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heparisreview.org/fiction/3995/emmy-moores-journal-jane-bowles

볼스의 기이하고 반쯤은 세속적이지 않은, 상태가 나쁜 여자 주인공들은 당연히 작가 자신이 겪어온 고통스러운 삶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볼스는 알코올중독과 이전의 뇌졸중으로 약해진 상태로 에미 무어의 일기를 쓴 직후인 1973년 5월, 쉰여섯의 나이에 스페인의 한 병원에서 종종 화려하거나 이국적이었던 보헤미안의 삶을 마감했다.

조울증과 주기적으로 재발했던 혹독한 창작 슬럼프로부터 힘겹게 얻어낸 글쓰기에 관련된 수많은 일화가 볼스의 작품에 담겨 있다. 이미 오래전인 1967년, 현대시의 거장 존 애시버리는 볼스를 가리켜 "모든 언어를 망라해 가장 세련된 현대 소설가"라고 했다. 볼스는 수많은 동시대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최고의 작가로 여겨지지만, 여전히 지독할 만큼 평가절하되었다. (리디아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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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ton Hotel New York No. 1, 1926 - Georgia O'Keeffe - WikiArt.org





East River from the Thirtieth Story of the Shelton Hotel, 1928 - Georgia O'Keeffe - WikiArt.org










어떤 일을 시도하기 전에 헨리 호텔에서 홀로 몇 주일을 보내는 것도 계획에 있었다. 심지어 시작하자마자 일기를 쓸 생각도 없었다. 다만 가만히 앉아 내 생각을 정리하고 습관의 매듭이 저절로 풀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여기 온 지 1주일 만(이틀 전)에 나는 과거의 삶과 단절된 채 혼자 있음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헨리 호텔에 묵은 지 겨우 2주일에 접어들었으면서 몇 달 동안 이 곳에 머무르는 척 거짓말을 했다. 다들 내가 여기 오래 있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인상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중략) 어쩌면 나는 그렇게 말하는 내 말을 듣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러기를 바란다.

"어떤 말도 하지 않았어. 헨리 호텔에 왜 묵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어. 나 자신을 정당화하지도 않았어."- 에미 무어의 일기 | 제인 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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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요점을 말할게. 내가 지금까지 한 말들을 당신이 일종의 농담으로 받아들일 것을 아주 잘 알아.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그토록 광범위하고 부정적인 속성을 언급했다고 내게 짜증을 내겠지. 당신은 분명 내가 제시한 세계의 그림이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할 테니까.

나는 당신이 내 모든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내가 원하더라도 당신에게 내 무지를 숨길 수는 없을 거라고 상상하지는 말아줘. 나는 꾀가 많고 또 여성스러워서 평생 당신 곁에 살면서 매일 당신을 속일 수도 있어. 하지만 여성스러워 보이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살아가지는 않을 거야. 그런 일이 시간이 어떻게 잡아 먹어버리는지 잘 아니까. - 에미 무어의 일기 | 제인 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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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가 없게 하자. 내 일기는 출판하기 위해 쓰는 거니까. 나는 내 영광을 위해 출판하기를 원하기도 하지만, 다른 여성들을 원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는 내게 동정적이고 다정하다.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 걱정한다. 그는 내가 나 같은 부류의 여성스러운 사람임을 얼마나 개탄스러워하는지를 포함해 내 모든 것을 안다.

내 나라의 여성들은 특별히 남성적이고 독립적이라 연대를 지휘하거나 필요하면 무인도에서도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정도다(예가 허술하지만, 요점을 전달하고 있다).

나는 출판을 기대하고 일기를 쓰기 때문에 내가 이 세상의 모든 공간을 차지하기라도 한 것처럼 장황하게 떠들고 싶지는 않다. 어떤 출판사도 무명의 여성이 쓴 ‘거창한’ 일기를 출판하지는 않을 것이다. - 에미 무어의 일기 | 제인 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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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수상 작가 리디아 데이비스의 단편이 실린 작품집이라기에 이 책으로부터 이 분이 쓴 것을 읽고 또 이 분이 고르고 해설을 붙인 딴 작가의 것도 읽었다. 근데 리디아 데이비스가 쓴 소설보다 그녀가 고른 소설이 더 맘에 들고 데이비스의 해설도 참 좋다! 멋진 작품, 멋진 해설, 훌륭한 앙상블. 물론 내 개취. 


[에미 무어의 일기 | 제인 볼스

화자, 서술, 유머 모든 것이 명징하다 - 리디아 데이비스]


헨리 호텔이란 곳에서 글을 쓰는 마흔일곱 살의 여성이 등장하는 제인 볼스의 이 단편 '에미 무어의 일기(1973년 작)'는 누런벽지(샬롯 길먼), 19호실로가다(도리스 레싱), 작업실(앨리스 먼로), 호텔뒤락(애니타 브루크너) 같은 특이하면서도 보편적인 클래식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제인 볼스 https://en.wikipedia.org/wiki/Jane_Bowles


나는 편지에 헨리 호텔에 와 있는 이유를 정당화하거나 적어도 설명하려고 시도하지 않고는 이곳에서 계속 실험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어. 당신은 생각을 분명히 다듬어야 한다고 느낄 때마다 글을 쓰라고 독려했잖아. 하지만 내 행위를 정당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지. 그러나 나는 내 행위를 정당화할 필요를 분명히 느끼고, 간절히 바랐던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는 계속해서 이 필요를 느낄 거라고 확신해. 오, 나는 당신을 너무 잘 알아서 이즈음 당신이 끼어들어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할 것까지 알고 있어. 그러니 변화 대신 간절히 바랐던 발전이라고 말해야겠어.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매일 자신을 정당화해야만 해. 어쩌면 당신은 매일 편지를 받을지도 몰라. 어떤 날은 반드시 토해내야 하는 울음처럼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에 걸려 있어. - 에미 무어의 일기 | 제인 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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