 귀로에, 나에게 치근덕거리면서 따라왔을 때에는 볼품없이 마른 것이, 털도 빠져 있었고, 엉덩이 부분은 거의 민둥산이었다.

나는 내 은덕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요만큼도 없지만, 조금쯤은 나에게 무엇인가 즐거움이라는 것을 주어도 좋으련만, 역시 버려진 개가 아니던가. 밥도 엄청 먹고, 식후 운동을 하는 속셈일까, 게다짝을 장난감 삼아 무참하게 물어뜯어놓고, 마당에다 널어놓은 빨래를 공연히 애를 써가며 끌어 내려가지고는 뻘투성이로 만들어놓는다.

"이런 저지레는 제발 하지 말아다오. 정말이지 곤란하거든. 누가 너한테 이런 짓을 해달라고 하기나 했냐?" 이렇게, 나는 속에 바늘이 돋친 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빈정거리며 말해주는 일도 있지만, 개란 놈은 눈망울을 굴리면서, 빈정거리고 있는 나에게 엉겨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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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 소설집 '살인 창녀들' 두번째 수록작인 이 단편소설의 제목 고메스팔라시오는 멕시코의 도시이다. 저자소개에 나오듯이 볼라뇨는 시를 썼고 멕시코에 살았었다.

1975 년 Gómez Palacio의 산업 지역 De Gera vzqz92 - Trabajo propio


'낭만적인 개들'은 볼라뇨의 시집이다.




사막에 둘러싸인 멕시코 북부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단편에서 독자들은 벨라노와 리마가 세사레아 티나헤로의 행방을 추적하는 『야만스러운 탐정들』 3부와 『2666』의 소노라 사막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시를 쓰는 문화원 원장과 창작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화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문학과 시에 대한 볼라뇨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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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의 말을 빌리자면 “섬약한 화초나 심을 수 있는 진귀한 화분”일 뿐인 햄릿이라는 개인에게 “떡갈나무”를 심어버린 탓에 결국 “떡갈나무의 뿌리가 뻗어”나면서 “화분이 깨어”진 것이다. ] 출처: 햄릿과 파우스트의 근대성(2022)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825950#none 나경희, 한국독어독문학회

 

위 인용구의 '빌헬름'은 괴테가 쓴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주인공이다.

By Robert Flogaus-Faust





북반구의 온대 기후 지역에서 자라는 280종의 떡갈나무는 모두 최초의 인도게르만 족이 거주했던 지역에서 번개와 천둥의 신들에게 바쳐졌다.

떡갈나무는 종종 번개에 맞고도 살아남지만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이 나무는 아주 이른 시기에 장수, 강함, 자부심의 상징이 되었다.

떡갈나무는 성실의 상징이고 특히 영주에 대한 충성의 상징이므로 백성들은 이렇게 말했다. "푸른 떡갈나무 잎을 몸에 지니는 자는 확고하고 지속적인 성실성으로 사랑한다."

독일 연방군에서 하급 장교들은 수놓은 떡갈나무 잎을, 장성급들은 금으로 된 떡갈나무 잎을 계급장으로 달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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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악스트 7/8월호가 아래 글의 출처이다. 소설가 류시은은 화분에 아보카도 씨앗을 심어 키운다. 반려 아보카도.

사진: UnsplashJOSHUA COLEMAN






요즘 나의 최애 화분 아보카도는 부쩍 자랐다. 허벅지까지 오던 키는 명치까지 올라왔고, 늘 대여섯 장을 간신히 유지하던 이파리는 스무 장 넘게 돋았다. (중략) ‘우울한 아보카도’ 시절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풍성하고 우람해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무에게는 뿌리가 자랄 시간이 필요하다. 땅 위에서 볼 때는 좀처럼 자라지 않는 듯 보일 때에도 나무의 뿌리는 어두운 흙 속에서 착실히 몸집을 키워간다.

앞으로의 시간도 이 어린나무와 함께 무사하고 무탈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모르기에 그런 내일이 기다리고 있기를, 오늘은 믿을 수밖에 없겠다. - 류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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