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 하권으로부터 옮긴다. 돌리는 레빈과 결혼하는 키티의 언니인데, 돌리의 시누이가 안나이다.


오렌지꽃 (이란) 사진: UnsplashMuhammad Ali Khoshkerdar 2022년 4월 27일 게시


cf. 아래 글을 보면 결혼식에 등자나무 화관을 쓴다. 민음사본(연진희 역)은 '오렌지꽃'으로 번역했다.


광귤나무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4XXXXX52243 광귤나무(sour orange)가 광궤나무, 등자나무, 등자목이라고 한다.





다가와 무언가 말하려던 돌리는 차마 입을 열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키티와 레빈으로 인해 기뻤다. 자신의 결혼식에 대한 기억을 돌이켜 보면서 환하게 빛나는 스쩨빤 아르까지치를 바라보았고, 현재의 모든 것을 잊은 채 순진무구했던 첫사랑만을 추억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 모든 신부들 중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안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얼마 전에 안나의 이혼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녀 역시 순결한 신부로서 등자나무 화관과 면사포를 쓰고서 서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제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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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알라딘 인생네권 이벤트에 나는 농반진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로 채웠더랬다. 그때로부터 한 해가 흘렀구나. 아래 글의 스쩨빤 아르까지치는 안나의 오빠이다.



올해 1월에 출간된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톨스토이의 말'(이희인)을 발견했다. 이 책의 첫 편이 '(1) 사랑. 지나고 나면 마음의 사치 … 《 안나 카레니나 》'이다.






「그래, 엄마 기분은 좋아?」

딸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웠고, 어머니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으며, 아버지도 틀림없이 그 사실을 알면서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며 모르는 척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딸아이는 얼굴을 붉혔다. 그 순간 아버지 역시 그것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붉혔다.

스쩨빤 아르까지치는 모자를 집어 들고서 무언가 잊은 게 없는지 생각하느라 잠시 멈추었다. 잊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잊고 싶은 존재, 다름 아닌 아내를 제외하고는.

「아아, 이런!」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잘생긴 얼굴에 우울한 기색이 드리웠다. - 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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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키 기린] 어머니/독설가 https://cine21.com/news/view/?mag_id=81300


주말에 ott로 고 키키 키린 주연작 '앙'을 보았다. 전에 설렁설렁 봐서 내용이 상세히 기억나지 않아 다시 봤다. 많이 달지 않은 맛있는 단팥이 먹고 싶어진다. 아래 글의 출처는 '키키 키린의 말'(고레에다 히로카즈)이다.

By RuinDig/Yuki Uchida 유달리 팥소를 잔뜩 넣은 도라야키 사진을 발견했다.


cf . 영화 '앙'의 소녀는 키키의 실제 외손녀로서 고레에다 감독의 '기적'에 출연했다.






번역을 마치고 <앙: 단팥 인생 이야기>를 봤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화면에 키키 키린이 등장한 순간 압도되고 말았다. 그간 고레에다 영화에서 익히 봐온 ‘드세지만 귀여운 면이 있는 어머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거리의 부산함에 위축된 왜소한 노인. 그 노인은 벚나무길 근처의 어느 도라야키 가게를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서,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가게 앞으로 가 굽은 손을 팔랑이며 점장을 불렀다. 사연이 있어 오랜만에 외출한 인물, 천진한 면이 있지만 심지는 단단한 인물이라는 것이 그 짧은 몇 장면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 이제는 이 연기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구나. 애도의 마음은 뒤늦게 찾아와 한동안 계속되었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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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의 '경희'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Yoksel 🌿 Zok


오늘 4월28일은 나혜석(1896년 생)이 태어난 날이다.






경희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두 다리로 껑충 뛰었다.

경희의 정신은 황홀하다. 경희의 키는 별안간 이 늘어지듯이 부쩍 늘어진 것 같다. 그리고 눈은 모든 얼굴을 가리우는 것 같다. 그대로 푹 엎드리어 합장으로 기도를 올린다.

보십시오! 내 눈과 내 귀는 이렇게 활동하지 않습니까?

내게 있는 힘을 다하여 일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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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과 빌헬름 켐프가 치는 헨델의 미뉴에트를 들으며 살림지식총서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로부터 옮긴다. cf. 릿터 44호 발표작인 성해나의 '잉태기'(소설집 '혼모노' 수록) 에 빌헬름 켐프가 연주한 헨델의 미뉴에트를 음반으로 듣는 장면이 있다. 





그의 피아니즘을 단지 몇 단어로 압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항상 확신에 차 있었으며 그의 연주가 독일 음악의 전통 위에 우뚝 서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의 연주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거기에만 얽매이진 않았다. 언젠가 시벨리우스를 위해 함머 클라비어를 연주해주고, 켐프는 시벨리우스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는데 아마도 이는 켐프를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리라.

"당신은 피아니스트처럼 연주하지 않는군요. 마치 인간 그 자체처럼 연주해 주었습니다." - 엄숙한 독일 정신의 계승자, 빌헬름 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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