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추모 산문집 '눈먼 자들의 국가'(2014)로부터 옮긴다. 계간 문학동네 2014 가을호에 발표된 글들이다.


UnsplashWorld of Magic


아래 글을 쓴 배명훈은 SF작가, 홍철기는 정치철학자이다.





세상은 신의 노여움을 잠재울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멸망하는 게 아닐 것이다. 세상은 분명 질문에 대답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질문하는 사람 자리로 슬쩍 바꿔 앉는 순간에 붕괴될 것이다.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일이나 잘하세요." 구체적인 상황에서 맞닥뜨려보면 이 말은 꽤 충격적이어서 정말로 그래야겠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공동체를 위한다는 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 배명훈

우리 자신의 무능력의 극복은 "사회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만드는" 공적 재현 행위와 그 실행과정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다. – 홍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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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2014) 중 진은영 시인의 글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문학동네 2014 가을호 '특집 4·16, 세월호를 생각하다' 수록)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Pascal Debrunner


오늘 무안공항에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니 사고 이후 정치인들이 내놓는 주된 수습안들이 모두 연민과 시혜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엾은 희생자의 가족들을 위해 적절한 보상금을 책정하고 생존자에게 특혜를 베풀어서 착한 정치인으로 남고 싶은 거다.

동정이나 연민은 베푸는 사람의 마음이지 받는 이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충분히 동정해줬는데도 자꾸 사실을 규명해야겠다니 이제는 피곤도 하고 화도 치밀 것이다. 정치가 있어야 할 곳에 연민과 시혜의 언설이 난무하는 사회가 어째서 뻔뻔스러운 사회인지 나는 이제야 알 것 같다. – 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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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12-30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구상에서 인간은 가장 위대한 종이라고 하지만 막상 나에게 닥친 현실을 대처할 때는 사실 할 수있는게 별로 없거나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 인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그러한 사실에 더욱 체감하게 됩니다. 무안의 소식도 참으로 안타깝지만 결국 똑 같은 현실의 벽에 막막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곡님 기운내시고요.
올 한해 서곡님의 올려 주신 글과 사진을 통해 많이 위안 받았습니다.
늘 감사 드리고, 새해에도 건강하십시요.

서곡 2024-12-30 17:43   좋아요 1 | URL
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산 자들은 이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기운이 꼭 필요하고요 ...... 위안 받으셨다니 저도 위안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빼고 하루밖에 안 남은 올해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The Country of the Blind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The_Country_of_the_Blind


허버트 조지 웰스의 단편 '눈먼 자들의 나라'(세계문학 단편선 06 허버트 조지 웰스 / 최용준 역) 를 읽었다. 판타지라고만 부르기 어려운,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아닐까. 세월호 사건 때 출간된 책의 제목은 '눈먼 자들의 국가'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또한 떠오른다.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을 소외시키는 은유라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Blind Orion Searching for the Rising Sun, 1658 - Nicolas Poussin - WikiArt.org


[주권자가 국민을 잡아먹는 '호러국가', 대한민국]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9341





"저는 길이 보입니다."

눈먼 이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보이다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아. 바보 같은 소리 그만하고 내 걸음 소리를 따라오라고."

눈먼 이가 말했다. "자네는 배우게 될 거야. 세상에는 배워야 할 게 아주 많아."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는 애꾸가 왕이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나요?"

"’눈먼’은 또 무슨 말이야?" 눈먼 이는 어깨 너머로 전혀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 - 눈먼 자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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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우주전쟁', '투명인간' 등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마술 상점에서 생긴 일'을 작년 이맘 때 읽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Victoria님의 이미지


올해 번역된 웰스의 책 '인류의 세계사'도 담아둔다.

사진: UnsplashОлег Мороз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7a0659b 허버트 조지 웰스 Herbert George Wells





"이 물건이 얼마죠?" 내가 물었다. "우리는 유리 공에 대해 요금을 받지 않습니다." 주인이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잡아 꺼낼 수 있지요." 그가 말하면서 팔꿈치에서 유리 공 하나를 꺼냈다. "그래서 항상 공짜랍니다." 그는 목뒤에서 다른 물건을 꺼내고 계산대 위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쯧쯧!" 마술 상점 주인이 내 머리에 눌러 쓴 모자를 살며시 벗겨냈다. "경솔한 새 같으니! 세상에 맙소사! 둥지를 틀고 알까지 낳았네!" 그는 내 모자를 흔들며 두세 개의 달걀, 큰 구슬, 시계, 매끈한 유리 공 6개 정도를 내밀었다. 그리고 꾸깃꾸깃 구겨진 종이가 점점 계속 나왔다.

그 구겨진 종이는 점점 더 계산대 위에서 부풀어 올라서 주인장이 우리 눈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였다. 마치 종이 뭉치에 숨겨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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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 시선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오정석 역) 중 '4장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절(1825~1837)'에 실린 '겨울바람'(1825)은 4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 옮긴 4행은 처음과 마지막 연의 도입부이다.


아르메니아의 푸시킨 동상 By Armenak Margarian - Own work, CC BY-SA 4.0


cf. [푸시킨 동상 제막] https://v.daum.net/v/20131113191506705?f=o 우리 나라 서울에 푸시킨 동상이 있다.





거센 바람이 눈보라를 일으켜서
하늘을 뿌옇게 뒤덮는다
짐승 소리처럼 울부짖고
아이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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