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2014) 중 진은영 시인의 글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문학동네 2014 가을호 '특집 4·16, 세월호를 생각하다' 수록)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의Pascal Debrunner
오늘 무안공항에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니 사고 이후 정치인들이 내놓는 주된 수습안들이 모두 연민과 시혜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엾은 희생자의 가족들을 위해 적절한 보상금을 책정하고 생존자에게 특혜를 베풀어서 착한 정치인으로 남고 싶은 거다.
동정이나 연민은 베푸는 사람의 마음이지 받는 이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충분히 동정해줬는데도 자꾸 사실을 규명해야겠다니 이제는 피곤도 하고 화도 치밀 것이다. 정치가 있어야 할 곳에 연민과 시혜의 언설이 난무하는 사회가 어째서 뻔뻔스러운 사회인지 나는 이제야 알 것 같다. – 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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